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오!”
새싹이의 모습은 방금까지와 달랐다.
기둥에서부터 나뭇가지 하나가 새로 자라나 있었다.
당연히 나뭇가지엔 나뭇잎도 자라났다.
내 손바닥보다 조금 큰 나뭇잎이 대략 열 장 정도 늘어났다.
나뭇잎이 늘었으니, 최대 마나량도 증가했을 터였다.
“캐릭터 창!”
눈앞에 푸르스름한 창이 떠오른다.
[백도운 – 세계수 관리인] [타이틀 – 세계수의 동반자] [HP – 100%] [MP – 260만260] [SP – ∞] [상태 – ] [결실 저장고 – 50% 이상]“260만….”
유독 MP 칸이 눈에 띄었다.
아마 내 신경이 거기에 쏠려 있어서 그럴 거다.
“비료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새삼 비료의 힘이 놀라웠다.
저번에 주었을 땐 새싹에서 조금 더 자란 새싹으로 상태가 변했었다.
이번에도 비료를 주자마자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자라나는 등 외형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 50만의 마나가 증가하기도 했고.
키는 자라지 않고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새싹이가 더 성장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화면 속 엘프들의 모습이 바로 그 증거였다.
SD 캐릭터 형태의 엘프들은 지금 팔을 올렸다 내렸다 만세를 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얼굴은 (^0^) 이모티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너 나 할 것 없이 밝았다.
그들의 미소를 보고 있으니 행복한 감정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하하….”
나는 실실 웃으며 화면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악취와 독기가 완전히 정화되어 사라진 시체 보관소가 눈에 들어왔다.
페브리즈를 뿌린 듯한 산뜻함이 느껴지는 시체 보관소….
이곳은 대왕 개미들이 죽으면 오게 되는 곳인 만큼 굉장히 넓었다.
수정 공방에서 쓸어온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꺼내 두기에 딱 알맞았다.
알테라-쇼넴을 쓰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란 소리다.
그렇다.
A등급 이상의 비료 주기 조건을 달성했지만, 아직 개미굴 던전을 빠져나갈 때는 아니었다.
[B등급 전대 세계수 퀘스트 관리인의 길(초급)] [알테라-쇼넴 1000번 쓰기(396/1000)]마법 주머니를 뒤집은 후 두 손으로 탈탈 털었다.
여러 종류의 쓰레기들이 후두두 떨어졌다.
포션 메이커의 공방에서 가져온 것들인 만큼 쓰레기는 대부분 포션을 만들다 생긴 잔여물 같은 것들이었다.
못 쓰게 된 기계나 빈 플라스크 병, 읽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메모지들도 있었다.
“자, 그럼…. 아르카.”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바라보며 아르카를 꺼냈다.
알테라-쇼넴.
그것을 쓰려면 우선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삽을 사 올 걸 그랬나….”
바로 쓰레기들을 묻어 버릴 구덩이를 파내는 것이다.
***
“말씀드렸듯, 알테라-쇼넴은 쓰레기를 땅속 양분으로 전환하는 마법이에요.”
옆에서 걷고 있던 레지나가 말했다.
우린 지금 엘프들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세계수 관리인 백도운은 위그드라실로 진입할 수 없습니다.] [위그드라실로 진입하기에 현재 관리인은 너무 연약합니다.]따위의 메시지를 보고 위그드라실 진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연약해서 진입할 수가 없다는데 별수 있나.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레지나가 검지만 펼친 오른손을 흔들어 댔다.
“그러려면 우선 선행돼야 하는 게 있어요.”
“선행돼야 하는 거요?”
“네. 그게 뭘까요?”
“어….”
물끄러미 바라보자 빙긋 웃기만 한다.
말해주지 않을 테니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흠.”
선행돼야 하는 거라….
나는 레디투스 숲의 엘프들이 알레타-쇼넴을 쓰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은 내가 사다 줬던 치킨을 먹고 남은 상자들을 한데 모아 땅에 파묻었었다.
쓰레기를 무식하게 파묻어 버리는 줄 알고 식겁했었는데….
다행히 그들은 그러려고 묻은 게 아니었다.
레지나가 그 앞에 앉아 마나를 모은 두 손을 바닥에 갖다 댔고, 그 결과 내 검지만 한 새싹이 자라났다.
