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31
제332화
눈앞엔 전북도청 소속 헌터가 앉아 있었다.
중년 남성인 그의 연령대는 최희석과 비슷해 보였다.
아마 도청 소속 헌터들 중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헌터일 듯하다.
그럼 최희석과도 안면을 튼 사이일 터.
그에게 연락해달라고 말해야겠다.
“저기-”
“백도운 헌터.”
“네.”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이어 토해내듯 내뱉는다.
또 똑같은 질문이었다.
얼마나 대답해줘야 이 도돌이표에서 넘어갈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한 게 아니라니까요?”
“그럼 개미굴 앞에서 저흴 위협하신 건요?”
“언제 위협을 했다고 그래요? 오해라고 말면서 방긋 웃은 게 단데.”
“오해라고 하시긴 했죠. 하지만 히죽 웃지 않았습니까.”
“아니….”
미치겠네, 진짜.
선량한 시민이에요.
이러면서 지었던 웃음을 왜 곡해하는 거야.
[세계수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관리인의 미소가 오해하기 좋긴 하다고 전합니다.] [조롱하는 것처럼 비릿했다고 설명합니다.]“…….”
비릿했다니….
내 미소가 그렇게 보였단 말이야?
어처구니가 없네.
“백도운 헌터.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아니, 선배님.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했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겠습니까? 또 여기까지 순순히 따라왔겠어요?”
“…….”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길 빠져나갈 수 있어요, 나는.”
그리 말하며 문을 가리켰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과연 눈앞의 헌터에게도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으로 보일까?
글쎄.
지금 당장이라도 열릴 문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
-라고, 생각했던 문이 갑자기 열렸다.
문을 쳐다보던 헌터가 순간적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연 것이라고 착각이라도 한 듯하다.
문을 열 건 당연히 바깥에서 들어오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오라버니.”
들어온 사람은 도희였다.
혼자 온 것은 아니다.
옆에 몇 개월 전에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우리가 김무연과 싸운 사건으로 법정에 섰을 때 변호해줬던 우리 길드 소속 변호사다.
이름은 소개받았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최 씨 성이었던 건 기억나는데….
변호사가 가로막듯 앞에 섰다.
“앞으로 백도운 씨와의 모든 대화는 저를 통해서 하십시오.”
“흐음….”
헌터는 곤란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설마 이렇게 빨리 변호사를 대동하고 올 줄은 몰랐던 것 같다.
당황스럽긴 나도 마찬가지다.
도희가 이 일을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내려온 걸까.
그보다 변호사까지 대동할 필요가 있는 일도 아니었는데.
“…저기요.”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세 사람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 진짜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요?”
그리 말하자 날 향한 네 개의 눈동자에 같은 감정이 떠올랐다.
바로 불신(不信)이었다.
도청 소속 헌터야 그렇다 치고.
도희도 나를 믿지 못하고 있다니….
오히려 이제 두 번째 본 변호사만이 유일하게 무표정하다.
내가 뭔 짓을 했건 말건 관심이 없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말이지….
[어린나무는 전부 관리인 탓이라고 전합니다.] [앞으로는 동생에게 믿음을 주는 게 좋을 거라고 조언합니다.]시끄럿!
이래 봬도 도희 생각해서 참고 있는 거야.
[어린나무는 당황합니다.] [그게?] [-라고, 관리인에게 질문합니다.]“…백도운님.”
“네, 변호사님.”
“그만 일어나시죠. 돌아갑시다.”
최 변호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돌아가자니….
이대로 가도 되는 건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헌터를 바라봤다.
헌터는 여전히 곤란하단 얼굴이었는데, 그렇다고 변호사를 말리지는 못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돌아갈 수 있는 모양이다.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도희한테 연락할 걸 그랬잖아.
괜히 시간 버렸네.
이래서 사람들이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변호사 찾아가라고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찬성, ‘박찬성’…!”
바깥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청 소속 헌터가 바로 바깥을 바라봤다.
그의 이름이 박찬성이었기 때문이다.
곧 열린 문을 통해 웬 노인이 일행과 함께 우르르 들어왔다.
박찬성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도, 도지사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오, 도지사?
높은 사람이 행차하셨네.
도지사는 나와 도희를 보고는 “히익!”하고 기겁하더니 박찬성에게 다가갔다.
우리가 뭐 몬스터라도 되나.
저런 반응은 뭐람.
“관리소 직원들이 깨어났네. 백도운 헌터에게 당한 게 아니라더군!”
도지사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지만, 목소리가 다 들렸다.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 조절을 잘못한 듯하다.
