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111)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112화
29. 전설이 된 거다! (3)
게시판이 터지거나 도배가 되거나 여아용 애니메이션을 중계하고 있었 다면, 이경훈은 지겹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메인터넌스 진행 중]
라는 정체불명의 문구는, 지금 이 상황이 예사 상황이 아니라는 걸 분 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이경훈이 생각했다.
‘이건 5초 후의 게시판에 보이는 게시판의 메인터넌스, 점검이 아니 다.’
이경훈은 확신했다.
‘지금까지는, 게시판에 문제가 생기 더라도 그 게시판이 무슨 사이트의 무슨 게시판인지는 알 수 있었다.’
지금처럼, 게시판이 어떤 게시판인 지조차 알 수 없지는 않았다는 거 다.
‘이 메인터넌스는 5초 후의 게시판 자체의 메인터넌스라는 거다.’
다른 상황보다 훨씬 성가시며…… 불안한 상황이다.
이경훈이 헛웃음을 치며 생각했다.
‘내내 잘 도와주더니, 하필이면 이 런 상황에……
1위 드래곤즈를 추월하기 직전이 며, 한국 프로 야구 리그 최다 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경신하기 직전이 다.
그러한 상황에서 5초 후의 게시판 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메인터넌 스에 들어가게 된 거다.
야속하다기보다는…… 어이가 없는 이경훈이 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미 루어보면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 같기는 한 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초유의 사태라 는 것을 생각하면…….
‘……모르겠다.’
아무리 고민해 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이경훈은 아주 잘 알 고 있다.
이경훈이 5초 후의 게시판 없이도 경기를 치를 각오를 했다.
‘이 메인터넌스라는 게 뭘 의미하 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끝 날 때까지 못 버틸 내가 아니다.’
5초 후의 게시판을 읽을 수 있는 상황만큼이나 익숙한 상황인 5초 후 의 게시판을 읽을 수 없는 상황에, 이경훈이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했 다.
‘일단…… 버펄로스의 선발 투수는
제이콥 다니엘이다.’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3선발로 밀 려났지만 지난 등판에서는 완봉승을 거둬낸, 버펄로스의 외국인 투수다.
지난 등판에서의 완봉승 덕분인지, 자신감 넘치는 상태다.
이경훈이 차분하게 생각했다.
‘경기 초반에는 5초 후의 게시판을 읽어서 잘 먹히는 구종을 확인하고, 그 구종 위주로 리드하려고 했지 만……
이렇게 된 이상, 이경훈이 직접 선 택하는 수밖에 없다.
타석에 선 엘레펀츠의 1번 타자를
살피며, 이경훈이 제이콥 다니엘에 게 낼 사인을 고민했다.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구를 잘 치는 타자다. 저번에 상대했을 때도 그랬 고, 최근 기록도 그렇다. 어중간한 코스로 들어오는 변화구를 던지게 하느니, 차라리 화끈하게 패스트볼 을 던지게……
[메인터넌스 진행 중]
비록, 5초 후의 게시판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경훈은 자신의 판단을 믿으면서
결정을 내렸다.
‘철저하게 패스트볼 위주로 간다. 첫 번째 타석인 만큼, 확실하게 눌 러주고 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이경훈의 패스트볼 사인에, 제이콥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쐐애애액…….
……펑!
“스트라이크!”
초구를 무사히 스트라이크로 잡아 내는 데 성공했다.
이경훈이 제이콥 다니엘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생각했다.
‘아까 불펜에서 받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좋은 구위다. 저번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덕분인지 볼을 뿌리 는 데 망설임이 한 치도 없다.’
전광판에 찍힌 147km/h라는 구속 역시, 제이콥 다니엘의 컨디션이 평 소보다 좋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되 었다.
하지만, 이경훈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 타자에게는 저번에도 패스트볼 위주의 리드로 삼진을 잡아낸 적이 있다. 여기서 한 번 더 패스트볼로 가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다.’
이경훈이 제이콥 다니엘에게 낮은 커브의 사인을 냈다.
‘다음 카운트를 잡기 위한, 보여주 는 볼로 버린다.’
쉬이 이 익.
……팡!
그렇게, 볼이 되는 느린 커브로 완 급 조절을 한 뒤.
쐐애애액…….
붕!
……펑!
“스윙!”
엘레펀츠의 1번 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원 볼 투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이경훈은 모처럼 만들어낸 유리한
상황을 놓치지 않았고.
‘하이 패스트볼!’
쐐애애액…….
붕!
……펑!
“스윙! 아웃!”
제이콥 다니엘에게는 자주 내지 않 는 하이 패스트볼 사인을 내며, 엘 레펀츠의 1번 타자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잡아냈다.
“원 아웃!”
이경훈이 검지를 들어 보이며 크게 외치곤 생각했다.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일 때만큼이 나 잘하기는 힘들겠지만…… 5초 후 의 게시판이 안 보인다고 아무것도 못 할 내가, 버펄로스가 아니다.’
5초 후의 게시판의 도움과 함께 이경훈과 버펄로스는 성장했다.
어쩌면, 5초 후의 게시판이 더 이 상 필요 없는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 른다고 이경훈은 생각했다.
‘……생각이 씨가 될라.’
이경훈이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곤 리드를 이어갔다.
쉬이이익…….
딱!
팡!
“아웃!”
엘레펀츠의 2번 타자에게는 커브를 결정구로써 사용하면서 유격수 플라 이 아웃을 유도해냈고.
쐐애애액
딱!
팡!
“아웃!”
엘레펀츠의 3번 타자에게는 포심 패스트볼을 볼이 되는 코스로 던져, 2루수 땅볼 아웃을 잡아냈다.
