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차량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까 말씀하신 게 저 사람인가요?”
“네. 맞습니다.”
도혁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사이 소란은 계속 이어졌다.
“아, 좀 조용히 해요! 아까도 아저씨 때문에 위험했던 거 몰라요?”
“아까와는 상황이 다르잖아! 이상한 비명소리도 다 끝났잖아! 이제 나가도 된다고!”
“안전해지면 꺼내준다는 소리 못 들었어요? 알았으니까 좀 닥치고 있어요!”
“뭐? 닥쳐? 나한테 뭐라고 했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길이 없는 지훈이 도혁에게 물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저러는 건데요?”
“대피하는 과정에서 일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 사이에서 조금 다툼도 있었구요. 그러니까…….”
“아, 알겠습니다. 일단은 저 사람들부터 말려보죠.”
지훈이 한숨을 한번 쉬고는 차량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열차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뚝.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의 소리가 끊겼다.
차량 안에 가득찬 사람들이 지훈을 바라봤다.
아까처럼 지훈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괜스레 머쓱한 기분이 든 지훈이 이마를 한번 쓰윽 훔치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모든 헬하운드는 처리했습니다. 창문으로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지금 바깥이 조금 난장판입니다. 그래서 거기를 수습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일단은 안전하긴 하지만 언제 다시 녀석들이 나타날지 모르니 빨리 대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 문 열어!”
지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급하게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방금 전까지 다른 시민과 말싸움을 벌이던 사람이었다.
문제는 열차 안은 출퇴근길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출입문으로 꾸역꾸역 가려는 남자의 행동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었다.
“아, 뭐예요! 밀지 마요!”
“거기 남자분. 그렇게 함부로 이동하시면 안 됩니다. 천천히 순서대로 나가주세요.”
“넌 뭔데, 씨X놈아. 닥쳐! 나 빨리 나가야 한다고!”
지훈에게 욕을 하고 어느새 출입문 쪽으로 이동한 남자가 비상 레버를 당겼다.
출입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우르르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선로 위로 넘어지고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그 상황을 야기한 사람은 본인 때문에 넘어진 사람을 챙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앞쪽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어서 그런 것일까?
몇몇 사람들이 지훈을 비롯한 소탕팀원들을 흘깃 바라보더니 그 남자를 따라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하아. 대체 무슨 저런. 괜찮으신가요?”
“괘, 괜찮아요. 그냥 좀 까진 정도예요.”
지훈은 차량 안에 남은 사람들을 질서 있게 밖으로 이동시킨 후 선로 위로 넘어졌던 사람들을 따로 챙겼다.
도혁을 비롯한 소탕팀원들도 다른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열차에서 밖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도대체 뭐예요? 저 사람?”
살짝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니 다들 방금 전 난리를 친 사람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하나를 조심스럽게 밖으로 내보낸 지훈이 아이 엄마에게 물었다.
“말도 마세요. 아까 저 사람 때문에 여기 모든 사람들이 위험할 뻔했다니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완전 병X짓했죠.”
아이가 옆에 있었기에 잠시 우물쭈물거리던 여자 대신에 다른 젊은 남자가 대신 대답했다.
“열차랑 열차 사이에 통로 문 있잖아요? 저분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그거 닫아놨거든요? 그런데 아까 저 인간이 자기 휴대폰 떨궈서 가져와야 한다고 문을 열었다니까요.”
지훈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핸드폰을 챙겨야 해서 문을 열었다고?
“진짜요? 에이. 설마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저희도 거짓말이면 좋겠습니다. 저기 저분이 깜짝 놀라서 빨리 달려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뻔했다고요.”
아이 엄마가 도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러고 난 후에도 열차 안에서 난리를 피웠던 것 같다.
물론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그럴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그 정도가 심했었나 보다.
“수고하셨어요.”
대충 사람들을 다 밖으로 나오게 한 지훈이 도혁에게 다가갔다.
“아, 아닙니다. 제 판단 미스로 벌어진 상황이니까요.”
“그래도 도혁 씨가 큰 위험 상황 하나 막았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거요? 하지만 그게 결국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든 셈이어서…….”
“네?”
도혁이 한숨을 한번 쉰 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소탕팀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십의 헬하운드가 열차를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소탕팀은 일단 차분하게 헬하운드의 개체수를 줄여갔다.
그리고 동시에 한 명이 열차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모았다.
“아무래도 퍼져있는 것보다는 모여 있는게 지키기 좋으니까요.”
“그렇죠.”
“원래는 모아놓고 그곳을 한 명이 지키고 나머지가 녀석들을 소탕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헬하운드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마치 눈앞에서 복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도혁은 현재의 인원으로 사람들을 지키면서 헬하운드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모두 열차 안의 사람들을 지키며 요청한 추가 인원이 오기까지 버티는 것으로 플랜을 바꾸었다.
이 작전은 꽤나 그럴듯했지만 언제나 생각과 현실은 다른 편이었다.
“이미 헬 하운드는 수백 마리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녀석들이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해치우는 한편 이들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야 했습니다.”
“다섯 명으로는 좀 무리인 듯싶은데요?”
“맞습니다. 게다가 그때 출입문도 부서지고 말았죠. 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죠.”
“그런데 그때 아까 그 남자가 문을 열어버린 거군요.”
지훈의 말에 도혁이 한숨을 쉬었다.
짧은 사이에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를 정도로 도혁의 표정을 어두웠다.
“그렇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헬하운드 몇이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제가 급하게 그쪽으로 이동을 한 거고요. 다행히 헬하운드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열차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만…….”