쓰레기를 땅속 양분으로 전환한 거다.
“…아.”
“아셨나요?”
“알 것 같습니다. 흙바닥에 파묻어야 하는 거죠? 그래야 땅속 양분으로 전환할 수 있을 테니까.”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역시….”
“꼭 파묻으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전환된 에너지가 공기 중으로 그냥 흩어져 버리거든요.”
“공기 중으로? 그럼 쓰레기는요?”
“에너지로 전환됐으니 사라지게 돼요.”
오, 사라진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현재 지구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아주 많았다.
비닐이나 스티로폼 같이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이 특히.
그걸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알테라-쇼넴은 이용가치가 아주 컸다.
뭐, 새싹이를 키워야 하니 그냥 사라져 버리게 두지는 않을 거지만.
알테라-쇼넴은 꼭 땅에 파묻고 써야겠….
어라?
“잠깐만요. 질문 있습니다, 선생님.”
“네? 선생님이요? 저요?”
레지나가 당황한 얼굴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당황한 걸 못 본 척하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알테라-쇼넴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땅에 파묻고 써야 했다.
그렇다면….
“새싹이에게 양분을 주려면 성역에 들어와야 하는 겁니까? 일일이?”
“…….”
질문을 받은 레지나는 입을 다물었다.
귀찮아하는 태도에 기분이 상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쯤, 그녀는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었다.
응? 웃어?
기분이 상하지 않은 건가?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어요.”
“같았다고요?”
“전대 관리인님도 그런 질문을 하셨다고 해요. 그분께서는 돌아다니는 걸 아주 좋아하셨거든요.”
“헤, 그래요?”
“어머님은 그분께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레지나는 “흠흠” 목을 가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관리인님. 일일이 돌아오실 필요는 없답니다. 세계수 님과 관리인님은 연결돼 있으니.”
“연결…?”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세계수님께 전달될 겁니다. 설령, 차원이 다르다고 해도.”
차원이 다르다고 해도…?
그 말을 들었을 때 고개가 저절로 갸웃거려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말이 자꾸만 거슬렸다.
“흐음? 대체 뭐지…?”
***
저녁노을이 지는 개미굴 던전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총 네 명의 남자들.
두 명은 천칭 길드의 서지혁과 최기정, 다른 두 명은 도운에게 아양을 떨어댔던 관리소 직원들이다.
다만, 관리소 직원들 쪽은 의식이 없어 풀숲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최기정이 마법으로 재운 것이었다.
직원들에게 손을 거두며 몸을 일으켰다.
“관리인 놈들에 의하면 두세 시쯤 들어갔답니다. 너무 이르게 온 것 아닐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
서지혁의 질문에 최기정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개미굴 던전이 E등급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백도운은 A급 헌터였다.
E등급 던전으로 4시간 전에 들어간 A급 헌터….
지금쯤이면 슬슬 나올 때가 되었다.
“…평범한 A급 헌터라면, 저도 동의했을 겁니다.”
“음?”
서지혁이 던전 입구에서 고개를 돌려 최기정을 바라봤다.
‘평범한 A급 헌터’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도운의 실력을 의심하는 걸까.
확실히, 현재 그는 A급으로 올라선 데에 여러모로 말이 많았다.
한진환의 추천에 의한 것이어서 실력 검증을 받지 않은 탓이다.
정부가 검증하지 않았으니 헌터로서 실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건데….
문제는 추천한 사람이 그 한진환이라는 것.
과연 다른 실력 검증이 필요할까?
적어도 서지혁은 도운이 A급 헌터의 수준이라는 데에 의심할 생각이 없었다.
“…평범한 A급 헌터는 E등급 던전 따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A등급 게이트 돌기에도 바쁘니까요.”
“호오….”
서지혁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부하의 말이 아주 그럴듯했기 때문이다.
A급 헌터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E등급 던전을 돌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어떤 목적이 있지 않은 한 절대로 돌지 않을 터였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저곳으로 들어갔는데, 그 목적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건가.”
“바로 그겁니다.”
“흐음….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군.”
“그러니 관리소로 들어가셔서 편히 기다리심이-”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네?”
“저기 나오는군.”
서지혁이 던전을 향해 턱짓했다.
