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82
제383화
위버멘쉬 길드 옥상.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김서준 일행은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 남녀를 발견했다.
유혜주와 공우재.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기니피그를 침대 삼아 누워있는 유혜주가 세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왔어?”
“야. 여기가 무슨 너희 안방인 줄 알아?”
“들었어. 인면오공주의 심장을 구했다며.”
짝, 짝….
유혜주는 손뼉을 쳤다.
잘했다고 칭찬하는 윗사람 같은 모습이 아니꼬운 듯 채정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걸 본 공우재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라. 백도운도 안마도 게이트로 향했다는 말을 듣고 습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니.”
“…켁! 우릴 뭐로 보고!”
채정연이 팔짱을 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런 그녀를 김서준과 황시열은 황당하다는 듯 흘겨본다.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던 거다.
백도운과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 이긴 것이라면 모를까….
그들은 인면오공주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나눠 가지기로 교섭했을 뿐이었다.
“…어쨌건. 서로 건네줄 걸 건네주고 끝낼까?”
“그러시죠.”
유혜주와 김서준은 마법 주머니에서 각자 넘기기로 한 것을 꺼냈다.
V물질을 개량한 포션과 인면오공주의 심장이다.
곧 두 남자가 서로의 앞에 선 후 들고 있는 것들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다가 김서준이 손을 거뒀다.
공우재도 내밀었던 포션을 도로 회수했다.
“…뭐 하는 짓이냐? 김서준.”
“실례. 물어볼 게 하나 있어서요.”
“물어볼 것? 왜. 그걸 어디에 사용할지 걱정이라도 되나?”
“걱정할 게 뭐 있나요.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데.”
“호오?”
스윽….
공우재는 팔짱을 꼈다.
한 번 들어보겠다는 태도다.
김서준은 인면오공주의 심장을 앞으로 내밀었다.
공우재의 가슴 한가운데를 향해서.
“이것으로 공우재 당신의 고장 난 심장을 고칠 셈이지 않나요?”
“…….”
“인면오공주의 심장으로 그런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김서준은 슬쩍 뒤쪽에 있는 유혜주를 바라봤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고 있었다.
자신만만해 보이는 미소는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르게 했다.
“가능한가 보군요.”
“그래서? 그걸로 내 심장을 고치려고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설마. 난 오히려 원하고 있는데.”
“……?”
“이걸로 심장을 고치고 나면, 당신은 변태화를 습득할 수 있게 되는 그 포션을 복용하겠죠.”
“네놈…. 설마 물어볼 거라는 게…”
“맞아요. 공우재. 우리 위버멘쉬에 오지 않겠어요?”
“…….”
공우재는 입을 다물었다.
기니피그 위에 누워있는 유혜주도 언제 웃었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들도 알다시피… 난 변태화를 쓸 수 있는 사람들로 길드원들을 늘릴 계획입니다. 거기엔 공우재 그쪽도 포함이고.”
“제정신이냐? 난 범죄자다. 그것도 막대한 현상금이 붙은 현상범. 그런 날 동료로 맞이하겠다고? 그쪽에 서 있는 네가?”
“저번에도 비슷하게 말했던 것 같은데, 우리도 모두 범죄자였어요. 은인을 만나서, 그 꼴이 됐는데도 믿어준 사람이 있어서, 운 좋게 간신히 이쪽에 서 있을 뿐….”
그리 말하면서 김서준은 머릿속에 두 남자를 떠올렸다.
오늘 아침에 마주쳤던 백도운과 최희석이다.
그 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김서준 일행도 공우재가 있는 쪽에 서 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더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마족의 권속이 되어 몬스터보다도 못한 존재가 됐을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거래하기로 하고 조사를 좀 해봤죠.”
“우릴 조사했다고?”
“주로 공우재 씨 당신을요. 주로 불법적인 품목으로 불법 포션을 제조했더군요. 바이올렛 바이올런스와 바이올렛 파우더도 그러다가 얻은 것이었고.”
“…….”
“하지만 당신은 성준현처럼 약을 풀어 사람들을 중독시키지도 않았고, 이정근처럼 인신매매 같은 짓을 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자신과 동료들한테 직접 사용했을 뿐….”
김서준은 말끝을 흐렸다.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은 아니고, 듣는 이의 반응을 살피고 싶어서였다.
공우재는 입을 다물고 김서준을 가만 바라봤다.
“…당신은 강한 힘을 얻게 되는 V물질에서 희망을 봤어요. 그걸 잘 다루면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
“이해해요. 나도 딱 그 생각으로 바이올렌 바이올런스를 복용했으니까.”
