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뭐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거지?”
“아직은. 그냥 자기네들끼리 세상에 종말이 왔네 뭐네 하는 수준이긴 하지.”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
“그런 곳이 워낙 많아서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지랄하는 걸 어떻게 합니까. 어차피 그런 거 들을 사람들도 아닌 것 같고요.”
수로의 말대로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대충 예상은 했거든? 이런 상황 자체가 종말론을 내세우는 사이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니까. 그런데 이렇게나 빠를 줄은 몰랐네.”
“저희가 익산에서 그 난리를 친 게 불과 며칠 전이에요. 그렇다고 뉴스가 크게 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벌써 그걸 이용하네요.”
“아무래도 그날이 크리스마스였으니까요. 예수의 탄신일에 그러한 징조가 보이는 것이 그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흠… 일단 알았어. 수고했어. 관련된 정보는 계속해서 정리해둬. 언젠가 활용할 테니.”
지훈은 지룡에게 이야기를 들은 직후 바로 수로에게 연락해 멸혼과 이방우의 기운을 찾아보라고 전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그 조사과정에서 지금 이야기하던 사이비종교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로가 그 사실을 지금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저희들이 할 일은 없겠습니까?”
“뱀파이어 일족은 일단 치안 활동에만 신경 써. 그럴 가치도 없는 놈들이니까.”
“그렇긴 하겠죠.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것들이 꼭 그런 이상한 집단을 만든다니까요. 짜증나게.”
지석은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실제로 넋을 일반인과 다른 이들이 기운을 운용하게 되면서 그 능력을 이용해서 사이비종교를 만드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삼봉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니까. 실제로 고려시대 때 사찰 대부분의 수준이 딱 저 정도였다고 하니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의 고혈을 뜯어내는 것을 보면 그렇게 혐오할 만도 하지.”
“전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확실한 예시가 있으니 이해도가 다르긴 하네요. 저 같아도 그랬을 거 같아요.”
“모든 게 양면이 있는 법이니까. 태종도 그걸 알고 있으니 그나마 정상적인 곳만 남겨두는데에 찬성했겠지.”
태종이 지정한 전국 각지의 자복사찰외에 정상적인 사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은 조정의 지원도 받지 못함에 따라 점점 몰락하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자복사찰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어쨌든 당시의 사찰은 새로운 나라 조선에게는 반드시 타파해야 하는 존재들이었음은 분명했다.
“만약 삼봉이 아니었다면 지금 저 사이비 교주들은 목사가 아니라 부처를 자처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그렇게 보면 뭐 이러나 저러나 매한가지네요. 에구구. 그럼 대충할 이야기는 끝난 건가요?”
시영의 말을 끝으로 회의가 마무리되었고, 지석과 수로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말씀하신 대로 이번 달 말까지 조직재편은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취임 하시자마자 관련된 자료 보실 수 있도록 보고서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
“그래. 알겠어.”
수로와 지석이 지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사무실에서 나갔다.
이제 안에는 지훈과 시영만이 남아 있었다.
둘은 잠시 아무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먼저 입을 연 건 시영이었다.
“은정이는 내일 온다고 했죠?”
“응. 생각보다 일을 금방 끝냈나 보더라고. 난 그래도 한 1주일 정도 예상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요? 개인적인 일이라고만 말해서요.”
“흠. 글쎄 안될 것 같은데? 만약 들어도 본인에게 듣는 게 더 좋을 것 같고 말이야.”
지훈은 단호하게 시영의 요청을 거절했다.
은정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한 내용이다.
아무리 시영이라고 해도 은정 본인이 말하는 게 아닌 이상 알려줄 이유가 없었다.
“아, 그래요? 그럼 알았어요. 나중에 직접 본인한테 듣죠, 뭐. 대표님 만나러 익산에 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갑자기 나중에 따로 올라온다고 하니까 궁금해서요. 다른 건 아니고 저희 이사하는 것 때문에 그래요.”
“아, 그랬지. 이사준비는 잘 돼가?”
지금 은정은 시영이 살던 오피스텔에 함께 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에 지훈이 이야기했던 대로 투룸 오피스텔로 이사할 예정이었다.
마침 지훈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아래 아래층에 계약이 끝나가는 집이 있었고, 시영은 얼마 전 그 집과 계약을 마쳤다.
“뭐 준비할게 있나요. 절차적인 문제도 다 회사에서 알아서 해줬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사할 때 제일 골치 아픈게 돈 문제인데 그것도 쉽게 해결했구요. 솔직히 말이 대출이지 사실상 회사에서 돈 대주는 거잖아요. 월급에서 대출금을 까고 주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대출금을 까기는 하는 거지. 대신에 딱 그만큼 상여금을 추가로 더 주는 식으로 우회 지원하는 거고. 그렇게 해야 나중에 서류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고.”
그것은 지금 지훈도 마찬가지다.
문서상으로 지훈은 매달 5백만 원씩 회사에게 대출금을 갚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문이긴 해요. 그냥 회사에서 우리에게 돈 주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걸 그렇게 일일이 서류로 남기고 깨끗하게 하는 거구요. 이렇게 골치 아프게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걸 제대로 안 하면 횡령이 되고 배임이 되는 거야. 지금이 조선시대거나 아니면 금융실명제가 성립되기 전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잖아? 그러니까 그건 지켜야겠지.”
“…….”
“그리고 그런 머리 아픈 건 우리 신 이사가 알아서 잘할 테니 신경 안 써도 돼. 나는 뭐 사정이 다르겠지만.”
