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49
제150화
“난 ‘버스트 모드’로 그놈을 공격했거든?”
한진환이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버스트 모드란 온몸에서 푸른 번개를 내뿜던 것을 의미한다.
나의 광합성 모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킬이다.
광합성 모드는 그동안 모았던 햇빛 에너지를 사용한 버프 스킬이지만, 그의 버스트 모드는 전력을 내기 위한 전제 조건 같은 것이었다.
그걸 쓰지 않으면 한진환은 전력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구렁이 새끼 다치기는커녕 더 강해지더라니까?”
“더 강해졌다고?”
“어.”
“놀랍네. 한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니…. 역시, 속성은 무시할 수 없네.”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밀러?”
“뭔데?”
“그놈이 하는 공격도 내게 통하지 않았다는 거야.”
“아.”
“그래. 그놈이 날 공격하면 할수록 내 컨디션이 좋아지더라고.”
“하, 하하….”
밀러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마 그녀의 머릿속엔 한진환과 이무기가 서로 공격하고 컨디션이 좋아져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떠올랐을 거다.
어떻게 아느냐고?
내 머릿속에서도 그 모습이 연상됐으니 알 수밖에.
아마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의 머릿속도 비슷할 터.
“과연, 한 혼자서는 공략할 수 없겠네.”
“다 수련이 부족한 게지. 자기 능력만 믿고 설치니 그리되는 게다.”
“영감탱이 제자들인 거 자랑해? 왜 이렇게 잔소리가 늘었어?”
“쯧쯧. 말본새하곤.”
리롄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 모습을 보던 한진환이 태천이를 돌아봤다.
“이태천, 넌 나 이해하지?”
“……?”
“너도 이무기 사냥 실패했잖아.”
“…….”
태천이는 어이가 없는지 한진환을 바라봤다.
남의 실패를 함부로 말한 게 당황스러운 것이리라.
하지만 실패한 사람끼리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일까?
한진환에게 무슨 그럴 소릴 하냐고 따지진 않았다.
“흥.”
그때,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미르노프였다.
태천이를 바라보는 놈의 얼굴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저 새끼가?
나는 스미르노프를 노려봤다.
도희도 놈을 째려본다.
그렇다.
우리 3남매는 사이좋은 남매답게 같은 마음이 되어 스미르노프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언젠가 꼭 저 새끼 오른 발목을 자르고 말리라.
“…이태천 헌터는 그래도 한진환 헌터와는 달리 활약했습니다.”
빔프로젝터 버튼만 누르던 배수현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한진환 헌터가 공략에 실패한 후, 우리나라는 A급 헌터들로 원정대를 꾸렸습니다.”
“공략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니, 실패했겠군.”
“맞습니다, 리롄제 님. 이무기의 힘은 A급 헌터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어떤 공격도 전혀 통하지 않았죠.”
“으음? 어떤 공격도, 라고 그랬나?”
“그렇습니다. 기록된 영상에 따르면 투명한 실드가 공격들을 전부 막아냈습니다.”
“잠깐만요.”
밀러가 끼어들었다.
“어떤 공격이라는 건, 그러니까, 모든 속성을 방어했다는 건가요?”
“네.”
“모든 속성을 방어하는 마법? 왜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영상 확인할 수 있을까요?”
“…울릉도 게이트로 결정이 될 경우,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배수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밀러는 잠깐 당황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미국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게이트 정보를 함부로 열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투명한 막…?”
한진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공격할 땐 그런 거 없었는데?”
“위력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군.”
“위력? 그게 무슨 말이요?”
“모든 속성을 방어하는 실드 마법. 듣기엔 좋아 보이지만 그런 건 약점이 많아.”
리롄제의 말에 한진환이 바로 물었다.
그러나 그의 질문에 대답한 건 밀러다.
마법에 관한 한 이곳에서 그녀만 한 전문가가 없었으므로 리롄제는 발언권을 넘겨주었다.
“조금만 더 강한 공격에도 쉽게 깨진다거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거나 아니면 마나 소비가 엄청나다거나.”
“아하.”
밀러는 손가락을 하나씩 펼쳐가며 설명했다.
