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10
너의 초식이 보여 110화
교관 데려오기(1)
하북팽가는 무림십대세가를 항상 들어가는 대문파였고, 오백 년이 넘게 하북성의 터줏대감이었다.
팽단원은 하북팽가의 직계 자손으로 작년에 구급으로 입관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성격이 오만하고 지저분했다. 자신이 인정하는 문파의 자손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고 벌레 취급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무공에 큰 성과가 있으면서 자만심이 더욱 커졌다.
“와아. 나를 알고도 고개를 빳빳이 든단 말이지? 넌 몇 급이냐?”
“칠급.”
“아하하. 칠급 따위가.”
“마지막 경고다. 조용히 꺼지든지, 아니면 나한테 맞고 실려 가든지.”
“햐아. 그냥 내가 죽여줄게.”
쉬익.
팽단원이 도를 휘둘렀다.
말처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는지 목을 노리진 않았다. 하지만 어깨나 손목을 끊어버릴 생각으로 힘껏 휘둘렀다. 책임회피를 위해 죽이진 않지만, 병신으로 망가뜨릴 생각이었다. 더 악독한 심보였다.
하지만 하운평은 뒤로 반 발자국 물러서면서 슬쩍 피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네가 시작했으니, 난 정당방위야.”
“미친놈. 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쉬쉿.
피피픽.
그의 도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아무리 도를 휘둘러도 하운평을 맞히진 못했다. 그는 너무나 쉽게 피했고, 팽단원은 이를 악물었다.
“으드득. 좋아. 칠급 치고는 제법이군. 하지만 결국은 네 손해야.”
이제는 살기를 띠면서 팽가의 비전절기인 오호단문도를 꺼내 들었다. 죽일 작정이었고, 마치 대호가 강력한 발톱으로 내리치는 것 같았다.
그러자 하운평의 눈이 살짝 녹색으로 변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이길 수 있지만, 팽가의 비전이라는 오호단문도가 궁금했다.
최소한의 경공으로 슬쩍슬쩍 피하면서 오호단문도를 구경했다.
반면 팽단원은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분명 더 빨라진 건 아닌데, 도무지 맞히질 못했다. 옷자락도 스치지 못하면서 팽단원은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깨물었다.
‘이 새끼가 진짜? 내가 무슨 일이 있어서 저 몸을 잘라 버리고 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을…….’
퍼억.
“커억.”
하지만 그는 바보같이 반격을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빨랐다.
하운평의 주먹은 정확히 갈비뼈 아래를 파고들었다. 마치 커다란 쇠막대로 후려친 것 같았고,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순간 하운평의 두 번째 주먹이 날아왔다. 정확히 팽단원의 얼굴 한가운데 내리꽂혔다.
우드드득.
코뼈가 내려앉고, 이빨이 두어 개 부러졌다. 그리고 팽단원은 그 충격에 기절해 버렸다.
“와아아. 최고다.”
“내 속이 다 시원하네.”
학생과 교관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하운평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교관들은 사람을 불러서 팽단원을 천약당으로 보냈다. 그리고 하운평에게도 고맙단 인사를 전했다.
장내는 이렇게 정리되었지만, 교관들은 분이 안 풀리는 것 같았다.
“젠장. 약관도 안 된 애새끼한테 이런 수모나 당하고.”
“참아. 잘 끝났잖아.”
“난 여기까지야. 천학관에서 이런 꼴까지 당하면서 교관 일 해봤자,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기를 하나. 더는 못 참겠어.”
“어떻게 하려고?”
“사실 며칠 전에 주선인에서 연락이 왔었어. 그쪽을 통해서 다른 문파로 가야겠다.”
“너도 받았어?”
“그래.”
“휴우. 이러다가 우리 천학관 교관들, 다 나가겠네.”
하운평은 둘의 대화를 엿듣고, 그들의 마음을 더 자세히 읽었다.
그리고 교관들을 다른 문파로 빼내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을 주선인이라고 불렀다.
하운평은 다음 날, 몰래 천학관을 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 낡은 사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무영문의 초유서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 공자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 될까요?”