지훈에게 대표직을 넘긴 이후 택(澤), 그러니까 신경택은 재무이사로 옮겨 회사에서 돈과 관련된 행정처리를 전담할 예정이다.
어차피 이제 TC그룹도 서서히 사업규모를 줄이는 중이어서 신경택은 TCS에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문에 민감한 사람들은 벌써 알고 있나 보던데요?”
시영의 말처럼 이 증권가나 산업계에서는 TC그룹의 행보를 의아해하면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TC그룹이 포기하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조만간 TC그룹 한국지사 그러니까 TC Korea 내부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거야. 재계쪽이나 금융계쪽에서는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그러면 뭔가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에요?”
“그러라고 하는 거니까.”
“네?”
“TC 그룹이 TC Securiy를 제대로 키워보려고 한다는 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지. 다만 왜 그러는지 이유를 파악 못할 뿐이야. 이제 그 이유를 슬슬 알려줘야지.”
지금껏 사업이나 투자를 실패해본적 없는 회사가 바로 TC그룹이다.
그런데 그 TC그룹이 돈을 쏟아붓는 곳이 바로 TC Security다.
그들은 TCS가 무언가 대단한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하긴 그 누가 알아차리겠어요. TCS가 요괴를 퇴치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요.”
“전 세계 모든 나라의 TCS가 준비가 끝나는 날 TC그룹이 TCS의 정식출범을 선포할 거야.”
“외국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나도 정확한 건 모르지만 대부분 준비가 끝났다고 하더라고. 문제는 몇몇 나라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그 나라들이 꽤나 큰 나라들이라.”
“어딘데요?”
“대표적으로 미국이랑 중국.”
세계 최강대국과 그 나라와 대립각을 내세우는 나라.
G2라 불리는 두 나라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건 굉장히 큰 문제였다.
“그 두 나라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니에요? 왜 준비가 미진한 거예요?”
“한 나라는 너무 자유롭고 한 곳은 너무 통제가 심해서.”
지훈의 설명에 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딱 이야기만 들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뭐 지금은 다른 나라를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신경 꺼도 돼. 그리고 어차피 정 안되면 안되는 대로 일은 진행될 거야.”
“그냥 일이 진행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어떻게 되긴. 그 나라에는 각자도생의 길이 열리는 거겠지. 혹시 좀비영화 같은 거 좋아해?”
지훈의 물음에 시영은 고개를 저었다.
지난 몇 년간 좀비와 관련된 영화나 만화, 게임 등이 인기 있었다.
그때 시영도 몇 번 그러한 작품들을 즐기긴 했지만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다.
“그렇게 된다고 보면 돼.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 하고, 사회시설은 모두 붕괴되겠지. 정말 하루하루 내 목숨을 걱정하며 살아야 될 거야.”
“큰일이네요. 그런데 미국이나 중국에도 용사들은 있을 거잖아요. 아직도 무언가 성과를 내지 못한 거예요?”
“그들도 힘들 거야. 생각해봐. 지금 우리도 우리나라 전체를 지키지 못하잖아. 기껏해야 서울주변과 지방의 거점 중심으로 방어를 하겠다고 하고 있는 수준이야. 그런데 중국이나 미국처럼 큰 나라는 어떻겠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아아. 그렇겠네요.”
대한민국의 치안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지나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의 협소성이다.
중국이나 미국 같은 거대한 나라에는 치안의 공백이 생기기 쉬운 곳이 너무나도 많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그나마 치안시설이 촘촘하게 분포되어 있고, 그래서 타국보다 치안이 뛰어난 것이다.
“사실 그것도 조선의 영향이 없진 않지?”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대한민국이 생각보다 법과 행정력이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건 조선의 영향이 크단 소리야. 조선은 모든 행정구역마다 지방관을 파견해서 사법처리와 행정처리를 동시에 수행했어. 동시대에 그렇게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확립한 나라는 없어.”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조선만큼 강력한 중앙집권을 이룩한 국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럽만 해도 절대왕정이 시작되긴 했지만 그것은 중앙집권화를 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지방영주의 군사력과 교회의 통제력에 견제받던 왕권을 이제야 세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절대왕정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조선은 왕이 이미 법 위에 있는 존재임이 명백한 국가였지. 그리고 그 왕권을 바탕으로 지방까지 행정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놀라운 건 고려시대만 해도 정반대의 국가였다는 거지.”
“그래요?”
“유럽에서 수백 년에 걸쳐 절대왕정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걸 삼봉과 태종은 불과 한 번의 혁명으로 이루어냈다는 거야. 물론 그에 대한 부작용도 있긴 했지만 대단한 일을 한 건 사실이지.”
고려만 하더라도 지방의 호족과 사찰 그리고 상인세력까지 많은 권력이 난립하고 있었다.
조선은 그 모든 권력을 왕에게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이렇게 빠르고 평화롭게 개혁을 한 국가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방원이 왕이 된 것에 대해 우리는 진짜 감사하며 살아야 해. 이방우가 왕이 되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런데 지금 그 인간, 아니지 그 존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 아니에요?”
“그래. 그래서 익산에서 올라왔을 때부터 녀석의 존재를 찾았던 건데… 뭐 찾다 보면 나오겠지.”
“생각보다 느긋한데요?”
지난번 익산에서 올라와서 했던 말들과는 달리 다소 느긋해 보이는 지훈이었기에 시영이 의아한 심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이방우가 이 모든 일에 원인이 아니니까. 이방우를 찾는다고 차원의 충돌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는 차원의 충돌과 싸우는 거지, 이방우와 싸우는 게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