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142)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143화
36. 차원이 다르다! (2)
이경훈은 B 팀 2번 타자 포수로 출 전하게 되었다.
가장 잘 치는, 생산성이 높은 타자 를 2번 타선에 배치하는 메이저리그 의 최근 경향을 생각하면 샌프란시 스코 타이탄스가 이경훈이라는 타자 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와! 2번 타자로 나가네요, 아저 씨?”
B팀의 더그아웃에서, 시저 스타가 라인업 카드를 확인하곤 이경훈에게 말했다.
“나는…… 9번 타자네요. A 그라 운드까지 올라갔다고 해서 우쭐거리 지 말라는 거겠죠. 진짜, 안 이래도 되는데……
“타석에 설 기회는 줄어들지도 모 르지만, 투수들의 볼은 한 번이라도 더 보고 들어갈 수 있겠지. 부담도 줄어들 거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시저 스타에게 격려하듯 조언한 이 경훈이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라. 차라리 이름을 불러. 경훈이라고.”
“내 나름의 리스펙트였는데……. 알겠어요, 경훈. 조언도 고맙고요.”
“ Q ”
적당히 대꾸한 이경훈이 반대편 더 그아웃, A팀의 더그아웃을 바라봤 다.
묵묵히, 1회 초 수비에 나설 준비 를 하는 라시헌.
A팀 선발 투수인 데릭 데이비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제럴드 포지.
저 두 선수를, 이경훈은 적으로 상 대하게 된 거다.
‘한국 프로 야구 리그에서 종종 붙 어봤고 국가 대표에서는 같은 팀으 로도 뛴 적 있는 라시헌은 그렇다 쳐도……
제럴드 포지를 상대 팀 포수로서 상대하게 됐다.
이경훈에게는 굉장히 좋은, 소중한 경험이 될 거다.
‘전성기는 지나갔다지만, 현역 메 이저리거다. 포수 대 포수로서 배울 점이 없을 리가 없지.’
제럴드 포지를 상대로 타석에 서는 것을, 캐처 박스에 앉는 것을 기대 하며 즐거워하는 이경훈이었다.
잠시 후,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A팀과 B팀의 자체 연습 경기가 시 작되 었다.
1회 초.
2번 타자 이경훈에 앞서, B팀의 1 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40인 로스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 만 제법 촉망받고 있다는 유망주로, 중견수 포지션의 좌타자다.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코칭스태 프에게 어필할 절호의 찬스였지
만
쐐액…….
붕!
……펑!
“스윙! 아웃!”
4구 만에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 다.
그리고.
“비공식 데뷔 게임이군!”
“보여줘, 경훈!”
“경훈이 첫 타석에서 제럴드, 데릭 배터리를 상대하게 됐군. 이거, 재밌 겠는데!”
더그아웃의 이목이 쏠리는.
“아……! 저 타자가 그……!”
“네 타석을 보려고 비행기까지 타 고 여길 왔어!”
“홈런 하나 쳐봐, 경훈! 지금 당장 유니폼 사줄 테니까!”
관중석의 이목이 쏠리는, 이경훈의 타석이 시작되었다.
타석에 들어선 이경훈에게 제럴드
포지가 넌지시 말했다.
“어서 와, 경훈. ……서비스라도 넣 어주고 싶지만, 저 친구도 잘해야만 하는 경기라서 말이야.”
제럴드 포지의 농담에 이경훈이 슬 쩍 웃어 보이곤 생각했다.
‘연습 경기, 그것도 스프링 트레이 닝 자체 연습 경기일 뿐이지만 내가 메이저리거로서 치르는 첫 연습 경 기다.’
그런, 첫 연습 경기의 첫 타석에서 이경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안녕하십니까.”
요..으 ”
…
주심에게 인사하며 좋은 인상을 심 어주는 것이었다.
‘자체 연습 경기지만, 주심을 비롯 한 모든 심판은 구단에서 초빙해 온 현역 메이저리그 심판들이다.’
언젠가, 이경훈이 출전하는 경기의 주심을 맡게 될지도 모르는 심판들 이다.
그런 그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 어두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적어도, 이경훈이라는 선수가 심 판을 존중하는 선수라는 걸 메이저 리그의 심판들에게 알릴 수는 있을 거다.’
