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컨셉샷
“초록님한테 답장이 왔어요!!”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한 마디.
소름이 올라오는 감각과 함께 조은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누구한테요?”
“초록님이요. 연두튜브 초록님!”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구나.
그런데 잠깐. 침착하게 생각하고 나니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편집자님, 왜 이렇게 오버하시는 거지?
‘그야, 처음이 아니잖아.’
초록님한테 답장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전에도 몇 번 메일을 보낸 적 있었으니까.
그럴 때마다 답장은 돌아왔다.
‘.. 거절이었지.’
거절의 의사가 담긴 답장. 이해할 수 있었다.
연두튜브만 봐도 초록님이 엄청나게 바쁜 시기라는 건 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냉정히 말해 자신과 협업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유명 작가도 아니고.’
그밖에 어필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꼽자면 간절한 마음일까.
허나 그건 초록님과는 일절 관계없는 개인의 사정과 감정일 뿐이었다.
텍스트로 전할 수 있는 요소도 아니고.
그렇기에 오히려 감사했다.
거듭되는 제안에도 늘 거절 답장을 보내주는 게.
동화작가로 일하며 굉장히 많은 거절을 당했다.
‘출판사한테도 그랬고.’
협업 제안을 할 때도 거절은 숱하게 당해 그 수를 셀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속상한 거절이 존재했다.
아무 응답도 없는 것.
공 들여 건넨 제안에 한 줄의 답장도 돌아오지 않을 때.
그때의 심정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고마웠다. 형식적으로나마 거절을 해 주는 게.
‘며칠 전이었더라.’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편집자님과 함께 초록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아주 많이 보낸 건 아니지만, 더 보내는 건 민폐라고 생각했다.
즉,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메일에 대한 답장이 온 거겠지.’
그런데 뭘까.
편집자님의 반응이 평소와 너무 달랐다.
거절 답장을 확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평소의 모습과는.
‘설마…’
그에 따라 두근거리는 심장.
조은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왔는데요? 초록님한테.”
편집자 서하늘의 입가에 씩 번지는 웃음.
그 웃음의 의미는 이어지는 말을 듣고 바로 알 수 있었다.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한 마디였다.
“보고 싶대요. 작가님 원고.”
“…!”
조은서는 뭐라 소리도 못 내고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까 올라오다 만 소름이 전신으로 번졌다.
입을 연 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다.
“.. 진짜요?”
“흐흐.”
“진짜예요? 장난이면 저 진짜 진심으로 화 낼 거예요.”
“작가님 화내는 것도 한 번은 보고 싶긴 한데……”
“…”
금세 울상이 된 조은서.
더 장난치면 울겠다 싶어 서하늘이 재빨리 말을 정정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이런 걸로 작가님한테 장난을 칠 리가 없잖아요.”
서하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조은서가 얼마나 초록님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했는지. 얼마나 팬인지.
그걸 알면서 이런 장난을 칠 수 있을 리 없었다.
“정 못 믿겠으면 보여드릴게요. 잠깐 노트북 좀 빌려주실래요?”
“아, 아니에요! 믿어요! 당연히 믿죠…”
“푸흣.”
말과는 정반대로 노트북을 슥 내민다.
“잠깐 로그아웃 할게요.”
“네..”
바로 서하늘은 출판사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화면에 떠오른 쪽지함.
[안녕하세요.]클릭과 동시에 내용이 떠올랐다.
-보내주신 쪽지는 잘 읽었습니다. 먼저 조은서 작가님의 신작 동화 원고를 보고 싶습니다. 그 후에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제안 감사드립니다.
네 줄로 구성된 쪽지.
평소의 거절 메일보다도 내용이 짧다.
그러나 그 임팩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저기.. 작가님?”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는 조은서.
결국 편집자가 말했다.
“마음은 알지만 아직 좋아하긴 일러요.”
“아…”
조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자님 말대로 좋아하기는 일러도 너무 일렀다.
아직 원고를 보여주기도 전인데.
‘그리고.. 쪽지의 세 번째 줄.’
원고를 본 후에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는 말.
좋게 말해서 이야기지,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나눌 것조차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원고였다.
“편집자님. 바로 보내드려야 할까요? 원고.”
“꼭 바로는 아니겠지만, 빠를수록 좋긴 할 거 같아요.”
“알겠어요. 그럼……”
완성되긴 했지만 최대한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늦어도 오늘 안에는.
의도를 파악한 편집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힘내세요, 작가님!”
“감사해요.”
삐그덕.
