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43
제545화
톡톡, 펑!
검지로 두드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왼발이 폭발했다.
톡톡.
그 현상을 지켜보면서 검지로 두드리는 행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발부터 다리를 지나쳐 온몸으로 올라왔다.
그런 내 모습을,
“……???”
해골이 입을 떡 벌린 채로 지켜봤다.
내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짓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겠다.
갑자기 자해하기 시작했으니, 뜬금없이 왜 저러는 건가 싶겠지.
영문을 모르겠는 얼굴을 짓고선 당황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놈에게 태평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멍하니 있어도 괜찮겠냐?”
“…뭐?”
“너 그러고 있다간 휘말릴 텐데 괜찮겠냐고.”
“갑자기 무슨 소리냐? 지금 제 몸을 파괴하고서는 나를 걱정하는 것이냐?”
“저런….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건지 정말로 모르겠어?”
“그게, 이유가 있어서 하는 짓이었다는 말이냐…?”
해골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내가 지들 같이 바보인 줄 아나.
아무 이유도 없이 몸을 파괴하고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하긴. 저렇게 멍청하니 연신 실패하는 삶을 살게 됐지.
쯧쯧….
놈에게 혀를 두어 번 차준 후에 친절하게 말했다.
물론, 놈은 내게서 친절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건 ‘가지치기’란 건데. 너 벌한테 정말 아무 말도 못 들었냐?”
“벌? 갑자기 그 멍청한 년 얘기가 왜 나오는…!”
뚝….
해골의 움직이던 새카만 턱이 멈춘다.
새삼 깨달은 모양이다.
벌을 나무와 융합한 듯한 꼴로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방법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설마… 설마 네놈이 지금 몸을 파괴하고 있는 이유가….”
해골이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싹…!
땅에서부터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놈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는 얼굴이었다.
그야 궁금하겠지.
제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테니.
“허억…!”
해골이 경악을 터뜨렸다.
놈의 시선이 닿은, 소리가 들려온 곳에서는 폭발로 인해 떨어져 나간 내 발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발에선 초록의 새싹이 무수히 돋아났다.
해골이 들은 소리가 바로 새싹이 셀 수 없이 많이 자라나는 소리였던 거다.
발에 자라난 새싹들은 나무 기둥을 타고 자란 덩굴 식물처럼 보였다.
입체적인 모습 때문인가?
마치 비늘이 자라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관절 떨어져 나간 발에서 왜 식물이 자라난단 말이냐?”
“내 몸엔 세계수의 마나가 잔뜩 담겨 있으니까. 그 마나의 영향으로 저렇게 식물이 자라나는 거고.”
“세계수 마나의 영향이라고….”
“그렇대도. 그런데, 단지 그것으로 끝일 것 같아?”
“뭐라고?”
“그게 전부였으면 내가 대뜸 가지치기를 시작하지도 않았겠지.”
폭발해서 떨어져 나간 발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일.
그 불가해한 현상이 끝이 아니라는 말에 해골은 당황스러워했다.
어깨를 으쓱인 후 땅으로 떨어진 발을 다시 가리켰다.
“……!”
해골이 헉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무수한 새싹들이 비늘이 자라난 것처럼 보였던 발은 그 짧은 사이에 온갖 식물로 가득해져 있었다.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가 되었고, 땅을 뒤덮은 초록의 풀숲이 되었으며, 손바닥 같은 나뭇잎을 가진 나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아바돈의 성지가 되어 황폐했던 땅엔 초록의 숲이 자라나고 있었다.
“벌이 그 꼴이 된 것이… 네놈이 그 육신을 박아넣었기 때문인 것이냐?”
“맞아. 바로 그거야.”
“이 미친놈…!”
“하하. 네가 그런 말을 한다고?”
어이가 없어서 반문이 바로 튀어나왔다.
버림받은 갓난아기를 저주해 죽여 창을 벼린 놈이,
살해한 사람들의 머리를 모아서 지팡이를 만든 놈이, 감히 저따위 소리를 하다니….
펑…!
황당하기 그지없어서 마침 방금 폭발해서 떨어진 정강이를 주워 놈에게 던졌다.
쐐액!
“히익…!”
해골이 소스라치게 기겁하며 그것을 피했다.
