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6
“거, 귀찮게 하네!”
하지만 동현은 주먹으로 머리통을 갈겨버렸다.
뛰는 감염자가 나자빠지고 동현은 문을 닫았다.
“자! 문 쪽으로 몰렸지? 거실 창문에 몇 마리 남았어?”
대략 대 여섯 마리가 보인다.
하지만 신민기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여기서 총을 쓰면 다시 몰려올 거 아닙니까?”
“바보 아니야? 그럼 다시 현관으로 가면 되지.”
“…..”
신민기가 할 말을 잃은 사이 동현은 거침없이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하지만 총을 먼저 쓰지 않는다. 동현은 개머리판으로 가장 앞에 있는 감염자를 후려갈겼다.
신민기는 혀를 내둘렀다.
“뭐 하는 사람이야? 대체!”
물리면 변하는 감염자를 앞두고 과감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창문을 열고 한 마리씩 들어오게 해서 오히려 손쉽게 처리했다.
주먹 한 방에 영화처럼 감염자들이 나가떨어진다.
그야말로 곰과도 같은 인상에 어울리는 파괴력. 같은 수색조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동현은 다시 한 마리를 발로 걷어차고 외쳤다.
“뭐해! 준비해!”
그의 엄명이 떨어지고 총을 든 이들이 나섰다.
다시 울리는 총성.
그리고 문 앞으로 가있는 다수의 감염자가 고개를 돌렸다.
총성이 그들을 향해 쏘여졌다.
베란다로 이동하는 감염자들.
다시 베란다가 닫히고 동현이 현관문을 열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총을 든 인원이 문 앞에서 난사로 감염자를 노렸다.
혹시라도 그 총성을 버티고 들어온다?
“사격 중지. 저 새끼는 내가 처리한다.”
동현이 개머리판으로 대갈통을 후려갈겼다. 현관문에 쌓인 감염자의 시체는 방파제와 같았다. 오히려 시체를 넘으려는 감염자들은 이들이 더 쉽게 사격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200발의 탄환이 모조리 소모되고 기어이 감염자는 보이지 않았다.
동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서 움직이자! 지금 수거 조 쪽이 위험하니까.”
“좀 쉬면 안 돼요?”
정도일이 눈치 없이 한 마디 했지만, 동현이 미간을 좁히자 바로 따랐다.
“지금 우리 때문에 뒷 수거조가 위험한데 마음 편한 소리야? 우리는 이제 막 포위망을 돌파한 거야! 바로 가!”
“네!”
정도일은 민망한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신민기를 쳐다보았다.
감염자는 청각과 시각에 반응한다. 도하연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건, 대체 무엇인가.
‘이상한데? 그 난리를 쳤는데 감염자가?’
도하연은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 살짝 열린 문틈을 퉁겨지듯 감염자가 뛰쳐나왔다.
“아!”
도하연이 놀라고 모두가 경악했다.
기습적인 감염자의 공세. 감염자는 빠른 감염자 수준으로 뛰기 시작했다.
도하연은 상체만 일으킨 상태로 그대로 덮쳐지는 순간이었다.
“위험해요!”
유상인이 그때 가방을 내던졌다. 그 가방에 감염자가 시야를 봉쇄당한 채 엎어졌다.
매니저가 도하연의 앞으로 섰다.
“물러나!”
탕!
총성이 다시 울리고 감염자는 침묵했다.
조아현은 도하연을 부축했다.
“괜찮아?”
“어…. 근데 어떻게 지금 나온 거지?”
자신들이 난리법석을 했을 때, 감염자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도하연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곧, 감염자의 허리에 감긴 줄 같은 걸 보았다.
‘혹시?’
도하연은 바로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썩은 냄새를 뒤로하고 바닥에 끊어진 줄 일부분이 보였다.
‘자살했는데 감염자로 되살아난 경우인가.’
초기에 죽으면 감염자로 돌변한다. 이미 제주도에서 알아챈 사실이었다.
