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24
제225화
장첸 소장은 베이스캠프 인근의 풀숲 앞에 섰다.
풀숲은 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나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암석과 모래로만 가득했던 사막이 초록으로 가득했다.
사막이 초원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A+급 헌터의 마법이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요?”
부하 연구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당연하게 맴돌았다.
예전에 마법사들이 찾아와 마법을 썼을 때는 이렇게 빠르게 식물을 자라나게 하지 못했었다.
그때 자라나게 한 건 풀이 아니라 나무였지만, 그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터였다.
“과연, 다르긴 다르군….”
감탄스러움이 입 밖으로 저절로 나왔다.
이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는 도운이 두 번째로 푸른 꽃을 소환하고 있었다.
사막을 간단하게 초원으로 바꿔버린 이 놀라운 일이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다.
저 마법을 쓰는 데는 분명 엄청난 마나가 필요할 터였다.
땅에 있는 자신이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런데도….
백도운은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마법을 바로 연달아서 쓰고 있었다.
“대체 마나가 얼마나 많기에…?”
그런 의문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A+급이라더니….
부하 직원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장첸 소장은 눈을 질끈 감는다.
하늘로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붕붕 젓는다.
어차피 도운의 마나에 대해서는 부하들에게 보고를 받을 터였다.
다른 이들이 모르게 마나의 양을 측정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그가 할 일은 백도운의 마법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진 풀숲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는 쪼그려 앉고 손을 뻗어 풀을 쓰다듬었다.
“……!”
풀은 굉장히 건강했다.
이곳 사막에서 그가 키워냈던 그 어떤 식물보다도 상태가 좋았다.
이렇게나 빛깔이 맑고 생기가 넘치는 풀을 얼마 만에 보는 것일까….
그의 머릿속엔 이만큼 싱싱한 풀을 보는 게 언제 일인지도 계산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뿐이지.”
건강한 풀을 눈앞에 두고서도 그는 긍정적인 생각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지금껏 실패했던 경험들이 머릿속을 자꾸만 맴도는 탓이다.
예전에도 마법으로 자라나게 했던 식물들은 건강했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시들어버렸지만.
그걸 보완하고자 노력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식물들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눈앞의 풀 또한 그리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장첸 소장은 풀에 손을 얹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나를 불어넣었는데, 풀의 전체 윤곽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불어넣은 마나의 양이 풀 전체를 두를 만큼 적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까보다 세 배 정도 되는 양의 마나를 풀에 불어넣었다.
그제야 간신히 풀의 전체적인 윤곽이 확인됐다.
“뿌리가 더 길군….”
그가 파악한 대로 도운이 자라나게 한 풀은 이파리 부분보다 뿌리가 훨씬 길었다.
풀이 장첸 소장의 무릎 높이 정도라면, 뿌리는 그의 다리 길이 정도였다.
이렇게 긴 뿌리가 엉켜있다면, 아무리 암석 가득한 모랫바닥이라도 간단히 뽑히지는 않으리라.
장첸 소장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잠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던 것을 멈췄다.
이어 아까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보다 더 크게 목을 꺾었다.
다른 이들이 봤다면 목뼈가 부러진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심하게 기울었다.
“뿌리가, 왜 이래…?”
장첸 소장은 풀뿌리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꼈다.
다른 곳에 빛을 뿜어내는 태양과도 같은 생명력이었다.
그는 그런 힘이 어째서 뿌리에서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뿌리란 보통 땅속에 묻혀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리는 기관이다.
그런데 도운이 자라나게 한 풀의 뿌리는 그렇지 않았다.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리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앞서 말했듯 태양처럼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즉, 뿌리는 토양에 생명력을 퍼뜨리고 있었다.
“허, 허허…?”
그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린 이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식물의 뿌리가 토양에 생명력을 주는 일 따위, 그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장첸 소장은 그러나 연구원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맞닥뜨려 허탈한 웃음을 흘리기만 한다면, 그는 연구원으로서 그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부류였다.
그는 싱싱한 초록의 풀잎을 진지하게 노려보았다.
“…설마.”
