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33
제334화
“오, 무기야!”
드디어 무기가 태평양 던전에서 돌아왔다.
광합성 모드의 영향으로 기절했을 때 A+등급 퀘스트를 받고 떠났었으니….
시간으로 치면 거의 한 달 정도 된 듯하다.
에리크와 싸운 지 시간이 그만큼 지났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벌써 그렇게 됐다니 시간 참 쏜살같이 흐르는구먼.
한국으로 돌아온 무기는 곧바로 내가 있는 난지도 매립지를 찾아왔다.
그런데….
「…….」
「…….」
무기는 이곳에 오자마자 내가 아니라 내 옆에 있던 임페일을 빤히 쳐다봤다.
어느새 분신 마법을 풀었는지 원래대로 되돌아온 임페일도 무기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이 분위기는 대체 뭐람…?
아주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그게 트리거가 되어 싸움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톡톡 톡톡톡….
물론, 내가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는 것은 움직임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두드리지 않는 게 트리거가 될 테니 당연했다.
화면 두드리는 소리만 10초 정도 울려 퍼졌을까?
「관리인.」
「관리인.」
무기와 임페일이 동시에 나를 불렀다.
먼저 말하길 양보할 만도 한데.
둘은 그러지 않고 바로 말을 이어서 목소리가 겹쳐 버렸다.
각자 말한 걸 해석하자면….
「이 모기는 뭐지?」
「이 비만 뱀은 뭐지?」
이런 말이었다.
모기니 뱀이니….
첫인상이 영 말이 아닌데그래.
일단 소개부터 해줘야겠다.
첫인상이야 천천히 바꾸면 되겠지.
“서로 처음 보는 거니 소개부터 할게. 이쪽은-”
「직접 하지.」
임페일이 내 말을 끊어냈다.
「짐은 밤의 주인이자 모든 흡혈하는 것들의 왕이며 세계수의 권속인 크루오르 임페일이다.」
「흥.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붙여대는군.」
「뭐라고? 쓸데없는?」
「나는 무기. 세계수 관리인의 친구지.」
「하! 관리인의 친구? 그게 다냐?」
「다다. 누구처럼 보잘것없지 않아서 한껏 포장하지 않아도 충분하거든.」
「뭐라? 지금 짐 보고 보잘것없다고 한 것이냐?」
「가을 모기가 독하다더니…. 윙윙거리는 소리가 아주 시끄럽군.」
「이 지렁이 같은 놈이 감히….」
조롱하는 무기를 보고 임페일에게서 사나운 기세가 흘러나왔다.
얼씨구….
사납게 서로를 노려보는 꼴이 이렇게 가다간 진짜 싸우기라도 할 것 같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세계수 관리인으로서 세계수 권속과 세계수 관리인의 친구가 싸우는 것을 중재해야겠다.
앞으로 나서면서 둘을 불렀다.
“어이, 어이. 애들도 아닌데 그만-”
「관리인은 빠지도록!」
무기와 임페일이 동시에 소리쳤다.
첫인상이야 어쨌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동시에 말하는 걸 보니 서로 죽이 잘 맞을 것 같은데.
그런데 권속이니 관리인 친구니 어쩌고 해놓고 나보고 빠지라니….
말이나 하지 말든가.
「짐을 무시한 죄는 무겁다, 뱀.」
촤아악!
임페일의 검은 날개가 커졌다.
「네놈 따위가 단죄할 수는 있겠느냐?」
빠지직!
무기의 몸에 벼락이 튀었다.
얘네들이 정말….
“야, 야. 잠깐 기다려!”
「말리지 마라, 관리인. 저 비만 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으니.」
「누가 할 소릴…. 관리인. 아주 잠깐이면 끝날 거다.」
“뭐래. 누가 너희들 싸우는 거 말린대?”
「……?」
무기와 임페일이 나를 쳐다봤다.
드디어 시선이 모였구만.
두 팔을 벌려 주변을 가리켰다.
“싸우는 건 좋은데, 여기 있는 쓰레기들은 없애지 마? 없애면….”
「……?」
“단언컨대 너희 둘 모두에게 아주 많이 안 좋은 일이 벌어질 테니까.”
「…….」
둘은 멍하니 날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의 쓰레기들을 훑어보았다.
