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41
제543화
“착각하지 말지.”
“착각이라고?”
“그래. 방금 혀 찬 거 너 때문이 아니거든?”
“큭…! 그래, 그렇겠지!”
원이 실소를 흘린다.
내 말을 믿지 않는 거다.
그래, 타이밍이 좀 공교롭긴 했지.
하지만 생각을 고쳐주면 될 일이다.
계속 부정해대는 것도 웃기는 꼴이고.
좋아. 새싹이가 관찰을 시작했다면 곧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할 거다.
그럴 수 있도록 내가 도와야겠지만.
부웅…!
아르카를 휘둘러 원을 공격했다.
놈은 여유작작한 태도로 아르카를 피하지 않았다.
네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그것을 내게 알리고 싶어 일부러 피하지 않은 것이다.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마나의 흐름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아르카가 거기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냥 통과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늘에서 혐오스러운 기운이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원이 환상 마법으로 속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절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백도운!”
팟, 팟!
원이 소리치면서 빠르게 수인을 맺는다.
또다시 들끓는 어둠의 화염구들이 생성됐는데….
“……!”
그 생성된 화염구들을 향해 새카만 창들이 날아왔다.
푹, 푹, 푹!
창들이 연신 화염구들을 찔러댄다.
하지만 창에 찔린 화염구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들은 하나로 결합했다.
‘들끓는 어둠의 화염에 휩싸인 창’이 된 것이다.
고개를 돌려 창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봤다.
“…….”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해골이 서 있었다.
몸에서 들끓는 어둠이 넘쳐 흐르는 것을 보니, 하늘의 원처럼 변태화를 쓴 것이 분명했다.
해골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5m 정도로 커진 키였다.
그 키에 어울릴 만큼 뼈의 굵기도 몇 배나 굵어졌다.
오우거나 사이클롭스가 스켈레톤이 된 것 같은 모습이랄까….
또 놈의 손에는 해골로 만들어진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다.
놈의 키보다도 큰 지팡이가.
“…….”
“인사가 늦었구나. 세계수 관리인.”
팍!
지팡이를 땅에 내리꽂으며 해골이 말했다.
들끓는 어둠에 휘감긴 저 새카만 창들을 제작하기 위해서 갓난아기에게 저주를 내려 죽였던 놈이다.
저 거대한 지팡이를 제작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을까.
지팡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골의 개수만 해도 수십 개가 훌쩍 넘는데 말이다.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축 늘어뜨립니다.] [지팡이에 사로잡힌 원념이 너무 많다고 전합니다.] [저 지팡이를 만드는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 명은 죽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많게 잡는다면….]새싹이는 말을 잇지 않았다.
아니, 아마 못한 걸 거다.
나와는 달리 지팡이에 사로잡힌 원념이 느껴질 테니까.
그래서 슬플 테니까.
흠….
“…그러게. 난 또 너무 안 보이길래 도망이라도 친 줄 알았지.”
“크흐흐…. 오랜만의 손님을 맞이하게 되지 않았느냐. 이것저것 준비를 좀 하느라 늦었을 뿐이다.”
“준비? 도망치려다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한 건 아니고?”
“큭큭! 세계수 관리인이 제 발로 죽으러 와주었는데 포기할 게 뭐가 있다는 말이냐?”
“너흰 늘 그랬으니까. 항상 실패하고, 나한테서 도망치기 바빴지.”
“……그래. 그랬다. 그 말에 긍정해주마. 하지만!”
해골이 도중에 언성을 높였다.
닥닥! 닥닥닥!
그에 반응하듯이 놈의 손에 들린 해골들이 소란스럽게 딱딱거렸다.
딱딱거리는 해골들의 눈에서 붉은 피눈물이 흐르고 입에서는 들끓는 어둠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지팡이의 재료가 된 피해자들이 원통하다고 아우성치는 것처럼 보였다.
혼자 와서 다행이군.
도희나 태천이가 저 모습을 봤다면 착잡함을 느꼈을 거다.
본인들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은 다르다! 이곳은 그분의 권능이 가득한 그분의 영토니까!”