그 순간, 세 사람이 날 쳐다봤다.
아까와 같이 최 변호사만이 유일하게 도희를 바라봤다.
그에게선 불만스러운 감정이 아주 조금 드러났다.
이 늦은 시간에 별일도 아닌 일로 전북까지 내려오게 된 게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도지사님?”
“정말! 정말이네! 어서 보내드리도록 하게!”
“이런. 미안합니다. 백도운 헌터.”
박찬성이 곧바로 사과를 전해왔다.
그러고는 한 마디를 덧붙였는데, 그게 내 신경을 건드렸다.
“그러게 왜 아무 변명도 안 하신 겁니까. 진작 좀 강력하게 해주시지….”
뭐라는 거야, 이 양반이?
나랑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얘기를 안 해요. 개미굴 앞에서도 얘기하고. 차 타고 오면서도 얘기하고. 여기 들어와서도 얘기하고. 계속 얘기했잖아요. 내가 안 했다고.”
“하하하하하하!”
그는 호탕하게 웃어댔다.
이 상황에서 그렇게 웃는 게 맞아?
뭐 어색함을 지우려고 일부러 웃는 거겠지만….
“…….”
이어 고개를 돌려 도희를 바라본다.
솔직히 박찬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내 시간을 쓸데없이 빼앗긴 했지만, 그는 제 본업을 착실히 한 것뿐이니까.
직원들이 쓰러져 있고 거기에 누군가 서 있다면 용의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잘못한 건 천칭 놈들이지 그가 아니다.
도희도 잘못한 건 없다.
없지만….
“흠, 흠…!”
도희는 헛기침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래, 그래.
날 쳐다볼 수 없겠지.
오빠인 날 믿지 못해서 변호사까지 대동해왔으니….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관리인 동생은 관리인을 굳게 믿었다고 전합니다.]뭔 소리야?
어딜 봐서 날 믿었는데.
아무리 봐도 못 믿어서 변호사랑 함께 내려온 거잖아.
[어린나무는 찬찬히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관리인 동생은 관리인이 사건을 벌였을 거라고 믿었다고 전합니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변호사를 데리고 오지 않았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래….
그것도 날 절대적으로 믿은 거긴 하지.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구만.
***
“그래서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도희가 물었다.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인 걸까.
화면을 톡톡 두드리며 모르겠다는 듯 빤히 바라봤다.
도희는 어깨를 으쓱였다.
“관리소 직원들이요. 거기 왜 쓰러져 있던 건데요.”
“아.”
생각해보니 도희는 이유를 모르겠구나.
바로 불청객들이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천칭 길드의 서지혁과 그 아이들.
“서지혁? 그놈이 또 오라버니를 찾아왔어요?”
“응. 동맹을 맺자더라. 당연히 거절했고.”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는 놈들…. 잘했어요.”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좀 했어.”
“네? 오라버니가요?”
도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또다시 나를 믿는 눈이었다.
단지 방향이 잘못됐을 뿐….
내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했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어린나무는 관리인 동생을 이해한다고 전합니다.]“…질투와 탐욕이 오만을 잡기 위해 동맹을 맺었대.”
“그 둘이 동맹을요?”
“나태는 분노와 동맹을 맺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아하…. 그래서 서지혁이 오라버니를 찾아왔던 거군요.”
“그런 셈이지.”
정확히는 찾아온 게 아니라 쫓겨온 거였지만.
우리네 친근한 아빠와 아들들처럼.
TMI니 거기까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마지막으로, 음욕은 걔들도 정보가 없다더라.”
“그렇겠죠. 벌써 10년이 넘게 활동이 없었으니…. 아니, 한진환과 싸운 이후니 그보다 더 됐던가?”
도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동안 활동이 전혀 없었으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기억이 가물가물한 모양이다.
1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소문도 나지 않을 정도로 활동이 없었다, 라….
그 정도면 아예 은둔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지도 모르겠다.
찾으려고 해도 찾지 못할 정도로 깊숙이 숨었다고 보는 게 옳겠군.
“칠죄종 얘긴 됐고. 도희 너는 내가 거기 있는 거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아, 참. 원래는 오라버니한테 자랑하려고 찾았었는데.”
“자랑?”
“찾고 보니 붙잡혀 있어서 얼마나 놀란 줄 알아요? 별일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리 말하면서 도희는 마법 주머니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곧 주머니 속에서 눈처럼 새하얀 지팡이가 빠져나왔다.
도희의 지팡이는 외형이 예전과 달랐다.
“짜잔! 오늘 재이 언니가 완성했어요. 알루키노르 님의 송곳니로 만든 새 지팡이예요!”
