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
새싹이가 아침 이슬을 보내왔다.
스마트폰 화면 상단의 우편함에 1이 떠 있다.
그걸 보고 있어서일까.
왜인지 아침 이슬을 처음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강우혁이 내게 했던 아주 예의 바른 행동이 기억난 거다.
“아저씨한테 어떻게 형이라고 불러요? 그건 엄청 예의 없는 행동이에요! 난 예의 바른 아이구요. 그렇죠, 수녀님?”
“푸흐흡!”
머릿속에 우혁의 목소리가 울려댔다.
아주머니가 참지 못하고 터뜨려 버린 웃음과 함께.
후우…. 갑자기 이슬이가 무지하게 마시고 싶어졌다.
“…퀘스트나 깨자.”
날 위로해 준 새싹이를 위해서도 힘을 내야겠다.
나는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뱉은 뒤 왼쪽에서 두 번째 통로로 들어갔다.
발광석에 의해 밝아진 통로에는 대왕 개미들이 득시글거렸다.
나를 본 녀석들이 갉갉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꼭 저희끼리 의사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착각이다.
대왕 개미들이 주둥이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건 대화라기보다 일종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에 불과했다.
놈들은 혼자 있어도 갉갉거린다.
“세계수의 뿌리!”
나무뿌리로 변한 손은 곧바로 대왕 개미들의 에너지를 빼앗았다.
붙잡힌 녀석들은 주둥이로 공격하고 체내의 산성액도 뿌려 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신들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달은 대왕 개미들은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그렇게 갈림길에서 나뉜 통로들을 전부 손쉽게 돌았다.
여왕개미의 방에 도달하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네 한 바퀴를 느긋하게 산책하는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동작 없이 그저 세계수의 뿌리를 연거푸 써 가며 꾸준하게 걸으면 됐기 때문이다.
저번에 왔을 때는 통로 하나 다 도는 데 몇 시간이 걸렸었는데….
갉갉! 가앍!
다른 대왕 개미들보다 네 배는 커다란 녀석이 커다란 주둥이를 맞부딪쳤다.
크기 때문인지 주둥이 부딪치는 소리가 다른 놈들보다 훨씬 더 컸다.
여왕개미는 거리낄 것 없이 분노를 표출했다.
던전 보스로서 독기를 마구 뿜어 낸 것이다.
개미굴의 주인으로서 침입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졌다.
저번에 왔을 때도 봤었던 모습이다.
그때 여왕개미의 분노는 따스한 손길 한 방에 잠잠해졌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무뿌리가 빠르게 뻗어 나가 여왕개미의 몸통을 감쌌다.
검지와 중지가 여왕개미의 사로잡고 에너지를 빼앗았다.
여왕개미라고 해 봐야 다른 대왕 개미보다 더 큰 녀석일 뿐이다.
감히 세계수의 뿌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갉, 가앍….
거세게 발버둥 치던 여왕개미는 다른 녀석들처럼 곧 두 눈에 빛을 잃고 죽는다.
뿌리를 통해 흡수된 에너지도 그리 많지 않다.
다른 개미들보다는 많았지만, 지금껏 빼앗았던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가장 적었던 지상욱과 비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양이다.
그래도 소득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통로를 되돌아가는 동안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이제 152번만 더 사용하면 되는구나.”
한 통로에서는 대왕 개미가 100~200마리가량 나왔었다.
잘하면, 시체 보관소로 향하는 통로를 도는 동안 세계수의 뿌리 1000번 쓰기를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그렇게 도달한 시체 보관소에서는 비료를 만들 수 있었다.
그것도 관리인의 길 퀘스트에 필요한 A등급 이상의 비료를.
세계수의 뿌리 횟수를 채우고 비료를 만들어 새싹이에게 주면, 이제 남은 퀘스트는 알테라-쇼넴을 쓰는 것뿐이다.
횟수가 얼마나 남았나 확인했다.
