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65
너의 초식이 보여 165화
무적문과 녹림십팔채(4)
천음신공은 아주 훌륭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무공, 익혀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내 능력과 궁합이 너무 좋아서, 어떤 천하신공보다 뛰어났다.
지금도 겨우 오 성만 익혔을 뿐이다. 그런데 내 능력을 몇 배나 상승시켰다. 상대방의 초식을 다섯 초식이나 미리 알 수 있고, 멀리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읽을 정도였다.
그럼 십 성 이상을 익혔을 때는 과연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후후후.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나는 히죽 웃으면서 여유롭게 고개를 들었다.
오십 장 너머로 커다란 산채가 보였다. 사람들이 겨우 손가락 길이로 보일 정도로 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각들이 모두 들렸다.
솔직히 누가 누군지는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들리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그들의 계획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들은 지금 산채를 버리고 떠나려 했다.
‘역시 감충……. 소문대로 의리는 있어.’
주평채주 감충은 적이지만, 훌륭했다.
단조혁처럼 혼자 도망치지 않았고, 수하들까지 챙겨서 같이 도망가려 했다.
그런 그가 싫지는 않았다.
훌륭한 전략가였고, 수하를 아끼는 마음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린 적으로 만났다. 그는 똑똑했고, 무적문에게 원한이 생겼다. 다시 만날 때는 무서운 적이 될 수 있기에 살려둘 수 없었다. 그런 후환을 등에 두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수하들이 있고, 문파를 이끌고 있으니까.
억지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래. 감충은 나를 죽이려 했다. 내가 만약 그보다 약했다면, 그에게 죽었을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심을 굳혔다.
멀리서 그들의 탈출 계획을 전반적으로 알아낸 후, 일어섰다. 그리고 주평산 옆에 있는 인정산으로 돌아가서 황보세가의 가주를 만났다.
“내일 새벽, 주평채 산적들은 이곳을 떠날 겁니다. 둘로 나뉘어 동북쪽과 동서쪽 산길을 따라 이동할 것이니, 우리도 둘로 나누어 함정을 파야 합니다. 자세한 위치는 지도를 보며 설명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이제 황보주는 내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아마 내가 거짓을 말해도, 나를 믿을 것이다. 그는 살짝 민망한 듯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은가? 일은 자네가 다 했는데, 내가 사람들을 이끌어도 될는지…….”
몇 시진 후, 표국 연합의 수장들이 모였다.
전체회의를 가지는데, 나는 황보주에게 회의를 주관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도 그가 사람들을 이끌길 원했다.
황보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누가 뭐래도, 근래에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이고, 이런 일에 앞장선다면 문파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더구나 황보세가는 고흥채를 유인해서 몰살시킨 사건 때문에 위명도 커진 상태였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된다면, 황보세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식 두 명도 친해졌다. 특히 둘째인 황보자벽은 어젯밤 찾아와서 자신은 가주가 될 그릇은 안 된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이로써 황보세가는 안과 밖으로 안정을 되찾았으니, 아마도 중견문파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에게 말했다.
“이곳은 산서성입니다. 하남성에 근거지가 있는 저희 무적문이 나서봤자, 잘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얻는 것도 별로 없죠. 반면 저희 우맹인 황보세가가 앞으로 나선 후에, 크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희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함으로써 황보주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그도 그걸 아는지, 확신에 차서 말했다.
“물론이오. 하 공자의 도움은 절대 잊지 않겠소. 어떤 일이든 말만 하시오. 무적문 일이라면, 두 발 벗고 나설 테니.”
“감사합니다.”
이제 산서성에 든든한 우맹이 생긴 셈이다.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그럼 자세한 계획을 세워볼까요?”
나와 황보주는 내일 있을 주평채와의 일전을 위해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몇 시진 후, 황보주는 다른 문파의 수장들 앞에서 계획을 설명했고, 그들을 납득시켰다. 그리고 내일 새벽같이 공격할 것을 약속했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두 개의 조로 나누어 함정을 팠고,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우리 무적문은 일부러 뒤쪽으로 물러났다. 수하들이 너무 지쳤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특히 이번 싸움에서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생각이었다.
