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중독
“안 해요, 후회같은 거! 빨리 알려주세요!”
연두튜브가 뭔지 알려달라는 선동이의 말.
알게 되면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는 내 경고에도 기어코 그 속으로 발을 내딛는 선동이였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얘기해 줘야지.’
나름 연두튜브의 출연 경력도 있는 선동이 아닌가.
연두부 사이에서는 감자소년이라 불리는 꽤나 인지도 높은 캐릭터(?) 중 하나이고.
그러니 알 권리는 충분했다.
잠깐 댓글을 보는 건 미뤄두고 나는 입을 열었다.
“선동아.”
“네.”
“일단 유투브가 뭔지는 알아?”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아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시골 아이라고 유투브를 모를 거라는 편견은 좋지 않았다.
선동이 역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활용하는 빈도 수가 낮긴 하지만, 영상을 본 적은 종종 있다고 하니까.
“근데 잘 안 봐요.”
“왜?”
“별로 재미없어서요. 밖에서 노는 게 훨씬 재밌으니까.”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했다.
요즘 듣기 힘든 선동이의 멘트에.
유투브 크리에이터로서의 마음가짐은 아닐지 몰라도, 나는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때는 그게 자연스러웠는데.’
또다시 등장한 라떼 화법.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는 게 자연스러웠던 과거와 달리, 영상 매체가 발달한 지금은 선택지가 많아졌다.
유투브만 해도 볼 수 있는 게 넘치도록 많지 않은가.
물론 유투브를 보는 걸 결코 반대하는 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연두튜브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겠지.
내 생각은 간단했다.
균형.
내부 활동과 외부 활동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거다.
특히나 무럭무럭 커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방에서 하루종일 영상매체만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은 건 확실했다.
아빠가 되고 나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건강하게 크길 바라니까.’
전에는 몰랐다.
과거에 아빠가 하던 ‘건강하게만 크면 된다, 주원아.’라는 말의 의미를.
우습지만 그 말을 듣고 생각하곤 했다.
나는 지금 완전 건강한데 왜 자꾸 그러는 거지?
‘이제는 알아.’
역시 뭐든지 그 입장이 되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바랐다.
연두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크기를.
어두운 과거가 있는 연두이기에 더욱 간절하게 바라는 소망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도 그렇듯 앞으로도 쭉 그럴 생각이었다.
연두를 새로운 장소에 데려가고,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현재 모습 그대로 밝고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쓰담. 쓰담.
빙긋 웃으며 나는 선동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놀란 녀석이 입을 뗀다.
“뭐, 뭐에요!”
“기특하네. 맞지. 밖에서 뛰어놀아야지. 아유, 착하다.”
“엄마같이 왜 그래요!”
우쭈쭈 화법에 당황한 선동이.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원래 부모 마음은 다 같은 거야, 요 녀석아.
“빨리 알려주세요. 연두튜브가 뭔지.”
괜찮을 거 같았다.
선동이의 세계 속에 연두성분을 살짝 첨가해주는 것 정도는.
살짝으로 받아들일지가 문제긴 하지만.
“그래. 연두튜브가 뭐냐면……”
한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연두튜브는 나랑 연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채널이고 연두의 여러 모습이 담겨있다는 걸.
말로는 한계가 있었다.
예시를 하나 들어줄 필요가 있을 듯했다.
“하나 보여줄까?”
끄덕. 끄덕.
격하게 고개를 선동이.
굳이 고를 필요 없이 나는 가장 최근 영상을 클릭했다.
아직 댓글창을 보지 못한 영상이었다.
[단비음악대의 축가(feat. 초록’s teacher)]영상을 보여주기에 앞서 간단한 배경 설명도 덧붙였다.
“저번에 어린이집에 가서 본 연두 친구들 기억하지? 시은이랑 레나.”
“아, 네!”
기억하는 게 확실해 보이지만 굳이 한 번 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선동이 네가 너무 예쁘다면서 눈 돌렸던 여자애 두 명.”
“…?”
띠용 커진 눈으로 녀석이 소리친다.
“눈 안 돌렸거든요!”
“하하, 그래. 아무튼. 연두가 그 두 친구랑 같이 만든 음악대가 있거든.”
“.. 음악대요?”
“응. 단비음악대라고.”
중얼거리는 녀석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번에 아저씨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결혼을 하셨는데, 단비음악대가 축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야.”
“네.”
표정을 보니 이해한 거 같았다.
그럼 지체할 이유는 없다.
곧바로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어!”
바로 화면 속에 들어오는 연두와 시은이, 그리고 레나.
셋이 무대에 올라간 시점에서 시작하는 영상이었다.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진다.
