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67
◈ 767. [STAGE 47] 파죽지세 (3)
미사일 형태의 신무기.
내가 이것을 개발 지시하게 된 계기는 굉장히 간단했다.
‘장비 제작 여력보다 마력핵 수급이 더 많다!’
이 전쟁이 최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마력핵 수급이 지나치게 잘 되기 시작했다. 당장 지난 전투에서만 해도 네임드 괴수들의 마력핵을 무더기로 회수할 수 있었다.
반면 대장간 제작 슬롯은 이미 꽉 찼다.
기존 크로스로드 대장간 인력에 드워프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력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대장간이 가동하고 있지만.
대장간에서 장비 제작은 물론이고 장비 수리, 아티팩트 제작 및 수리, 수성 설비 제작 및 수리, 여기에 일반 병사들 장비 제작 및 수리까지 도맡다 보니…….
질 좋은 새 재료를 수급해도 바로 장비 제작으로 잇기에는 슬슬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우선순위로 두고 제작하게 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지금 제작 지시하면 전쟁 다 끝나고 나서 만들어질 지경이다.’
최종 스테이지 뒤에 새 장비 나와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지.
나는 고심했다. 남은 기간 안에 이 넘쳐나는 마력핵들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그 고민 끝에 나온 방법이 바로 이것.
“소개합니다!”
나는 데미안이 발사 준비를 끝낸 포대를 가리키며 외쳤다.
“괴수전선의 새 무기! ‘핵-폭탄’!”
……아니, 그야 물론 지구의 핵폭탄 같은 건 절대 아니고.
통짜 마력‘핵’으로 만든 ‘폭탄’이라서 약간의 트롤링을 담아 부른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마력핵 미사일.’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장비는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전제를 깔고 제작된다. 그리고 마력핵은 이 전제의 핵심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마력을 공급하는 이 동력원은 마법문명의 핵심이자 꽃이다.
적절한 유지와 보수만 있다면, 마력핵은 수백 년이 지나도 멀쩡히 작동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수백 년이나 가는 내구성이 필요 없다!’
코앞에 들이닥친 몇 번의 전투만 넘길 수 있다면 그만이란 말씀!
그리하여 제작된 ‘마력핵 미사일’은 이 귀한 자원을 아끼려는 고려가 일절 없다.
한번 발사 시퀀스에 들어가면 즉시 마력핵을 폭주시켜, 해당 마력핵이 품고 있는 모든 잠재적 미래적 가능성을 끌어내 일순의 폭발로 탈바꿈시킨다.
‘괴수 군단장이 쌓은 일생의 정수가 바로 마력핵.’
그 정수를 아낌없이 한 방에 소모해버리는 궁극의 사치! 최고의 돈지랄!
무엇보다 이거, 제작이 비교적 간단하다! 안 그래도 꽉꽉 밀린 대장간의 제작 슬롯을 밀어내도 되지 않을 만큼!
만들어준 켈리베이는 이 미사일의 안전장치와 추진제가 그동안 쌓인 연구의 결과물이며,이 미사일이 얼마나 마법공학집약적 결과물인지 또 강의를 늘어놓았지만.
게다가 폭발까지의 연쇄작용을 위해 N등급 R등급 SR등급 마력핵 또한 뇌관에 투입해야 하는, 한 방에 N-R-SR-SSR 마력핵을 종류별 하나씩 태우는 초 Flex 무기지만.
‘하지만 다 필요 없고 중요한 건 제작 시일이 짧다는 거.’
자원 남기지 마! 연구 성과 아끼지 마! 남은 전투 동안 싹싹 태우고 간다!
아무튼 말이 길었는데!
“신무기 테스트 시작하자!”
일대에 파견된 모든 이가 선글라스 착용을 완료했다.
데미안도 큼직한 고글을 뒤집어쓰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엄지를 치켰다.
“질러버려, 데미안!”
“‘불꽃 거인탄’, 발사합니다! 5, 4, 3, 2, 1……!”
신호에 맞추어 데미안이 커다란 방아쇠를 뒤로 젖혔고,
투학-!
포대의 발사로를 따라 추진제를 분사하며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쳤다.
크기나 발사 모습이나 사실 미사일이라기보다는 박격포에 가까운 모습인데, 아무렴 어때! 적에게 알맞은 타격만 줄 수 있다면 그만이다!
피이잉-
하늘 끝까지 솟구친 마력핵 미사일은 이윽고 고점에 도달하고 하강을 시작.
정확하게 삼독심 번뇌군단의 위로 떨어졌다.