“뭐라고? 김서준 네놈은 천재이지 않나. 그 염제의 수제자. 그런 네놈이 날 이해한다고?”
채정연과 황시열이 당황하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예전에 공우재가 염제에 대해 말했을 때 김서준이 불만을 표출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그는 평온했다.
평소와 같은 얼굴을 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네. 당신 말이 맞아요. 나는 천재입니다.”
“…….”
“…….”
“…….”
“…….”
“뀨우….”
네 남녀와 한 동물이 황당한 얼굴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김서준은 그 시선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재능이란 건 상대적인 거거든요.”
“……!”
“난 나보다 더 뛰어난 천재에게 밀려 쫓겨나듯 마인 길드를 탈퇴했습니다.”
“조주현….”
“그렇게 우물 안에서 벗어나서는 칠죄종의 질투를 만나게 됐죠.”
“칠죄종을 만났다고? 용케 살아있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난 그자가 질투할 가치도 없는 놈이었거든요.”
“…….”
공우재는 입을 다물었다.
저 말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느껴서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장황하게 말했지만, 결국 난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이쪽으로 돌아오길 바라고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렇게까지 선을 넘지는 않았거든.”
“…….”
“물론, 당장 정하라는 건 아니에요. 이걸 빌미로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김서준은 거뒀던 손을 내밀었다.
손에 들린 인면오공주의 심장이 공우재에게로 향했다.
공우재도 회수했던 포션을 건네고자 다시 손을 뻗었다.
“다만. 이거 하나만 알아둬요.”
“뭘 말이냐?”
“나 꽤 끈질기다는 거요.”
“……그래. 그럴 것 같군.”
피식.
공우재는 웃으면서 인면오공주의 심장을 건네받았다.
김서준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포션을 집어 들었다.
***
톡톡톡, 끼익….
대 자로 뻗은 채 화면을 두드리는데, 훈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태천이와 한재임이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둘 다 생각보다 일찍 왔는걸?
“도운아, 우리 왔다.”
“넌 갑자기 왜 오라고 한 거냐?”
살갑게 인사하는 태천이와 달리 한재임은 뾰로통하다.
바빠 죽겠다는 태도에 ‘괜히 불렀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냥 주지 말고 돌려보내 버릴까 보다.
속으로 중얼거리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태천이 킥킥 웃었다.
“신경 쓰지 마, 도운아. 얘 네가 부른 이유 알면서 이러는 거야.”
“안다고?”
“새싹이 나뭇가지로 제작한 무기 완성돼서 주려는 거지? 아르카 Ver.2였던가?”
“얼씨구. 어떻게 알았냐?”
짜잔! 서프라이즈!
그럴 생각으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아.
도희가 J.Y.대장간에서 말했었던가?
최희주나 김보민한테서 전해 들었을 수도 있겠네.
하지만 태천이의 입에서는 내 예상과 다른 대답이 나왔다.
“아저씨들한테 들었어.”
“아저씨들? 최희주가 아니라?”
“희주도 알고 있었어? 그럼 다들 알았다는 건데. 나만 몰랐다는 거잖아!”
“걔한텐 도희가 말한 거야. 나 아니니까 따지려면 도희한테 해.”
“야, 넌 날 뭐로 보고. 누가 따진대?”
태천이는 그럴 생각 없다는 듯 대꾸했다.
거짓말이다.
도희가 아니라 내가 그랬다면 분명 따졌을 거다, 저놈은.
하여간.
오빠가 돼서 동생한테 저렇게 약해도 되는 걸까.
[세계수 어린나무가 관리인을 바라봅니다.] [관리인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고 전합니다.]아하하.
도희가 좀 무서워야지….
“아무튼. 한재임 넌 알면서도 퉁명스러운 얼굴이냐?”
“흐흐. 얘 쑥스러워서 그러는 거니까, 도운이 네가 이해해라.”
“그런 거 아니다….”
한재임은 부정하면서 시선을 슬쩍 피했다.
헛기침도 두어 번 하는 것이 정말로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와, 씨.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두드리던 검지로 뺨을 후려갈길 뻔했다.
왜 재수 없게 쑥스러워하고 지랄이야?
“자.”
태천이 오른손을 내민다.
커다란 손바닥에 달린 다섯 개의 손가락이 말미잘처럼 꼼지락거렸다.
징그럽게 왜 이래.
“뭐?”
“어서 줘. 아르카 Ver.2.”
“…뭐 맡겨 놨냐?”
“우후후…!”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쳐다보지만, 태천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도 아는 거다.
저런다고 내가 안 줄 리 없다는 걸.
