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0
제50화
백도운의 손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미사일이 발사된 것 같은 소리에 사람들이 기겁했다.
“에구머니!” 하며 주저앉고, “히익!” 소릴 내며 펄쩍 뛰어올랐다.
김무연도 그들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운의 손에서 나온 거대한 목검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것이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날아와 더욱 그랬다.
“이 미친놈이!”
그는 도운을 욕하며 그것을 피했다.
아르카는 그를 지나쳐 날아가 사람들의 코앞에서 멈췄다.
목검이 코끝에 닿을 뻔한 남성은 다리를 후들거리다 주저앉았다.
김무연은 그를 지나쳐 날아간 목검을 보다가 도운을 노려봤다.
“비겁한 놈이, 갑자기 기습을 해!”
“후우, 놀랐잖아, 새싹아.”
그러나 도운은 김무연을 보고 있지 않았다.
전혀 관심도 없는 그 태도에 사람들은 또 한 번 당황했다.
“어, 방금 혀 찼지. 너 정말 사춘기야?”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내려다본다.
그러면서 자꾸만 뭐라 뭐라 중얼거렸는데, 대부분 이해할 수가 없는 말들이었다.
“너 계속 이러면 형 화낸다?”
“아니, 혼내는 건 아니고.”
“삐질 거라고? 야, 갑자기?”
그런 말들이 이어졌다.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무언의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기는커녕 어림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미친, 미친놈인가?”
누군가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여과 없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헉!”
“칼, 칼이!”
“어검술?”
“멍청아! 무협 소설도 아니고 그런 게 어딨어. 당연히 마법이지!”
공중에 떠 있던 아르카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영상을 역재생한 것처럼 자연스레 도운의 손으로 돌아갔다.
도운은 그것을 어깨에 둘러메며 김무연에게 사과했다.
“아, 미안. 미안. 내가 이걸 빼내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이야.”
“이…!”
“이해해 줄 거지?”
그러면서 씩 웃는다.
김무연이 목검을 피하지 못했다면 크게 다쳤을지도 몰랐다.
검이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갔으면 사람이 다칠 뻔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도운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뻔뻔한 태도에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백도운….”
김무연이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노려봤다.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듯한 살벌한 표정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곧장 감정을 추슬렀기 때문이다.
그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쉰 후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상관없다. 네가 어수룩한 놈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거 말하는 꼬라지 더럽게 재수 없네.”
“…….”
신랄한 말에 김무연은 입을 다물었다.
이놈은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지도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운을 쳐다봤다.
도운은 오로지 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곧 도운이 어깨에 둘러메고 있던 목검을 내밀었다.
“자, 여기.”
“…음!”
그는 그에게로 내민 목검을 보고 감탄을 흘렸다.
단순히 커다란 목검으로 보일 수도 있는 그것은 그 자체로 완벽한 무기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그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김무연은 ‘칼의 노래’ 스킬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칼의 노래 스킬은 검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능력이다.
검의 품질이 좋고 나쁜지를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고, 어떻게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스킬 보정을 받아 크기와 무게에 상관없이 검을 휘두르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기에 김무연은 자신만만하게 손을 뻗었다.
“그걸 쥐어 보면, 진짜 자격이 없는 쭉정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거야.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창피나 느껴 보라 그래.”
손을 뻗는 김무연의 머릿속에 유재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B급 헌터인 백도운이 휘둘렀던 검이다.
그런 검을 그가 쥐지 못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자신을 싫어하는 유재이가 쏘아붙인 말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쿵!
아르카를 건네받은 그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도운이 손을 떼자마자 아르카는 땅에 떨어졌고, 그걸 끝까지 쥐고 있던 김무연은 자연스럽게 끌려간 거다.
“뭐야? 왜 저래?”
“지금 저거 못 들어서 그런 거?”
“에이, 실수겠지. A급 헌터가 저걸 왜 못 들어?”
