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09
너의 초식이 보여 109화
승급
칠급에는 열두 개의 조가 있었고, 돌아가면서 단체 비무를 벌인다. 다른 조의 수준을 알려주고, 학생들을 고무시키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살짝 변질되었다. 각 조의 서열 싸움으로 바뀌었고,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사실 고수가 보기에는 의미가 없었다.
칠급이란 팔급보다 못하고, 육급보다 조금 나은 비슷한 실력이었다. 그 안에서 서열을 가려봤자 도토리 키 재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신경을 썼다.
현재 서열 칠 위인 호금조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서열 일위인 자백조와 단체 비무가 있는 날이었고, 은근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담당 교관이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규칙을 바꾸었다.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한 사람만 비무를 해야겠다. 각 조의 조장은 앞으로 나와라.”
보통은 각 조의 조장이 제일 강했다. 그래서 불만이 없었는데, 현재의 호금조는 상황이 달랐다.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야. 한 명만 나와야 한다면, 조장보다 하운평이 낫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 하운평이 훨씬 강하잖아.”
“전에 보니까 경부수도 조장보다 강한 것 같던데.”
“그래도 조장을 불렀는데, 조장이 나가야지.”
“안 돼. 조장이 나가면 무조건 질 거야. 반면 하운평이 나가면 무조건 이기잖아.”
“차라리 조장을 하운평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아?”
의견이 분분했고, 진무강은 열등감과 참담함을 동시에 느꼈다.
“호금조는 조장 없어? 안 나올 거야?”
교관이 소리쳤고, 모두의 시선이 하운평과 진무강으로 향했다. 진무강은 하운평에게 전음을 보냈다.
[네가 나가.]하운평은 가만히 있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진무강의 말을 따랐다.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갔다.
“와아아.”
“하운평이 나간다.”
자백조에서도 소란스러웠다.
“저 녀석이 그 하운평인가?”
“철대만을 이겼다면서?”
“보면 알겠지.”
“만약 그게 정말이면, 칠급에 있으면 안 되지.”
자백조의 조장, 강동섭도 살짝 긴장했다. 그 역시 곧 팔급으로 올라가기로 확정된 실력자였다. 하지만 상대는 팔급의 학생들도 일초식 만에 쓰러뜨렸다는 고수라고 들었다.
하운평은 먼저 교관에게 말했다.
“조장이 몸이 안 좋아서 제가 대신 하려고 합니다. 괜찮을까요?”
“그래.”
사실 교관도 하운평의 소문을 들었고, 실력이 보고 싶었다. 교관이 소리쳤다.
“시작해라.”
부우웅. 부웅. 붕.
강동섭은 유성추(流星錐)를 돌리기 시작했다.
유성추는 줄 끝에 추나 표를 묶어서 그걸 휘두르거나 던지는 무기였다. 하운평도 직접 상대하는 건 처음이라서 유심히 살폈다.
부웅. 붕.
휘익.
강동섭은 돌리던 추를 갑자기 던졌다. 원심력을 이용했기에 제법 빨랐다. 그리고 줄이 달려 있어 다시 회수할 수 있어, 회수하고 돌리고, 던지는 걸 반복하면서 공격했다.
그리고 간혹 추를 발로 차면서, 초식을 변칙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새로운 무기가 흥미로워서 잠깐 상대했지만, 하운평은 금방 파악했다. 그리고 반격에 나섰다. 날아오는 추를 살짝 쳐내며 걷어내고, 가까이 다가갔다.
장거리 무기의 약점은 단거리 무기, 박투술이 약점이었다.
하지만 상대도 그 점을 알고 있었는지, 나름대로 보완을 했다. 줄의 반대쪽 끝에 붙은 비표를 들고, 단도술을 선보였다. 다만 상대가 나빴다.
하운평은 박투술에 특화되어 있는 고수였다. 이초식 만에 상대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커억.”
그는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입에서 신물이 나올 흘러나왔다. 교관이 소리쳤다.
“그만.”
“우와아. 역시 하운평이야.”
호금조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반대로 자백조 학생들은 침울했다. 그들도 보는 눈이 있었고, 분명한 실력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교관의 표정이 이상했다. 놀라움보다는 걱정스러움이 엿보였다.