그렇게 이경훈과 버펄로스는 1회 초 수비를 실점 없이,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며 마쳤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이경훈에게, 버펄로스의 선발 투수인 제이콥 다 니엘이 다가와서 글러브를 들어 보 였다.
입에 달고 살던 그 말을 한국어로 하면서 말이다.
“고마워, 경훈!”
“레퍼토리 새로 짠 게 그거냐……. 나이스 피칭.”
버펄로스의 이경훈, 제이콥 다니엘 배터리가 버펄로스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에서, 누군가
가 크게 외쳤다.
“자! 역사를 바꿔봅시다!”
누군가의 외침이 번져나가듯, 버펄 로스의 선수들이 소리 높여 외쳤다.
“하나만 쳐주세요, 하나만! 나머진 저희가 하겠습니다!”
“빠르게 끝내시고 헹가래 받으시 죠!”
“경훈이 형, 파이팅!”
버펄로스의 선수들의 외침에, 어느 새 포수 장비를 벗고 타격 장비를 갖춰 입기 시작한 이경훈이 대답했 다.
“헹가래 칠 때 집중해라. 떨어뜨리 기라도 하는 날에는……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드리겠습 니다!”
“그냥 떨어뜨리지를 마라……
a 하”하“.I 예!w
이경훈이 피식 웃어 보이곤 대기 타석으로 향했다.
그러곤 생각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첫 번째 타석에서의 안타를 확신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쐐애애 액….
•.펑 f
“스트라이크!”
버펄로스의 1번 타자에게 헛스윙 삼진 아웃을 잡아낸 엘레펀츠의 선 발 투수, 김원호가 버펄로스의 2번 타자, 박경식에게 초구부터 스트라 이크를 집어넣었다.
이경훈이 버펄로스 필드의 전광판 쪽으로 고개를 돌려, 김원호가 던진 초구의 구속을 확인했다.
‘149km/h.
150km/h 까지 육박하는 김원호의 구속이 알려주고 있었다.
엘레펀츠의 선발 투수, 김원호는 만만하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말이 다.
‘자만하지 말자. 집중하자. 그리고, 안타를 치자.’
오늘 경기의 선발 라인업이 확정되 기 전, 버펄로스의 유경룡 감독은 이경훈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이경훈이 원한다면, 오늘은 1번 타 자로서 출전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1번 타자로서 출전하면서 한 번이 라도 더 타석에 설 수 있게 해주려 는 유경룡 감독의 배려였다.
물론, 이경훈은 거절했다.
‘나 하나 잘 되자고 팀 타선 전체를 뒤틀 수는 없지. 사실은 1번 타자나, 3번 타자나 그게 그거기도 하고.’
유경룡 감독이 유난을 떠는 거라 생각했던 이경훈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버펄로스 필드를 가득 메워준 버펄 로스의 팬들과,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대하고 있는 버펄로스의 선수들을 보며, 이경훈의 생각이 바뀌었다.
‘버펄로스의 승리보다 우선할 기록 까지는 아니지만, 세울 수 있으면 세울 수 있을 때 세우는 게 좋을 거다.’
자신을 향한 모든 이의 기대를 저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5초 후의 게시판이 안 보이는 상 황이라도 말이다.
이경훈이 김원호의 투구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쐐애애액
……펑!
“스트라이크! 아웃!”
“크으으으…”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스치듯이 지나간 김원호의 포심 패스트볼에, 박경식이 아쉬워하며 타석에서 벗어 났다.
실로 완벽에 가까운 포심 패스트볼 이었다 생각하는 이경훈이었다.
‘긁히는 날인 건가……
하지만, 이경훈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래…….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날인데, 이 정도 역경은 있어 줘야 지!’
그렇게, 당당하게 타석에 들어서는 이경훈이 었다.
주심에게 인사를 건넨 이경훈이 마 운드 위의 김원호를 똑바로 바라보 며 생각했다.
‘박승중의 말대로면, 김원호는 나 와 승부를……
쐐애애액…
할 거다!’
딱!
김원호의 강한 포심 패스트볼을 이 경훈은 더욱 강하게 받아쳤다.
아득히 날아가면서 펜스를 넘기는 타구가 되었지만.
“파울!”
너무 빨랐다.
이경훈이 좌측 펜스 뒤 파울 폴 왼쪽으로 날아가는 파울 홈런을 때 려 냈다.
“으아아악!”
“개쩌는 장면 나올 뻔했는데!”
“아! 나이스 배팅!”
“스윙 좋습니다, 경훈 형님!”
버펄로스의 팬들과, 버펄로스의 선 수들의 탄식을 들으며, 이경훈이 씨 익 웃었다.
‘정말로 승부하는군, 김원호.’
단 한 번의 실수로 영원한 패배자 로 남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 원호는 이경훈과 승부하고 있다.
그 근성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고 생각하는 이경훈이었다.
‘나도 질 수는 없지……!’
김원호의 근성에 경의를 표하듯, 전력으로 맞서는 이경훈이었다.
김원호의 2구가 날아왔다.
쉬이이익…….
……팡!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휘어져 날 아가는 슬라이더에도 이경훈은 꿈쩍 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원 스트라이크에서 곧바로 들어오지는 않는군.’
적어도, 이경훈을 상대로 그럴 투 수는 이 나라에 없을 거다.
과거의 자기 자신에게서 도움을 받 았다고 생각하며, 이경훈이 다음 노 림수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원 볼 원 스트라이크다. 투수에게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나를 상대로 기껏 번 스트라이크의 이점 을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까?’
이경훈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 했다.
‘들어올 수도 있다. ……아니, 들어 을 거다. 그렇다면, 구종은……
쐐애애액…….
딱!
이경훈이 때려낸 타구가 버펄로스 필드의 전광판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