“오….”
도희가 건네는 지팡이를 받아들었다.
손에 쥐어진 지팡이는 살짝 무거웠다.
아마 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주인을 가리는 성질 때문에 무거운 것이 분명하다.
“이게 벌써 완성됐어? 요즘 유재이 열일하네. 김재식 창에 메스트 가면에….”
“지금은 태천 오라버니의 방패를 제작 중이에요.”
“방패까지?”
“알루키노르 님이 망치에 마법을 걸어줘서 그런 것 같아요.”
“손이 근질근질 한 거군?”
“아마도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
누구나 새로운 것을 갖게 되면 사용하고 싶은 법이다.
너무 무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그러다 또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몰라….
“보증서도 있는데 읽어볼래요?”
“좋아.”
도희에게서 보증서를 받고 바로 읽었다.
[품질보증서] [본 보증서는 제품이 J.Y. 정품임을 보증] [제품 이름 – ‘알베오 아쿠스Albeō Acus’] [제품 등급 – S등급] [제품 설명 – 그린 드래곤 ‘알루키노르 루모스’의 송곳니(S등급)로 제작한 지팡이] [내구도 S+등급] [‘+’가 붙은 이유는 자동 회복 효과 때문] [일정 범위 내 마나 압박 저항] [알루키노르의 S등급 마법 ‘심적(深寂)’을 사용해 방어력을 상승시킨다.] [〃 ‘루모스’를 사용해 지닌 자의 힘을 상승시킨다.] [유의 사항 – 이 지팡이는 하얀 성녀 백도희에게 귀속(歸屬)됨.]역시 드래곤의 송곳니로 만든 지팡이….
세계수 나뭇가지로 만든 것에도 전혀 꿀리지 않는걸.
[어린나무가 관리인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봅니다.]뭘 이런 거로 불편해하고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새싹아.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투덜거립니다.] [흥, 흥, 흥, 흥, 흥…]심적은 태천이가 받은 비늘 조각에도 저장돼 있었다.
알루키노르는 도희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에 저런 마법을 걸어준 듯하다.
오빠로서 고마운걸….
그런데.
“도희야. 이, 힘을 상승시킨다는 스킬은 뭐냐?”
“말 그대로예요. 사용해 봤더니 정말로 힘이 세져요. 태천이 오라버니랑 팔씨름할 수 있을 정도로.”
“…뭐?”
도희의 입에서 나온 말이 머릿속에 박히지 않는다.
누구랑 뭘 한다고…?
차라리 오우거랑 씨름을 하는 게 낫지….
“놀랐어요?”
“안 놀랄 수가 있어? 힘으로는 네가 우리 길드에서 두 번째겠는걸.”
스킬 하나만으로 말이지.
저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도희는 마법 주머니에서 선물 상자를 꺼냈다.
웬 선물 상자?
“그리고, 이건 오라버니한테 주는 제 선물이에요.”
“선물이라고?”
“네.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웬 크리스마스? 아직 멀었잖아.”
“그렇죠. 뭐, 전 오라버니랑 달리 기억력이 좋아서 또 주진 않을 거지만요.”
“뭔 소리야?”
“그런 게 있어요.”
“흐음?”
뭐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왜 그래?
알았어, 알았어.
나도 바로 확인해볼 생각이었다고.
도희가 준 선물 상자를 열었다.
그곳엔….
“…단검?”
칼날이 하얀 단검이 담겨 있었다.
이 하얀 빛깔은 바로 조금 전에 보았다.
도희의 지팡이에서.
“후후…. 알루키노르 님의 송곳니가 조금 남아서 제작했어요.”
“오, 고마워. 근데… 왜 단검이야?”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르카는 너무 크잖아요.”
“아아….”
도희 말이 옳다.
아르카는 원 상태일 때도 큰데, 칼자루 형태로 변하면 더 커진다.
목검 형태는 작아지긴 했지만, 길이는 짧아지지 않았다.
확실히….
작은 무기가 필요하기는 했다.
지금까진 너무 크기만 했었다.
“그리고.”
“응?”
“그 단검엔 오라버니한테 꼭 필요한 마법이 걸려 있어요.”
“나한테 필요한… 마법?”
“네!”
도희는 밝게 대답했다.
뭐람.
저 자신만만한 얼굴은.
“과연 어떨는지….”
정말로 내게 필요한 마법일까.
도희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필요한 것은 다르다.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을 터….
도희의 예상대로 과연 필요한 것일지 의문을 품은 채로 단검의 보증서를 확인했다.
“오…?”
이 마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