“하지만… 힘들어 보이는데?”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지만, 김무연은 창피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는 아르카를 들어 올리지 못하는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칼의 노래 스킬 소유자인 그가 검을 들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그는 검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아르카를 집어 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땅에 가지런히 놓인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 땅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대체….”
그는 당황한 목소리로 고개를 쳐들었다.
한쪽 눈썹을 치켜뜬 백도운이 보였다.
도운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자격이 없는 건 너 같은데, 쭉정이.”
그 말을 듣고 김무연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
시뻘게진 얼굴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람들이 김무연을 향해 비웃음이 섞인 얼굴을 하는 것도 좋았다.
역시, 사람들은 몰락하는 과정을 더 좋아한다.
놈은 시뻘게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릎을 꿇고 앉은 꼴이 썩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는데.
“…인정하마.”
“흠?”
“자격은 내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부끄럽게 됐어.”
“…….”
감정 따라서 막무가내로 행동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놈은 그러지 않았다.
끝까지 이미지를 챙기기 위해 차분함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러는 거긴 했지만, 그래도 놀라웠다.
“백도운, 너를 이 검의 주인으로 인정한다.”
그리 말하면서 김무연은 내게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야, 이놈 이거 상황 좀 만들 줄 아네?
솔직히 감탄했다.
녀석은 이번 일로 인해서 이미지가 왕창 깎여 나갔다.
자격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고 상대는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으니까.
이미 깎여 나간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챙길 유일한 방법은 사과하고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뿐이다.
여기서 저 손을 거부하면 이미지가 깎이는 건 내가 된다.
“고마운걸, 47위 헌터인 당신이 인정해 주다니.”
근데 나도 쇼맨십은 좀 하거든.
여동생이랑 친구가 워낙 대단해서.
놈이 내민 손을 붙잡는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놈을 안아 주기까지 했다.
김무연이 살짝 당황해서 손을 빼려는 게 보였다.
더 세게 끌어안으면서 작게 속삭였다.
“애초에 내 검인데 네까짓 게 뭐라고 인정을 해 줘?”
“…네가 무슨 속임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검은 곧 내 것이 될 거다.”
“들어 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말은 잘하지.”
서로 속삭이는 말은 살벌했지만, 서로 껴안고 있기 때문일까?
구경하던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몇은 오글거리게 짧게 손뼉까지 쳐 댔다.
김무연이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이를 갈며 말했다.
대단한 능력이다.
미소를 짓는 동시에 이를 갈다니.
“각오해라, 백도운. 이 굴욕은 꼭 갚아 줄 테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그만 꺼져, 이 도둑놈 새끼야.”
그리 쏘아붙이고는 곧바로 놈에게서 떨어졌다.
놈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써서 입을 다물었다.
거리가 떨어져서 이젠 속삭여 봐야 내게 들리지 않는다.
사람 이목을 신경 쓰는 놈은 이럴 때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법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김무연은 내게 미소만 지어 보였다.
“…….”
“…….”
나도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어 주었다.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린 비릿한 미소였지만.
그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서 놈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 장소를 떠나는 것밖에는.
김무연은 경찰들에게 일을 크게 벌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사람들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한 후 떠나갔다.
아주 누가 보면 유명 연예인인 줄 알겠네.
아, 한국 랭킹 47위 헌터면 유명 연예인이 맞긴 하지.
유재이가 옆으로 걸어왔다.
“의외로 깔끔히 물러나네?”
“연기지, 뭐.”
“연기?”
“응. 아마 오늘 밤 당장 나 죽이려고 찾아올걸?”
“…정말?”
유재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묻는다.
저런 놈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눈에 훤하다.
한두 번 겪어 보는 게 아니어서 아주 잘 안다.
김무연같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은 이런 수치와 모욕을 잘 참지 못한다.
피를 보고 흥분한 투우처럼 해선 안 될 짓을 엄청나게 해대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사람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는 헌터라면?
“너 때문에 수치를 당했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나를 죽이려고 할 거다.
이르면 오늘 밤 느리면 내일 밤쯤 찾아오겠지.