그렇게 조은서의 분투가 시작됐다.
***
‘좋아.’
영상 편집을 완료했다.
강원도 여행 시리즈를 끝내고 바통을 이어받은 크리에이터 파티 시리즈.
파티 내내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촬영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시리즈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1탄과 2탄이 전부긴 하지만.’
지금 편집을 끝낸 건 1탄이었다.
파티의 시작부터 ‘쇼미 더 댄스!’의 일부가 들어가 있는.
일부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춤추는 부분은 안 넣었거든.’
의도적으로 배제한 건 아니다.
열심히 편집하다 보니 분량이 너무 많아져 끊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따라서 내 춤은 2탄의 시작을 장식할 예정이었다.
‘고민의 여지가 없기도 하고.’
만약 그 영상을 나만 가지고 있었다면 진지하게 넣을까 말까 고민했겠지만.
이제는 딱히 의미가 없었다.
왜냐고? 어차피 볼 사람은 이미 다 봤으니까.
파티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생방송으로도 그렇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파티 장면은 이미 다른 크리에이터에 의해 공개된 상태였다.
SNS를 통해서든, 유투브를 통해서든.
파티에서 그런 춤사위를 벌인 이상 감당해야 하는 문제였다.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엄청났다.
“으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장육부가 오그라들어 꼬이는 느낌이다.
새로운 수식어가 내 앞에 잔뜩 붙었다.
춤신 초록, 춤짱 초록, 원더하준에서 이름만 바꿔 원더초록 등등.
‘.. 아니잖아.’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진심이 아니라 놀리기 위해 붙인 수식어라는 건.
어쨌든 이제 와서 후회하고 은폐하려 해 봐야 소용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
‘그냥 올리자.’
그래서 그냥 올리기로 했다.
뭐, 다행히 이번 영상에는 딱히 그런 부분은 없었다.
우리 연두의 귀여운 댄스까지만 나오니까.
‘역시 난리가 났지.’
연두의 춤은 여기저기서 이미 엄청난 화제를 끌고 있었다.
하준이와 함께 춘 커플댄스, 아니 남녀댄스도 그렇고.
그 뒤에 춘 단독 아기상어 춤도.
‘봤을지도 몰라.’
워낙 화제가 돼서 시골에 있는 감자소년 선동이도 봤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아마 속앓이 꽤나 했을 거 같은데.
상상하니까 뭔가 귀엽네. 그 장난꾸러기 꼬맹이녀석.
툭.
피식 웃으며 영상을 업로드했다.
[연두의 유투브 크리에이터 파티!(feat. 쇼미더 댄스!)]***
툭.
화면에 사이트가 떠올랐다.
파스텔톤의 배경과 완벽한 케미를 뽐내는 두 아이의 사진.
두 아이는 다름아닌 연두와 시은이였다.
팬들인 연두부가 좋아하는 케미가 여러 개 존재했다.
초연 케미는 굳이 말하기도 입 아프고.
연두와 주연이를 합해 연주 케미, 연두와 우영이 조합을 일컫는 연우 케미.
가만 보면 우영이가 의외로 인기가 많았다.
‘츤데레 캐릭터가 잡혀서인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녀석과 나의 케미도 많이 언급됐다.
초록의 ‘초’와 선우영의 ‘선’을 따서 초선 케미라고 부르던데.
볼 때마다 굉장히 낯부끄러워지는 명칭이다.
‘그 밖에도.’
동건이와 예림이, 범재, 그리고 빠트려서는 섭한 누렁이까지.
연두부가 미는 수많은 케미가 존재했다.
다만 쉽게 자리를 넘볼 수 없는 근본 넘치는 케미가 하나 있었다.
‘시은이.’
바로 시은이가 속한 케미였다.
케미가 돋보이면 코인이 상승한다고 하고 잘 나오지 않으면 하락한다고 하는데.
연두와 시은이를 일컫는 연시 케미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매 영상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니 말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나름 연두튜브의 초창기부터 등장한 시은이였다.
더군다나 부정의 여지가 없었다. 연두와 시은이가 그만큼 잘 어울린다는 건.
시은이의 존재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시초 케미를 좋아하는 연두부도 상당히 많았다.
시은이의 ‘시’와 초록의 ‘초’를 합한 시초 케미.
의도한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시은이가 연두튜브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연시 케미 및 시초 케미를 보여달란 댓글이 많았다.
마침 예정되어 있었다.
눈앞에 보고 있는 화면과 관련이 컸다.