몇 번으로는 어려울지도 몰라 도…… 몇십 번으로는 소문이 될 것 이고, 몇백 번으로는 사실이 될 것 이다.
메이저리거로서는 루키더라도, 프 로 야구 선수로서는 베테랑인 이경 훈이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제럴드 포지가 의미심장하게 웃곤 이렇게 말했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은 몰라도, 우리는 이분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 지. 이런 무거운 장비들을 차고 하 루를 보내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 니니까. 그렇죠, 닉?”
라는, 제럴드 포지의 말도 이경훈 과 같은 의도에서 나온 말이리라.
닉, 이라고 불린 주심이 마스크 너 머에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 다.
“뭐…….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지. 내 몸 같은 느낌이야. 자네들의 포 수 장비도 그럴 테지만. ……그럼, 시작해도 되겠나?”
그 말에 이경훈과 제럴드 포지가 각자의 자세를 취했다.
1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B팀의 2 번 타자 이경훈의 타석이 시작되었
다.
그러자.
[버펄로스 게시판]버펄로스 게시판이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G 니TE]확장 프로그램으로는 ‘디지 라이 트’가 나타나고 말았다.
나타나고 말았다, 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긴 애리조나다. 한국과의 시차 는 16시간이지. 경기 시작 시간이 낮 12시였으니 지금 한국은 새 벽 4시라는 거다.’
‘진짜’들이 아니고선, 깨어 있을 수 가 없는 시간이다.
‘적당한 미국 게시판이 나와서 이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의 반응을 읽 어볼 수 있지는 않을까 했는데
이를테면 타이탄스 게시판 같은 게 시판이 나타나길 기대했던 이경훈이
었지만, 결과는 이랬다.
또한, 확장 프로그램으로 ‘디지 라 이트’가 이미 발동해버렸기 때문에 ‘스플리트 사이트’로 새로운 게시판 을 나타나게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경훈이 황망하게 생각했다.
‘ 망했군..
이런 이경훈의 심정을 알 턱이 없 는 ‘진짜’들의 게시글이 나타났다.
[아 쥰내 심심하네 / OO (39.7)]
[야식이나 시킬까]
[걍 쳐 자라 / dd (223.57)]
[갓수냐?]
[그래 내가 갓수다 / OO (39.7)]
[실업 수당 개꿀………..
[이 시간에 깨어 있는 버게러들이 레전드다 긔그그그그그그거 / OO (122.202)]
[(슬픈 개구리가 주먹질하는 사진)]
[뭐냐 아직도 셔터 안 내림? / oo (110.70)]
[제발 인생을 살자 얘들아]
아니나 다를까, 이 연습 경기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뻘글’만이 올라오
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이경훈이 차분하게 생각했다.
‘그나마, 초구라서 다행이다. 일단 하나는 지켜보자고.’
5초 후의 게시판 없이 타격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A팀의 선발 투수이자 샌프란시스 코 타이탄스의 2선발, 데릭 데이비 스가 와인드업하며 투구했다.
쐐액…….
• ••••• 펑 I
이경훈의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 언 저리를 할퀴고 들어온 포심 패스트 볼에, 주심이 반 박자 늦게 외쳤다.
“스트라이크!”
그 즉시, 이경훈이 주심의 판단에 대해서 판단했다.
‘스트라이크…… 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스트라이크를 받을 수는 있 는 볼이었다. 인정하자.’
이경훈이 순순히 주심의 판정에 순 응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주심에게 건넸었던 인사와 동일한
맥락의 제스처였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 지나치게 어필할 필요는 없다. 나는 타자이자 포수니까. 내게 불리한 판정은 내게 유리한 판정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호의적인 주심의 기색을 살 핀 뒤, 이경훈이 데릭 데이비스의 초구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메 이저리그 평균 이상이라는 포심 패 스트볼다운 위력이 있었다.’
체감상으로는, 도쿄 올림픽에서 상 대했던 시마무라 켄의 포심 패스트 볼만큼이나 강한 포심 패스트볼이었
다고 생각하는 이경훈이었다.
‘차원이 다르다! 역시, 메이저리 그!’
하지만, 이제 이경훈도 메이저리그 의 일원이다.
메이저리거로서 살아남아, 활약해, 정점에 서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 다.
‘그러려고, 그러고 싶어서 그 고생 을 하고 온 거지!’