눈앞의 풀은 뿌리가 보통 풀과 달랐다.
그렇다면 풀잎 또한 보통 풀과는 성질이 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장첸 소장은 다시 풀을 조사하고자 마나를 불어넣었다.
풀잎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
풀잎을 조사하던 그의 눈이 커졌다.
다물어져 있던 입도 천천히 벌어졌다.
그 얼굴은 경악스러운 일을 맞닥뜨린 이들이 흔히 보이는 것이었다.
“하, 하하….”
그는 또다시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풀썩….
힘없이 무릎을 꿇는다.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간 탓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 풀이라면…, 그래. 가능할지도….”
가능할지도.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A+급 헌터의 마법이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요?”
또다시 부하 연구원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머릿속에 들렸다가 사라지길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럴 리 없다고 말해왔는데….
부하의 말처럼 이번엔 정말로 달랐다.
“…….”
장첸 소장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에는 여전히 도운이 있었다.
푸른 이무기를 타고 푸른 꽃을 소환한 도운은 사막을 초록의 초원으로 바꿔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장첸 소장의 눈에는 꼭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선’처럼 보였다.
용을 타고 내려와 곤란해하는 백성들을 굽어살피는 그런 신선처럼.
***
“장 소장.”
“…….”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막사에는 두 남자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녹지화 사업의 현장 책임자 장첸 소장과 중국의 헌터 협회 소속 A급 헌터 ‘송욱진’이다.
송욱진이 방금 했던 질문에 덧붙이며 다시 질문했다.
“사막 녹지화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단언하시는군요?”
“그럴 수밖에요.”
그리 대답하며 장첸 소장은 풀을 가리켰다.
도운이 자라나게 했던 바로 풀이었다.
풀은 풀잎보다 뿌리가 세 배쯤 더 길어 총 길이가 둘 사이에 있는 책상만 했다.
“백도운 님이 자라나게 한 이 풀은 보통 풀이 아닙니다.”
“마법으로 자라나게 한 것이니 당연하지 않습니까?”
“마법으로 자라나게 했었던 다른 풀들과도 다릅니다.”
“다르다?”
“네. 이 풀은 다른 식물들과 달리 시들까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평범한 식물이 아니니까요.”
“……?”
송욱진은 고개를 기울였다.
“평범한 식물이 아니다”라는 말은 전혀 설명으로서 작용하지 않았다.
그는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로 장첸 소장을 빤히 쳐다봤다.
장첸 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건 압니까?”
“장 소장. 나도 학교 나왔습니다.”
“그럼 광합성이 빛을 이용해 양분을 스스로 만드는 과정이란 것도 알겠군요.”
“당연히.”
“그 과정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한다는 것도 알겠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렇죠. 상식이니까.”
장첸 소장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책상 위에 놓인 풀을 향해 손을 뻗더니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었다.
“근데 이 풀은 그 두 재료가 필요 없습니다.”
“예?”
“빛만으로도 양분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니 물이 필요가 없다는 거고요.”
“……?”
“아. 물이 있으면 좋기는 합니다. 아마 영양제를 맞은 것처럼 더 잘 자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잠깐. 잠깐만요. 물이 필요 없고 빛만으로 충분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당연히 안 되죠. 지금까지의 우리 상식으로는.”
“지금까지의…?”
“이 풀, ‘신종’입니다.”
“신종….”
“신종(新種)이라고 해야 할지, 신종(神種)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허….”
송욱진은 눈앞의 풀을 바라봤다.
장첸 소장처럼 사랑스러운 눈길은 아니었지만, 놀라움이 담긴 눈길이기는 했다.
책상 위의 풀이 얼마나 대단한지 정확히 아는 사람과 대충 아는 사람의 차이였다.
장첸 소장은 마치 풀을 애완동물의 머리라도 되는 양 쓰다듬으며 송욱진에게 말했다.
“그러니, 당국과 협회에 백도운 님이 사막 녹지화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보고해주십시오.”
“예. 오늘 바로 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아, 참. 축하드립니다. 장 소장님.”
“축하요?”
“이 지긋지긋한 사막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됐잖습니까.”