《옴(ॐ)-!》
번뇌상들이 일제히 진언을 외우자 눈부신 황금빛 역장이 일며 놈들을 둘러쌌다. 예의 ‘일정 대미지 이하 무효화’ 방어막이다.
“그럼 그 방어력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공격을 먹여주면 그만 아니냐고-!”
나는 손을 휘저었다.
동시에, 깨끗한 궤적을 그리며 떨어진 미사일이…… 황금색 방어막에 닿았다.
훅…….
순간 일대의 공기가 압축되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투콰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소음과 빛, 그리고 후끈한 열기가 터져 나왔다.
거리가 상당한데도 이쪽까지 풍압이 몰아닥칠 정도였다. 나는 얼른 허공에 마력 성벽을 전개해서 튀는 파편을 막아냈다.
“와우.”
착탄 지점에서 일렁이는 거대한 빛무리를 살피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훌륭한데?”
물론 앞서 오버해서 소개했던 핵폭탄까지는 절대 아니고. 고출력 미사일 정도 되는 위력이라고 해야 하나?
초탄으로 쏘아낸 미사일에 쓰인 마력핵은 불꽃 거인왕의 것.
소체의 속성을 어느 정도 따르는 것인지, 잠시 후 빛무리가 사라진 착탄 지점은 사나운 불길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 착탄지점의 불길 속에서…….
《옴, 옴, 옴, 옴, 옴…….》
《번뇌, 번뇌, 번뇌, 번뇌, 번뇌를 이겨내라.》
《삶은 곧 고통. 고통은 곧 삶. 아픔에 미혹되지 말아라. 육체에서 벗어나라.》
삼독신, 탐진치는 건재했다.
황금빛 방어막 역시 여전히 버티는 중.
하지만 108 번뇌상은 절반이 넘게 쓰러져 박살이 나 있었다. 방어막이 흡수하지 못한 대미지를 고스란히 받아낸 것이다.
“흠.”
나는 아까보다 색이 혼탁해진 채 깜빡이는 방어막을 응시했다. 그리고 데미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한 방 더 쏴보자. 이번에는 ‘소용돌이’로.”
“넵, 황자님!”
다음 미사일이 사로에 장전되었고,
“‘소용돌이탄’, 발사합니다! 5, 4, 3, 2, 1……!”
데미안이 방아쇠를 당기자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투학-!
그리고 가까스로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금 진군해오려는 삼독심 번뇌군단의 머리 위에 재차 떨어졌다.
《옴(ॐ)-!》
삼독신이 일갈하며 각자의 무기를 하늘로 뻗어 황금빛 기류를 퍼뜨렸다.
하지만 미사일은 요격되지 않고 허공에서 기기묘묘한 궤적을 그렸고, 찰나지간 몸을 뒤틀며 하강.
기어코 방어막에 적중했다.
“이게 우리 천리안이야!”
내 환호와 함께, 폭발.
콰과과과과과광!
아까와는 폭발의 형태가 조금 다르다.
불꽃 거인왕으로 만든 미사일은 순수하고 맹렬한 폭발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끈적하고 휘몰아치는 듯한 형태로 폭발이 전개되었다.
챙그랑……!
이 휘몰아치는 폭발 아래에서 황금빛 방어막이 마침내 깨지듯 부서졌고,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움푹 꺼졌다.
소용돌이치는 폭풍이 가라앉자, 그 아래에서 108번뇌상은 모조리 조각나 죽어 있었다.
쿵……! 쿵……! 쿵……!
탐진치, 세 마리의 거상만이 자욱한 폭연을 헤치고 이쪽으로 전진해올 뿐.
“확실히 위력이 훌륭하긴 합니다만…….”
선글라스를 슬쩍 내려 콧등에 걸친 루카스가 선글라스 너머로 파란 눈빛을 내게 향했다.
“장비나 아티팩트를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군단장급 마력핵을 두 개나 영구히 소모했는데, 적의 일반병만 제거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루카스의 말도 일리가 있다.
마력핵 미사일의 위력은 분명 걸출하지만, 결국 원거리 포격이다. 극한에 이른 우리 괴수전선 포병대의 십자포화로 대체가 가능하다.
이렇게 폭발 한 번에 소모해버리기에는 군단장급 마력핵이 아까운 자원인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SSR등급 마력핵 2개를 써서 적 군단의 방어막을 걷어내고 일반병만 소모 시키는 데에 그쳤으니.
“하지만 적의 특수 방어막을 걷어냈고, 여러 특수능력을 갖춘 정예 병력을 일소시켰다.”
나는 씩 웃으며 루카스를 마주보았다.
“우리 쪽의 피해 없이.”
“……!”