겨우내 단련될 대로 단련된 이경훈 의 신체는 데릭 데이비스의 포심 패 스트볼에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칠 수 있다! 아니, 못 치는 게 이 상하다! 타이밍만 맞으면, 얼마든지 멀리 때려낼 수 있다!’
라고 생각하며 2구째의 노림수를 고민하던 때.
[경훈이 형 보고 싶다 TT-rr-rr / □ i_oa (122.32)]
[제발 돌아와———–
[아 맞다 경훈이 형 하니까 생각난 건데 / oo (1.129)]
[요즘 경펄이 안 보이지 않냐?]
[그 새끼 안 보인 지 꽤 됐음 거거
그그 / oo (110.70)]
[어디로 사라진 거지]
[경훈이 형 메이저리그 진출에 충격 먹고 군대 간 거 아님? / dd (223.57)]
[긔거거킈긔그그긔긔거]
[저거네 그긔거거그거거긔긔거 / o O (39.7)]
[몸 건강히 잘 다녀와라 경펄아]
‘그럴 리가.’
‘경훈버펄로스’의 정체를 알고 있 는 이경훈에게는 우스운 게시글들이
었다.
물론, 조혜진 울브즈 단장의 조카 라는 건 여전히 모르고 있지만 말이 다.
그런, 우스운 게시글들이 더 이상 우습지 않게 된 건, 데릭 데이비스 의 2구째를 볼로 골라낸 뒤였다.
쉬이이익…….
……팡!
예리했지만 이경훈의 눈에는 너무 나 일찍 떨어진 슬라이더에, 주심이
아무 콜도 하지 않았다.
원 볼 원 스트라이크.
“이걸 참네! 눈 좋은데!”
“에릭 강 덕분이지.”
이경훈이 제럴드 포지의 칭찬에 덤 덤하게 대답하곤 생각했다.
‘이렇게 된 거 5초 후의 게시판을 잠시만 꺼버리고 싶군. 이상한 글만 올라오니 정신 사나워서, 원……
라고 생각하며, 버펄로스 게시판을 곁눈질했는데.
[경훈이 형 보고 싶다고? / BF’s] [중계 달리면 보냐?] [????? 먼 중계 / DLO己 (122.32)] [??????????????] [오늘 타이탄스 자체 연습 경기 있 음 / BF’s] [문자 중계 내용 그대로 긁어다가 올린다 볼 놈들은 봐라] [야 메이저리그는 자체 연습 경기도 문자 중계를 해주냐? / oo (110.70)] [개쩌네 거거 달리면 본다 oo] [정식 문자 중계는 아니고 거거거거연습 경기 보러 간 놈들이 문자 중계 처럼 올리고 있음 그거=>긔 / BF’s]
[실시간으로 번역해서 올려줌 ni=]
그리하여, 버펄로스 게시판에 중계 를 중계하는 괴현상이 일어나게 되 었고…..
[투 볼 원 스트라이크 / BF’s]
[슬라이더 잘 참으셨다는 듯]
[여윽시 경훈이 형 / oo
(1.129)]
[경훈이 형 같은 팀 동료라고 봐주
지 말고 다 죽여 버려요]
[영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 0 1-0 S (122.32)]
[사진이라도 찍어서 올려달라고 말해 보면 안 되냐]
[o 거 공수교대할 때 해봄 / BF’s]
[(구속으로 확인한 듯) 포심에 스트 라이크 이제 투 볼 투 스트라이크다]
[경훈이 형! 파이팅! / oo (110.70)]
[신미양요의 복수를 해줘요!]
‘신미양요는, 무슨……
라고 생각하면서도 타격할 태세를 갖추는 이경훈이었다.
이경훈이 생각했다.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유니폼 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다……. 자 체 연습 경기지만 잘하고 싶은 욕심 이 있다.’
그러한 이경훈이 어렵사리 성사된 중계의 중계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 다.
이경훈이 데릭 데이비스의 스트라 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포심 패스 트볼을 노리기로 했고.
쐐액…….
딱!
거침없이 받아쳤다.
……텅!
이경훈이 메이저리그에서 터뜨려낸 비공식 1호 홈런이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 이크! 더 많은 스트라이크!”
1회 말.
B팀의 선발 투수의 강한 외침에 이경훈이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이 미친 새끼는 뭐지……?’
이경훈의 새로운 골칫거리, ‘백진 수’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