한재임이 저랬다면 기쁜 마음으로 안 줬겠지만.
“기다려. 지금 재이가 들고 오고 있어.”
“아. 그렇군. 언제 오는데?”
“오고 있다니까. 엘리베이터만 타면 그만이니까 아마 5분도 안 돼서 올라올 거야.”
“그렇구나. 그래서 언제 오는-”
“거기서 한마디만 더 해봐. 한재임만 주고 넌 돌려보낼 거니까.”
방긋!
태천이는 해맑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웃느라 벌어진 저 입을 향해 검지를 후려갈기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샘솟는 이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지 않을까.
검지가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 움직이려는 찰나,
[어린나무가 유재이의 기척을 느꼈습니다.]새싹이의 메시지와 함께 훈련실 문이 열리며 재이가 들어왔다.
재이는 우리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나 늦은 거?”
“얘네가 빨리 온 거야. 말처럼 바쁘진 않나 봐.”
“야,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그래. 우린 지금 엄청나게 바쁘-”
“그렇게 바쁘면 그냥 일하러 가시던가.”
“지만,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다. 음.”
한재임이 깔끔하게 한발 물러났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 주려는 건 무려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든 무기’.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평소 싫어하던 놈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 정도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그래요. 바쁜 분들이란 거 아니까 짧게 짧게 설명할게요.”
“괜찮습니다. 길게 설명해주셔도 됩니다.”
“-라고, 말한 저놈은 제대로 안 들을 거니까 괜히 힘 빼지 마.”
“하하하!”
태천이는 반박하지 않고 웃기만 한다.
저놈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반박할 수가 없는 거다.
그 웃는 모습을 보고 재이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한재임에게 설명하는 거로 가닥을 잡았겠지.
그러고는 그녀는 마법 주머니에서 오늘 만들어온 것들을 꺼냈다.
“어라?”
“얼씨구?”
“흐, 흐음…?”
그것들을 본 우린 의문이 담긴 소릴 냈다.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릴 보고 재이는 키들키들 웃었다.
아무래도 우리 반응을 예상했던 것 같다.
“재이 씨…?”
“네,”
“그… 제대로 가져온 거, 맞아요…?”
태천이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었지만 재이는 후후 웃기만 했다.
웃는 걸 보면 제대로 갖고 온 게 맞다.
“음….”
한재임은 미심쩍은 눈초리로 재이와 손에 들린 것들을 번갈아 봤다.
재이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검…은 가느다랬다.
아르카처럼 무늬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면, 검이 아니라 길가에서 흔히 볼 법한 가는 나뭇가지로 착각했을 듯하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검을 건넸다.
“이게 태천 씨 거, 이게 한재임 씨 거예요.”
“아, 고마워요.”
“음…. 고맙습니다….”
전달받은 두 사람은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한재임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떨떠름함이 느껴졌다.
뭐, 이해를 못 할 것도 아니다.
겉보기로만 보면 도저히 ‘검’이라고 부르기 힘들었으니까.
어린애들이 용사 놀이하면서 휘두르면 딱 맞을 것 같다.
너무 안 어울려서 그런가?
태천이가 저걸 그대로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해 봤는데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아이들의 이름은 ‘스톨로’(stolō) 카풀루스예요. 줄이는 건 마음대로 하시고요.”
스톨로.
처음 듣는 그 단어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번역됐다.
나뭇가지, 새싹.
‘나뭇가지로 만든 칼자루’ 혹은 ‘새싹의 칼자루’ 정도로 직역할 수 있겠다.
새싹이의 나뭇가지로 만들어서 저런 이름을 붙였나 보다.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치켜듭니다.] [마음에 드는 이름이라고 전합니다.]“…새싹이가 이름 마음에 든대.”
“그래? 다행이다. 고민해서 지은 이름이었는데.”
재이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휙, 휙.
스톨로 카풀루스를 휘두르던 태천이가 재이에게 물었다.
“재이 씨. 방금, 카풀루스라고 했어요?”
“네.”
“그거, 아르카에도 들어가는 단어죠? 칼자루란 뜻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맞아요.”
“즉. 이것도 칼자루란 뜻…?”
“당연한 거 아니에요?”
“오오.”
그제야 태천이는 눈을 빛냈다.
한재임도 마찬가지.
한시름 놓았다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그 당연한 걸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두 사람 다 외면에 너무 놀랐나 보다.
“한 번 마나 불어 넣어보실래요?”
“좋아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스톨로 카풀루스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곧 마나 칼날이 뿜어져 나왔는데,
“오…?”
“……!”
아르카와는 형태가 달랐다.
두 자루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 칼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