저 둘이 싸웠다간 그 영향으로 저 값진 쓰레기들이 사라져버릴 게 분명했다.
절대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저 둘에게서 지켜내리라.
그리 다짐하면서 둘을 쳐다보자,
「…반갑소. 뱀파이어 로드.」
「짐 또한 반가움을 전하는 바요, 이무기 공.」
「무기. 무기라고 불러주시오.」
「짐도 임페일로 부르면 되오.」
둘은 어쩐 일인지 정중한 태도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등 뒤의 검은 날개도 작아졌고 몸에서 번개도 튀어대지 않았다.
뭐야…?사납던 기세는 다 어딜 가고 정중한 태도의 신사 두 명만 있어?
“…뭐하냐, 너희?”
「알테라-쇼넴을 하고 있던 거요?」
「그렇소.」
둘은 내 질문을 깔끔히 무시했다.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듯이 보였다.
이 녀석들이?
「세계수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하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이런 잡일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아직 실수가 잦소.」
「충분히 이해하오. 고생이 많군.」
“…….”
충분히 이해해?
고생이 많아?
웃기고들 있네.
아까까지만 해도 모기니 지렁이 같은 놈이니 어쩌고 해놓고선!
갑자기 고상하게 대화를 나눠?
“…야. 너희 그냥 싸워.”
「음…?」
“싸우라고! 너희 싸우는 거 내가 말려야겠으니까.”
「관리인…. 오랜만에 봐선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정말이지 놀랍군. 그런 어린애 같은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지?」
그리 말하면서 무기와 임페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 허허, 허허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셋 모이면 한 명을 바보 만들기 쉽다더니.
날 이렇게 바보로 만드네?
방금까지 애처럼 굴던 건 자기들이었으면서.
[세계수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토닥입니다.] [어쨌든 둘의 싸움을 말렸으니 된 것 아니냐고 전합니다.]새싹아, 바로 그게 문제야.
애초에 말릴 생각이 없었거든.
얼마 전 엘프들이 준 콜라 맛 중급 포션을 마시면서 쟤네 싸우는 거 구경할 생각으로 충만했었다고….
[…….]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절레절레 젓습니다.]돌려줘, 내 싸움 구경…!
***
싸움 구경을 놓치게 된 후 백운천으로 돌아왔다.
은마 매립지의 일은 임페일에게 맡겼다.
처음부터 그러기 위해 매립지 담당 구성원을 바꾼 것이었으므로 그는 흔쾌히 날 보내줬다.
흐레이스였다면 또 어딜 가냐고 따져댔겠지.
메스트는 또 일을 벌이는 것 아닌지 걱정했을 거고.
“역시 그랬구나….”
백운천에서 돌아온 나는 무기에게서 태평양 던전으로 갔던 이유를 들었다.
무기가 A+등급 퀘스트를 받은 건 역시 구실이었다.
그곳으로 가 알루키노르를 만나기 위한 구실.
이유는 당연히 세계수의 호박, 그러니까 여의주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무기의 속도로 몇 분이면 도착하는 곳에도 드래곤이 있긴 했지만….
『관리인이 또 찾아온다고 해도 여와 만날 수는 없을 거요.』
데이모스 모노스는 그리 못 박아둔 상태였다.
내가 아니라 무기라고 해도 만날 수는 없었을 거다.
저 말을 감히 무시하고 찾아갈 수도 없었을 테지.
어차피 찾아가도 결계를 쳐놓은 탓에 진입조차 할 수 없었겠지만.
“방법을 물어보러 간 것치곤 오래 걸렸네?”
「…….」
무기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축 늘어진 모습에서 피로감이 엿보였다.
순간 심해에서 알루키노르가 “산책을 좀 다녀왔다”라고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무기의 할 말 많아 보이던 모습까지 함께.
대체 뭘 하기에 그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저만큼 피곤해 보이는 거람.
데이모스가 했던 말 없이도 무기는 알루키노르를 찾아가지 않을 듯하다.
“방법이란 게 엄청나게 어렵나 보지?”
「난이도를 묻는 거라면,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쉬운 편이지.」
“그런데 반응이 왜 그래?”
「오해하지 마라. 내가 고개를 떨어뜨린 건 방법 때문이 아니었으니….」
“아, 그래?”
「…….」
무기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알루키노르와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는 듯했다.
