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85
제186화
“꺄아아아아아악!”
홍수정의 비명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 비명은 곧바로 마나를 끌어 올리게 했다.
또 자연스럽게 손에 무기를 쥐게 했다.
설마 크라우드가 나타난 건가.
그러한 생각이 행동보다 늦게 뒤따라왔을 때,
“…….”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나를 포함해 이 장소에 있는 모든 이들이 홍수정이 비명을 지른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비명은 적이 나타나서 질러댄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엔 놀라움이 담겨 있지만, 두려움은 담기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설렘이 담겨 있었다.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얼굴은 당연히 바디필로우처럼 작아진 무기를 향했다.
“귀여워…!”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듯 가렸다.
주변을 좀 돌아봤으면 좋겠다.
백운천 간부 11명이 미친 여자 보듯 보고 있는 걸 알아야 할 텐데.
유재이도 친구가 저러면 말릴 생각도 좀 했으면 좋겠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고 소고기만 먹고 있는 게 맞나.
“너무 귀여워요오!”
홍수정이 감탄하면서 우리 앞까지 달려온다.
11명의 시선은 그녀를 뒤따랐다.
그러는 동안 무기를 다시 내려놓고, 끌어올렸던 마나를 가라앉힌다.
서민철이었나?
녀석을 포함한 몇몇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앉아 고기를 집어 먹거나 술을 마셨다.
최혜주, 아니 최희주는 홍수정을 노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잘 들리진 않지만, 아마도 불만을 구시렁거리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노려보면서 혼잣말 중얼거리는 건 똑같군.
나한테도 자주 저랬었는데.
“축소화 스킬이네요! 레이독치온? 맞나요?”
“네, 맞습니다. 아십니까?”
“이름만요.”
홍수정은 곽형원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했다.
그러고는 무기를 바라봤다.
무기는 열렬한 시선이 닿자 고개를 살짝 뒤로 뺐다.
현명하기도 하지.
그녀의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무기 님…! 저 홍수정. 평생의 부탁이 있습니다!”
「……?」
“한 번만 안아보자.”
「……??」
“한 번만, 안아보자…!”
「……!」
그녀는 두 팔을 벌리고는 무기에게로 달려들었다.
꽉 끌어안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무기는 구불거리며 피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달려들고 회피하는 게 몇 번이고 반복됐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제발요! 평생의 부탁이에요!”
「평생의 부탁이 뭐 이리 가벼운 거냐….」
“피하지 마세요. 제가 꽉 껴안아 드릴게요!”
「관리인! 좀 말려 봐라…!」
무기가 내 뒤로 도망쳤다.
자연스럽게 무기를 덮치려던 홍수정이 내 앞에 서게 됐다.
일단, 무기의 편을 들어주어야겠다.
팔을 뻗어 홍수정을 가로막았다.
“진정해요, 수정 씨.”
“그럴 순 없어요! 이 순간을 놓친다면 천추의 한이 될 거예요!”
“뭘 또 천추의 한까지….”
“자, 비켜주세요!”
홍수정이 소리쳤다.
결연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으나….
내겐 그저 둘째가라면 서러울 변태처럼 보였다.
실례되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비키시지 않겠다면, 할 수 없죠!”
“……?”
“제발 부탁드립니다아아!”
털썩!
홍수정은 소리치며 강렬하게 무릎을 꿇었다.
흙바닥이라서 다행이다.
아스팔트 바닥이었으면 방금 무릎이 다 까졌을 거다.
뭘 또 저렇게까지 온 마음을 다해 무릎을 꿇는담.
“…….”
“…….”
“…머리도 박을까요?”
“박는다고 내가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아요?”
“아뇨…. 도운 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죠.”
“알면서 무릎만 아프게 왜 그랬어요.”
“혹시나 했죠. 역시나네요….”
홍수정이 고개를 푹 숙였다.
바로 그때였다.
콰득.
커다란 손이 홍수정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홍수정은 화들짝 놀라 짧게 비명을 질렀다.
“꺄악!”
“…….”
“누, 누구…. 형원 씨?”
오른손의 주인은 곽형원이었다.
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홍수정에게 싱긋 미소 지었다.
“홍수정 씨.”
미소와는 달리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화가 난 목소리였기에, 홍수정은 침을 꿀꺽 한 번 삼키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네…?”
“상대가 바라지 않는 신체접촉은 폭력입니다.”
암, 암.
지당하신 말씀.
당연히, 그가 그녀의 머리를 움켜쥔 것도 폭력이다.
곽형원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제가 하는 것처럼요. 불쾌하죠?”
“…네.”
“이 경험을 꼭 기억하시고, 다시는 반려 몬스터에게 포옹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아시겠습니까?”
“…….”
끄덕끄덕….
홍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탐탁지 않다는 듯 곽형원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대답해야죠?”
