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694
◈ 694. [STAGE 40] 나이트 클로징 (2)
뉴 테라에서 가져와, 인류의 모든 기술을 집약해 재건한 성벽은 이 난리 통에도 아직 버티고 서 있었다.
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부분이 유지하는 부분보다 더 많긴 했지만, 어쨌든 성벽은 세워진 채였고…… 그 위에 아직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전하-!”
쥬니어를 필두로, 살아 돌아온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다들 흐어어엉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다들 돌아가며 눈물로 맞아주니 고맙긴 한데 지금 그럴 여유가……!
다행히도(?) 모두 금세 진정했다.
쾅! 콰과과과광!
저쪽 남쪽에서 여전히 나이트 브링어와 요르문간드가 세상을 끝장낼 기세로 싸우고 있었기 때문.
쪼개진 지표와 뻗어 나온 밤이 허공에서 뒤섞인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지켜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광경이다.
“……선배님.”
병력을 수습하던 에반젤린이 나를 올려다보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들 모였나.”
엘리제를 미리 이곳으로 보내서 병력과 물자를 수습하게 지시해두었다.
나는 성벽 위의 영웅과 병사들을 둘러보며 빠르게 ‘나이트 클로징’ 작전을 설명했다. 다들 지치고 힘든 안색이었지만, 이번 작전이 우리가 가진 마지막 한 번의 반격 찬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집중해주었다.
“해서, 조금 뒤면 비공함이 어둠의 장막을 뚫기 위해 출정할 텐데…… 우리는 지상에서 보조해야 한다.”
“보조라고 하심은……?”
“저 어둠의 장막에 틈은 있지만, 스스로 계속 회복해낸 탓에…… 틈이 좁아졌다. 우리는 그 균열을 후벼파야 한다.”
나는 데미안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이 그 틈을 저격할 것이다.”
데미안이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은 관측탑에서부터 하늘에 균열이 벌어진 지점을 관측해왔다. 우리 중 누구보다 정확한 위치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데미안 혼자의 마탄으로는 힘이 부족하다. 해서……이 자리의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해.”
에반젤린과 쥬니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힘을 모은다고요?”
“그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시 안쪽에서 릴리와 연금술사들이 낑낑거리며 무언가를 들고 왔다.
“가져왔습니다, 전하!”
그것은 바로…… 번아웃이 사용하던 특대 설치형 발리스타였다.
처음부터 이런저런 커스텀을 전제로 만들어진 장비로, 민들레 군단장의 마력핵과 연결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해온 장비였다. 이번에도 그 점을 살릴 생각이었다.
‘네가 남긴 유산, 감사히 쓸게. 번아웃.’
염동력으로 장비를 들어 올린 바디백이 능숙한 손길로 발리스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특대 발리스타가 성벽 위에 재빠르게 설치되었고, 연금술사들은 여기에 마력핵이며 각종 아티팩트를 덕지덕지 추가로 연결했다.
“데미안, 이리로!”
릴리의 부름에 달려간 데미안은 [블랙 퀸]을 꺼내어 발리스타의 상부에 결합시켰다.
전에 없던 크기의 임시 마탄 발사대가 조립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는 나머지 영웅들에게 설명했다.
“영웅들을 크게 4개 조로 나눈다. 정령사, 마법사, 사제, 그리고 나머지 전원이다.”
한니발을 필두로 한 정령사들을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정령사들이 데미안의 마탄에 인챈트를 돕는다.”
정령사들은 ‘불어넣는’ 일에 익숙하다. 장비에 정령을 깃들게 하거나, 사물에 속성을 부여하는 등…….
이번 마탄 인챈트 과정 전체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마법사들은 각자의 마력을 압축해서 마탄에 불어넣는다.”
마법사들은 마탄의 ‘위력’을 올린다.
간단한 명령만으로도 내 의도를 이해한 쥬니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법사들을 이끌고 발사대 쪽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나는 뒤이어 제니스와 로제타 쪽을 보았다. 전투 중에 부상을 입었는지 다들 붕대 투성이지만, 눈빛은 형형하다.
“사제들은 마력 집광기를 통해 신성력을 빛으로 전환. 마탄이 가능한 한 어둠에 저항하도록 도와줘.”
사제들은 ‘빛’을 담당한다.
이번 작전은 근본적으로 어둠의 장막을 돌파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리고 마력 집광기를 통한 빛 변환 효율이 가장 높은 직업군이 사제.
어둠의 장막을 돌파할 천적이 되도록 마탄에 빛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내 명령에 사제들 역시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발사대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안정적인 사격을 할 수 있도록 발사대를 지켜줘.”
에반젤린을 필두로 한 전위 영웅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이곳 전역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뜻밖의 변수가 생겼을 때, 전위 영웅들이 투입되어 발사대를…… 그리고 데미안을 지켜줘야 한다.
“좋아. 모두들, 최선의 한 발을 만들어줘. 부탁해.”
“예!”