표정이 그리 좋지 못한 걸 보면 좋은 시간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 모습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 궁금한걸….
「방법은 간단하다. 여의주에 마나를 담으면 그만이거든.」
“뭐야. 정말로 간단하잖아?”
「문제는 순수하고 완전한 마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지.」
“켁….”
어려워도 너무 어렵잖아.
순수하고 완전한 마나.
지금껏 살면서 그걸 본 경우는 두 손에 꼽았다.
S급 헌터들과 드래곤들.
그리고 크라우드의 해골뿐….
그들을 제외하고서는 또 한 명 있었는데,
“그래도 나한테서 흡수하면 되는 거 아니야?”
바로 나였다.
세계수의 마나는 순수하고 완전하니까.
여의주에 담기엔 딱 좋을 터였다.
하나 무기의 반응은 내 예상과 달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
“단?”
「내가 직접 사냥한 것에 한해서…라는 조건이 붙는다. 관리인이 결실 에너지를 모았던 것처럼.」
“아아, 그런 거구나….”
확실히….
세계수 꽃을 피웠던 결실 에너지는 상대에게서 직접 빨아들여 모은 거였다.
여의주에 모아야 한다는 마나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라면….
어라?
잠깐만.
직접 사냥해야 한다고?
“…그럼 못 모으는 거 아냐?”
순수하고 완전한 마나를 어디서 구해?
S급 헌터나 드래곤을 사냥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냥할 수 있는가?
그 가능성은 일단 차치해두고서라도.
지금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건….
크라우드의 해골뿐…이려나?
무기는 눈을 깜빡이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모을 수 있다.」
“있다고?”
「순수하고 완전하지 않은 마나를 정제(精製)하면 된다. 알루키노르한테 그 방법을 배우고 왔지.」
“정제…. 잘 돼?”
「크라켄으로 시도해봤더니, 잘되긴 하더군.」
“뭐야. 그럼 너 이제 사냥하러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겠네?”
「…….」
“…왜?”
이 반응은 뭐람.
마나를 담을 방법도 알겠다.
순수하고 완전한 마나를 구할 방법도 알겠다.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니면 그만인 거 아닌가?
내 예상과 달리 무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문제는 양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그래?”
「크라켄 무리를 소탕하고 정제했을 때, 내가 얻은 양은 0.01%도 채 되지 않았다….」
“얼씨구….”
A+등급 몬스터인 크라켄들의 마나를 정제했는데도 그것밖에 안 올랐다?
그럼 등급이 낮은 다른 몬스터로는 벼룩의 간만큼도 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최소한 시간 단위가 백 년 단위로 넘어갈 터….
“전설도 아니고 원….”
「전설?」
“우리나라엔 이무기가 용이 되려면 천 년 정도 수련해야 한다는 전설이 있거든.”
「…그럴듯하군.」
무기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여의주에 마나를 가득 채우는데 그 정돈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 거겠지.
뭐….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라는 것만으로 다행인가.
전대 세계수 씨가 호박을 주지 않았다면, 무기는 여의주를 구하는 것부터 해야 했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느긋하게 할 생각이다.」
“그래.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지.”
서두른다고 해서 빨리 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모를까.
시간 단위가 백 년인 일이다.
서둘러 봐야 얼마 빠르게 끝내지도 못할 거다.
잘해야 수년에서 수십 년 앞당기는 정도겠지.
평균 수명이 겨우 100년 좀 넘는 우리 인간들에게야 긴 세월이지만….
500년을 살았는데도 드래곤들에게 어린애 취급을 받던 무기에겐 그리 긴 시간이 아닐 거다.
말인즉슨.
내가 사는 동안엔 무기가 드래곤이 되는 모습을 못 본다는 뜻이다.
“…조금 아쉽긴 하네. 네가 드래곤이 되는 걸 못 볼 거라니.”
「관리인의 후손들은 보겠지.」
“응? 내 후손?”
「앞으로 재이와 아이를 갖게 되지 않겠나?」
“…무,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뭐야. 안 가질 생각이었나?」
“누가 생각이 없대, 가 아니라…!”
「…….」
당황하는 내가 웃겼던 걸까?
무기가 히죽 웃었다.
그 미소를 보고 애초에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걸 예상하고 놀리려던 거다.
하여간 이 능구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