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7)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77화
73장 종전 그 후(1)
한 존재가 신격에 다다르게 된다면 부여받게 된 각각의 특질에 따른 초월기 또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초월기(超越技).
업적과 명, 그리고 근원까지.
하나의 신이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끌어내어 형상화한 최강의 기술,
드드드드드드드드드!
변화와 혼돈, 그리고 모든 세계의 멸망을 그러모아 만들어낸 마왕의 초월기가 세계 안이 아닌 세계 바깥의 우주에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꽃이었다.
우주의 어둠을 모조리 집어삼키며 피어나는 하나의 꽃.
마왕이 자신에게 남은 모든 것을 바쳐 만들어내었기 때문일까.
그러한 꽃의 크기는 그 그림자로 세계의 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했고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멸망의 아우라는 우주 전체에 촘촘히 연결된 운명의 실마저 끊어내고 있었다.
눈앞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죽음에 세계가 떨어댄다.
아니,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떨어댄다.
“아, 아아…….”
인간, 마물, 용 할 것 없이 전장에 있던 모든 존재가 대기권 밖에서 피어나는 거대한 꽃을 바라보며 절망의 목소리를 토해낸다.
죽어가는 눈동자.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 거대한 꽃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순간, 이 세계는 멸망한다는 것을.
-그래, 그런 눈빛이다.
그러한 존재들을 바라보는 마왕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예정된 멸망의 운명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절망하는 모습.
저것이야말로 지금까지 마왕 자신이 그토록 바래 왔던 광경이자, 원래 이 세계가 도달해야 할 모습이었다.
-끝이다, 황제여.
마침내 선언하듯 마왕이 마지막 말을 내뱉고.
완벽하게 피어난 마왕의 꽃이 세계를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멸세화(滅世華).
하나의 세계를 멸망으로 이끄는 꽃이자 마왕이 신격에 오른 후 자신의 끊어낸 운명을 바쳐 얻어낸 단 하나의 초월기.
공간과 시간.
인과와 법칙.
아니, 세상 그 자체가 멸망의 꽃이 떨어지는 경로를 따라 사라져간다.
바라보는 신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시온의 주변으로 가라앉아 있던 모든 권능 또한 그 자취를 감춘다.
“…….”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 채 떨어져 내리는 멸망의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온.
그 모습은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지만.
스르르-
그런 시온의 오른손에 잡힌 이클락시아에서는 자그마한 어둠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마치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은.
더 깊고 무(無)에 가까운 무언가.
영겁(永劫).
영원(永遠)과 억겁(億劫)이 합쳐져 만들어진, 가장 긴 시간을 의미하는 말이자, 시온 자신을 상징하는 말.
황제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영겁에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일까.
밤하늘에 떠 있는 별?
그러한 별들을 감싸고 있는 우주?
아니, 아니었다.
진정한 영겁이란 그 우주 너머에 존재하고 있는 ‘바깥’.
껍데기가 없다면 그 안의 내용물이 존재하지 않듯.
‘바깥’이야말로 진정한 영겁이 아닐까?
그렇기에 또한 황제는 생각했다.
그러한 ‘바깥’마저 집어삼킬 수 있다면.
자신은 진정한 영겁제로 거듭나리라고.
외허(外虛).
영겁야(永劫夜).
과거 세계를 집어삼키고 마침내 신격에 다다른 영겁제 오르렐리온이 만들어낸 최강의 초월기.
바로 위까지 떨어져 내리는 멸망의 꽃에 맞추어.
이클락시아를 움켜쥔 시온의 손이 서서히 위쪽으로 뻗어진다.
두 초월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무한히 갈라지는 세상과 그로 인해 느려지는 시간.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완전히 멈추고.
그 속에서 ‘영원한 밤’과 ‘멸망의 꽃’이 서로 맞닿는 순간,
———————–!
우주의 운명이 일그러지며 모든 시간대와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 * *
세계의 중심이 박살 난다.
끝없이 점멸하는 시야.
소멸하는 빛과 소리.
