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55
제256화
“음, 음. 좋아요.”
내 속마음을 모르는 홍수정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마법 가방에서 핀셋을 꺼냈다.
가느다란 핀셋으로 우담화를 집어 들어 올린다.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니 상태가 좋지 못해 조심하는 듯하다.
조심하긴 하는구나.
“우선, 감정부터 제대로 시작할게요.”
“네, 부탁해요.”
그녀는 마법 가방에서 패트리 디쉬들을 꺼냈다.
널찍한 사각형 모양으로 우담화 하나쯤은 가뿐히 놓일 듯했다.
예상한 대로 그녀는 핀셋으로 집은 우담화를 거기에 내려놓았다.
그걸 일곱 번 반복해 총 여덟 장의 우담화를 각각 다른 페트리 디쉬에 옮겨 닮는다.
놀라운걸….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은 역시 사람을 멋있게 보이도록 하나 보다.
홍수정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사람 같아 보였다.
처음부터 저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무기도 그동안 껄끄러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냠…!”
냠?
갑자기 웬 냠?
나처럼 새싹이도 당황스러운 듯하다.
줄임표를 보내오는 걸 보면 말이다.
수정 공방에 들어온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사람 같아 보인다는 말은 철회해야겠다.
그녀가 일하는 모습은 전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할짝…!
감정할 물건을 핥기까지 한다면 더더욱.
아니, 저럴 거면 핀셋으로 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거야?
조심스럽게 물고 핥기 위해선가?
“어머…?”
“…왜 그래요?”
“이 아이들, 도운 씨가 베어온 거 아니네요?”
“어라.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얘네들 베인 시기가 다 달라요. 가장 최근에 채집된 아이가 얘.”
홍수정이 가장 오른쪽에 놓인 것을 가리켰다.
저건 아마도….
함에서 가장 위에 담겨 있던 것이 분명하다.
시기에 따라 쌓아뒀을 테니까.
“다른 것들은 몇 년 전쯤 베였거든요?”
“잠깐만요. 몇 년 전이요? 그런데도 아직 시들지 않은 겁니까?”
“그러니까 영약이죠.”
“그것도 그렇네요….”
“물론, 시간이 연 단위로 지난 만큼 쓸 만한 아이는 이 아이 정도예요.”
“가장 최근에 채집된 거군요.”
“네. 줄기가 베인지 2개월밖에 안 됐거든요. 덕분에 도운 씨가 부탁한 포션을 제조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뿌리가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요.”
“그렇….”
어라, 2개월?
“잠깐만요. 방금 2개월이라고 했어요?”
“네. 그런데요.”
“확실해요?”
“어머.”
홍수정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따라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심윤진이 유재이에게 “잘못 본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을 때다.
그때 유재이는 눈을 치켜뜨며 심윤진을 노려봤었다.
아마 두꺼운 렌즈에 가려진 홍수정의 눈이 그날 유재이의 눈과 똑 닮았겠지.
[세계수 어린나무가 당황합니다.] [홍수정에게서 서운한 감정을 느꼈습니다.]서운할 만도 하지.
방금 발언은 내가 선을 넘은 거니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2개월은 왜요?”
“다행이다 싶어서요.”
“네? 뭐가요?”
스켈레톤 로드가 이 우담화를 베어낸 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정보가 가리키는 것은 하나다.
원래 자라나던 곳 말고도 우담화가 자라는 곳이 또 있다는 것.
즉.
내가 친 사고가 그렇게까지 대형사고는 아니란 소리였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
아침 일찍 헌터 협회를 찾았다.
무기와 함께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사실 나보다 무기에게 더 모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시선이 따갑군.」
“인기인의 숙명 같은 거니까 받아들여.”
「난 인기‘인’이 아니다만.」
“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음. 마중을 나오는군.」
무기가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그래도 마중을 나온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톡톡 톡톡톡.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며 무기가 가리킨 곳을 바라본다.
협회 직원 두 명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곧 우리 앞에 도착한 두 남녀 직원이 활기차게 환영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백도운 헌터님! 무기 님!”
“협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협회 퀘스트 관리 1팀 소속 ‘전소림’.”
“같은 팀 ‘이호진’입니다.”
두 직원은 달려왔음에도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응대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서비스업의 프로였다.
먼저 인사한 걸 보니 여자 직원이 선배고 남자 직원이 후배인 듯하다.
톡톡톡….
두 직원의 시선이 아주 잠깐 내 오른손으로 향했다.
계속 웃는 얼굴이지만 속에 담긴 생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진짜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네?
그렇게 생각 하고 있겠지.
“마중 감사합니다. 바로 나오신 걸 보니 공문이 제때 도착했나 봐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원래는 미리 나와서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두 직원은 상체를 숙였다.
아니, 분명히 고마움을 전했는데 왜 사과를 하는 거지.
내 말투가 별로 안 좋았나?
당황해서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으니 두 직원은 동시에 상체를 일으켰다.
일으킬 때의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아무래도 이런 일을 한두 번 한 게 아닌 듯하다.
오른쪽에 서 있던 여직원이 물었다.
“오늘은 어쩐 일 때문에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협회 퀘스트 보상을 얻으려고 왔습니다.”
“A+등급 홍유릉 게이트 소탕을 벌써 끝내신 겁니까?”
“퀘스트를 받고 가신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럼 저흴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현장 직원에게 확인한 후 바로 보상을 지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따라가기 전에 두 직원을 불러 세웠다.
그들은 앞서 걷다가 바로 멈추고 날 돌아봤다.
돌아보는 움직임이 어찌나 부드러웠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신경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네, 백도운 님. 필요한 게 있으실까요?”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이요?”