그럴 때마다 한진환이 “아하” 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이무기의 방어 마법에도 분명 약점이 있었을 거야. 한의 공격을 막지 못한 걸 보면… 아마 실드보다 더 강한 위력을 담은 공격은 막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
“네, 우리나라 마법 연구가들도 밀러 님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배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밀러의 말에 긍정했다.
한진환은 ‘오, 역시 밀러.’하고 칭찬하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밀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보며 배수현이 안타까운 투로 덧붙였다.
“문제는 A+등급의 이무기가 펼친 실드 마법이라는 거였죠….”
“아, 그렇네요. 최소한 공격력이 A+등급은 돼야 통하겠어요.”
“등급이 깡패란 소리네.”
“속된 말로 하면, 한의 말이 맞아.”
생각해 보니, 참으로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실드 마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무기를 공격할 수 있는 헌터는 한진환이 유일했다.
운명의 장난인 건지.
하필 같은 속성이라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게 문제였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실드 마법을 뚫는 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무기에게 성공적으로 데미지를 주기 위해선 뚫어야 하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무기의 비늘이었다.
방어력이 드래곤 비늘에 비견되는 그것을 뚫어야만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원정에서 우리나라 두 손가락 안에 드는 탱커인 이태천 헌터가 없었다면 많은 사상자가 났을 것입니다.”
그리 말하고는 배수현은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겠다는 듯 태천에게 고개를 숙였다.
태천이는 극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쑥스러워했다.
정말, 팔불출이 되고 싶진 않은데 그렇게 된단 말이지.
나와 도희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배수현을 바라봤다.
언젠가 꼭 맛있는 간식을 사다 주리라.
“…….”
우리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그녀는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면, 그곳이 적당할 거 같군.”
리롄제가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그의 뒤로 밀러와 그위친 그리고 스미르노프도 찬성표를 던졌다.
일사천리로 정해졌기 때문일까?
황 장관이 밝게 웃었다.
“그럼 울릉도 게이트로 픽스하겠습니다. 다음은 일정 문제로 넘어가겠-”
“이봐.”
“…네, 스미르노프 님.”
황 장관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차분한 태도와 달리 표정은 좋지 못했지만.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나이가 있는데 반말을 받았으니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 때문에 스미르노프 옆에 있던 통역사가 낯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저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참 고생이 많은 인간이다.
“멤버는 어떻게 할 거지?”
“……?”
“우리 S급 헌터 네 명, 이렇게 끝인 건가.”
“네. 그럴 계획입니다.”
황 장관은 한진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시선을 받은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진환 헌터는 울릉도 게이트에선 무능하니까요. 아무튼, 도움이 안 되는 친구라니까.”
“…허, 듣는 사람 상처받게 말씀 신랄하게 하는 거 보소?”
한진환의 대응에 황 장관이 짧게 웃었다.
다른 이들도 살포시 웃어댔다.
스미르노프의 반말로 인해 조금 굳었던 분위기가 풀렸다.
아마 두 사람은 일부러 그리 말한 것일 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미르노프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람을 더 추가하는 게 어떻겠나?”
“네? 추가?”
황 장관이 반문했지만, 스미르노프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서는 태천이를 바라본다.
설마….
저놈 태천이 꼬드기는 거 아직도 포기 안 했나?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는걸.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밀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녀는 도희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은 도희는 아하하 웃었다.
저 웃음을 안다.
속으로는 귀찮아 죽겠다고 중얼거리는 얼굴이었다.
학창시절 나 대신 도희에게 잔소리하던 선생을 바라보던 얼굴이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해요?”
“음….”
밀러가 리롄제에게 질문했다.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수염을 쓸어넘겼다.
생각에 잠긴 듯한 스승을 리우이호가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함께하고 싶은 듯했다.
그런 제자를 흘깃 본 리롄제는 껄껄 웃었다.
“좋은 생각인 것 같군.”
정말이지, 제자 사랑이 끔찍한 스승이다.
오늘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용에 환장한 모습을 보여주질 않나.
물론,
[경고!] [어린나무가 관리인에게….]똑같은 모습도 꾸준하게 보여줬다.
제발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둬주라….
밀러가 옆에 있는 그위친에게 물었다.
“그위친. 당신도 괜찮죠?”
“그럼, 괜찮고말고.”
팔짱을 낀 그가 싱긋 웃는다.
둘 사이가 무척 좋아 보이는걸?