이 여성은 그걸 몰랐을 뿐.
그러다가 문득 도하연은 작은 쪽지 같은 것을 보았다.
[내 딸이 아프다. 고립된 지 일주일째다. 우리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쪽지는 3문장이다. 하지만 도하연은 이 문장에 담긴 섬뜩한 의미를 알아차리고 말았다.
“세상에나.”
충격에 빠진 그녀는 거실로 나왔다. 5명은 바깥을 살피고 있었다.
어성준이 침을 삼켰다.
“어떻게 하죠? 그래도 몇 마리가 아직 더 있는데?”
“수색조를 기다려야죠.”
도하연은 아가 자신을 구해준 유상인을 떠올렸다.
“고마워요. 상인 씨. 덕분에 살았어요.”
“아니에요. 이거라도 해야죠.”
상인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편해지는 웃음이라고 도하연은 생각했다.
이윽고 수색조 수십 명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중에서 곰 같은 체구와 인상을 지닌 사내가 선두에 보였다.
유상인은 그를 가리켰다.
“혹시, 저 사람이….”
“네. 동현 오빠에요.”
도하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맨 몸으로 감염자 하나를 날려버리고 있었다.
유상인은 입을 벌렸다.
“장난이 아니네요.”
“그렇죠? 진짜 든든해요.”
그렇지만 그때 매니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그렇고 수색조가 여기도 지나갔을 텐데. 작은 방에 있는 감염자를 안 보고 지나쳤다고?”
“아….”
도하연은 순간, 깨달았다. 숨겨진 감염자도 아니고, 대놓고 작은 방에 잇는 감염자를 지나쳤다?
수색조가 대강 일을 처리한 거다.
‘동현 오빠 성격은 아닐 거야. 대충 둘러보다 간 거야.’
그 일로 위험할 뻔했다.
나태한 처리. 이 피난민센터는 점점 변하고 있었다.
간이재판이 열렸다. 이 피난민센터 내에서 특이할 것 없는 현장.
이곳에서 정도일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에게는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린 죄가 있었다.
“3명이 사망하고, 2명은 감염자가 됐다. 도일아. 어지간해서는 안 되겠다. 우리 사안을 넘었어.”
“형님!”
도일은 다급하게 외쳤다. 간이 재판소를 넘으면 다음 관문은 바로 군사재판소였다.
이곳을 담당하는 센터장과 휘하병력이 펼치는 군사법정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죄수처럼 감금되고 막노동으로 부려 먹힌다.
도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실수였어요. 한 번만 선처를….”
“…….”
신민기는 잠시 망설였지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건 규칙이다.”
신민기는 정도일은 바로 군사재판으로 넘겨버렸다.
최근 흐르는 자신들에 대한 소문 때문인지, 이번에는 꽤 단호하게 대처했다.
도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처럼 되면 좋을 텐데.’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사그라지고 있지 않았다.
저녁 시간, 남들이 자유 시간을 보낼 때 도하연은 추가 작업으로 각 층에 쓰레기들을 거두러 움직였다.
“아, 힘들다. 힘들어.”
인원이 늘어나 만큼, 쓰레기봉투는 커졌다.
도하연은 목장갑을 끼고 엘리베이터로 그것을 옮기려고 하고 있었다.
“어머, 열심히 일하네요?”
그때, 그녀의 뒤에서 재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도하연만이 느끼는 재수 없는 소리.
바로 퍼플링의 지아. 도하연은 바로 무시했다.
“사람 말을 무시하나 봐요? 본성이 그런가요?”
“댁 본성만 할까? 날 죽이려 하지 않았어?”
“언제요? 사람을 그렇게 모함해요?”
모른 척 피식 웃는 지아였다. 부아가 치민 도하연이었지만, 무시하고 쓰레기봉투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미안한데. 나중에 해줄래요? 먼저 가려고요.”
“공간이 많은데?”
“쓰레기 냄새가 나잖아요. 솔직히 같이 타긴 그래요.”