뒤바뀌는 과거와 미래.
단지 부딪친 여파만으로 세상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 전장에 있던 존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우주적 공포에 몸을 맡긴 채 이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기도하는 것뿐.
그런 그들의 기도가 먹혔던 것일까?
스스스-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긴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모든 것이 잠잠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빛과 소리가 돌아오고 뒤틀리던 시간대가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와 함께 회복되는 시야.
그러한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바로,
-내가…….
머리와 상반신 일부밖에 남지 않은 채 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는 마왕과 그런 마왕의 앞에 선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시온이었다.
-진 건가?
허탈한 표정으로 묻는 마왕.
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동공을 시온을 향해 돌리며 마왕이 입을 연다.
-나와의 전투는 즐거웠나?
마왕은 알고 있었다.
과거의 전투 때 자신은 눈앞의 황제에게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했다는 것을.
그렇기에 마왕은 마지막으로 바랐다.
이번에는 그때와 달라졌기를.
“조금은.”
그 물음에 피식 웃은 시온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되었다.
만족했다는 얼굴로 천천히 눈을 감는 마왕.
그런 마왕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아……!”
비로소 바라보고 있던 제국의 모든 병사는 알 수 있었다.
“……이겼다.”
자신들이 승리했다는 것을.
“우리가 이겼어…… 이, 이겼다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전장을 넘어 마역 전체에 울려 퍼질듯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끼륵, 끼르르륵!
아직까지 남아 있던 마물들의 눈에서 사라지는 전투 의지.
이미 자신들의 왕이 죽었기에 더 이상의 전투는 의미가 없었다.
이어서,
“……내가 보았던 세상의 운명이 잘못되었었나 보군.”
언제부터인가 전투를 멈춘 채 한쪽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대행자 이그마하의 모습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시온은 그런 이그마하를 인지했지만, 굳이 쫓지 않았다.
더는 위협 요소로 작용하지 않으리라 판단했을뿐더러 마왕을 죽임과 동시에 마지막 물음의 힘이 사라지며 몸에 피로감이 밀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냥 가는 건가?’
이어서 시온은 이그마하 쪽이 아닌 하늘 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런 시온의 눈동자에는 세계 바깥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무언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아마 불멸에 이른 신격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만드는 우주 자체의 ‘제약’인 것 같았다.
“폐하! 시온 폐하! 무사하십니까!”
기다렸다는 듯 루카스를 비롯한 수뇌부가 시온을 부르며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시온이,
“좀 쉬고 싶군.”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렸다.
수백 년 동안 제국과 세상을 위협해 오던 마역과의 전쟁.
그리고 플로시마르 용사 연대기.
마침내 그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순간이었다.
심연 앞 평원에서의 마지막 전쟁이 끝난 후.
와아아아아아아!
마역에서 돌아온 제국군이 수도로 입성했을 때 제국민들의 환성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세계를 구한 영웅들이 왔다!”
“아그네스 제국 만세!!”
* * *
말 그대로 구세의 영웅들이 복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환영 인파는 수도 휴브리스를 넘어 다른 도시와 삼세에서까지 모여들었고 그렇기에 그 규모는 유례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또한,
“이번 전쟁에서 붉은 마녀의 활약을 들었나? 군세를 소환하여 마물 군단 하나를 쓸어버렸다더군!”
“하하, 플로시마르 용사님의 활약은 어떻고! 일검으로 분노의 대공을 격멸했다던데 정말이지 믿기지 않네!”
이번 전쟁의 주역이나 다름없는 용사 일행과 리우시나, 그리고 일곱 하늘에 대한 칭송은 하늘을 찔렀다.
음유 시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그들의 업적을 노래할 정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드높은 칭송을 받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사람은,
“시온 황제 폐하!!!!!! 만세에에에에!”
바로 시온이었다.
“시온 폐하께서야 말로 영겁제의 환생이시다!”
“오오, 황제 폐하시여! 우리의 영원한 지배자시여!”
그럴 수밖에 없었다.
7대 재앙 토벌과 부유 도시 지배.