곧 주평채의 산적들이 새벽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그리고 주변에 숨어 있던 표국 연합이 일제히 공격했다.
“으아아아악.”
“죽어라. 산적 놈들아.”
“아버님의 복수다!”
산적들은 당황했고, 반격했다.
“습격이다.”
“우아아. 싸워라.”
채앵. 챙.
으악.
여기저기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벌써부터 결과는 나왔다. 기습에 성공한 연합표국의 승리였다.
주평채는 대부분 죽거나 쓰러졌고, 채주 감충을 비롯하여 이십여 명만 버티고 있었다.
이제 끝났구나.
그런데 갑자기 좌측 숲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두두두.
콰앙.
스걱. 스걱.
“으아아악.”
단 십여 명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절정고수들이었다. 순식간에 포위를 뚫고, 중앙까지 들어갔다. 감충이 있는 곳까지 가서 그를 구해내고 그대로 통과하여 다시 도망쳤다.
물론 표국 연합의 고수들이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선두에 서 있는 남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큰 키에 커다란 대부를 두 개나 들고 휘두르는데, 어찌나 사나운지 마치 전장의 악귀 같았다.
그가 우후죽순으로 쓰러뜨리며 길을 뚫었다. 그리고 그대로 통과하여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다.
나는 그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저 남자가 바로 녹림십팔채의 총채주 단하림이구나.
소문대로 전장의 화신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이미 감충 채주가 단조혁을 통해, 단하림에게 편지를 보낸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나타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나타날 줄이야.
그리고 직접 보니, 소문보다 더한 실력이었다.
대악사왕을 상대했을 때의 나라면 상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힘들었다.
그때 여의구의 힘을 세 번 사용했었고, 그 힘은 금방 충전되는 것이 아니었다. 최소 열흘은 있어야 한 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를 보낼 수는 없었다. 언제 무적문의 뒤통수를 때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가 나타날 때를 대비하여, 나도 준비한 것이 있었다.
나는 그가 사라지기 전에 전음을 보냈다.
총채주를 총표파자(總飄把子)라고 부른다고 했던가?
[단하림 총표파자. 내 이름은 하운평이오. 동생을 살리고 싶으면, 오늘 두 시진 뒤, 절강곡으로 오시오.]그는 못 들은 척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하지만 분명 그의 어깨가 살짝 움찔거리는 걸 봤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을 읽으니, 나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다.
‘하운평. 내장을 뽑아서 젓갈로 만들 새끼 같으니. 감히 내 동생을 가지고 협박해? 온몸을 잘게 잘게 토막 내어서 그걸로 전을 만들어 부쳐 먹겠다. 개새끼야. 그리고…….’
그는 듣도 보도 못한 욕을 만들어서 중얼거렸고, 어찌나 새롭고 신선한지. 내가 감탄할 정도였다.
그리고 정확히 두 시진 뒤, 나는 혼자 절강곡으로 갔다. 물론 인질로 붙잡은 단조혁을 데리고 있었다. 사실 이놈을 붙잡은 것도 나의 진화된 능력 덕분이었다.
단조혁은 며칠 전부터 언제 도망칠지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그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멀리 있는 나에게 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무공실력이 일류도 안 될 정도로 형편없었다. 너무나 쉽게 그를 붙잡았다.
절강곡은 골짜기 아래쪽과 위쪽의 단차가 큰 곳이다.
나는 위쪽의 높은 곳에서 단하림을 기다렸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단하림이 수하들을 끌고 온 모양인데?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총표파자. 이렇게 나와 줘서 고맙소.”
잠시 후, 골짜기 아래쪽에서 단하림이 나타났고, 그는 위에 있는 나를 보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마리 범이 되어 달려들었다.
나는 다시 소리쳤다.
“더 이상 다가오면, 단조혁을 죽이고 난 도망가겠소.”
내 말을 증명하듯, 검을 내밀어 단조혁의 목 앞에 두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단하림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으르릉거렸다.