“아, 참! 축가를 시작하기 전에 신랑신부에게 전할 말씀이 있는데요. 초록님의 부탁입니다!”
“초록님은 나야.”
화면에 눈을 고정한 선동이에게 얘기해줬다.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그 사이에도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됐다.
“아이들이 부르는 축가에 맞춰 신랑신부는 노랫말에 맞는 연기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요.”
“예. 예?”
타이밍에 맞춰 클로즈업한 연출.
그에 따라 내 돌발적인 부탁으로 세상 당황한 수찬쌤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다시 봐도 웃기네, 이 장면은.
“주, 주원이 너!!”
“흐흐.”
당시의 내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었다.
결국 체념하는 선생님.
그 뒤에 단비음악대의 축가가 바로 시작된다.
‘포인트가 대체 몇 개야.’
편집을 위해 셀 수 없이 돌려본 영상이지만 다시 봐도 어김없이 웃음이 번진다.
킬링포인트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푸르르르.”
주연이에게 배운 입 풀기를 마이크에 대고 한 뒤 수줍어하는 시은이.
서로 눈을 맞춘 뒤 연두의 연주로 시작하는 무대.
벌써부터 선동이의 입은 헤 벌어졌다.
뚜둔. 뚠.
곧이어 바이올린 소리가 섞여든다.
웅성거리는 하객들의 목소리에서 현장감이 느껴진다.
허나 아직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나오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시은이가 노래를 시작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등장하니까.
바로 지금 말이다.
“비 내리는 날엔~ 우산이 돼 주고~ ♪”
이 순간만큼은 연시레가 아닌 왼쪽을 주목해야 했다.
가사에 맞춰 엉거주춤 움직이는 수찬쌤을.
커다란 두 팔을 들어, 마치 우산처럼 신부의 머리 위를 감싼다.
“와!”
“멋있다!”
“홍수찬! 홍수찬!”
열렬한 환호성.
영상을 보는 선동이의 입꼬리가 절로 상승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해 못한다 해도.’
결혼식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해도 상황 자체로 웃음을 감출 수 없는 장면이었으니까.
달달하면서도 재미있는 장면.
그 뒤에도 수찬쌤의 쇼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프하하!”
얼마 뒤 선동이는 대놓고 웃으며 즐기기 시작했다.
연시레의 무대에 감탄하다가도 신랑신부의 연기에는 헤벌레 웃다가 폭소를 터트린다.
이런 선동이만 봐도 벌써부터 감이 왔다.
댓글창 반응이 어떨지.
그렇게 축가가 진행되다가 무대가 끝나갈 무렵 등장하는 그 장면.
“메리 미 달링~ 나랑 결혼해 줄래요~ ♪”
약속이라도 한 듯 그 뒤에 이어진다.
하객들의 외침이.
“뽀뽀해!”
“키스해! 키스해!”
끝내 한 발자국 먼저 내딛는 신부와 용기를 내는 수찬쌤.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
영상 때문이 아니라 완전히 과몰입한 선동이의 표정을 보고.
꼭.
빨개질 정도로 양손을 꼭 움켜쥔 채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몰입을 깰 수는 없으니 가까스로 웃음은 참아냈다.
눈도 가리지 않았다.
‘전에 말했듯.’
이건 교육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에 대해 알려주는 사전교육.
즉, 전체이용가라는 뜻이다.
툭.
맞닿는 신랑신부의 입술.
그 장면을 본 선동이의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연두튜브에서 처음 본 영상을 통해 키스라는 녀석을 알게 돼 버린 선동이였다.
‘그나저나 이 녀석.’
안 들킬 줄 알았겠지만 나는 똑똑히 봤다.
수없이 본 만큼 화면보다는 영상을 보는 선동이의 반응을 주시해서 봤거든.
그런 와중 녀석의 시선이 가장 많이 향한 곳.
말할 것도 없이 연두였다.
왼쪽으로 이동했다가도 여지없이 눈동자는 연두가 있는 방향을 찾아가곤 했으니까.
틱.
아름다운 키스로 마무리된 영상.
녀석은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한동안 얼어붙어 있더니 눈을 한 번 깜빡이고선 말했다.
“아저씨..”
“응.”
“또 있어요?”
세상 진지한 물음.
영상 하나로 이미 헤어나올 수 없게 돼버린 선동이였다.
***
본의 아니게 뒤늦게 본 댓글창.
선동이의 반응을 보고 생각했듯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드디어 올라왔다.. 단비음악대의 축가…
┖보기 전부터 웃음이 나오는 건 왜일까.
┖뭘 새삼스럽게 ㅋㅋ 저는 알람 떠 있을 때부터 웃기 시작함.