께름칙하게 생각할 줄은 알았지만….
누가 보면 내가 폭탄이라도 던진 줄 알겠네.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으쓱입니다.] [해골의 처지에서 보면, 관리인이 가지치기한 정강이는 폭탄이 맞다고 지적합니다.] [저렇게 기겁하며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합니다.]아.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저 정강이엔 세계수의 마나가 듬뿍 담겨 있었으니….
새싹이 말에 동의하는 사이, 땅에 떨어진 정강이에서 아까 지켜봤던 현상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온갖 식물이 자라나 사방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
“내가 대뜸 가지치기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야-”
“너희를 벌처럼 만들기 위해서?”
“…….”
해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머릿속에서 벌 같은 꼴이 된 자신과 원을 상상하고 있겠지.
하지만 틀렸다.
이 순간 가지치기를 한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 그러려고 가지치기를 한 게 아니니까.”
“그걸 위해서가 아니라고? 그럼 대체 왜 가지치기를 시작한 것이냐?”
“모르겠냐?”
“…….”
“모르겠나 보네. 하긴. 설명이 부족하긴 했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펑!
그러는 동안, 허벅지가 터졌다.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주워 하늘의 원에게로 던졌다.
황당의 늪에 빠져 있던 원이 깜짝 놀라서는 내가 던진 허벅지를 피했다.
심상 세계를 쓰고 있는 상태니 피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너희가 아는진 모르겠는데. 나는 던전을 소멸시키고 원래의 땅으로 되돌릴 수가 있어.”
“…그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그 얘길 왜 하는 것이냐?”
“아니. 이걸 되묻는다고…? 너 진짜 바보야?”
“네놈한테 그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만…!”
빠드득!
해골이 새카만 이를 갈며 대답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할 것이다.
이걸 이해하지 못해서 되묻는 것은 정말로 멍청한 짓이었으니까.
방금은 우리 태천이도 이해했을 것 같은데….
할 수 없지.
착한 내가 꾹 참고 상냥하게 설명해주는 수밖에.
“난 지금 이곳을 정화(淨化)할 생각이야.”
“……뭐? 지금, 지금 뭐라고 했느냐?”
“진짜 귀가 없어서 안 들리나…. 이곳을 정화할 생각이라니까?”
“정화라니…! 그러니까, 지금 네놈이 그분의 권능으로 가득한 이곳을 정화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냐?”
“이제야 좀 말을 알아듣네. 그래, 바로 그 소리야.”
“가당찮은 소리! 그게 정말로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느냐!”
“어. 가능하다고 생각해.”
펑!
그리 대답하는 사이 오른발이 폭발했다.
두 다리를 잃었지만, 왼손으로 땅에 박은 아르카를 쥐고 있어 쓰러지지는 않았다.
휘릭.
세계수의 뿌리를 써서 오른발을 멀리 던졌다.
아직 세계수의 마나에 영향을 받지 않은 영역으로.
“너는 내가 못할 것 같냐?”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흠?”
“이곳이 평범한 던전 같으냐? 그렇지 않다! 이곳은 그분의 권능이 나린 곳이다! 펜데오가 그분과 조우한 땅이란 말이다!”
해골이 바득바득 소리쳤다.
놈은 알까?
지금 저렇게 소리치는 모습이 굉장히 처절하게 보인다는 것을.
아마 놈의 멍청한 머릿속에선 상상이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량하게 부정해대는 일이 일어난 모습이.
“네놈은 절대로 이곳을 정화할 수 없다! 그분의 권능을 감히 몰아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야 두고 보면 알 일이지.”
“……!”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내던 놈과 달리 내 태도는 평온했다.
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
해골의 새카만 이가 부들부들 떨렸다.
무덤덤한 태도가 못마땅해서 한소리 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뭐, 확신이 없는 놈이니 욕 따위나 뱉어대고 말겠지.
그런 걸 잠자코 들어줄 정도로 온순한 성격이 못되므로 먼저 선수를 쳤다.
질문을 던진 것이다.
놈의 상상력에 불을 지필 장작이 될 질문을.
“아바돈의 권능을 전부 없애버리고 나면, 어떻게 될 것 같냐?”
“뭐…?”
“당연히 하늘에 있는 원은 더는 심상 세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겠지.”
“……!”