개미굴 던전에서 도운이 나오고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힘없이 걸으면서.
그 모습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등급 개미굴 던전 따위를 도는 거로 지칠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의 생각은 옳았다.
도운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발걸음에 힘이 없는 것은 다른 감정 때문이었다.
그의 몸을 휘감은 감정은 바로 실망감이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그가 불만스러워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도운은 고개는 가만히 둔 채 눈동자만 돌려 서지혁을 바라봤다.
“백….”
서지혁은 이름을 끝까지 부를 수 없었다.
도운이 오른손을 내밀어 제지했다.
“…기다려.”
“뭐?”
“저 새끼가….”
서지혁과 최기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운은 둘을 무시한 채 쓰러져 있는 관리소 직원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그가 향한 곳은 관리소였다.
딸랑.
문을 열자 방울 소리가 울려 댄다.
“설마…!”
최기정이 다급하게 지팡이를 꺼냈다.
관리소로 들어간 도운이 신고하려는 것으로 생각해서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 모으는데, 서지혁이 팔을 들고는 단호하게 최기정을 말렸다.
“그만.”
“왜 그러십니까?”
“신고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쓰레기통?”
“네?”
최기정은 반문했다.
서지혁의 입에서 쓰레기통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관리소로 들어간 도운을 바라본다.
그는 막 관리소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손에는 네모나고 파란 것이 쥐어진 채였다.
“쓰레기통…?”
최기정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왜 쓰레기통을 꺼내 와?
그런 의문이 떠올랐을 때,
“아르카.”
도운이 거대한 목검을 꺼냈다.
그 목검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에게 월광의 검사라는 이명을 붙여 준 것도 그 무기다.
이번에야말로 최기정은 백도운이 공격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사가 검을 꺼내 들었다면 할 것은 베는 것뿐이었다.
최기정은 곧바로 지팡이에 마나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후! 후웁!”
“…….”
도운은 아르카로 베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찌르는 동작을 취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훕! 후훕!”
양손으로 쥔 아르카를 이용해 풀이 자라난 땅을 파 댔다.
그렇다.
2m가 넘는 검으로 삽질을 시작한 거다.
각이 잡힌 자세로 아주 빠르게.
그 꼴을 본 최기정은 공격하는 거로 착각해 지팡이에 마나를 모았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서지혁에게 물었다.
“대체… 저 자식 뭐 하는 거랍니까?”
“우문이군. 나라고 알 것 같나?”
“죄송합니다. 답답해서 그만….”
“괜찮아. 네 마음 이해한다.”
나도 너처럼 저놈이 뭐 하는지 몰라서 답답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대신 서지혁은 가만히 도운이 하는 꼴을 지켜봤다.
도운은 이제 관리소에서 갖고 나온 파란 쓰레기통을 뒤집고 있었다.
아르카로 파낸 구덩이에 쓰레기를 부어 버린 것이다.
“허어…?”
“……?”
갸웃.
서지혁과 최기정은 동시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다.
구덩이를 열심히 파더니 거기에 쓰레기를 채워 넣어?
“…헉!”
최기정은 숨을 들이켰다.
도운의 기행은 끝이 날 줄을 몰랐다.
열심히 파냈던 구덩이에 쓰레기를 채워 넣더니 다시 흙으로 덮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최기정은 분리수거가 생활화돼 있는 한국의 국민으로서 빽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우선 꾹 참기로 했다.
도운이 하는 짓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했던 탓이다.
“…….”
“…….”
땅을 고르게 덮은 도운은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두 손에 마나를 모았다.
푸른 마나가 금세 도운의 손을 덮는다.
최기정은 그 마나가 매우 청정하다고 생각했다.
울창한 숲의 피톤치드 향이 나는 듯한 착각마저 느꼈다.
도운은 마나를 모은 두 손을 땅에 갖다 댔다.
그러자,
움푹!
땅이 꺼졌다.
그 대신 마나가 솟아올랐다.
“허억!”
최기정은 깜짝 놀라 숨을 토해 냈다.
쓰레기를 파묻은 곳에서 마나가 솟아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더 놀랄 만한 일이 남아 있었다.
솟아난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도운에게로.
“설마…!”
마나는 도운에게로 들어갔다.
“말도 안 돼!”
그걸 본 최기정이 아연실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