[이든]연두와 시은이를 모델로 하고 있는 이든.
어느새 추운 겨울이 지나갔다.
그에 따라 사이트는 봄에 맞춰 개편된 상태였다.
‘우습지만.’
연시 케미를 보고 싶은 연두부들이 찾는 장소이기도 했다.
영상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계속 업데이트되는 연시를 볼 수 있으니까.
나 역시 현재 채우고 있는 중이다. 연시성분을.
‘.. 내일인가.’
그리고 내일은 더 듬뿍 채워질 예정이다.
왜냐고? 이든의 촬영 일정이 잡혀있으니까.
평소 촬영보다 더 기대가 됐다.
‘그냥 옷이 아니니.’
내일 촬영할 옷은 대망의 신상이었다.
이든 사장님이 장인정신을 다해 디자인했다는 신상 원피스.
물론 이든의 옷은 전부 예뻤다.
‘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고민없이 원피스를 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내게 임팩트는 컸다.
범재가 선물했던, 처음으로 연두에게 입혔던 연두색 원피스는.
‘어떠려나.’
이번 원피스는 어떤 모습일지 무척 기대가 됐다.
아마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의 한켠은 채워지게 되겠지.
그 원피스를 입은 연두와 시은이의 사진으로.
‘사진가는 나고.’
일을 쉬고 있는 만큼 열의를 불태워 볼 생각이다.
A컷 중에 A컷을 찍어주지.
그렇게 혼자 다짐하며 나는 이든 창을 닫았다.
***
다음날 아침.
이든 작업실로 향하기 전, 시은이와 세연씨를 차에 태웠다.
뒷자리에 탄 세연씨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네, 안녕하세요.”
“오늘 고마워요. 도와줘서.”
“에이, 뭘요.”
오늘은 시간이 빈다고 도우미를 자처한 그녀였다.
촬영을 여러번 해 본 결과, 도와줄 사람이 한 명은 꼭 필요했다.
특히나 오늘은 더더욱 그렇고.
“시으나!”
“보고 싶었어, 연두야!”
“연두도…”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둘.
연두 앞에서만 나오는 시은이의 말투가 돋보인다.
어디 보자.
“안녕, 시은아.”
혹시나 해서 인사를 건넸지만.
“안녕하세요.”
역시나 언제나처럼 시크한 인사가 돌아온다.
뭐, 이게 시은이 매력이지.
그래도 신나 보이니까 다행이다.
“그럼 출발합니다.”
“네!”
부웅.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이든 작업실.
오준석이 밝은 웃음을 띠며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와, 연두야, 시은아!”
“안녕하세여..!”
한편 신세연은 낯선 표정으로 내부를 둘러본다.
그럴 만도 했다.
세연씨는 작업실에 오는 게 처음이니까.
잠깐 대화를 나눈 뒤 오준석이 말했다.
“참. 옷을 아직 안 보여드렸네요.”
“아, 네.”
바로 오준석이 옷을 가져왔다.
툭.
“와..”
보자마자 감탄사가 나오는 옷이었다.
색감도 그렇고 펼쳐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디테일까지.
빨리 입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예쁘네요.”
“허허, 다행이네요.”
이후 원피스 외에도 오늘 촬영할 여러 옷을 건네받았다.
오준석이 웃으며 물었다.
“거기로 가시는 거죠?”
“네.”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신세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거기가 어디예요?”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세연씨한테 촬영 장소를 말해주지 않았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평소랑 다르게, 좀 특별한 장소에서 촬영할 생각이에요.”
“특별한 장소요?”
“네.”
“.. 그게 어딘데요?”
“스튜디오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특별한 장소가 아니겠지만.
평소 야외에서 촬영을 하는 우리에게는 특별한 장소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늘 특별한 촬영을 할 예정이었다.
앞에 서 있는 연두와 시은이.
둘의 연시케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스페셜한 촬영을 말이다.
‘사실.’
오늘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신상 원피스가 전부가 아니었다.
세연씨는 미처 보지 못한 거 같은데.
사장님이 건넨 옷들 중에 필살기가 숨어있었다.
‘정장.’
사장님이 제작한 아이들 맞춤 정장.
이미 머릿속에는 어떤 컨셉으로 촬영할지 구상이 완료된 상태였다.
스튜디오는 그걸 구현하기 위한 장소였다.
그래. 컨셉샷이었다.
오늘 마음 먹고 찍어볼 생각이었다.
연두와 시은이의 매력을 한껏 뿜뿜할 컨셉샷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