하운평은 교관의 생각을 읽었다.
‘저런 실력이면 칠 급에 두면 안 되겠는데. 승급을 시켜야겠어.’
같은 조 학생 중에서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동기 부여가 된다. 하지만 너무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부러움과 시샘은 물론 자격지심까지 느끼면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유난히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교관 입장에서 승급을 권장한다. 만약 거절하면, 천학관주에게 건의하여 강제로 보내 버렸다.
‘역시 옮길 때가 된 건가?’
하운평도 이미 결심하고 있었고, 먼저 교관에게 다가갔다.
“승급 시험을 보고 싶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교관도 찬성했고, 다음 승급 심사가 있을 때, 시험을 보기로 했다.
하운평은 천학관에 입관할 때부터 칠급에 오래 있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실력이 너무 뛰어났었다.
애초에 목적이었던 칠급의 학생들과 친해졌고, 밑밥은 충분히 깔아두었다. 이제 학생들에게 소문이 퍼질 테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들과 계약을 맺으면 된다. 그거면 미래에 대한 준비는 충분했다.
그런데 하운평은 왜 칠급을 선택했을까?
승급은 최대 두 단계만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관이 아무리 올리고 싶어도 한 번에 두 단계, 하운평 같은 경우에는 구급까지만 올릴 수 있었다. 즉 여전히 술법 수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었다.
천학관의 규칙상, 십급부터는 일반 수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없다.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교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십급부터는 절정고수로 분류되는데, 간혹 학생들이 교관들의 무공수준보다 높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교관이 절정고수는 아니었다.
하운평은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처음 입관을 칠급으로 했었다.
호금조 학생들은 하운평이 승급한다는 말에 몹시 아쉬워했다.
“네 실력이면 언제라도 갈 줄 알았지만, 막상 간다니까 아쉽네.”
“그래. 이제 친해지려 했는데.”
“하하. 승급을 하는 거지, 천학관을 나가는 건 아니잖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와. 그리고 승급되기 전까지 비무도 같이 하자.”
“고맙다.”
“정말 고마워.”
진무강만 빼고 모두가 하운평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부수가 갑자기 강해진 이유도 알게 되었고, 그들도 십 년짜리 단약 하나도 절실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운평이 승급하기 전에 한두 명씩 몰래 하운평을 찾아갔다. 그리고 하운평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고, 상황에 맞게 계약을 맺었다.
그의 계획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진무강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본래 진무강을 우선순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완고했고, 자존심이 강했다.
게다가 목표가 달랐다. 그는 진심으로 천포가 되고 싶어 했다. 쉽게 넘어올 것 같진 않았고, 차라리 다른 쪽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이 단계로 넘어가야지.’
하운평은 학생들만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학관의 능력 있고, 좋은 교관도 빼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일 단계가 학생이라면, 이 단계는 교관이었다.
* * *
현재 하운평이 가장 탐이 나는 교관은 칠급의 교관인 도일추였다. 천학관 오기 전에 준비했던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있었다.
도일추.
그는 무림맹 광천대 출신이었다.
무림맹의 천포는 두 명씩 돌아다니며, 무림의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감찰했다. 그리고 광천대는 큰 문제가 발생 시, 집단으로 달려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최소 열두 명으로 같이 움직이고, 한 명 한 명 절정고수로서 무림맹의 또 다른 정예였다.
역시 맹주 직속 관할이었다. 도황 백수련은 광천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천포가 날카로운 송곳이라면, 광천대는 커다란 망치다. 사용처가 다를 뿐이지, 모두 무시무시한 정예들이다.”
도일추는 광천대에서도 조장을 맡을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하지만 팔 년 전 혼인을 하면서 스스로 광천대에서 나왔다. 가정을 위해 조금 더 안정된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무림맹 출신이다 보니 천학관으로 추천을 받았고, 지금은 뛰어난 교관으로 완전히 적응했다.
하지만 하운평이 봤을 때, 그는 여전히 강도 높은 개인 수련을 하는 것 같았다. 간혹 보이는 몸놀림을 보면, 여전히 탄탄하고 강해 보였다.
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일추의 부인은 고향에서 같이 자라난 친구였다. 친구처럼 지내다가 부인이 큰 병을 앓고 난 뒤, 혼인을 결심했다고 한다.