각자 할 일을 찾아 바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을 둘러본 뒤.나는 성벽 끝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낯익은 두 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케이리안, 파레키안.”
《애쉬. 정말 돌아왔구나.》
브레스를 막느라 고생깨나 한 것인지, 스케이리안의 온몸은 불타고 짓물러 있었지만.
커다란 용의 얼굴로 특유의 너드 같은 표정을 그대로 지은 채 나를 훑어보더니, 이윽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런 모습’이 되면서까지 계속 싸우려는 거야? 정말 불굴의 의지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네.》
“칭찬으로 들으마.”
나는 턱짓하며 성벽 끄트머리에 섰다.
“됐으니 따라와, 스케이리안. 파레키안. 너희가 필요하다.”
비공함을 타고 떠날 부하들도, 비공함을 지원하기 위해 저격을 쏠 부하들도, 모두 오더가 끝났다.
이제 나는 다시 전장으로…… 저 거대한 신화시대 괴수들이 싸우는 장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저, 저, 저도!”
두 용의 사이에서 작은 인영이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저도 갈게요, 전하…….”
“바이올렛?”
갬블 클럽의 리더, 환영술사 바이올렛이었다.
뜻밖의 상대가 하는 뜻밖의 요청에 나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내 앞에 마주 선 바이올렛의 어깨와 몸은 떨리고 있었지만,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
잠시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채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던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런가.”
성벽 난간에 발을 올린 나는 먼 남쪽을 보며 말했다.
“좋다, 마침 구성원도 다섯…… 1개 파티로군.”
나. 크라운. 스케이리안. 파레키안. 그리고 바이올렛.
산산조각 지휘관, 영생자 광대, 너드 동룡, 속 모르는 무안룡, 그리고 인간 환영술사.
대체 이게 무슨 무근본 조합인지 도저히 모를 노릇이지만, 어쨌든 다섯. 파티가 구성되었다.
매끄럽게 허공을 가르고 날아온 스케이리안이 성벽 끝에 몸을 댔고, 먼저 그 위에 몸을 올린 내가 바이올렛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전설이 될 준비는 되었나, 용사?”
바이올렛은 크게 숨을 들이켜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여 답하고는…… 내 손을 잡고 스케이리안의 몸 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파레키안이 총총 걸어 스케이리안의 등에 올라탔고, 마지막으로 오르며 크라운이 투덜거렸다.
“자연스럽게 나도 포함인가?”
“그럼 여기서 평생 놀 생각이었어? 너는 요르문간드가 내 명령을 듣게 통역해줘야겠다. 가자.”
이렇게 전원이 스케이리안에 탑승을 완료했고.
투학-!
허공에서 스케이리안의 몸이 용수철처럼 모인다 싶더니, 단숨에 앞으로 쏘아졌다. 우리는 나이트 브링어와 요르문간드가 싸우는 장소를 향해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려고 했는데…….
비행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는 모두 당황했다.
“……?”
“어?”
“저게 뭐야.”
남쪽 벌판 끝.
두 신화시대 괴수가 싸우던 장소.
밤과 지표, 어둠과 흙 따위가 어지럽게 뒤섞여 소용돌이치던 그곳이 일순 조용해지더니-
훅……!
그곳에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내던져지듯 바깥으로 튕겨 나왔다.
튕겨 나온 그 거대한 무언가는 허공을 가로질러 크로스로드 쪽을 향해 날아왔다. 사방으로 피를 뿌리는 그 은회색 덩어리의 정체를 나는 한 박자 늦게 알아챘다.
그것은…….
“……맙소사.”
잡아 뜯긴 요르문간드의 꼬리 쪽 몸 절반이었다.
나이트 브링어가 요르문간드의 몸을 중앙에서 뜯어내 두 동강 낸 뒤, 꼬리 쪽을 크로스로드를 향해 집어 던진 것이다.
***
콰아아아아-!
후방 쓰러스터에서 맹렬한 불꽃을 뿜어내며 비공함 ‘라 만차’가 격납고에서 솟구쳐 올랐다.
뒤이어 뼈대만 남은 ‘알카트라즈’가 그런 라 만차를 호위하듯 따라 날아올랐다.
두 비공함은 나란히 함께 상공을 가르며 캄캄한 하늘 위로 고도를 높였다. 두 비공함의 꼬리 부분에서 긴 불길이 흩날리며 어둠을 밝혔다.
“비공함 출격 확인!”
“작전명 나이트 클로징, 시작했습니다-!”
성벽 위에서 비공함의 출격을 기다리던 척후병들이 바쁘게 소리쳤다.
철컥, 철컥, 철컥-!
[블랙 퀸]을 레일 건과 흡사한 형태로 변환시킨 채, 데미안은 길게 숨을 토해냈다.설치형 발리스타와 결합된 [블랙 퀸]의 기다란 총구는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아 있었다. 갖은 아티팩트가 덕지덕지 붙어 어디까지를 총신(銃身)이라 불러야 좋을지 모를 만큼, 마탄 발사대는 거대해져 있었다.
