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66
제568화
홀로 홍유릉 게이트의 출입구로 돌아왔다.
도희와 태천이는 이동수를 데리고 먼저 나갔는데, 난 정부와 협회에게 줄 우담화를 채집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충격을 받은 이동수가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기도 했다.
탁….
땅으로 내려오자 안지민이 나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지온 씨. 드디어 부유 마법을 배우셨군요?”
“오, 드디어….”
“응? 왜 그러십니까?”
“이름이요. 드디어 제대로 불러줬네요.”
“…….”
안지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의 표정에서 ‘정말 질리는군.’이라고 말하는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채집해온 우담화를 꺼내 안지민에게 건넸다.
현재 내 손에 들린 우담화는 총 두 송이였다.
후후….
“여기, ‘협회가 탐색한 위치에 있던 우담화들’입니다.”
“네. 우담화 두 송이, 확인했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현재 홍유릉 게이트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안지민을 포함해 관리소 앞에서 스쳐 지나가며 봤던 얼굴들이었다.
왜 들어와 있는 거지?
설마….
“날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니죠?”
“아.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요….”
그럼 뭐 때문에 들어와 있는 거지?
의문이 더 커져서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으로 안지민을 바라봤다.
그가 엄지로 관자놀이를 살살 문지르며 말했다.
“그, 왠지 분위기가 심각해 보여서 말입니다.”
“아….”
“이럴 땐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다들 아는 거죠. 저를 포함해서.”
“과연 그렇겠네요.”
도희와 태천이와 이동수.
세 사람은 나라를 대표하는 헌터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심각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안지민의 말마따나 그 자리는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었다.
물론, 안타깝게도….
“지민 씨는 그 자리 못 피해요.”
“예?”
“이제부터 저랑 같이 들어야 하거든요.”
“제가 그래야 합니까?”
“네.”
“어째서죠?”
“최희석의 후계니까요. 그것도 ‘뇌제의 정수’를 받은.”
“…….”
안지민이 입을 다문다.
내 간단한 설명에 납득한 거다.
그래서,
“…가시죠.”
안지민은 앞장서서 걸었다.
과연 최희석의 후계답군.
***
“…….”
관리소는 침묵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분위기가 심각해 보여 자리를 피한 거라던 안지민의 마음이 바로 이해될 정도였다.
이거 어떻게 화두를 던져야 하지?
그런 고민을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다행스럽게도 이동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우현…을 다시 만난 것은 10년 전이었소.”
최우현.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이 굉장히 낯설어 보였다.
그야 그렇겠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을 때의 충격은 절대 작지 않으리라.
도희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다시 만났다면, 그 전엔 교류가 없었나요?”
“전혀 없었소. 최우현은 20년 전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취를 감췄었거든.”
“20년 전? 그땐 버섯이 아주 어렸을 때잖아요?”
도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숲의 기억을 통해 읽었던 버섯은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었다.
나와 비슷해 보였고, 아무리 많이 쳐도 서른 정도 되었을 거다.
20년 전이면 10살도 안 된 꼬마였다는 뜻인데….
그런 꼬마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은 쉬이 믿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이동수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최우현은 어렸을 때부터 웬만한 어른들보다도 현명했소.”
“천재였다는 소린가요?”
“그렇소. 그를 낳은 부모가 공포를 느낄 정도였지.”
“아.”
과연….
어렸을 적 할머니와 자란 이유가 그것이었나 보다.
같은 이유로 부모는 자취를 감춘 자식을 찾지 않았으리라.
공포를 느꼈다고 하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최우현에게 그녀는 완벽한 이해자였소. 아마 그녀 또한 천재였기 때문일 테지….”
“…어라?”
순간, 머릿속에 정보들이 떠올랐다.
이동수가 말했던 여인에 관련된 정보들이었다.
박 씨.
20년 전 사망.
S등급 우담화를 채집하는 게 꿈.
천재.
여러 정보가 취합되고, 곧이어 답이 도출됐다.
“혹시, 좋아하셨다는 분의 성함이 ‘박복자’입니까?”
“…그렇소.”
“허어…?”
그의 대답을 듣고, 입에서 감탄 섞인 의문이 튀어나왔다.
박복자.
그녀의 이름에는 주로 ‘할머니’라는 단어가 덧붙여졌다.
20년 전에 돌아가실 때 이미 연세가 예순을 넘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이동수는 마흔이 조금 넘었을 테고….
그런데 외사랑이었다고?
내 머릿속의 의문을 느낀 걸까?
이동수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없는 법이오.”
“…….”
그리 말하기엔 나이 차이가 너무 나지 않나.
거의 20살 차이인데.
내 기준으로는 7살 꼬마애가 날 좋아한다는 거나 마찬가지… 아!
이제 알겠다.
이동수가 박복자 할머니의 가족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를.
그저 소꿉친구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니까, 견제조차 받지 못한 거다.