“……칫.”
“…….”
이야, 홍수정….
무서워서 고개만 끄덕인 게 아니었구나?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대답하지 않은 거였다.
곽형원은 그걸 알아차리고 대답하기를 요구했고.
홍수정도 홍수정이지만, 곽형원도 곽형원이다.
그녀가 입을 댓 발 내밀고 대답했다.
“아, 알겠어요! 안 그러면 될 거 아니에요!”
“좋아요. 잘 생각했습니다.”
톡, 톡.
곽형원은 홍수정의 머리를 살살 두드렸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싱긋 웃었는데, 아까와는 달리 따스함이 느껴졌다.
유치원 선생님 같은 미소랄까?
‘참 잘했어요~’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머리 움켜쥐어서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내가 잘못한 건데요, 뭐.”
으응? 뭐지.
왠지 저 두 사람 잘 어울리는걸?
「관리인.」
“응?”
「저 인간은 대체 왜 저런 거지?」
“귀여워서.”
「……?」
“작아진 네가 귀여워서 그런 거라고.”
「…….」
무기는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마치 사고가 정지한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귀엽다니…. 살면서 그런 말은 또 처음 들어보는군.」
“어, 그래? 어릴 때도?”
「관리인. 난 이무기다.」
“그걸 누가 몰라?”
「어릴 때도 미노타우로스보다 컸다는 소리다.」
“아….”
귀여움이란 보통 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그 크기가 미노타우로스보다 컸다면….
귀여움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게 된다.
“그럼 이번 기회에 많이 들어.”
「음…?」
“너 귀여워. 엄청 귀여워. 완전 귀-”
타악!
무기는 꼬리로 내 입을 후려쳤다.
흐흐, 부끄러워하기는.
[세계수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늘어뜨립니다.] [현재 관리인이 변태처럼 보인다고 전합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변태처럼 보인다고 지적합니다.]너무하네.
***
홍수정을 따로 불러냈다.
사람들과 떨어지자 그녀는 바로 본론을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질문하는 그녀는 고개가 살짝 내려가 있었다.
내 눈이 아니라 목을 쳐다보고 있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목에 무기가 목도리처럼 감겨 있었다.
무기 덕분에 목이 아주 시원하다.
마치 목걸이 선풍기를 걸고 있는 느낌이랄까?
「…….」
“…….”
홍수정이 부러운 듯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입맛은 왜 다셔.
저러니까 무기가 피하지.
“…감정 좀 부탁하려고요.”
“감정이요? 혹시…!”
“아뇨, 세계수 재료는 아니에요.”
“아, 그렇군요.”
살짝 실망한 듯 어깨를 늘어뜨린다.
그녀의 실망감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짝…!
손뼉을 한번 치고는 웃어 보였다.
“뭘 감정해드릴까요?”
“포션이요.”
“포션이라고요?”
“네.”
그녀를 따로 부른 건 엘프들에게 받은 포션을 감정받기 위해서다.
파트리아는 포션의 품질이 그리 좋지 못할 거라고 했다.
성역에서 자라난 숲의 재료들로 제조한 만큼 엄청 나쁘지는 않겠지.
그렇다고 세계수의 잎으로 만든 만큼 좋지도 않을 거다.
아마 중급 포션 정도겠지.
“배신이에요…!”
“네?”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포션 제조를 의뢰하다니…!”
“아.”
아무래도 오해를 한 것 같다.
하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매번 포션 의뢰를 맡겼다가 대뜸 포션을 갖고 왔으니….
“오해예요.”
“오해요?”
“네.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겁니다.”
“…정말요?”
“당연하죠. 이런 거로 거짓말해서 뭐해요?”
“…….”
홍수정은 날 빤히 바라봤다.
거짓말해서 뭐하냐는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듯하다.
두꺼운 렌즈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눈은 아마도 게슴츠레 뜨고 있지 않을까.
“알겠어요. 감정해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인벤토리에서 오크통들을 꺼냈다.
필요할 것 같아 챙겨온 종이컵도 위에 올려놓는다.
그녀는 곧바로 감정을 시작했다.
킁킁.
코를 처박고 냄새를 맡는다.
비비적비비적.
이어 뺨을 천천히 비벼댄다.
“…어때?”
「…나한테 물은 건가, 관리인?」
“응.”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군. 저 인간 여자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듣고 싶은 건가?」
“아니.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럼 뭘 묻는 거지?」
“네가 저 오크통 꼴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거?”
「…….」
“어때?”
「끔찍하군….」
다시 한번 묻자 무기는 몸을 떨며 대답했다.
참 대단한 일이다.
A+등급 몬스터를 떨게 하다니.
탁, 탁.
무기의 몸을 떨게 만든 여자가 손바닥을 털고 날 바라본다.
“이거 누가 만든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네. 아니에요.”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다.
엘프들이 만들었으니까.