“그러시죠. 저는 괜찮습니다.”
“혹시 제가 부탁한 것은 알아보셨나요?”
“네. 확실히 교관들에게 접근하는 주선인이 있더군요. 심지어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초유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했고, 속사정까지 알아냈다.
천학관의 교관 중에는 도일추와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 젊고 실력 있는 무림맹의 무인들이 안정을 위해 천학관으로 넘어갔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봉급은 적고, 하는 일은 많았다. 그렇다고 존경을 받는 일도 아니었다. 특히 대문파 제자들이 입관하면서 교관을 무시하는 현상이 더 늘어났다.
또 일을 한 만큼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을 대충해도 일정한 돈이 나오기 구조였다. 그래서 일을 대충하려는 교관들이 늘어났다. 오히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손해를 봤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관들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 했고, 그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사람들이 ‘주선인’이었다.
그들은 교관들의 이력서를 모으고, 다른 문파들의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둘을 소개시켜 주고, 수수료를 챙겼다.
이 일이 생각보다 돈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개인뿐 아니라 문파 단위로 끼어들었다고 한다.
하운평이 물었다.
“그들은 이직을 원하는 교관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겠네요.”
“맞습니다. 그들에게는 귀중한 정보지요. 그리고 교관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천학관의 교관을 직접 영입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 교관들을 꼬시는 거죠.”
“머리를 잘 썼네요.”
하운평은 잠깐 생각했다. 상황이 그러면 직접 교관들을 영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좋은 주선인들을 섭외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었다.
“주선인을 저에게 소개시켜 주세요. 평이 좋고 믿을 만한 곳으로요.”
“그러잖아도 세 곳으로 선별해 놨습니다. 내일 바로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초유서는 그새 하운평의 성격을 파악했고,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
그다음 날 저녁, 하운평은 다시 몰래 천학관을 나섰다. 이번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그리고 초유서가 준비한 자리에 나섰다.
그 상태로 주선인들을 만났다.
첫 번째 만난 이는 인상 좋은 노인이었다. 그는 자신을 중개문의 문주라 소개했다.
“허허. 좋은 교관님들을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네에.”
“실례가 안 된다면, 어느 문파에 계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아아, 오해는 마십시오. 문파의 규모를 알아야만 저도 맞는 사람을 소개시켜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파든 제일 좋은 교관을 데려가고 싶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교관 쪽의 입장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좋다는 기준이 무공을 말하는 건지, 성실함을 말하는 건지, 나이가 젊다는 건지, 기준이 애매합니다. 저희 중개문에서는 서로의 조건을 보고, 최대한 맞추어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싼 수수료를 챙기시겠죠?”
“허허. 당연히 수수료는 받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일이니까요.”
일부러 말을 험하게 하는데도, 잘 받아넘겼다. 경험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운평은 품속에서 금원보 하나와 은원보 하나를 꺼냈다.
“이상한 소문이 날 수 있으니, 문파 이름은 밝힐 수 없습니다. 대신 사람만 괜찮으면, 매년 은원보 하나를 지불할 재력이 있다는 건 알아두십시오. 그리고 중개문의 실력이 좋으면 십 년 계약을 생각하고, 대가로 이 금원보를 지불하겠습니다.”
보통 한 명을 소개해 주면, 수수료를 각각 일 할 씩 받았다. 그럼 평균적으로 은 석 냥에서 넉 냥 정도를 받는 셈이다.
그러니 지금 하운평이 얘기한 조건은 침을 흘릴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오히려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물었다.
“굉장히 큰돈인데, 소개받은 교관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교관이 하는 일이 뭡니까? 누굴 가르치는 거지요.”
“가르치기만 하면 됩니까?”
하운평은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뭐, 가르치다가 문파에 급한 일이 생기면 그쪽도 도와줄 수도 있는 거죠. 돈 받고 하는 일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조금 더 명확하게 어떤 일인지 알려주셔야 합니다.”
“더는 곤란합니다. 역시 이상한 소문이 퍼질 수 있으니까요.”
