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31)
화. 연두의 계란프라이
곧바로 나는 수정작업을 거쳤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다른 부분은 건드릴 필요 없이, 음악이 삽입되는 부분만 수정하면 됐으니까.
‘그래. 정확히 이 부분.’
첫 영상의 경우는 선동이의 비밀장소에 들어가는 시점부터였다.
원래 있던 ‘BGM’을 제거한 뒤에 삽입했다.
연두의 자작곡인 ‘밤하늘, 별’을.
‘.. 됐다.’
놀랍게도 끝이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이제 이 간단한 작업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틱.
영상을 처음으로 돌려두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영상의 도입부, 선동이의 비밀장소에 가는 길이 담겨있다.
아직 음악은 흐르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쓰는 게 아니니까.’
음악은 적재적소에 활용할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장면이 흘러갔다.
레나가 유리의 손을 잡아주고, 비밀통로로 아이들이 엉금엉금 기어오고, 그렇게 모두 들어온 뒤에 비로소 펼쳐진다.
하늘에 있는 별무리가.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아주 조금 뒤였다.
달칵.
조명이 꺼지는 순간.
손전등을 끄는 타이밍에 맞춰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어때, 연두야?”
“네?”
“하늘. 더 예뻐지지 않았어?”
은은하게 빛을 내는 밤하늘과 함께 연두의 표정이 교차한다.
“.. 네. 진짜 예뻐요……”
신기한 일이다.
편집하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 장면이었다.
그런데 음악을 바꾼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줬다.
솔직히 생각 못했다.
이 정도로 잘 어울릴 거라고는.
‘.. 당연한 건가.’
어쩌면 어울리는 건 당연했다.
‘밤하늘, 별’은 정확히 이 순간을 생각하며 연두가 만든 곡이니까.
다음도 마찬가지였다.
영상과 곡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긴 했지만.
연출도 그렇고.
‘톰과 제리를 보면 알 수 있지.’
제리가 톰을 맞닥뜨리고 도망칠 때마다 세상 긴박한 ‘BGM’이 흐른다.
비슷한 연출이었다.
이번에도 연두의 자작곡인 ‘선동이오빠의 도망’은 찰떡같이 어울렸다.
반칙을 쓰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편집자 지원자들에게 이 음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나 생각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랬다면 판정이 훨씬 어려웠을 거다.
그만큼 음악이 발휘하는 효과는 강력했다.
“후우..”
수정을 마쳤다.
먼저 업로드할 건 선동이의 비밀장소 영상이었다.
순서상으로는 납량특집 영상이 먼저긴 하나, 크게 신경써야 할 요소는 없었으니까.
잠깐 마우스 커서가 멈췄다.
‘.. 음악의 출처.’
잠깐 고민한 끝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당장은 말이다.
오해할까 봐 말하자면 연두 허락 없이 무단으로 쓰겠다는 건 아니다.
어차피 출처는 밝혀지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연두부들의 반응을 먼저 보고 싶었다.
‘그 다음에 밝혀도 늦지 않으니까.’
궁금했다.
연두의 자작곡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연두부가 있을지.
만약에 있다면 상을 줘야 할 정도다.
처음 들었을 때 아빠인 나조차 바로 알아차리치 못한 걸 알아차리는 셈이니 말이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클릭했다.
[돌아온 선동이의 비밀장소!(feat. 밤하늘, 별)슬쩍 끼워넣은 자작곡 이름.
뭐, 이 정도로는 아무도 짐작 못할 테니 상관없겠지.
빙긋 웃으며 창을 닫았다.
***
이른 아침.
아니, 완전히 아침이라기에는 새벽과 경계선에 있는 시간대였다.
아주 가끔 있었다.
주원보다 연두가 먼저 눈을 뜨는 날은.
보통은 그럴 때에 다시 잠들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
연두 스스로도 놀랐다.
눈을 뜨고 난 직후인데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는 사실에.
꼬물꼬물 연두는 이불 안에서 빠져나왔다.
“.. 헤.”
곤히 잠에 든 아빠를 보며 한 번 웃은 뒤에 방을 나섰다.
그런 연두를 반기는 건 누렁이였다.
“.. 냐아?”
누렁이도 놀란 걸까.
주원이 아닌 연두가 먼저 나왔다는 게 신기하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연두는 생긋 웃으며 입을 뗐다.
“누렁아..”
자연스레 연두는 누렁이의 밥그릇을 확인했다.
텅 비어있었다.
“하나도 없네……”
어제 자기 전에 줬는데 그 사이에 다 먹은 모양이다.
그릇 앞에 가만히 멈춰있는 걸 보니 밥을 달라는 거 같았다.
연두는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 읏.”
손을 쭉 뻗어서 사료봉투를 꺼냈다.
그 뒤에 지퍼백을 열어서 그릇에 사료를 담아줬다.
“많이 먹어, 누렁아!”