“원거리 포격에 좋은 옵션이 하나 생겼다고 치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명 낭비한 느낌이 있지만, 오직 이 전쟁의 끝만 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과다.
뭣보다, 저 번뇌군단의 끔찍한 방어막을 고작 미사일 두 방으로 걷어낼 수 있었다. 정공법으로 상대했다간 사흘 밤낮을 지새워야 했을 거야.
“데미안! 시범용으로 만든 미사일, 마지막 한 발 남았지?”
“네, 황자님!”
“좋아. 그거 쏘고 끝내자. 갈겨버려!”
데미안이 마지막 미사일을 장전했다.
“‘십각’, 발사합니다! 5, 4, 3, 2, 1……!”
투학-!
하늘로 날아오른 미사일이 허공에서 잠시 멈추더니,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탐진치는 거세게 포효하며 그 미사일을 향해 각자의 손에 들린 무기를 휘둘러 공격을 쏟아냈다.
펑……!
이번에는 그 거친 요격을 피해내지 못하고 허공에서 미사일이 폭발했다.
……그리고.
쐐애애애액!
터진 미사일 안에서 열 개의 탄두가 분리되어 쏟아져 내렸다.
흡사 지구의 클러스터 폭탄처럼, 괴수 군단장 십각(十角)의 특성을 물려받은 이 미사일은 열 조각 원뿔 모양으로 파편화되어 지면을 덮쳤다.
퍼버버버버벙!
자욱한 폭발과 무지막지한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나는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각 군단장의 형질이 나타나는 부분이 재밌군.”
“……이걸로 쓰러뜨린 걸까요?”
“아니. 삼독심 번뇌군단에게는 마지막 페이즈가 있어.”
자욱한 연기 속에서 일렁이는 거상의 형체를 노려보며 나는 적 군단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이놈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정신 공격이야.”
삼독심. 그리고 108번뇌.
이들은 황금 방어막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만 할 뿐 우리에게 물리 공격을 가하지는 않는다. 대신, 가까이 접근하며 끝없이 경구를 외운다.
문제는 이들의 타락한 경구를 들으면 정신이 오염된다는 것.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끝없이 솟아나고, 온갖 번뇌- 부정적 감정이 끓어오른다.
결국 일정 시간 이상 놈들의 법송(法頌)에 노출되면, 영웅도 병사도 미쳐서 자살하거나 서로를 죽이게 된다.
이렇게 되기 전에 놈들의 방어막을 무효화하고 쓰러뜨려야 하는데, 그 방어막은 더럽게 단단하고…… 여러모로 골치 아픈 적이다.
해서 게임에서는 부대를 나눠서, 정신오염 수치가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한 부대로 방어막을 깎다가 다른 부대로 교체하는 식으로. 그렇게 길게 싸워야 했다.
‘우리는 그럴 필요는 없지.’
일단 [불굴의 지휘관]을 가진 내가 있기에 정신오염으로부터는 안전. 방어막도 미사일로 손쉽게 소멸시켰다.
문제는 방어막을 다 깎고 놈들을 쓰러뜨린 뒤.
이 새끼들, 2페이즈가 있다…….
‘게임에서도 아주 엿같았지…….’
방어막이 무력화되고, 108번뇌상이 모두 쓰러지고, 탐진치만 남아 일정 이상의 타격을 받았을 때.
거상이며 동시에 괴수인 이 셋이 할 일은 사실 아주 뻔하지 않겠는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2페이즈.
“합체다!”
휘오오오오오……!
폭심지의 자욱한 연기와 모래먼지가 단숨에 걷혀나가자.
그곳에는 정말이지 거대한 조각상 하나가 무시무시한 기세를 흩뿌리며 서 있었다.
수탉, 뱀, 돼지의 세 머리가 하나의 몸에서 돋아난 채, 하늘로 솟구친 여섯 개의 팔은 마치 연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머리 셋 팔 여섯의 괴수.
“아수라(阿修羅)……!”
번쩍-!
여섯 개의 새빨간 눈을 치켜뜨고서.
아수라의 형상을 한 탐진치가 내뱉었다.
《아석소조제악업(我昔所造諸惡業).》
예로부터 제가 지었던 모든 악업.
《개유무시탐진치(皆由無始貪瞋癡).》
모두가 탐내고 화내고 어리석음으로 비롯되어 생겨났고,
《종신구의지소생(從身口意之所生).》
몸과 입과 뜻을 따라 마음으로 지었기에.
《일체아금개참회(一切我今皆懺悔).》
내가 이제 그 모든 죄업을 참회하며 비옵니다.
“…….”
참 아름다운 경구인데.
왜 그걸 외우면서 우리 쪽으로 무기를 치켜들고 달려오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