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67
제569화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이동수는 금방 협회를 빠져나왔다.
해가 저물어 밤이 되긴 했지만, 이 정도 시간 소요는 예상한 범위 내였다.
오랫동안 헌터 생활을 해온 베테랑인 데다가 바이오 길드의 마스터이지 않나.
오히려 해가 저물 정도로 오랫동안 성실하게 조사받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이동수가 아니라 보통의 A급 헌터였다면 지금 시간에도 나오지 못했을 거다.
마족과 관련한 일이니만큼 거세디거센 압박을 받았겠지.
[세계수는 이동수와 최희석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동수 옆에는 변호사와 부하들이 함께 있다고 덧붙입니다.]사안이 사안이라서 그런가.
안지민이 아니라 최희석이 대표로 나와 있었다.
최희석….
그라면 이동수를 보증해줬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해오면서 이동수가 이상한 짓을 할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봤을 테니….
추측한 대로 최희석이 보증했다면 협회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딴지를 걸지 못했으리라.
아마 협회장인 조우민조차 한 발자국 물러날 거다.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기는 해도.
아무튼, 이동수가 나왔다는 사실을 도희와 태천이에게 알렸다.
“역시 금방 나왔네요.”
“오…. 이제 숨 좀 쉬겠네.”
그리 대답한 후 태천이는 숨을 천천히 크게 들이마셨다.
녀석이 저런 반응을 할 만큼 우리가 있는 곳은 답답했다.
협회를 나온 이동수가 시선을 느낄 것을 고려해 공기조차 희박한 하늘에 있었던 탓이다.
심지어 마법을 느낄까 봐 천리안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동수를 완벽하게 감시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새싹이 덕분이었다.
[세계수가 방금 이동수가 협회를 떠났다고 전합니다.] [변호사와 부하들을 돌려보낸 이동수가 현재 차를 직접 운전해 출발했다고 설명합니다.]나로서는 움직임은커녕 마나조차 느껴지지 않는 먼 거리였다.
하지만 우리 새싹이는 아무런 문제 없이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과연 세계수다운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해가 져서 어두운 밤에 직원들을 물리고 혼자 어딘가로 간다?
아마도 그는….
“도희야. 네 예상대로 된 것 같아.”
“이동수가 혼자 이동하고 있나요?”
“응. 이대로 버섯을 만나러 가려는 거겠지.”
“참 뻔하네요.”
도희가 어깨를 으쓱 올린다.
우리가 이동수의 거짓말을 알아차렸으면서도 굳이 압박하지 않고 모르는 척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진실을 털어놓게 하는 것보다 버섯을 찾아갈 것이 분명한 그의 뒤를 쫓는 편이 훨씬 편하고 쉬웠으니까.
“역시 납득하지 못한 건가…?”
태천이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버섯이 그저 이용하려고 접근했다는 거.”
“그것도 있겠지만,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거예요.”
“설득?”
“외사랑 하던 여자의 손주잖아요. 10년 가까이 동질감도 깊이 느꼈을 테고요. 버섯이 자수하도록 설득하려는 게 분명해요.”
“아….”
태천이 안타깝다는 듯이 탄식을 흘렸다.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버섯은 아바돈에게 선택되어 크라우드의 머리였던 해골을 대신하게 된 놈이다.
이제 와서 자수 같은 걸 할 리가 없었다.
숨기고 있던 정체를 이동수가 알게 됐으니, 방해될 것으로 생각하고 죽여버릴 가능성이 더 컸다.
즉. 지금 그는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거였다.
우린 그런 이동수를 구해주려는 것이었고.
겸사겸사 목숨을 구해준 보답으로 버섯이 있는 장소도 듣고 말이다.
순서?
그게 뭐가 중요하니, 새싹아.
어차피 결과가 같은데.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절레절레 가로젓습니다.] [관리인의 궤변을 무시하며 이동수가 나아가는 경로 안내를 시작합니다.]곧이어 눈앞에 경로가 그려졌다.
이동수는 현재 남서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이쪽이면 금천구가 나오는데….
이 정보를 바로 두 사람에게 알렸다.
“금천구? 서해안 고속도로 타려는 건가?”
“그런 것 같네요.”
“그럼 버섯은 지금 충청남도나 전라도 쪽에 숨어 있겠네.”
“아마도요.”
도희가 태천이의 추측에 긍정했다.
물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다가 다른 곳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추측해봐야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다.
