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22
너의 초식이 보여 122화
공지운과 함께(4)
하운평이 술집에 다시 갔을 땐, 나 씨는 깨어 있었다.
굉장히 늦은 밤인데도, 혼자 남아서 술을 마셨다. 또 고래고래 소릴 지르고 있었다.
“푸하하.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누군지 아냐고? 우리 집이 한때는 아주 잘나가던 객잔을 가지고 있었어. 여기보다 다섯 배는 큰 객잔이었다고. 그게 내 것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럼 이런 찌질한 인생 따위는 살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서 술집 주인에게 소릴 치고, 술병을 집어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안 되겠다. 세상을 위해서 너를 죽여야겠……. 응? 저건 뭐지?’
나 씨의 귀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가늘고 긴, 마치 문어의 다리 같은 것이 귀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 악령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굳이 색상으로 비교하면, 악령은 회색에 가까운 검은빛이라면, 이놈은 다른 색상을 덮어버리는 새카만 색이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이질적인 기운을 느껴졌다.
하운평은 귀안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찬찬히 살폈다. 하지만 나 씨의 몸에는 인간 특유의 노란색 기운만 보일 뿐, 검은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술을 진탕 마시고, 나 씨가 고함을 칠 때면, 그 촉수 같은 것이 귀를 통해 잠깐 나왔다 들어갔다. 확실히 악령과는 다르게 몸속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인간의 몸속에, 숨어 있는 건가?’
색깔이 어찌 되든 악귀인 건 분명했다. 그런 악귀가 나 씨의 몸속에서 기생하고 있다면, 딸을 죽인 행동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나 씨가 갑자기 달라졌다는 식당 주인의 말도 들어맞았다.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
하운평은 그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여기 계셨네요. 술 많이 드셨네요. 부축해 드릴 테니 같이 가시죠.”
“누, 누구?”
하운평은 대답 대신 그의 점혈을 짚었다. 잠을 재운 후, 탁자 위에 술값을 넉넉히 올려놓고, 술집을 나왔다.
하운평은 그를 데리고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갔다.
제멸부를 넉넉히 준비해 두고, 악귀를 꺼내기 위해 주문을 외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귀는 꼼짝하지 않았다. 마치 사라진 것처럼 검은 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기존의 주문이 통하지 않는 건가?’
하운평은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갖가지 주문을 사용하기도 하고 남편을 깨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악귀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운평은 답답한 마음에 녹안석의 기운을 끌어올린 채, 남편에게 소리쳤다.
“이 괴물 녀석아, 밖으로 나와!”
그러자 나 씨는 부르르 떨었고, 그 촉수 같은 것이 정말로 기어 나왔다.
역시 촉수가 귀를 통해서 스멀스멀 나왔고, 그것의 크기는 사람 머리통과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문어 같았고, 촉수 같은 다리가 스무 개가 넘었다.
하운평은 즉시 제멸부 한 장을 꺼내어 소멸시키려 했다.
{끼이이잉. 끼잉.}
하지만 이 악령은 빛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커지면서 하운평을 향해 촉수를 휘둘렀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 했다.
“어딜 감히!”
하운평은 다시 녹안석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제멸부를 다섯 장 꺼내어 태웠다. 이것을 합치자, 악귀가 반응이 있었다.
{끼웨에엑. 문은……. 이제 시작……. ……대리자여.}
“뭐?”
악귀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소멸되었다. 하지만 빛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회색으로 굳어가더니, 먼지가 되어 부서졌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소멸이었다.
마치 예전에 호악천의 의해 현신했던, 형천의 소멸과 비슷했다.
‘저놈은 대체 뭐지? 평범한 악귀가 아니었나?’
잠시 후, 남편이 깨어났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왜 누워 있지? 여긴 어디야?”
하운평은 이미 모습을 감추었기에, 그는 혼자 누워 있던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당황해하며 서둘러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확실히 조금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폭력적인 성향은 보이지 않았다.
그걸 보고 하운평은 천학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손안 진인에게 자신이 봤던 악귀에 대해 설명했다.
손안 진인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흐음. 그런 악귀는 나도 처음 듣는구나. 모산파의 본산에는 여러 가지 자료가 있으니, 그쪽에 전서구를 보내 물어보겠다.”