“그걸 알 수가 있어요?”
“추측한 거예요. 제조 방식이랑 재료들로. 재료들이 이질적이던데, 우리나라 거 아니죠?”
“네.”
“미국 건가? 혹시 제조한 사람이 미국 사람이에요?”
“미국?”
“맞아요?”
“아뇨, 전혀 아닌데요.”
“어, 그래요? 근데 왜 제조 방식이 미국 쪽과 비슷하지…?”
“글쎄요…? 아무튼, 미국 사람은 아니에요.”
“흐으응…?”
미국의 포션 제조 방식이 엘프들과 비슷하다고?
왜 비슷하지?
“…….”
뭐, 우연이 일치한 거겠지.
차원이 다른데 서로 교류를 했을 리도 없고.
“포션은 중급에 해당해요. 이 정도 양이면… 중급 포션 규격으로 150병 정도 나올 것 같고요.”
“역시….”
예상한 대로 중급 포션이었다.
2통 갖고 있으니 총 300병인가.
부탁받은 것도 있으니 이번엔 10병 정도 챙겨둬야겠다.
도희나 태천이에게도 나눠줘야지.
“그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게 하나 있어요.”
“뭔데요?”
“포션에 마법이 걸려 있어요.”
“마법이요?”
“네.”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데요?”
“폭발 마법이요.”
“……뭔 마법이요?”
“포션에 폭발 마법이 걸려 있다구요.”
“…….”
포션에 폭발 마법이 왜 걸려 있어?
설마 엘프들 목적이 날 암살하는 거였나…?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세계수의 아이들인 그들이 세계수 관리인인 날 죽여서 좋을 게 없다.
날 죽여 관리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게 아니라면.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상상력에 경악합니다.] [그런 끔찍한 상상은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을 표합니다.]역시…?
나도 방금 한 상상은 선을 조금 넘었다고는 생각해.
[어린나무는 조금이 아니라 많이 넘었다고 지적합니다.] [엘프들의 진심을 곡해한 관리인을 나무랍니다.]그래, 인정.
다음에 고기 사 들고 찾아갈게.
새싹이와 대화를 나누는 내 표정이 좋지 못해서였을까?
홍수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심각한 건 아니에요.”
“그래요?”
“폭발 마법이라고 해봐야, 살짝 따끔…한 정도도 못 될걸요?”
“…….”
살짝 따끔하지도 못할 거라고?
그럴 거면 뭐하러 폭발 마법을….
“……!”
그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알겠다….”
“네?”
“알겠다고요. 여기에 폭발 마법이 걸려 있는 이유.”
“뭐 때문…인데요?”
“탄산이요.”
“네?”
“탄산 효과를 내려고 폭발 마법을 건 거예요.”
“…….”
홍수정은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어떤 미친 사람이 탄산 효과를 위해 폭발 마법을 거느냐고 묻고 싶은 듯했다.
미친 사람이 아니라, 엘프들이다.
그녀가 고개를 내려 오크통을 바라봤다.
“잠깐만요. 탄산? 그럼, 이건….”
“콜라예요.”
“…….”
그렇다.
엘프들은 콜라를 만든 거다.
아무래도 예전에 먹었던 콜라가 정말 맛있었던 모양이었다.
“마셔 볼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홍수정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통에 담긴 포션을 마시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는 듯하다.
나도 그랬으므로, 바로 오크통을 들어 종이컵에 포션을 따랐다.
종이컵은 하나뿐이어서 내가 먼저 마셨다.
“……!”
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틀어막지만,
“으윽….”
손가락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무기와 홍수정이 날 걱정했다.
「관리인, 괜찮나?」
“도운 씨! 괜찮아요? 마법이 좀 세요?”
“아니, 괜찮아요. 그냥… 맛 때문에….”
“맛이요?”
홍수정이 내 손에 들린 종이컵을 빼앗듯 들었다.
곧바로 한 모금 마시더니, 나보다 더 심한 반응을 보였다.
“퉤, 퉤…!”
종이컵을 오크통에 내려놓고 입안의 포션 잔여물을 뱉고 싶은 듯 침을 뱉는다.
이해한다.
나도 그러고 싶었으니까.
“이, 이건….”
“보리차네요.”
“보리차요? 아뇨. 그냥 보리차 맛만 나는 게 아니잖아요!”
홍수정이 소리쳤다.
그 말대로, 단순히 보리차 맛만 났다면 기분 좋게 목을 넘길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엘프들이 만든 포션은 그렇지 않았다.
구수한 보리차 맛을 베이스로, 탄산과 설탕이 잔뜩 들어간 맛이 났다.
그렇다.
포션에서는 맥x맛이 났다.
「음, 의외로 괜찮은걸?」
종이컵에 남은 걸 마저 마신 무기가 입술을 핥았다.
얘가 미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