“냐아..!”
누렁이는 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사료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런 누렁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연두는 무언가 떠오른 듯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윽고 시선은 부엌을 향했다.
그대로 연두는 일어나서 목적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냉장고 앞이었다.
“.. 계란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계란이었다.
연두는 알고 있었다. 아빠가 계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래서일까.
“아침!”
계란을 활용해서 아빠한테 아침을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여덟살.
호기심 하나만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 호기심 때문에 때로는 다치기도 하지만,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연두가 계란 두 개를 손에 쥐었다.
톡.
부엌 위에 올려둔 뒤에 다시 냉장고로 가서 하나를 더 꺼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빠는 많이 먹으니까 하나로 부족할 거 같아서였다.
“……”
잠깐 버퍼링에 걸린 연두.
그럴 만도 했다.
한 번도 혼자서 식사를 준비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아빠와 함께 준비한 적은 있지만.
그래도 그 경험이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감을 잡게 만들어줬다.
꾹.
인덕션 코드를 꼽은 뒤에 전원 버튼을 눌렀다.
아빠가 하는 걸 매일같이 봤기에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불이 들어오는 인덕션.
어느새 밥을 다 먹고 빤히 바라보고 있는 누렁이를 향해 말했다.
“위험하니까 가까이 오면 안 돼, 누렁아..!”
언니미 뿜뿜 멘트.
그러나 연두는 몰랐다. 누렁이뿐 아니라 자신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여덟살 아이가 혼자서 불을 사용하는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허나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연두의 머릿속에는 아빠에게 맛있는 아침을 해 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오늘은 계란프라이를 해 볼 거에요..!”
셰프 이호연을 따라하는 주원을 따라하는 연두.
다행히 어려운 요리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가스레인지가 아닌 인덕션이라는 것도 위험성을 낮춰주는 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하긴 했지만.
드르륵.
연두가 의자를 인덕션 앞으로 끌어왔다.
매번 아빠와 함께 설거지를 할 때 키높이를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의자였다.
의자 위에 올라가니 얼추 높이가 맞았다.
삐.
인덕션에 불이 들어왔다.
프라이팬을 올린 뒤에 연두는 서랍 안을 뒤적이더니 병 하나를 꺼냈다.
기름이 든 병이었다.
어깨너머로 배워 요리의 기본은 알고 있는 연두였다.
쪼르륵.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렀다.
그 뒤에 연두는 옆에 올려둔 달걀을 들어 프라이팬에 타격했다.
아빠는 이런 식으로 달걀을 깼으니까.
한 번에 깨지지 않는 달걀에 좀 더 힘을 실어 부딪히니 비로소 달걀 껍데기가 갈라졌다.
“우아…”
그대로 쏟아지는 달걀.
연두는 몰랐다.
달걀 속살과 함께 껍질조각 몇 개도 함께 쏟아졌다는 사실을.
그저 뿌듯할 뿐이었다.
아빠처럼 멋지게 달걀을 깼다는 사실에.
“히히.”
연달아 연두는 두 개의 달걀을 더 투하했다.
세 개 한번에 하기.
그 뒤에 폴짝 뛰어내려온 연두는 잽싸게 뒤집개를 가져왔다.
“.. 아!”
그러다 또 잊은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자에서 내려왔다.
얼마 뒤에 가져온 건 소금이었다.
“소금소금소금……”
효과음까지 내 가며 소금을 투척하는 연두.
무사히(?) 소금으로 간까지 맞춘 뒤에 연두는 다시 뒤집개를 들었다.
계란이 익어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아직 알 수 없었다.
연두가 준비하는 첫 아침식사의 행방은.
***
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었다.
‘.. 뭐지?’
알 수 없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한 얼굴로 뒤척이다가 나는 연두가 옆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
툭.
벌떡 일어나 문을 향했다.
문을 열고 나니 보이는 풍경에 나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연두야?”
뒤집개를 든 연두가 반대쪽 손에는 그릇을 들고 있다.
그릇 위를 응시했다.
자세히 보니 계란프라이처럼 보이는 것이 올라가 있었다.
뭐지, 이 상황은.
“아빠!”
연두는 세상 해맑은 얼굴로 나를 불렀다.
“계란프라이 했어여! 아빠가 좋아하는 계란프라이..!”
“……”
천천히 걸어갔다.
그제야 어떤 상황인지 대충은 감이 왔다.
나보다 먼저 일어난 연두가 아침을 준비한 거 같았다.
흘러나오는 실소.
다른 걸 다 떠나서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다친 곳은 없어, 연두야?”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계란프라이는 불을 써야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니까.
“.. 네에.”
생각한 반응과 달랐던 걸까.
조금 움츠러든 연두가 소심하게 손에 든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둔다.
어떤 마음인지는 알 거 같았다.
‘좋아할 거라 생각했겠지.’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다소 심각하게 반응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기분이 어떻냐고?