“따라가 보면 알게 되겠지.”
“그렇긴 해.”
“옳은 말이네요.”
태천이와 도희가 바로 긍정을 보내왔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새싹이도 긍정을 보내온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주의!] [관리인과 이동수의 거리가 너무 벌어졌습니다.] [경로를 잃지 않게 조심하십시오.]이러다 경로 재탐색도 하겠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경로를 따라 날았다.
그렇게 새싹이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충청남도에 있는 ‘칠갑산’이었다.
이 산에 버섯이 있는 건가.
***
이동수는 칠갑산을 빠르게 올랐다.
처음엔 등산로를 따라 올랐으나 중반쯤 됐을 때부터 길이 아닌 곳을 헤쳐나갔다.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나아갔을까?
곧 나무 기둥에 푸르죽죽한 버섯들이 잔뜩 자라난 지역이 나타났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
그러나 이동수는 무관심했다.
익숙하다는 듯이 주위 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풀숲을 헤쳐 나아가기만 했다.
거침없이 나아가던 그의 걸음이 멈춘 것은 버섯에 파묻힌 작은 오두막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오두막은 주위에 자란 버섯과 모습이 같았다.
버섯들도 자라나 있어 마치 하나의 커다란 버섯에 작은 버섯들이 오소소 자라난 듯이 보였다.
“우현….”
이동수의 입에서 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산을 빠르게 올랐는데도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것은 숨이 아니라 이름이었다.
그 부름에도 오두막에선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조용히 침묵만이 흘렀다.
뚜벅….
오두막을 바라보던 그가 이내 발을 옮긴다.
지금까지 빠르게 교차하던 두 다리는 아주 천천히 오두막으로 향했다.
곧 오두막 앞에 선 그가 문을 열려고 했을 때였다.
끼익….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사람이 나왔다.
“…….”
이동수는 그 사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제야 진정으로 실감했다.
10년 동안 봐왔던 자는 정말로 최우현이 아니었다.
진짜 최우현은,
“할머니의 기일은 아직인데요.”
눈앞에 있는 이였다.
최우현이 말을 잇는다.
별일 없다는 듯이 여상하게….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에요? 동수 아저씨.”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보여주고 싶은 거요?”
“그래. 네가 아주 좋아할 물건이다.”
슥.
이동수가 마법 주머니에서 함을 꺼냈다.
이어 함을 열고 최우현에게 내밀었다.
“……!”
함의 내용물을 본 최우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내용물의 이름을 불렀다.
“우담화….”
“그래. 우담화다.”
“드디어, 드디어 우담화를 얻었군요…!”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이동수의 손에 들린 우담화를 향해 뻗은 팔도 파르르 떨렸다.
툭….
이내 최우현의 손가락이 느리게 우담화에 닿았다.
그의 표정은 헤아릴 수 없는 감동을 느끼는 듯했다.
“그런데.”
“…….”
“정말 내가 이걸 좋아할 거로 생각했어요?”
“……!”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감동하던 얼굴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져 무표정해졌다.
최우현은 이동수를 바라봤다.
“우담화를 얻기만 하면 그만인 게 아니에요.”
“…….”
“얻기만 하는 거라면, 나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거든요.”
최우현의 주변에 아공간이 펼쳐졌다.
툭, 투둑! 툭!
아공간에서 이동수의 손에 들린 것과 똑같이 생긴 것들이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다만, 줄기 부분이 베여 뿌리가 없었다.
즉, 홍유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인 ‘스켈레톤 로드가 베어낸 우담화’였다.
“너, 홍유릉 게이트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거냐…?”
“백도운보다 훨씬 빨리 알아차렸죠.”
“그런데 어째서-”
“저딴 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소용이 없다고…?”
“네. 저런 건 그냥 땅에 굴러다니는 걸 챙긴 것뿐이에요. 내가 할머니의 꿈을 이뤄준 게 아니고요.”
“과연….”
이동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최우현의 기저(基底)에 깔린 생각을 읽어내었다.
그에게 있어 남이 우담화를 채집하는 것은 그녀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 되지 못했다.
“내가 할머니의 꿈을 이뤄준 게 아니고요.”
“내가 할머니의 꿈을….”
“내가….”
그가 채집해야 했다.
혹은 이동수가 채집하거나.
매년 찾아와 우담화를 채집할 수 있겠냐고 질문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즉.