“그럼 나중에 타.”
도하연은 무시하고 쓰레기봉투를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지아는 바로 앞에 쓰레기봉투를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빼냈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글쎄?”
뻔뻔한 태도.
도하연은 당장 한 대 치고 싶었지만, 폭력을 더는 저지를 수는 없었다.
“미친 짓 하지 말고 가줄래? 한 번만 더 건들면….”
“건들면?”
지아가 다시 쓰레기봉투를 발로 차 넣었다.
“너….”
“왜? 다시 넣어줬잖아.”
그야말로 참을성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도하연은 숨을 골랐다.
“그래, 하긴 호텔 지하에서 놀던 게 네 본성이기는 하지. 난 너와 달리 깨끗하거든.”
“…….”
“그래서 여기서는 누구한테 봉사해? 궁금하다, 안 그래?”
도하연도 최대한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그녀를 쏘아붙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간결했다.
짝!
도하연의 볼이 한쪽으로 쏠리고 그녀는 주먹으로 지아의 얼굴을 날렸다.
지아가 외마디 신음과 쓰러지고 도하연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도하연과 지아는 간이재판장에 소환되었다.
신민기는 한숨을 쉬었다.
“왜 또, 무슨 다툼이야?”
“일하는 데 방해했다고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 멀쩡한 사람 시비 걸고 일하는 걸 방해한 쪽이 더 크게 벌을 받아야죠!”
도하연은 바로 강변했고, 신민기는 고개를 저었다.
“똑같이 받는 거야. 규칙은 규칙이니까.”
결국, 추가 3일 봉사를 맡은 도하연과 지아였다.
하지만 도하연은 깨달았다. 지아는 물론, 벌을 받은 최미옥 패거리는 전혀 일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7. 밑바닥에서의 분노
배불뚝이 군단.
중랑구 피난민 센터에 새로 온 이들은 이미 40명의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강민호 패거리가 10명 남짓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무리는 상당히 잘 추슬러서 온 거다.
그런 만큼 위세도 컸다. 신입이면서도 이들은 다른 집단들의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다.
옛날 학교 일진도 아니고, 배식도 자기들이 먼저 줄을 무시하지를 않나, 보급품도 항상 먼저 받으려 했다.
강민호 패거리와 마찰이 생긴 것도 필연이었다.
물론, 비공식이다. 이곳이 아무리 신민기가 리더로 있는 옆 센터보다 자유롭다고는 해도 이 싸움을 마쳤다고 봐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뻔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배불뚝이 군단이 강민호 패거리를 박살 내버렸다.
강민호가 유상인을 찾아온 건, 그다음이었다. 그리고 이 유약한 청년은 고민 중이었다.
‘사람을 밀고한다니……. 내게는 무리해.’
하지만 유상인은 양심에 찔렸다.
신뢰받는 제삼자의 증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상인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멀쩡한 인물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하, 비켜. 비켜. 거 밥 좀 먹읍시다!”
근육과 뱃살이 이질적으로 조화된 털보, 박만적이 사람들을 밀쳤다.
신설동의 아버지, 신이문이 이제 막 밥을 푸려 했는데, 박만적이 그를 밀쳤다.
“아니…….”
“뭐, 불만 있어?”
“줄을 서야지······.”
신설동의 아버지를 협박하듯 박만적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흡사 시비를 걸 때처럼 말이다.
유상인은 그 광경을 보고 속이 들끓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타인과 시빗거리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가 당하고 있다. 그거 하나로 열불이 터졌다.
“후우.”
떨리는 몸을 끌고 박만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그만 하세요.”
“뭐야, 이 꼬맹이는. 어여 가라.”
박만적이 그를 비웃었다. 그러자, 유상인은 용기를 내었다.
일부러 그를 밀치고 배식 판을 두고 앞에 섰다.
주변이 숨을 죽였다. 작은 체구, 힘이 약한 유상인이 저런 행위를 했다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