발사대의 사수석에 거의 드러눕듯이 앉은 데미안은 먼 하늘을 응시하며 천천히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치직, 치지직…….
이미 블랙 퀸의 마탄 일곱 발은 허공에서 회전하며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끝낸 뒤였다.
그리고 이 합쳐진 마탄에 마법사, 사제, 정령사들이 각자의 공정을 가했다.
“마력 충전, 완료됐습니다!”
한쪽에서 마법사들이 마력을 제련해 마탄에 불어넣었고,
“집광기를 통한 빛 응집도 완료!”
사제들 또한 압축하고 압축한 빛을 마탄에 욱여넣었다.
“모든 인챈트 과정 완료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마지막으로 바람의 정령들을 불러내 마탄 주위를 에워싼 한니발이 땀을 뻘뻘 쏟으며 말했다.
“최강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최선의 한 발이에요……!”
“…….”
“유례가 없는 과도한 인챈트를 한 발의 탄환에 몰아넣은 만큼, 지속시간은 지극히 짧아요! 정령들이 최대한 버텨주겠지만-”
한니발이 무어라 더 설명하려는 때였다.
후욱……!
갑자기 돌풍이 몰아쳤다.
당황한 영웅들이 모두 그쪽을 돌아보았고, 직후 헉소리를 삼켰다.
쐐애애애액-!
크로스로드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나이트 브링어가 집어던진, 토막 난 요르문간드의 기다란 꼬리가.
발사대 앞을 지키듯 선 에반젤린이 신음을 토해냈다.
“이게 무슨……?!”
촤르르륵-!
저쪽 하늘에서 애쉬가 펼친 마력의 성벽이 그 경로에 펼쳐졌지만, 압도적 질량으로 날아든 꼬리 조각의 여력을 완전히 저지할 수가 없었다.
마력 성벽에 막혀 바닥을 한 번 튕긴 요르문간드의 거대한 꼬리가 크로스로드 남쪽 성벽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막을 방법이 없었다.
쿠과과과광-!
그동안 거짓말처럼 버텨오던 성벽이 마침내 완전히 으깨졌다.
성벽 위에 설치되어 있던 마탄 발사대도, 함께 산산이 조각났다.
***
쿠궁, 쿠구궁…….
무너져내린 성벽 잔해 속.
“…….”
부서진 발사대 잔해 위에 앉아 [블랙 퀸]을 양손으로 쥐고서. 데미안은 여전히 하늘을 조준 중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영웅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주위를 둘러싸고 데미안을 지키고 서 있었다.
성벽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데미안은 방어 마법과 육탄 보호로 무사했다. 나머지 모든 영웅들이 추락하고 다치는 와중에도 한마음으로 지켜낸 결과였다.
“으흑…….”
데미안을 향해 쏟아지는 성벽 조각을 온몸으로 받아낸 에반젤린이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쏠 수 있어요, 데미안 오빠?”
“……그럼요.”
발사대는 무너졌지만, 마탄은 이미 완성되었고.
과녁은 시야 밖에 있지만, 이미 두 눈으로 봐두었다.
완전히 무너져내려 마치 우물처럼 주위를 둘러싼 성벽 잔해 속에서 데미안은 흐릿하게 웃었다.
“전에도 해본 일인걸.”
다음 순간 저격수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콰아아앙-!
눈부신 마법 불꽃과 함께 총구에서 튀어나온 탄환이 하늘로 되돌아가는 벼락처럼 솟구쳐 올랐다.
캄캄하게 물든 하늘을 날카롭게 밝히며 마탄은 끝없이 상승했다.
가을 축제 때 모두 함께 보았던 마지막 불꽃놀이처럼…….
쿠구구궁……!
남쪽 하늘에 갑작스럽게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하늘에서 내리던 하얀 눈이 갑자기 끈적이는 타르처럼 검게 물들었다.
새카만 눈보라가 마구 휘몰아치며, 날아오르는 마탄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마치 마탄을 저지하기 위해 하늘이 수를 쓰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새하얀 마탄은 춤추듯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궤도를 그리며, 겹겹의 눈보라를 모조리 돌파.
자신이 목표로 쏘아진 과녁에, 남쪽 하늘에 새겨진 흠집에, 정확하게 도달했다.
소리도 없이 마탄이 어둠의 장막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쩌어어어억-!
먹구름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어둠의 장막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마치 하늘에 깊은 상처가 난 것만 같았다.
“목표지점 확인.”
비공함 ‘라 만차’의 함교 내부.
구멍이 뚫린 어둠의 장막을 확인한 루카스가 고저 없이 중얼거렸다.
“돌입합니다.”
루카스의 명령대로 켈리베이가 크게 조종간을 젖혔다.
쿠구구궁!
방향을 트느라 거세게 흔들리는 비공함의 내부에서, 전투를 준비하는 특임대 영웅들의 눈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갑시다.”
구멍이 난 어둠의 장막 위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다음 어둠의 장막을 노려보며, 루카스가 으르렁댔다.
“밤을 베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