“다른 피해자가 있었나 보군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미 저희가 왔을 때 난리가 벌어진 상태였으니까요. 이미 수십의 사람들이 열차 밖으로 나온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팀원 중 가장 기동력이 뛰어난 한 명이 그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도혁 씨가 방어하던 곳에 구멍이 나니 헬하운드 녀석들이 그곳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말이군요. 그리고 그놈들이 제가 여기로 오면서 해치웠던 놈들이구요. 아, 저쪽에서 오고 있는 시영 씨도 만났겠네요.”
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사람들을 데리고 대피해주세요. 여기는 제가 남아서 상황을 마무리 짓도록 하죠.”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저는 걱정 마시고요. 아, 잠시만요.”
지훈이 그렇게 말하고 구석으로 이동한 후 스마트워치를 툭 쳤다.
“앞쪽은 다 끝났나요, 시영 씨?”
— 거의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놈들 단순한 헬하운드가 아닌가 본데요? 기운을 숨기고 선로 구석에 숨어 있다가 습격을 하기도 하는데요?
“제 쪽은 그런 애들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앞쪽으로 몰려간 듯싶네요. 차량 내부에 있던 민간인들 그쪽으로 대피시킬 겁니다. 지금 이동해도 됩니까?”
— 아직 좀 위험하긴 한데. 거기 소탕하러 가셨던 분들이 호위하면서 오면 괜찮을 겁니다.
“흠… 먼저 앞쪽으로 뛰어가신 분들이 몇 분 있긴 한데.”
— 네? 그, 그럼 제가 빨리 그 사람들을…….
“아뇨.”
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시영의 말을 끊었다.
— 네?
“그냥 지금의 속도대로 진행하세요. 방금 이야기한 그 사람들이 숨어 있는 헬하운드를 끌어내면 더 쉽게 진행할 수 있겠죠.”
지훈의 말에 흠칫한 시영이 뒤쪽을 힐끔 바라봤다.
시영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역무원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어폰을 통해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역무원이 내용을 들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시영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가 들었을까 봐 눈치를 볼 정도로 지훈의 말은 놀라웠다.
— 헬하운드 녀석들이 기운을 숨긴 채 어둠 속에 숨어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저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형이니까 조심해서 움직일 필요가 있죠.
“…….”
— 그렇다고 이쪽에서 먼저 움직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집니다. 만약 그 사람들이 헬하운드를 먼저 끌어낸다면 시영 씨가 대피로 안전 확보하기도 좋고 지금 여기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더 안전해지겠죠.
“하지만 대표님 그건…….”
— 왜요?
천연덕스럽게 되묻는 지훈에게 시영은 차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순간 예전 자신이 현주에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팀장님은 99명을 위해 1명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야. 냉정해 보일 수 있긴 하지만 그 1명의 죽음이 헛되게 할 사람도 아니야. 나는 그래서 팀장님이 좋은 리더라고 생각해.”
그 말대로 지금 지훈은 몇 사람을 희생해 수백 명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는 안전로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지훈의 말이 어떤 의도에서 하는 것인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가 일단 빨리 가보겠습니다. 체크해 볼게요.”
— 뭐 그 정도는 시영 씨 재량입니다. 알아서 하셔도 돼요.
뚝.
지훈과의 소통을 끊은 시영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갔다.
키에엑.
숨어 있던 헬하운드 한 녀석이 천장에서 뛰어 내렸지만 시영은 옆으로 슬쩍 피했다.
“타앗.”
깨갱.
시영은 강력한 옆차기로 헬하운드를 처리한 후 뒤쪽에서 자신을 따라 달려오는 역무원에게 소리쳤다.
“앞쪽에 몇몇 사람이 먼저 출발했다고 해서 저 먼저 가볼게요! 천천히 오세요!”
시영은 역무원의 대답을 듣지 않고 좀 더 속도를 높여 앞으로 달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씨X 이게 뭐야!”
크에엑.
헬하운드의 울음소리도 함께 들리는 걸로 봐서는 헬하운드가 사람들을 습격한 듯싶었다.
“젠장!”
시영은 앞쪽으로 기감을 멀리 펼쳐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몇 개의 기운이 뭉쳐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가면 모든 사람들이 전부 희생될 것이 뻔했다.
시영은 오른 다리를 뒤로 최대한 당겼다가 다시 앞을 향해 찼다.
그러자 금행의 기운이 담긴 반원 모양의 기운이 스파크를 튕기며 앞으로 날아갔다.
“뇌월참(雷月斬)!”
파지직.
덕분에 어두운 선로 내에 잠깐의 빛이 생겼다.
그리고 그 빛 덕분에 저 멀리서 헬하운드가 어떤 남자의 옆구리를 물어뜯고 있는 장면이 아주 잠깐 시영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던 헬하운드가 시영이 날린 뇌월참을 발견하고는 급하게 몸을 피했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 녀석의 위치를 제대로 확인한 시영이 다시 한번 방금보다 좀 더 강력한 반원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뇌월참!”
파지직.
깨갱.
이번에는 좀 더 범위가 넓은 탓에 헬하운드가 시영의 뇌월참에 직격당하고 말았다.
헬하운드가 비명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시영이 최대한 빨리 그 남자를 향해 달려가 옆구리를 물린 사람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자리에 주저앉아 시영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 읅… 씨, X…….”
마치 누군가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문 것처럼 남자의 옆구리가 움푹 파여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주변 남자들이 몸을 덜덜덜 떠는 것과는 반대로 시영은 아무런 동요 없이 남자의 상태만 확인하고 있었다.
“괘, 괜찮아요?”
“씨…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