같은 나라의 S급 헌터니까 사이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친구나 동료에게서 흔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알콩달콩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새싹이가 두근거린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 증거다.
가족…?
그런 느낌이 든달까?
마치 사이좋은 삼촌과 조카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하긴, 둘의 나이 차이가 딱 그 정도기는 하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인원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장관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가?
결정이 빠르다.
그가 아니라 김태석이었다면….
‘상부에 보고해야 하니…’ 따위의 말로 회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들었으리라.
“인원은-”
“이태천. 나는 저놈을 참가시키고 싶다.”
“놈? 이게 어디서 놈이래?”
태천이 눈을 찌푸리며 스미르노프를 째려봤다.
마음이 잘 맞는 우리 남매도 태천이를 도와 스미르노프를 째려봤다.
스미르노프는 그런 우리가 가소로운지 비웃었다.
저 새끼가?
[어린나무는 거인의 웃음이 싫다고 전합니다.] [따라서 관리인 남매의 행동에 동참합니다.]좋아.
그래야 우리 백 씨 집안 아이지!
“…….”
우리가 그러고 있을 때, 황 장관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빡쳤군.
저건 빡친 사람의 한숨이다.
황 장관은 그러나 어른이었다.
참을성이 굉장히 굉장한.
“…다른 분들도 참가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미스 백을 참가시켜도 될까요?”
“싫….”
도희는 말을 하다 말았다.
싫다고 말하려고 했지, 지금.
부정하려던 모습은 금세 지우고는 싱긋 웃어 보인다.
와, ‘싫…’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밀러에게 고마워하는 줄 알았을 듯하다.
황 장관은 다음으로 리롄제와 그위친을 바라봤다.
리롄제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어 뭐하겠나. 내 제자를 데리고 가도록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위친 님은…?”
“음…. 나는-”
“잠깐. 미국에서 둘을 추천한다면 형평성에서 어긋나지 않나.”
리롄제가 말을 끊었다.
영감의 말마따나 그위친도 추천한다면 미국에선 둘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그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위친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영감탱이.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따져대긴.”
“뭐라?”
“그럼 중국이랑 러시아도 1명씩 더 데려가면 되잖아.”
“음….”
오. 솔깃한가 본데.
리롄제는 황 장관을 쳐다봤다.
황 장관은 파르르 떨리는 입으로 미소를 지었다.
하긴, 계획과 달리 갑자기 인원이 늘어나게 됐다.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자포자기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제멋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제멋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 그런가.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나는 마인 길드의 조주현 군의 참가를 원하네.”
“예? 저 말씀입니까?”
조주현이 당황해서는 되물었다.
리롄제의 입에서 자기 이름이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것 같다.
“싫은가? 그럼 거부해도 되네.”
“아, 아닙니다! 참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껄껄. 그렇다는군. 조주현 군으로 부탁하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스미르노프 님, 그위친 님,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더 없으니 마음대로 해라.”
“꼭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 관심이 생기질 않는군.”
“…….”
아, 저 새끼 진짜.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미국이랑 중국에서 두 명씩 하는데, 러시아만 한 명 추천하면 어떡하자고.
황 장관은 그리 말하고 싶은 얼굴을 하다가,
“…내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그위친의 말에 싱긋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네, 그위친 님.”
“도운을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도운…. 백도운 헌터를 말하는 겁니까?”
“네.”
황 장관이 나를 돌아본다.
그의 얼굴엔 놀라움이 담겼다.
그위친이 나를 추천한 데에 따른 호기심이다.
어느 사이에 그렇게 친해졌냐는 듯 묻는 것만 같다.
이어 떠오른 얼굴은 탐욕이었다.
기회를 잡은 사람의 타오르는 눈빛이었다.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그위친을 본다.
날 보는 그위친의 눈빛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듯 반가운 눈이다.
“…….”
미친 건가.
그런 눈으로 왜 A+등급 게이트에 데려가려고 하는 걸까.
도희나 태천이는 몰라도, 나는 아직 그런 곳에 들어갈 정도가 아닌데.
후우….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은데요?”
“……?”
그위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얼굴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남매를 제외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눈이 탐욕으로 이글거리던 황 장관은 날 죽일 듯이 노려보기까지 했다.
저 양반 아까부터 왜 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