당연히 안 좋은 건 아니다.
어떤 마음으로 연두가 나를 위해서 아침을 만들어준 건지는 전해지니까.
허나 그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안전 문제니까.’
연두의 안전이 달린 문제였다.
큰 사고는 말할 것도 없고 손이라도 데었다면 엄청 속상했을 거다.
확실히 얘기해두지 않는다면, 다음에 똑같은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연두야.”
“네, 아빠..”
나는 쪼그려앉아 연두와 눈높이를 맞추고서 얘기했다.
“연두 마음 잘 알아.”
“……”
“아빠한테 맛있는 아침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거지? 아빠가 계란프라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연두가 만약 다치기라도 했으면, 아빠 마음이 엄청 아팠을 거야. 그냥도 속상한데 아빠한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려다 다친 거니까.”
“연두는.. 안 다쳤는데……”
“맞아. 하지만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거든.”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내가 연두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그 뒤에 덧붙였다.
“적어도 연두가 의자 없이 설 수 있을 때까지, 그때까지만 요리는 아빠랑 같이 하는 거로 하자.”
다행히 연두는 납득한 거 같았다.
그래도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한 번에 떨쳐낼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어.’
때로는 진지함이 필요하다.
진지한 얘기를 밝게 하는 건 말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을 우려가 있다.
그러나……
“자, 그럼!”
내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한 뒤까지 심각한 분위기를 가져갈 필요는 없다.
“우리 연두가 만든 계란프라이 맛 좀 볼까? 얼마나 맛있는지.”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비주얼은 괜찮았다.
예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계란프라이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잠깐만.
그런데 중간중간에 보이는 주황색은 뭐지?
‘……’
계란껍질이었다.
그럴 수 있다.
처음 해 보는데 이 정도면 훌륭한 거다.
슬쩍 옆을 보니 연두가 초롱초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먹어볼게?”
“네에..”
맛있게 먹어주고 싶었다.
따끔하게 말을 하긴 했지만, 연두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는 계란 프라이였으니까.
리액션을 장전하며 입 안에 넣었다.
“……?”
숨이 턱 막혔다.
하마터면 리액션을 장전한 것도 잊고 그대로 뱉어낼 뻔했다.
왜냐고?
잘게 씹히는 계란껍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무진장 짜다. 바닷물에 절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와.. 맛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장전한 리액션이 터져나왔다.
궁금했다.
지금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 진짜여? 진짜 맛있어여?”
연두가 웃는다.
웃는 걸 보니 사르르 녹는…… 게 아니라, 내 혀가 녹아내리는 거 같았다.
“다행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침울 그 자체이던 연두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내 리액션 하나로.
“많이 먹어요, 아빠..!”
피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솔직히 말했으면 모를까 이미 연기를 해 버린 상황.
적어도 더 먹는 시늉은 해야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여기서 솔직하게 짜서 못 먹겠다고 말한다면 연두가 얼마나 속상해하겠는가.
“히야.. 이건 너무 맛있어서 밥이랑 먹어야겠어.”
그나마 떠올린 긴급대책이었다.
바로 밥통을 열었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그나마 짠맛이 중화될 거 같았으니까.
아암.
중화는 개뿔.
입에 넣은 밥까지 짜게 느껴질 정도로 짰다.
그런 나를 배시시 웃으며 바라보는 연두의 모습에, 꾹 참고 계란프라이를 입 안에 욱여넣었다.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종지부를 찍은 건 이어지는 연두의 한 마디였다.
“연두도 먹어볼래여!”
“.. 응?”
“아빠 거는 두 개에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연두 몫이라는 거 같았다.
마침 하나 남은 계란후라이.
연두가 젓가락을 가져오는 동안,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연두가 이걸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내 선의의 거짓말이 들통날 거다.
다시 분위기는 침울해지겠지.
그러나 그런 것보다도 연두가 이 계란프라이를 입 안에 넣는다는 사실 자체가 가혹했다.
그렇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스윽.
젓가락으로 하나 남은 계란프라이를 통째로 들어서 입 안에 넣어버렸다.
자식의 짐은 부모가 짊어져야 하는 법이다.
맛있다.
그렇게 자가최면을 걸었지만 입 안은 이미 바닷물이었다.
침샘이 폭발한다.
“.. 응?”
마침 젓가락을 들고 온 연두가 그릇 위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계, 계란프라이가 사라졌어요..!”
“너무……”
고통을 참아내며 나는 말했다.
“너무 맛있어서.. 아빠가.. 아빠가 다 먹어버렸어.. 미안해, 연두야. 크흡.”
“아빠.. 울어여?”
“너무.. 미안해서……”
그런 나를 연두는 꼭 안아줬다.
“괜찮아여, 아빠! 연두는 안 먹어도 되니까 울지 마세여..!”
그렇게 훈훈하게(?) 끝이 났다.
여러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