“이 새끼야. 뭐 하자는 거냐?”
“간단하오. 대화를 해봅시다.”
“뭐? 대화? 대, 화!!”
그를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
이해는 된다. 나 때문에 녹림이 반의반 토막이 나버렸고, 수많은 산적들이 죽었다. 그의 성격상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잡아 죽이고 싶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동생을 살리고 싶으면 억지로 대화를 해야지.
나는 검을 흔들었다. 그의 동생, 단조혁의 목에서 주르륵 피가 새어 나왔다. 그 피는 하얀 옷을 적셨고, 단하림은 씩씩거리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반강제적으로 대화할 상태로 만든 것이다.
그다음 입을 열었다.
“혹시 일이 왜 이렇게까지 된 건지 알고 싶소? 분명히 말하지만, 녹림이 먼저 우리 무적문을 건드렸소. 나와 무적문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이오.”
“그따위 이유는 듣고 싶지 않다. 개새끼야.”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계속되는 그의 욕설이 귀에 거슬렸다. 나도 말투를 바꾸었다.
“이봐. 단하림. 말조심해. 더 이상 나를 화나게 하면, 이 자리에서 단조혁을 죽이고, 녹림을 말살시켜 버릴 테니까.”
“뭐? 크흐흐. 그래. 개새끼야.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나야말로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이고, 무적문으로 가서 다 죽여 버릴 테니까.”
나는 냉정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대악사왕의 세 명을 혼자 죽였다. 그런데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 말에 단조림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강호의 소문 따위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나는 난포채의 생존자들을 일부로 풀어주었다. 단조림은 그들을 만났었고, 직접 나와 대악사왕이 싸우는 과정을 들었었다.
그걸 알기에 나는 허세를 떨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희들을 다 죽일 수도 있다. 네가 수하들을 데리고 왔듯이 나도 내 수하들을 데려오면 가능해.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일 것 같으냐?”
“씨…….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지금의 녹림을 다 죽여봤자, 다시 새로운 녹림이 나올 테니까. 그리고 산적이란 족속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살려주는 거야.”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쉽게 말해!”
그는 욕설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화를 내며 물었다.
“간단하다. 여기서 싸움을 끝내자. 단조혁을 돌려줄 테니까, 너도 더 이상 우리 무적문을 공격하지 마라. 그리고 앞으로는 다른 표국은 몰라도, 우리 무적문은 절대로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해.”
단하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으아아악. 저 새끼는 사람 정말 열받게 하네. 그걸 지금 조건이라고 거는 거냐? 너 때문에 죽은 호걸들이 몇 명인데, 여기서 끝내자고? 그리고 복수도 하지 말라? 내가 미쳤나?”
“미치지 않았다는 걸 잘 아니까 이런 제안을 하는 거다. 잘 생각해. 여기서 잘못 판단하면, 복수는커녕 너의 녹림은 영원히 사라질 거야.”
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나는 진심으로 녹림을 끝장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도망친 후, 몸이 회복되는 대로, 저들을 쫓아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모조리 죽일 생각이었다. 나에게는 그럴 힘도, 재력도, 시간도 있었다.
내 진심이 전해졌는지, 단하림은 무섭게 나를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단하림은 싸우는 모습이나 고약한 말투와는 달리, 아주 계산적인 남자였다. 만약 그가 단조혁과 같이 망나니 같았다면, 결코 녹림이란 거대한 단체를 이끌지 못했을 것이다.
무영문의 정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보기와는 다르게 그는 신의가 있는 사람이다. 녹림의 못된 산적들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유였다.
단하림은 꽤 긴 시간을 고민했다. 그럼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의 마음을 읽으니, 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좋아. 결정을 내리는 데 약간의 도움을 줘야겠군.
나는 단조혁의 점혈을 풀어 주었다. 그는 나를 슬쩍 보더니, 급하게 골짜기 아래로 달려갔다.
“혀, 형님!”
포로였던 그가 갑자기 도망쳐 오자, 산적들은 놀라서 바라봤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스스로 골짜기 아래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