뚜둑…!
해골이 뼈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고개를 쳐들었다.
새카만 불상이 된 원을 올려다본 것이다.
“심상 세계를 쓴 원은 무적이라고 했던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은 아니다.
모든 공격이 무효가 되는 놈이니,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럼 그 심상 세계란 걸 못 쓰게 만들면 되지 않겠어?”
“…아니. 아니!”
해골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까와 같았다.
처참하고 초라하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 꼴로, 놈은 부정을 이어나갔다.
“그럴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어…!”
“…….”
“가능할 리, 없단 말이다…!”
“…….”
부정하는 해골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은은한 미소만 지은 채로.
펑…!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내 몸은 꾸준히 폭발했다.
새로운 싹을 틔우면서.
***
“…….”
앨릭스 매그너스 협회장은 아프리카로 향하는 협회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운이 전 세계에 번개의 결계를 펼친 황당무계한 사태에 편승하기 위해서 백운천 길드도 함께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원래라면 그들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단숨에 아프리카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아프리카에 딱 하나 있는 헌터 협회용 워프 게이트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헌터 협회는 관리 측의 실수로 고장이 났다고 알려 왔지만, 앨릭스 협회장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크라우드의 본거지가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 않은가.
워프 게이트는 헌터 협회의 접근을 쉽게 허용할 생각이 없는 누군가의 의지로 고장이 난 것이 분명했다.
“후우….”
앨릭스 협회장이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아프리카 대륙으로 날아가는 동안 도운이 크라우드와 혼자서 싸우고 있었다.
그 한숨을 들은 백도희가 앨릭스 협회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오라버니가 걱정돼요?”
“걱정하고 있기는 하지. 그런데….”
“그런데요?”
“자네 오빠를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니네.”
“헤에…?”
도희가 흥미롭다는 듯이 앨릭스 협회장을 쳐다봤다.
눈썹을 치켜뜬 그녀를 보고, 그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서 그는 새삼 도희가 도운의 동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자네 오빠가 또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네.”
“후후…. 환영해요.”
“음?”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거든요.”
“…….”
도희의 말에 앨릭스 협회장이 입술을 비틀었다.
혀가 아릴 정도로 쓴 음식을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비행기 뒤쪽에서 일리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협, 협회장님…!”
“…….”
“이걸 좀 보셔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일리스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앨릭스 협회장은 달려오는 일리스에게서 시선을 돌려 힐끔 도희를 쳐다봤다.
싱긋!
시선이 닿자마자 도희가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라버니예요. 분명 또 무슨 짓을 저질렀을 거예요.”
“끄응….”
그가 앓는 소리를 내며 일리스에게 손을 뻗었다.
일리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 패드를 건네받고, 바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듯한 아프리카 대륙의 영상이 떠 있었다.
하지만 앨릭스 협회장은 영상을 보고서도 이상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게 뭐 어떻다고?”
“협회장님. 아프리카는 8할이 넘게 던전화가 진행된 대륙입니다.”
“허. 그걸 누가 모르나?”
“그런데, 영상 속의 아프리카는 청림(靑林)이 우거집니다.”
“뭐?”
앨릭스 협회장이 반문하며 화면을 들여다봤다.
방금 들은 말대로 화면 속 아프리카 대륙은 온통 초록이었다.
황폐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슥.
일리스가 공손하게 스마트 패드 화면을 스와이프했다.
“그리고 이것이 5분 전에 촬영된 아프리카의 영상입니다.”
“……!”
화면을 본 앨릭스 협회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듯한 아프리카 대륙의 영상은 첫 번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8할이 넘게 던전화가 진행된 대륙.
그 설명답게 굉장히 황폐했다.
“그러니까… 지금 아프리카 전체에 숲이 우거졌다는 소린가?”
“그렇습니다.”
“겨우 5분 만에?”
“…네. 그렇습니다.”
“…….”
앨릭스 협회장은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에서 할 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희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오라버니예요. 분명 또 무슨 짓을 저질렀을 거예요.”
조금 전 도희가 했던 말을 곱씹으면서.
“…….”
“…….”
홱.
도희는 그 시선을 회피했다.
무슨 짓을 저질렀을 줄은 알았다.
하지만 그녀도 도운이 지금 던전을 소멸시켰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