“네. 감사합니다.”
하운평은 찜찜한 기분을 애써 지우며 소식을 기다렸다.
* * *
그 날 저녁부터 나는 공지운을 매일 만났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본래의 목적이었던 당수협은 거의 잊어버렸다.
그를 고립시키기 위해 공지운과 친하게 지내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진짜 그녀가 좋아진 것이다.
공지운은 착했고, 정직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얼굴도 예쁜 편이지. 귀엽기도 하고……. 진짜로 사귀어 버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천학관에서 남녀가 사귀는 경우는 많았다.
선남선녀들이 모여 있었고, 젊은 청춘들이었다. 아무 일이 없으면 더 이상했다.
학생들이 사귀다가 혼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어떤 세가에서는 혼인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여자를 만나거나, 사권 적은 없었다. 바쁘게 보내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여자도 없었다.
특히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으니, 좋은 것보다 속이고, 기만하는 행동을 많이 봤기에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공지운은 달랐다. 그녀는 솔직했다. 굳이 마음을 읽을 필요도 없었고, 만나면 편안했다. 온갖 신경을 쓰면서 바짝 긴장했다가, 그녀를 만나면 긴장이 풀어졌다.
마치 머리를 쉬게 하는 것 같은, 일종의 휴식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두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막사평과 노성진이었다.
“이제 몸은 완전히 괜찮은 거지?”
“정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구나.”
나는 그들을 반겼다. 그리고 노성진에게는 미안한 부분도 있었다.
영웅문의 정기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참석을 못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금사자상으로 동굴을 발견하고, 교관들과 무림맹 사람들에게 취조를 받느라 너무 바빴었다.
막사평이 대신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저번 정기모임에 사람들도 거의 없었어.”
“야.”
“맞잖아. 이제 천포지전이 몇 달 남지 않았고, 영웅문에 가 봤자 별 볼 일 없으니, 시시해진 거지.”
그러자 노성진이 큰소리쳤다.
“야. 그래서 이번에 영웅문에서도 큰 행사를 준비했거든. 천포지전을 위해서, 그동안 영웅문에 기부한 비급과 단약들을 문원들에게 풀기로 했어.”
“오오. 그래?”
“아아, 그리고 중요한 정보가 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번 천포지전에 관한 정보가 있다고 했어. 그걸 이번 행사에 알려주겠데.”
“천포지전에 관한 건 일급비밀이라서 교관들도 모른다고 하던데.”
“영웅문에는 문원들이 많잖아. 그만큼 인맥도 넓고, 좋은 정보를 구한 거겠지.”
“으음.”
“아마 그 정보를 듣기 위해서라도 이번 행사에는 문원들이 대거 참석할 거야. 내가 장담해.”
노성진은 하운평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너도 갈래? 친구도 데려와도 된다고 했거든. 그리고 날짜는 이틀 후야.”
“나야 좋지. 그리고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할게.”
“좋아. 이번에는 꼭 와야 한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갔다.
이번 영웅문 행사는 규모가 큰 만큼, 모임 장소도 특별했다.
비 오는 날에 이용하는 실내 연무장을 통째로 빌렸고, 영웅문의 문비를 들여서 실내장식을 거대하게 꾸몄다고 한다.
나는 일과가 끝난 뒤, 생활관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공식적인 자리라서 꾸며야 된다고 해서 일부러 깨끗한 무복을 입고, 장신구도 한두 개 챙겼다.
공지운에게는 전날 미리 얘기했었고, 그녀도 오랜만에 부활동인 질주에 갈 거라 했었다.
잠시 후, 막사평과 노성진이 생활관으로 찾아왔었다.
막사평은 깔끔하고 괜찮아 보였는데, 노성진은 과할 정도로 꾸민 것 같았다. 비단옷에 여러 장신구, 심지어 부채까지 들고 있었다.
“쯧쯧. 허세만 늘어서 그래.”
막사평은 노성진을 놀렸고, 노성진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손목을 가리키며 물었다.
“왼손의 녹색 팔찌는 평소에 차던 거고, 오른손에 있는 팔찌는 처음 보는 거네.”
“아, 이건 북해의 한빙석으로 만든 팔찌라고 하던데. 오늘 처음 착용해 봤어.”