“홍유릉 게이트에서 새롭게 얻어낸 정보도 있어서요. 그걸 보고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정보… 말씀입니까?”
여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남직원을 돌아봤다.
새롭게 얻어낸 정보에 관해서 들은 게 있는지 묻는 것이다.
남직원은 알 리가 없었으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직원이 다시 날 돌아봤다.
“저희에게 말씀해주시면 바로 정리해서 보고하겠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사안이 사안인지라. 위쪽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
“…….”
오.
처음으로 두 직원의 얼굴에 당황이 묻어났다.
이해한다.
너희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말한 거니 당황할 만도 했다.
물론, 두 사람의 얼굴에 묻어난 당황은 곧바로 미소 아래로 가라앉았다.
기분이 나쁠 텐데도 저런 미소를 유지하는 걸 보니 실로 놀랍다.
과연 서비스업의 프로.
여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관련 담당팀의 팀장님을 모시고 오도록-”
“아뇨, 담당팀 팀장을 부르실 필요는 없고요.”
“네? 하지만-”
“최희석 선배님을 불러주겠습니까?”
“최희석… 헌터님 말씀입니까?”
“네.”
직책이 높은 사람보단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낫다.
헌터 협회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최희석뿐이었고.
그 한진환의 지인인 만큼 강인재도 인성적으로 괜찮은 사람이겠지만….
최희석만큼 협회에서 영향력이 강하지는 않겠지.
“정말 죄송합니다, 백도운 님.”
남직원이 끼어들었다.
나와 무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현재 최희석 님께서는 극비 퀘스트를 진행 중이셔서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어라, 그래요?”
“네. 메시지를 남겨드릴 수는 있지만, 연락이 닿을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리셔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흠….”
어쩐지.
지상욱에게 내 시간을 물었다던 사람이 깜깜무소식이기에 이상하다 싶었는데.
극비 퀘스트를 진행 중이어서 연락하지 못했던 거군.
세계수 퀘스트를 깨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네.
겸사겸사 그것도 같이 해결하려고 했었는데.
“할 수 없군요.”
“죄송합니다. 관련 담당팀 팀장님을 모시고 오도록-”
「흠.」
무기가 콧숨을 내쉬었다.
다만, 평소와 달리 사람의 말을 묻어버릴 정도로 컸다.
누가 봐도 남직원의 말을 끊기 위해 콧숨을 내쉰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직원이 몸을 움찔거렸다.
“어…. 그, 그러니까….”
말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불쌍해서 어째.
아무리 직원이 서비스업의 프로라고 해도 인간 전문이었다.
여태 살아오면서 A+등급 몬스터를 서비스하는 일 따위 상상해본 적도 없었겠지….
“…실례가 안 된다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직원이 차분하게 제안했다.
한 사람이라도 침착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선 담당 팀장님을 모시고 오되 혹시 모르니 최희석 님께 연락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최희석은 극비 퀘스트를 진행 중이다.
연락해봐야 닿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도 연락을 남기겠다는 것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테니 좋게 봐달라는 뜻이다.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여직원은 무기를 쳐다봤다.
무기도 수긍해야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하지.」
끄덕.
무기가 고개를 수긍했다.
그제야 두 직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남직원은 더듬거릴 땐 언제고 활기차게 말했다.
“제가 최희석 님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담당 팀장님도 모시고 오겠습니다!”
그리 말하고는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우리는 도망치듯 떠나는 남직원을 벙벙하게 바라봤다.
그런 식으로 떠나 버리면 혼자 남은 여직원은 어떡해?
“따라오시겠습니까?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내 걱정과 달리 여직원은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미소를 유지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니 익숙한 모양이다.
여직원도 고생이 많군.
“고맙습니다.”
“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여직원은 홀로 안내를 시작했다.
얌전히 그녀를 따라 올라간 곳은 14층에 있는 VIP실이었다.
그녀가 VIP실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안내 고맙습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차를 갖다 드릴까요? 요즘 인기 있는 에너지 드링크인 위드 밤이 갖춰져 있답니다.”
“위드 밤이요?”
“네. 저희 헌터 협회는 수정 공방과 계약을 체결해 위드 밤을 직접 공급받고 있습니다. 마셔보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수정 공방에서 만든 음료인 건 알면서 그 공방이 어디에 있는진 모르나 보다.
위드 시리즈를 가장 먼저 체결한 곳이 백운천이건만.
음료수의 재료를 내가 구해주고 있다는 걸 알면 깜짝 놀라겠군.
아니, 놀라기보다 부끄러워할지도.
“커피 한잔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무기 님께서도 커피로 하시겠습니까?”
「커피 믹스도 있나?」
“물론 구비돼있습니다.”
「그걸로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처음으로 여직원의 대답이 느렸다.
아마 머릿속에 무기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아닌가 싶다.
꼬리로 티스푼을 집어 커피 믹스를 타 마시는 모습을.
으음, 정말 귀엽겠는걸….
“그럼, 안쪽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담당자분은 5분 이내로 도착할 겁니다.”
그리 말하고는 여직원이 떠났다.
탁.
VIP실로 들어가며 문을 닫는다.
“왜 사람 놀리고 그래?”
「계속 저자세로 나오기에 놀리고 싶어지더군….」
“이미지 생각해야지. 그러다가 사람들이 너 계속 무서워하면 어떡하려고.”
「…그것도 그렇군. 앞으로 조심하도록 하지.」
무기가 순순히 인정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아까의 행동은 실수였다.
사람들이 계속 무기를 무서워하면 여러모로 좋을 게 없었다.
짧게 반성한 후 우린 담당자가 오길 기다렸다.
똑똑.
5분 후 누군가 VIP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백도운 님. 무기 님.”
엇, 이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