“6개월은 더 있어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송욱진은 몸을 축 늘어뜨렸다.
장첸 소장은 그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중국 헌터 협회 소속 헌터인 그는 장첸 소장과 달리 녹지화 사업 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비 사막 한 가운데쯤에 있는 던전 때문에 와 있는 것이었다.
큰사막게의 수를 줄이기 위해 중국 헌터 협회가 보낸 헌터팀의 리더인 거다.
“보스 몬스터인 그 뱀 새끼를 죽일 수만 있다면…. 범람 시기가 달라지니 다른 곳에도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토벌하면 안 되는 겁니까?”
“예. 리롄제 님의 당부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저런…. 리롄제 님께서는 왜 그런 당부를 하신 건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후우.”
송욱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막사 입구가 흩날렸다.
마치 그의 한숨이 입구를 흩날리게 한 것처럼 보였다.
“소장님…?”
입구를 젖히고 한 연구원이 들어왔다.
몇 시간 전에 도운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그 연구원이었다.
또한, 도운의 마나를 측정해보자고 제안했던 연구원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야?”
“아, 측정이 끝나서요.”
“측정?”
“아까 말씀드렸던 거요.”
“아까…. 아, 그거.”
장첸 소장은 콧수염을 문질렀다.
연구원이 말한 측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그는 시선을 돌려 송욱진을 바라봤다.
송욱진은 센스 있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보고하러 가보겠습니다.”
“아,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십시오.”
송욱진은 장첸 소장과 연구원에게 인사를 한 후 막사를 빠져나갔다.
두 연구원은 그가 나가고서도 몇 초 동안 가만히 있었다.
혹시라도 송욱진이 다시 들어올까 봐서였다.
“…….”
“…….”
넉넉히 10초쯤 흘렀을까?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움직였다.
장첸 소장은 손을 뻗었고, 연구원은 품에 안고 있던 서류를 건넸다.
서류 맨 앞장에는 ‘기밀!’이라는 한자가 굵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꼭 보고 싶게 만드는 표지로군.
그리 생각하면서 장첸 소장은 연구원에게 물었다.
“…안 들켰겠지?”
“그럼요. 저희가 누굽니까. 완벽하게 숨겼어요.”
“잘했다.”
장첸 소장은 연구원을 칭찬하며 서류를 펼쳤다.
서류에는 여러 수치가 나열돼 있었다.
그중 장첸 소장은 가장 궁금했던 것을 확인했다.
바로 마나 측정값이다.
“……천, 천만?”
“엄청나죠?”
“이게 정말이야?”
“네. 정말이에요.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끝이 아니라고?”
“다음 장 보세요.”
“다음 장?”
팔랑!
장첸 소장은 바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 푸른 꽃을 소환하는 데 소모된 마나가….”
“…….”
“1000만…? 이, 이 수치 정확한 거야?”
“정확한 거예요. 저희도 잘못 측정한 줄 알고 몇 번이나 시도해봤거든요.”
“무슨 마법에 마나가 1000만이 들어? 아니, 잠깐만. 백도운은 그 꽃 마법을 몇 번이나 써댔었잖아.”
“그랬죠.”
“마나를 그렇게 빨리 회복한단 말이야?”
“회복…. 하하. 그걸 회복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뭐?”
“다음 장 보시면 제가 한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
팔랑!
장첸 소장은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그 페이지에는 도운이 1000만이라는 마나를 소모해 꽃을 소환한 후 다시 회복된 시간이 측정돼 있었다.
“…일, 1초?!”
장첸 소장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1000만이라는 마나를 회복하는데 단 1초가 걸렸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측정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부하 연구원을 바라본다.
연구원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는 측정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허, 허허…!”
장첸 소장은 정신이 멍해져서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이번엔 낮에 그랬던 것처럼 연구원으로서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가 없었다.
힘없이 웃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갑자기 부끄러워지는데 그래….”
“네?”
“낮에 그까짓 A+급이라고 했던 거 말이야.”
“아….”
“정말이지, 놀라운 사람이로군.”
그리 중얼거리면서 장첸 소장은 서류를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