┖원래 연두튜브 들어갈 때는 바보 될 준비하고 들어와야 됨. 바보처럼 웃게 되니까 ㅎㅎ
┖저는 그냥 연두튜브 보고 나서 웃음이 많아짐.
┖다 해피바이러스 걸렸네 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선리플 후감상 댓글이 포진되어 있었다.
웃음으로 단결된 연두부.
그 댓글들을 보니 나 역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중독됐나 보네.’
나도 연두부처럼 해피바이러스에 중독된 모양이다.
본격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댓글들.
이제는 영상을 본 뒤 연두부들이 남긴 댓글이었다.
-하, 진짜.. 짜릿하다.
┖진짜 세상 달콤해 ㅠㅠ 연시레의 축가
┖케미 폭발한다.. 단비코인, 과연 그 끝은 어디인가…
┖언니를 가져, 얘들아 ㅠㅠㅠㅠ
┖ㄹㅇ 세상에 하나뿐인 축가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완벽하자나!!
┖사랑스럽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하트1:
-진짜 세계관 최강자의 싸움이다 ㅋㅋ
┖뭐가요?
┖연시레가 쇼핑몰 모델인 이든 사장님 vs 연시레의 축가를 받은 초록님 미술선생님
┖앜ㅋㅋㅋㅋㅋ 뭔가 했더니
┖이렇게 하고 보니 진짜 미쳤네 ㅋㅋ 누가 더 엄청난 전생을 가진 걸까.
┖일단 두 분 다 행성이 아닌 은하 단위로 구한 건 확실함.
┖은핰ㅋㅋㅋㅋㅋㅋㅋㅋ
난데없이 등장한 vs 논쟁.
여기서 이든 사장님이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그와 별개로 웃음이 나왔다.
‘전생까지 논할 일이냐고.’
아래로도 쭉 누구의 전생이 더 엄청났을지에 대한 논쟁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가관이다.
두 분 다 댓글창 속에서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엄청난 존재로 재탄생한 상태였다.
물론 전생 한정이긴 하지만.
-초록님 아이디어 미쳤다..
┖ㄹㅇ 이건 초록님 아이디어 캐리 ㅋㅋ
┖나만 신랑분 귀엽냐.
┖ㄴㄴ 덩치는 곰인데 수줍어하는 거 너무 큐트하자너 ㅋㅋㅋ
┖아 ㅋㅋ 이게 결혼이지
┖누군가 결혼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거든, 고개를 들어 연두튜브에 올라온 축가 영상을 보게 하라.
┖ㅇㅈ. 이건 교본으로 써야 된다.
보다시피 하나같이 좋은 댓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애초부터 엄청난 조회수가 찍혀있었다.
이거 큰일이네.
‘너무 유명해지시겠는데.’
간접적이긴 하지만 수백만 앞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었다.
우리 결혼했다고.
연두튜브의 공식 부부가 된 수찬쌤과 정윤쌤이었다.
***
댓글창을 확인하고 난 뒤에 나는 작화를 시작했다.
사각. 사각.
소녀와 환상의 숲.
전에 말했듯 이제 작화는 막바지 단계였다.
곁가지를 제외하면 큼지막한 에피소드는 하나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곧이야.’
멀게 느껴지던 이야기의 완성이 이제는 코앞이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잘 마무리짓는 게 나와 우영이의 숙제였다.
한동안 내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렇게 목표한 분량의 작화를 끝내고 펜을 내려놓을 무렵,
“아!”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슬슬 연두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된 것도 있지만 그걸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잊은 건 다름아닌 선동이였다.
노트북을 건네주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너무 작화에 몰입한 나머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그나저나.’
뭘 하는데 이렇게 미동도 없지.
순간적으로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노트북을 준 것과 관련이 있었다.
“아저씨.. 또 있어요?”
축가 영상을 본 뒤에 묻는 말에 노트북을 켜서 영상을 재생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더 봐도 되냐길래 그러라고 했지.
나도 작업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설마.. 아직까지?’
노트북을 놓아준 건 거실 테이블 위였다.
그 후로 꽤나 긴 시간이 흘렀고.
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툭.
테이블에 앉아있는 선동이의 뒤통수.
아직 뭘 보고 있는지, 노트북 화면은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스윽.
노트북 화면에 앞서 헤벌레 웃고 있는 선동이의 옆태가 먼저 보였다.
문득 댓글창에서 본 표현이 떠올랐다.
연두튜브를 보면 짓게 된다는 바보같은 웃음.
팟.
이윽고 눈에 들어왔다.
화면 속에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하, 하하..”
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실소.
그제야 소리를 들은 건지 선동이가 뒤를 돌아본다.
“어, 아저씨!”
“선동이 너……”
완전히 연두성분에 빠져버린.
아니, 빠지다 못해 중독되어버린 감자소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