“당연히 농담이지.”
“야, 무슨 농담을 그렇게 농담 같지 않게 해?”
농담이 아니니까.
어이없다는 듯 묻는 그녀에게 어깨만 으쓱였다.
그런 후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두 사람에게다.
답 메시지는 곧바로 왔다.
이재욱은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아르카를 어깨에 둘러멨다.
사람들이 감탄을 흘렸다.
김무연이 들지 못한 검을 쉽게 들어 올리니 신기한 모양이다.
나도 그들처럼 신기함을 느꼈다.
김무연은 왜 아르카를 들지 못한 걸까?
내 의문을 해결해 준 건 유재이였다.
“아르카는 주인을 골라.”
“주인?”
“의지가 있다는 소리는 아니고. 그냥, 제 몸을 만져도 되는 사람이랑 안 되는 사람을 가리는 정도?”
“그럼 김무연이 아르카를 들지 못한 것도….”
“응, 당연히 그 아이가 허락해 주지 않아서야.”
그 말을 듣고 나니 아르카가 나를 따스하게 감싸 주는 듯했다.
유재이는 아르카에 의지가 없다고 했으니 착각에 불과할 테지만.
아니면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 이 사람들 앞에서 주인이 당신이라는 걸 각인시켜. 그 아이를 위해서도.”
그리 말하면서 유재이는 사람들 앞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김무연이 떠났는데도 흩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세계수 퀘스트가 떠올랐다.
세계수 퀘스트는 내게 관리인의 위엄을 보여 다시는 헛된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그걸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 줘야겠지.”
어깨에 둘러멨던 아르카를 양손으로 쥐고 제대로 들었다.
그러고는 힘껏 마나를 불어 넣었다.
순식간에 아파트 3층 높이만 한 푸른 칼날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아르카를 우러러봤다.
“크고 아름다워!”
“맙소사, 영상에서 봤던 거보다 크잖아!”
“미친! 저런 걸 휘두른다고?”
“사이클롭스가 아니라 드래곤도 베겠어!”
사람들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 있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지려는 찰나, 유재이가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이 아이의 이름은 아르보르 카풀루스. ‘거대한 칼자루라는 뜻’입니다!”
“칼자루? 저게 칼자루란 말이야?”
“아, 맞네! 그러네! 저 푸른 게 칼날이니까!”
앞으로 나서 아르카를 설명하는 유재이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마치 수업 참관에 간 엄마가 선생이 낸 문제를 맞힌 자기 아이를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이어 그녀는 아르카의 칼날 발동 시간을 말했다.
1분당 5만의 마나를 소모한다는 것과, 그에 따라 웬만한 A등급 헌터도 5분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후 나를 가리켰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달라요. 이 현상을 최소 30분을 유지한 전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헉 소릴 내더니 자기들끼리 떠들어 댔다.
“거짓말!”
“A급 헌터 마나 총량이 1만에서 100만 사이 아니야?”
“잠깐, 30분 동안 유지했다잖아. 그럼 마나 총량이… 백, 150만?”
“마나 총량만 따지면 S급 헌터 수준이잖아!”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마치 난생처음 보는 기상천외한 것을 보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사실 내 최대 마나는 아르카를 쥔 덕분에 늘어난 5만을 합쳐서 20만이었다.
그런 내가 마나 출력을 30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마나 회복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유재이를 비롯해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성공 보상으로 전대 세계수의 나뭇잎을 얻습니다.] [보상은 우편함으로 전송됩니다.]그 덕분에 퀘스트를 손쉽게 완료할 수 있었다.
퀘스트도 완료하고, 김무연도 쫓아냈지만, 찝찝했다.
그때 이재욱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무연 현재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상황 지켜보는 중.] [조심하십시오.]역시나 예상대로다.
이런 녀석들은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멍청하게 행동하는 걸까.
뭐, 좋다.
이놈을 어떻게 요리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세계수 새싹이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새싹은 다음엔 회전을 넣겠다는 다짐을 전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