“사파인지, 정파인지 정도는 알려주시겠죠?”
“죄송합니다. 그런데 중개문에서 그것까지 알 필요 없잖아요. 그냥 교관들에게 말 잘하고 소개만 시켜 주면 되잖습니까? 돈이 적어서 그러면 금원보 하나를 더 지불할 용의도 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아무래도 저희 중개문은 손님의 조건을 맞추어 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유는요?”
“천학문의 교관들은 제 소개를 받고, 저를 믿고 이직을 결심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가족을 데리고 있는 교관이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셈이죠. 그런데 저도 확실치 않은 곳을 자신 있게 소개시켜 줄 자신이 없습니다. 다른 곳을 찾아보시지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노인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고, 책임감도 가지고 있었다. 열심히 하려는 의지도 보였다.
하운평은 그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곳도 약속을 했었고, 초유서를 불렀다.
“다른 분을 들여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두 번째 만난 곳도 문파였다. 하운평은 비슷한 조건을 걸었고, 그는 두 번 생각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그의 눈은 계속 황금만 보고 있었고, 문파가 어디 있는지 무얼 하는 곳인지 관심 없었다. 또 교관들에게 소개만 해주면, 자신의 일은 끝난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운평은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말하며 돌려보냈다. 물론 연락할 생각은 없었다.
세 번째 만난 사람은 중년인으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저는 삼 년 전에 천학관에서 교관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소개를 받고 다른 문파로 갔는데, 한마디로 속은 겁니다. 처음 말과는 달랐고, 크게 고생했었죠. 그래서 답답한 나머지, 제가 직접 주선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후배들이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수수료는?”
“저는 후배들을 위해 수수료를 문파 쪽에서만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파에 부담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곳과 똑같이 일 할만 주시면 됩니다.”
하운평은 그에게도 똑같은 조건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는 버럭 화를 냈다.
“흥. 당신 같은 놈들이 있어서 우리 후배들이 피해를 보는 거야. 버러지 같은 놈들. 앞으로 절대 연락하지 마라.”
그리고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초유서가 들어왔고, 그가 쓰러뜨린 탁자를 세웠다.
그러면서 하운평에게 물었다.
“일부러 못되게 말씀하신 것 같은데, 혹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셨습니까?”
“네. 첫 번째 만났던 곳이 괜찮네요. 오늘 일은 일종의 시험이었고, 정중히 사과한다고 전해주세요. 저희 문파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시고, 다시 약속을 잡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하 공자님.”
그런데 초유서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하운평이 물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궁금한 점이 있는데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하하. 당연하죠. 물어보세요.”
“왜 첫 번째를 선택하신 겁니까? 저는 솔직히 세 번째 분을 선택하실 줄 알았거든요.”
하운평은 남은 차를 마시면서 대꾸했다.
“그분도 좋았습니다. 의욕 있고, 열정적이고, 후배를 위한다는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조금 화가 난다고 의뢰인에게 막말하는 자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상인으로는 힘들어 보이더군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었죠? 그런 사람들은 수수료를 받지 않은 대신 다른 것을 원하게 될 겁니다. 선배로서의 도리를 했으니, 당연히 후배로서의 도리를 요구하겠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가 만약 한 명만 영입하려고 했다면, 세 번째 분과 계약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계를 원하고, 아무래도 열정적인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좋네요.”
“하하. 그 말씀은 저도 공감합니다.”
초유서도 무영문 일을 벌써 십 년을 넘게 했었고, 하운평의 말을 십분 공감했다.
하운평은 초유서를 힐끔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혹시 초유서 단주님은 무영문 일에 만족하시나요?”
“하하. 저에게도 관심 있으신가요?”
“말씀드렸듯이 저는 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현재 무영문 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쉽네요.”
하운평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럼 준비되면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하 공자님.”
그런데 하운평이 문을 나서기 직전이었다. 초유서는 급하게 말을 걸었다.
“저어, 하 공자님.”
“네에.”
“혹시 제가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드려도 되겠습니까?”
“좋지요.”
초유서는 그답지 않게 잠깐 망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