“세계수 관리인이 죽기에 딱 알맞은 장소란 뜻이지!”
해골과 원이 소리쳤다.
놈들은 오늘에야말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잘됐네.
저 확신을 확실하게 짓뭉개버리면, 놈들은 깊은 절망감을 느끼게 될 거다.
뚝…!
열한 마리의 리치에게서 흡수한 마족의 힘을 정화 중인 왼팔을 거칠게 뜯어낸다.
세계수의 마나는 충분히 들어간 상황이니, 떨어뜨려도 알아서 잘 정화될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원이 비아냥거렸다.
“무어냐? 분명 조금 전에 그 상태로도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그랬었지.”
“그런데 왜 뜯어내는 것이냐? 응?”
그리 물으면서 원은 실실 웃었다.
충분하다고 해놓고선 다른 행동을 보이니 비웃고 싶은 거다.
왜 뜯어냈냐고?
그야….
“솔직히 마냥 여유 부릴 수 있는 상황 같지는 않아서.”
“호오? 재미있구나. 지금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냐? 네놈이 실수했다는 것을?”
“그래. 인정해.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없겠다는 것을. 이러다간 도희랑 태천이가 도착할지도 모르겠어.”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느냐? 백도운!”
“안 들렸어? 너희 죽이기 전에 우리 애들이 먼저 올지도 모르겠다고.”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솔직히 저놈들을 금방 해치울 수 있을 줄 알았다.
블랙 드래곤과 싸울 때와 달리 전신 각성도 쓸 수 있게 됐으니까.
지금의 나라면 빛의 성역이나 버프 포션 없이도 혼자서 블랙 드래곤과 맞붙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내가 금방 해치울 수 없을 줄이야.
참….
“둘 다 대단해. 크라우드의 핵심다워, 아주?”
“……!”
“……!”
빠드득! 부들부들!
원과 해골이 이를 갈며 몸을 떨어댔다.
분노를 넘어 증오심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곧 놈들은 그 격렬할 감정을 토해냈다.
“죽여주마! 죽여주마, 백도운!”
“내 오늘 네놈을 기필코 죽여 가죽을 모조리 벗겨 내리라!”
그 외침과 동시에 하늘에서 들끓는 어둠을 휘감은 창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것을 하나하나 아르카로 쳐내 원에게 돌려보냈다.
이젠 공처럼 보이지 않는 그것을 굳이 쳐내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원은 내가 휘두른 아르카를 그냥 무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돌려보냈던 화염구는 수인을 빠르게 맺어가며 제어권을 되찾았었다.
아르카는 무시할 수 있어도 자신의 공격은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휙, 휙, 휙!
내 예상대로 원은 내가 쳐낼 때마다 제어권을 되찾고자 수인을 맺었다.
성공적으로 되찾는 걸 보면, 이거로는 부족한 듯하다.
그리고….
“되살아나라, 이 머저리 같은 놈들아!”
푸학! 푸하악!
땅에서는 해골의 명령을 받은 망자들이 끊임없이 기어 나왔다.
질로 안 되니까 양으로 승부를 보려는 건가?
그런 생각을 처음에 했다가 바꿨다.
언데드들이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던 탓이다.
스켈레톤도, 구울도, 흐뢰칼도, 리치도 아닌 외형의 언데드….
그것들은 마치 서로 다른 생물 여러 개를 억지로 기워놓은 듯했다.
아마 더 강한 언데드를 만들려고 한 흔적이겠지.
“별 지랄을 다 했구만, 정말….”
해골의 잘못된 노력을 보니 솔직한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아르카의 마나 칼날에 세계수 휘두르기를 덧씌웠다.
또 우리 새싹이가 어린나무 상태일 때 정도의 크기로 작게 조절했다.
크기를 키우면 그만큼 공격 범위가 늘어나서 좋았지만, 빠른 공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나무 상태 크기라면 내가 원하는 속도로 공격을 몰아치는 게 가능했다.
마침 변태화 쓴 해골의 크기도 비슷했고.