외경 삼세의 토벌.
그리고 제국 최고의 숙원이나 다름없던 마역과 마왕의 격멸까지.
이 신화적인 업적을 모조리 이룩한 자가 바로 시온이었으니까.
영겁제 오르렐리온 칸 아그네스 이후로 가장 강력한 황권을 손에 쥔 자이자 제국을 최전성기로 이끌어낸 황제.
그렇기에 제국민들 사이에서는 시온을 신격화하는 동시에 영겁제와 같은 ‘칸’이란 칭호를 부여하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제국민의 추앙을 받는 시온은 현재,
“꺄하하! 자, 한 번 마셔 봐!”
백성궁에서 다른 전쟁의 주역들과 함께 앞에 놓인 찻잔에 담긴 진한 녹색의 액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이이이인짜 맛있을 거야! 민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마실 수 있도록 내가 특별히 만든 음료야!”
그런 사람들을 기대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감 있게 가슴을 내미는 리우시나.
그 모습은 종말의 마녀보다는 민트의 마녀라고 하는 게 더 어울렸다.
“어이쿠! 벌써 회의 시간이 다 되었군요!”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벌써부터 코끝을 찌르는 민트향에 기겁하며 몸을 일으키는 티에리.
“저희도 이제 곧 기도 시간이었죠?”
그 옆에서 성녀 엘리시스가 출입문을 찾듯 황급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앉아.”
보랏빛 촉수를 소환해 그런 그들을 강제로 자리에 앉힌 리우시나가 활짝 웃으며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기 시작한다.
“일단 마셔 보라니까.”
“으아악! 마녀가 사람을 죽인다!”
“안 죽는다고!”
“…….”
시온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앞에 놓인 찻잔을 슬그머니 옆으로 밀어내었다.
‘슬슬 정리되어 가는군.’
그런 시온의 생각대로 제국은 빠르게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마역과의 전쟁에서 거의 완벽한 승리를 거둔 데다가 전장 또한 마역 안이었기에 제국이 실질적으로 입은 피해는 전무할 정도였으니까.
더불어 전쟁 전에 시온이 미리 뽑아놓은 프로스트 남매를 비롯하여 행정에 특화된 능력을 지닌 인재들이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제국을 더욱 빠르게 안정시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거침돌이라고는 전혀 없는 진행.
이대로만 간다면 아그네스 제국은 긴 평화를 누리며 번영하게 되리라.
하지만,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시온에게는 아직 남은 의문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정황상 아마 십중팔구 이곳에 계속 남아 있게 되겠지만, 아직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시온에게는 해야 할 일 또한 남아 있었다.
‘신들과의 계약 완수, 그리고…….’
그때,
“폐하, 오늘 이후의 일정입니다.”
시온의 앞에 놓인 민트 음료를 슬쩍 자신이 타온 커피와 바꾼 프레도가 다른 손으로 빽빽하게 글씨가 쓰여진 종이가 내밀었다.
바로 황제인 시온이 해야 할 일정들이 적힌 일정표였다.
“전부 취소해.”
하지만 시온은 그 종이를 보지 않은 채 찻잔을 들며 입을 열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에 프레도를 비롯하여 리우시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다른 사람들 또한 의문 어린 눈을 한 채 시온을 바라보았다.
“가야 할 곳이 있거든.”
“갑자기 말입니까? 대체 어디를 가시려고…….”
그런 사람들을 향해 슬쩍 웃은 시온의 입에서,
“세상 끝.”
하나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 * *
그리고 정확히 3일 후.
거인 대군락에서 한참을 더 위로 올라가야지만 도달할 수 있는 세계의 북극.
그러한 북극의 최중심부에서 시온은 홀로 눈밭에 서 있었다.
공기조차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와 눈보라로 인해 새하얗게 변하는 시야.
생명이라고는 전혀 살 수 없는 극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온은 미동조차 없이 물끄러미 앞쪽의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그 자리에 있었을까.
“이제 열어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시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쩌억!
눈앞의 공간이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