도일추가 광천대에 있을 때는 위험수당까지 더해서 꽤 많은 재산을 모았다. 하지만 부인의 병을 치료한다고 모은 돈을 다 사용했고, 지금은 조그만 집에 살고 있었다.
천학관의 교관들의 봉급에는 호봉이 있었다. 경험이 쌓이고, 호봉이 올라가면 금액이 올라가겠지만, 지금 도일추의 봉급은 달에 겨우 은 두 냥이었다. 그의 실력에 비하면 한참 적은 액수였다.
더구나 그의 부인은 건강해졌지만, 그녀가 낳은 딸이 문제였다. 아기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고, 여섯 살인 지금도 몸이 약했다. 계속 의원에게 드나들고 있었다.
다행히 천학관 내부의 친한 의원의 도움을 받아서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약값이 만만찮을 것이다. 그의 봉급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테고, 하운평은 그걸 노려서 그를 섭외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관을 노리는 사람은 하운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며칠 후, 하운평이 승급시험을 위해 연무장으로 향할 때였다. 오늘따라 승급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학생이 뒤에서 달려왔다.
몸놀림을 보니 꽤 수준이 높았다. 최소 십급 이상으로 보였다.
그는 접수대로 갔고, 갑자기 소릴 질렀다.
“젠장. 겨우 일각 늦은 거잖아. 그런데 다음 승급 때까지 기다리라니, 말이 돼?”
접수대의 남자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십급에서 십일급으로 올라가는 승급은 일반승급과는 다릅니다. 특별 교관님이 있어야 하고, 그분은 기다리다가 방금 전에 가셨어요. 무림맹 본단 분이라 다음 승급 시험 때 또 오실 겁니다.”
“빌어먹을. 천학관 수준하고는. 겨우 십급 학생 승급을 봐줄 교관도 없는 거야?”
그는 화가 났는지, 접수원에게 계속 소리쳤다. 다들 못마땅하게 쳐다보지만, 그는 오히려 천학관의 교관들을 싸잡아 비꼬았다. 결국 보다 못한 교관 한 명이 나섰다.
“학생. 말이 심하군. 애초에 승급 시험 일정을 놓친 건 학생이잖아. 본인이 잘못해 놓고 이렇게 화낼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
“빌어먹을. 꼴에 교관이라고 잘난 척하기는……. 일없으니까 꺼져.”
“뭐, 뭐라고?”
“천학관 밖에 나가면 당신 같은 놈들이 나한테 말이라도 걸 수 있는 줄 같아? 흥. 짜증 나니까 말 걸지 말고 꺼지라고.”
“안 되겠군. 오늘 일은 천학관 관주님께 정식으로 보고 될 거야. 각오하게”
그렇게 될 경우, 일이 커져 퇴학을 당할 수 있었다.
제정신이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 그런데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갑자기 검을 뽑았다.
채앵.
“그래. 신고해 봐. 내가 여기서 쫓겨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자고. 네놈 얼굴을 다 기억해 뒀으니까 할 수 있으면 해봐.”
이 정도면 미친놈에 가까웠다.
주위의 교관들도 속으로 분노했다. 마음 같아서는 힘으로 제압하면 좋으나, 상대는 십일급의 승급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었다.
단숨에 제압하기 힘들었고, 교관 여러 명이 나서는 것도 보기 좋지 않았다. 또 교관이 학생과 진검으로 싸웠다는 것도 징계감이었다.
무엇보다 학생을 알아본 사람들이 말렸다. 그는 대문파 출신이었고, 성질 더럽기로 정평이 나 있는 문제아였다. 다른 학생들도 한숨만 쉬며 모른 척할 뿐이다.
물론 그는 그걸 알기에 더 오만방자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어슬렁거리며 다가갔다.
하운평이었다.
“넌 뭐야?”
“너야말로 승급 시험 방해하지 말고 꺼져.”
“뭐?”
“너 때문에 내가 승급 시험을 못 치르고 있잖아. 그러니까 빨리 꺼지라고.”
“와하하.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놈이 다 있네. 넌 내가 누군지 알고 지금…….”
“팽단원이잖아.”
그는 도법으로 유명한 하북팽가의 팽단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