[알테라-쇼넴 1000번 쓰기(396/1000)]내가 개미굴을 도는 동안 엘프들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384회에서 12회가 늘어나 396회가 됐다.
남은 횟수는 604회….
“오늘 퀘스트 다 깰 수 있을지도?”
허리춤에 찬 마법 주머니를 손으로 쥐어 보았다.
내용물이 가득 담겨 빵빵해진 그것은 마치 공을 쥔 듯했다.
인벤토리가 생긴 이후 나는 모든 아이템을 거기에 옮겼었다.
텅 비었던 마법 주머니가 이렇게 다시 차게 된 것은 모두 홍수정 덕분이다.
수정 공방을 어지럽혔던 각종 쓰레기를 모조리 쓸어 온 것이다.
빵빵해진 마법 주머니를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양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많던 쓰레기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가져왔다. 남은 604회 정도는 충분히 채울 수 있으리라.
부족하면 관리인들에게 쓰레기 좀 달라고 하면 될 일이다.
여러 통로로 나뉘는 곳으로 되돌아오는 동안 내가 죽인 대왕 개미의 사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새 다른 살아 있는 녀석들이 시체 보관소로 옮긴 것이 분명했다.
사체 보관소로 향하는 통로를 마지막으로 돌기로 한 것도 그걸 위해서였다.
조금이라도 더 대왕 개미들의 사체가 모이도록….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설렘을 전합니다.] [관리인이 어서 출발하기를 바랍니다.]“푸흐흐….”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새싹이의 바람대로 해 줬다.
시체 보관소로 향하는 통로를 향해 들어간 것이다.
들어가자마자 두 종류의 대왕 개미들이 나를 반겼다.
날 향해 공격해 오는 대왕 개미들.
그리고 죽은 것들을 끌고 가는 대왕 개미들.
제자리에 섰다.
세계수의 뿌리를 써서 날 공격한 대왕 개미들을 사로잡았다.
“흐음….”
이놈들을 죽이면서 지나가기는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남게 될 사체들이 아까웠다.
써먹을 수 있는 것을 버려두고 가게 되는 거였으니까.
“그렇다고 다 죽인 후 옮길 수도 없는 노릇… 아.”
눈에 세계수의 뿌리에 사로잡혀 에너지를 빼앗기는 대왕 개미들이 보였다.
이 얼마나 멍청한 고민이란 말인가.
정말이지, 나는 머리를 머리끈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게 틀림없다.
죽인 후 세계수의 뿌리를 유지한 채 짊어지고 가면 될 일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로 고민한 자신이 한심스럽다.
[어린나무가 관리인을 안쓰러워합니다.]“음….”
이런 거로 안쓰러워하지 말아 주라.
창피하단 말이야….
한숨을 내쉰 후 대왕 개미들을 쳐다봤다.
한 차례 날 공격했다가 손쉽게 죽은 것을 본 녀석들은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거리를 둔 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쓸데없는 고민을 끝내 주고자 세계수의 뿌리를 썼다.
지금까지 거대한 몬스터로 변했던 권속 놈들의 몸도 들어 올렸던 세계수의 뿌리다.
대왕 개미 수십 마리쯤이야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네 개의 나무뿌리는 대왕 개미들을 칭칭 감고, 하나의 나무뿌리만 채찍처럼 휘둘러 대왕 개미들에게서 에너지를 빼앗았다.
그리고 그건 제법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사실 세계수의 뿌리는 여태껏 집중력 같은 게 필요한 스킬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지금 검지 하나만 따로 움직이려고 했을 때 깨달았다.
집중하지 않으면 나무뿌리로 변한 검지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또 대왕 개미들을 감싸 쥐고 있던 다른 네 손가락이 활짝 펼쳐지기도 했다.
“이런….”
내뻗고 꽉 쥔다.
지금까지는 그런 간단한 동작만 했을 뿐이라서 컨트롤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세계수의 뿌리를 유려하게 피해 낸 놈들이 없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리라.