“가라! 가서 산 자에게 죽음을 내려라! 죽은 네놈들의 원한을 새겨주란 말이다!”
두두… 두두두…!
땅에서 기어 나온 언데드들은 해골의 명령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다.
날 향한 달음질로 땅이 울릴 지경이 된 것이다.
많기도 하지….
대체 그 짧은 사이 얼마나 쏟아져 나온 거람.
[세계수가 정확히 2666마리라고 전합니다.]2666마리?
그 어중간한 숫자는 뭐래.
아니. 그보다 설마 일일이 다 센 거야?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휘젓습니다.] [자신의 영역에 들어왔기에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아. 그렇구나.
지금 이곳은 아바돈의 권능이 깔린 지역인 동시에, 새싹이가 소환된 지역이기도 했다.
아마 저울의 추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으리라.
새싹아. 아직 원이 어떻게 내 공격을 무시할 수 있었는지 알아내지 못했지?
[세계수가 아직 분석 중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어 금방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아. 재촉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물어본 거니까 크게 개의치 마.
그때였다.
해골이 수백 마리의 언데드를 향해 소리쳤다.
“터져 죽어라, 등신들아! 그게 너희의 존재 이유이니!”
쾅! 콰앙! 쾅!
그 명령과 함께 내 앞까지 달려든 언데드들이 맨 앞에서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어 생화학 폭탄이라도 되는 양 들끓는 어둠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머리 위의 새싹이로 인해서 곧바로 정화돼버렸다.
저 정도로는 저울의 추를 기울게 할 수가 없었다.
“…….”
그나저나….
억지로 기워놓은 듯한 저 모양새는 더 강한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들끓는 어둠을 폭발시키는 폭탄병으로 쓰려던 거였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수천 마리가 동시에 폭발해 들끓는 어둠을 뿜어낸다고 해도 나와 새싹이는 끄떡도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원에 이어 해골도 어떤 삶을 줘야 할지 결정한 거다.
께름칙하지 않아.
난 그저 저놈들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을 뿐이라고.
자고로 저런 못된 놈들에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가장 탁월한 벌이 되지 않겠어?
그리 말하면서 바닥을 박찼다.
내 몸은 폭발하며 들끓는 어둠을 뿌려대는 언데드들을 뚫고 순식간에 해골의 앞에 다다랐다.
“……!”
해골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보면서 아르카를 휘두른다.
과연 크라우드의 머리답다고 해야 할까.
쾅!
놈은 내 속도에 놀라는 가운데 지팡이로 아르카를 막아냈다.
닥닥!
지팡이에 달린 해골들이 고통을 느끼는지 딱딱거렸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르카를 연속으로 휘둘렀다.
처음 내 속도에 반응했던 해골은 이어지는 내 공격들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냈다.
쾅, 닥닥! 쾅, 닥닥!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해골들의 비명이 울리고,
“크, 크흑…!”
그 비명과 함께 해골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겨우 10초 정도 흘렀을까.
남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놈이 그것밖에 참지 못하고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린 거다.
정말이지 우습게도.
“백, 도운…!”
방어하기 급급한 주제에 내 이름을 힘겹게 부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공격을 이어 나갔다.
쾅, 닥닥! 쾅, 닥닥!
집요하게 놈의 지팡이를 후려쳤다.
지금쯤이면 알아차렸을까?
내가 지금 지팡이만 계속 후려치고 있다는 걸.
지팡이를 붙들고 있는 해골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체, 대체 어째서…!”
아.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알아차렸군.
정 궁금하다면 가르쳐줘야 인지상정이겠지.
쾅, 닥닥!
물론 계속 후려치면서.
“재수가 없어서.”
“뭐, 뭐라고…?”
“그따위 지팡이를 만들고 기뻐했을 네가 말이야.”
“이…!”
쾅, 쩌어억! 닥닥닥…!
둔탁한 소리와 해골들의 비명 사이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부숴주려는 거야.”
쾅…!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후려쳤다.
거대한 지팡이는 내 바람대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주 산산이.
조각조각들로.
그 모습을 해골은 허망하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