비잔신투의 비동에서 가져온 물건이었다. 노성진이 놀라면서 물었다.
“오오. 한빙석. 나도 귀한 물건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한빙석이면 하얀색 아니야?”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한빙석에도 등급이 있다더라. 커다란 한빙석 덩어리가 있으면, 겉에는 새하얀색이고, 가운데로 갈수록 회색에 가까운 빛을 띤다고 해. 그리고 그 진가는 내공을 넣으면 알 수 있지.”
나는 팔찌에 내공을 조금 불어넣었다.
그러자 진한 회색빛이 점점 하얗게 변하면서 오묘한 빛을 뿜었다.
“이야. 이게 진짜 한빙석이구나.”
“최고급이지.”
최고급 한빙석은 정말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돈이 많아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고, 아마도 노성진이 지닌 모든 장신구를 팔아도, 이 팔찌의 반도 못 구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이동했고, 곧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과연 천학관 최대의 부활동답게 참석한 학생들이 많았다. 대략 삼백 명이 넘은 것 같았다. 노성진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때. 대단하지?”
“이들 중 대부분은 그냥 구경 온 사람들이야. 실제로 활동하는 학생은 백오십 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
“야. 그 백오십 명이 적은 숫자냐?”
두 사람은 다시 투닥거렸고,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같은 호금조의 조원도 보였고, 백리묵 일로 만났던 팔급 학생들도 있었다. 대부분 한껏 꾸미고 나타났는데, 특히 여자들의 치장이 대단했다.
옷은 물론이고, 화장까지 해 화사하게 꾸몄다. 그중 눈에 띄게 아름다운 여자도 몇 명 있었다. 물론 그녀 주변에는 남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여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눈에 띄게 인기가 많은 남자도 있었다.
“하하하. 그렇지. 당연히 진짜지. 내 성격 알잖아? 난 가짜는 취급하지 않아요.”
지금 저곳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는 이는 모용세가의 모용표였다. 노성진이 옆에서 설명했는데,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는 키가 크고 잘생겼고, 자신이 돈이 많다는 걸 과시했다.
최고급 비단옷에 여자보다 많은 장신구를 걸쳤다. 하나같이 비싸 보였다. 그는 지금 손가락에 끼고 있는 가락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북해에서 건너온 한빙옥을 깎아 만든 가락지야. 한빙옥이 뭔지 알지? 스스로 냉기를 뿜어내는 물건이잖아. 그런데 보통 냉기가 아니라서 착용하기만 해도 기의 순환을 도와주고, 기본적으로 피사, 피독 효과가 있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거야. 여기에 내공을 조금만 집어넣으면 아름다운 빛을 내거든.”
그는 실제로 내공을 넣었고, 빛이 흘러나왔다.
“오오.”
“꺅. 멋져요, 공자님.”
주변에서는 예쁘다고 난리 치지만, 나를 비롯해 막사평, 노성진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막사평도 내 팔찌를 힐끔 보더니, 중얼거렸다.
“야. 네 거랑 비교도 안 된다. 크기도 그렇고, 저 빛도 네 것이 훨씬 더 화려하고, 예쁜데.”
“그런 건 전음으로 얘기해. 모용표는 자존심이 세고 질투가 심하다고. 괜히 여기서 운평이 나서서 자랑했다가는 오히려 앙심을 품을걸.”
노성진이 나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가만있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나가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모용표에게 물었다.
“한빙옥에도 등급이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네요.”
내 목소리에 모용표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노성진은 놀라서 나를 말리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나는 계속 모용표에게 말했다.
“본의 아니게 공자님의 한빙옥 자랑을 들었는데, 안타깝게도 최상급 등급은 아니군요. 솔직히 말하면 상급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모용표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그는 인상을 쓰면서 물었다.
“그렇게 말하는 그쪽은 누굽니까?”
“아, 저는 무적문의 하운평이라고 합니다.”
모용표의 낯빛이 변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철혈문의 철대만과 동수를 이루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용표는 다른 의미로 나를 더 알고 있었다.
관의촌에 있는 집과 팽단원의 일, 그것 때문에 나를 불편해했고, 신경 쓰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관심을 더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