하나만으로도 이런데 다섯 개를 전부 따로따로 움직이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
적이 아니라 동료를 공격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능숙하게 다루려면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다시 팔을 뻗어 대왕 개미 사체들을 들어 올린다.
지금 당장 연습하기 위해서다.
나는 집중을 잃지 않기 위해 천천히 시체 보관소로 향했다.
“후우우….”
그 때문에, 시체 보관소에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지금까지 다른 통로들을 도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조금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나무뿌리로 변한 손이 이상한 짓을 했기 때문이다.
원했던 방향과는 다른 곳으로 휘둘러지거나 들고 있던 사체들을 떨구기 일쑤였다.
그래도 시체 보관소 앞까지 걸어오는 동안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또,
[세계수의 뿌리 1000번 쓰기(1000/1000)]세계수의 뿌리 조건도 해결했다.
이제 남은 건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체 보관소로 들어가 비료를 만드는 거다.
아래로 향해 있는 구멍 앞에 선다.
구멍에 들고 온 대왕 개미의 사체들을 떨어뜨렸다.
그럴 때마다 구멍에서 사체 썩은 냄새와 눈에 보일 정도의 독기가 더 심하게 올라왔다.
저번에도 그랬듯 스킬 세계수의 관리인 덕분에 악취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또 두 번째라서 그런가.
거리낌 없이 바로 뛰어내려 갈 수 있었다.
타악….
두 발에 대왕 개미들의 사체가 밟혔다.
정확히는 대왕 개미의 사체들이 썩고 산성액에 녹아내리며 한 덩어리가 된 것들이다.
“어라…?”
그런데… 저번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발아래에 있는 덩어리의 크기가 저번에 왔을 때보다 작았다.
“보관소에 쌓인 대왕 개미들의 사체가 적어서… 그런 건가?”
생각해 보면, 저번에 왔을 때는 던전의 마나가 범람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던전 마나가 범람하려면 한두 달 정도 더 걸려야 했다.
그때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시체 보관소에 쌓인 사체도 적은 것이다.
뭐, 여전히 ‘거대한 독기 덩어리’이기는 했다.
[어린나무가 자기 주변의 흙을 관리인에게 전송합니다.]새싹이가 독기 덩어리를 정화할 흙을 곧바로 보내왔다.
우편함이 아니라 내게 보낸 흙은 곧바로 스마트폰에서 뿜어져 나왔다.
인간 분수대가 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잘 버티고 서서 거대한 덩어리에 흙을 뿌렸다.
세계수의 마나를 머금은 흙이 뿌려질 때마다 부정한 기운과 악취가 점점 사라졌다.
시체 보관소를 가득 메웠던 거대한 독기 덩어리도 사라졌다.
덩어리가 사라지자 그 위에 있던 내 몸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균형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만족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발아래에는 동그란 덩어리가 놓여 있다.
내 주먹보다 작은 덩어리에서는 숲을 걷는 듯한 상쾌함이 뿜어져 나왔다.
새싹이에게 줄 비료가 만들어진 것이다.
톡, 톡.
곧바로 따스한 손길로 비료와 새싹이를 어루만졌다.
비료는 재이네 대장간에서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을 향해 날아갔고, 퍽 소릴 내며 화면으로 들어갔다.
[어린나무가 A등급 비료를 얻었습니다!] [관리인의 길 퀘스트의 A등급 이상의 비료 1번 주기 조건이 달성됐습니다.]“응? A등급?”
왜 A+가 아니라 A야?
독기 덩어리가 작아서 그런가?
그렇다면….
B등급 비료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 고생해서 갖고 오길 잘했네….”
하마터면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지 못할 뻔했다.
다음에 또 오면 되긴 했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2달은 기다려야 했다.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3달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흰빛이 내뿜어졌다.
비료가 전부 전달된 거다.
흰빛이 사라지고, 곧 새싹이가 보였다.
“…오!”
새싹이의 모습은 방금까지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