최우현은 그나 이동수가 우담화를 채집해야 할머니의 꿈을 이뤄주는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함에 담긴 우담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그래서였다.
둘 중의 한 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채집한 것이었으므로.
탁.
이동수가 함을 닫고 최우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자. 우현아.”
“함께 가자고요?”
“백도운과 협회가 네가 크라우드의 버섯이란 걸 알았다.”
“아저씨가 가르쳐준 덕분이죠.”
“변명은 하지 않으마.”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변명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하는 거면서.”
“…….”
“어쨌거나, 난 아저씨랑 가지 않을 거예요.”
“최우현! 그들은 너를 찾아낼 거다. 그때가 돼선 내가 널 지켜줄 수가 없어!”
“지켜? 아저씨가 나를요? 하하하…!”
최우현이 웃음을 흘렸다.
웃음에 공명하듯 주변에 자라난 버섯들이 흔들거렸다.
또 푸르스름한 빛을 마구 발산했다.
그 모습을 이동수가 불안하게 돌아보았다.
최우현의 입에서 흘러나온 웃음엔 조롱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아저씨는 날 지켜줄 수 없어요. 오늘 내 손에 죽을 거거든요.”
“……!”
“원래는 할머니의 기일까지는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할 수 없죠. 아저씨가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거예요.”
“너-”
“그래도 그간의 정(情)을 생각해서, 이것 하나만은 가르쳐드릴게요. 난 드디어 할머니의 꿈을 이뤄드릴 방법을 찾았어요.”
“방법을 찾았다고…?”
이동수는 눈을 찌푸렸다.
크라우드.
그들이 어떻게 힘을 얻었는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마족에게 영혼을 팔아 힘을 얻는 셈이냐?”
“그건 이미 해봤어요. 안 되더라고요.”
“…….”
그 대답에 이동수의 머릿속에 한 얼굴이 떠올랐다.
10년 동안 봐왔던, 최우현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의 얼굴이.
이동수의 마음이 한층 더 착잡해졌을 때였다.
최우현이 말을 이었다.
“난 할머니를 되살릴 거예요.”
“……뭐?”
“역시 꿈은 스스로 이뤄야 하는 법이죠!”
그리 말하고 최우현은 웃었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에서는 환희가 느껴졌다.
이동수는 그러나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이 세상에 사람을 온전히 되살리는 방법 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말해줘 봐야 소용없잖아요? 어차피 죽을 건데.”
“최우현…!”
“정말, 내가 다 아쉽네요. 아저씨가 되살아난 할머니를 보지 못할 걸 생각하니까.”
“아니…! 그 반대다!”
꽈악!
이동수가 최우현에게 내밀었던 손을 그러쥐었다.
무언가를 쥐는 듯한 동작이었는데, 정말로 가늘고 기다란 것이 소환됐다.
그것은 ‘장죽(長竹)’이었다.
“올해 그녀의 기일에 너는 찾아갈 수 없을 거다. 최우현…!”
“그놈의 최우현, 최우현…. 그 이름 말고 박우현이라고 불러줄래요? 아니. 됐어요. 어차피 이제 죽을 건데.”
최우현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이동수가 죽을 것을 기정사실로 둔 태도였다.
하지만 죽어줄 생각이 없었던 이동수는 바로 장죽의 물부리를 입에 물었다.
“후웁…!”
장죽에 부여된 마법을 발동하고자 깊이 들이마신 숨을 내뱉는다.
그 순간이었다.
“……!”
이동수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부여된 마법이 발동되는 대신, 장죽의 연소통에서 버섯이 자라났다.
주변에 한가득한 그 푸르죽죽한 버섯들이.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그가 최우현의 마법에 이미 당한 것이었다.
쿵!
이동수의 손에 들린 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몸에 버섯들이 자라며 힘을 잃은 탓이었다.
“잘 가요. 동수 아저씨.”
최우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동수는 대꾸하지 못했는데, 온몸에 자라나는 버섯들은 입속이라고 해서 비켜 가지 않은 탓이었다.
그때였다.
“……!”
이동수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빠르게 내려오는 순수하고 완전한 마나를 느낀 탓이었다.
과연 하늘에서는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백도운…!”
그를 본 최우현이 소리쳤다.
가면을 쓴 남자를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땡!”
가면 뒤에서 뜬금없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 소리에 이동수의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나는 ‘지온’이다.”
가면 뒤에서 호기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