즉. 그는 무대에 오르지 않은 게 아니라 오르지도 못한 거였다.
막냇동생의 애정 정도로 치부되어서….
“…….”
“심히 불쾌하군. 그 눈빛은 뭐요?”
“글쎄요….”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태천이를 바라봤다.
녀석의 첫사랑이 우리 원장 아줌마였기 때문이다.
나이 차이도 비슷하니, 이동수의 마음을 이해할지도 모르겠는걸.
“…뭐. 갑자기 날 왜 보는 건데.”
“글쎄다?”
“끄응….”
태천이 신음인지 침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얼굴을 가리고 싶은 듯이 이마를 문지른다.
그때, 도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본론으로 돌아오죠.”
“그러시오.”
“버섯을 10년 전에 다시 만났다고 했죠?”
“그렇소.”
도희의 의견에 이동수가 바로 동의했다.
둘은 아주 자연스럽게 본론을 이어나갔다.
“정확히 내가 우담화 채집 원정을 실패한 직후였지.”
“실패한 직후라면, 버섯이 선배님을 찾아왔던 건가요?”
“아마도 그럴 거요.”
“아마…?”
“채집 원정에 실패하고, 나는 그녀의 산소(山所)를 찾아갔었소. 실패한 걸 넋두리하러 간 것이지. 당연히 그녀의 기일도 아니었고.”
“기일도 아닌 날 버섯과 마주쳤다면….”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지.”
“그렇겠죠….”
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생각한 대로 버섯은 이동수가 그곳에 올 것을 알고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굳이 그를 만나려고 했던 것은….
“혹시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겠어요?”
“원래는 내가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소. 하지만….”
“…….”
“하지만… 솔직히 이젠 잘 모르겠군. 다른 목적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소. 아니. 있다고 보는 게 옳겠지….”
이동수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믿던 이에게 배신당한 사내는 퍽 괴로워 보였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더 줘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할 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최우현의 뭘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소. 그동안 내게 요구한 게 없었거든.”
“전혀요?”
“전혀. 최우현은 내게 이따금 질문만 던질 뿐이었소.”
“어떤 질문이었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늘 이것에 관련된 거였소.”
툭….
이동수가 팔을 뻗어서 함을 짚었다.
그 고급스러운 함에는 우담화가 담겨 있었다.
즉, 버섯이 이동수에게 던진 질문은….
“우담화를 채집할 방법에 대해서였습니까?”
“그렇소. 난 그걸 나처럼 그녀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었지….”
이동수는 그러나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버섯은 아바돈을 숭배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목적이 있어 우담화를 원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땅했다.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그러시오. 내가 아는 것이라면 뭐든 대답해드리지.”
“버섯은 지금 어디 있죠?”
“그건 나도 모르오.”
도희의 질문에 이동수가 바로 대답했다.
그 대답과 동시에,
[세계수는 이동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새싹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 역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동수는 “들러서 만날 사람이 있다”라고 말했었고, 또 “우현이가 참 많이 기뻐할 거요”라고 말했었다.
버섯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아는 거라면 뭐든 대답하겠다더니.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바로 거짓말을 해?
“…….”
바로 그때였다.
푹….
도희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누가 봐도 실망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내가 알아차린 사실을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 없었다.
딴생각이 있어서 저러는 거라고 보는 게 옳았다.
이동수는 나와 달리 도희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말했다.
“나와 최우현은 1년 중 그녀의 기일에 그녀가 잠든 산소에서 만나곤 했소.”
“아….”
“최우현은 어디에서 지내는지 말해주지 않았고, 나도 딱히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으니까.”
“그랬군요….”
“이제 보니 물어봤어야 했던 것 같군…. 미안하오.”
“아뇨.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모르셨을 테니까요. 어차피 크라우드로 활동하고 있었으니 물어봤더라도 거취를 밝히지 않았을 테고요.”
그리 말하면서 도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 이해한다는 듯한 말투는 정말 자애롭고 너그러웠다.
연기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
이동수가 홍유릉 게이트를 떠났다.
안지민이 데리고 간 것으로, 이제 그는 우리에게 했던 얘기를 협회에서 다시 한번 해야 할 터였다.
크라우드의 간부를 지인으로 두고 있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최우현이 버섯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니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나오게 될 거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도희야.”
“네.”
“이동수 왜 그냥 보낸 거야?”
“어머. 알아차렸어요? 이동수가 거짓말했던 거.”
“그걸 어떻게 몰라? 넌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
“새삼스럽네요. 당연히 이태천 친구로 보고 있죠.”
슥.
도희가 검지로 태천이를 가리킨다.
돌아보니, 태천이는 살짝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마 이동수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몰랐던 건가?
태천이가 질문을 던져왔다.
“이동수 선배님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모를 수도 있지!
그리 말하는 듯한 태도로.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것 좀 보소.
“버섯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게 거짓말이었어.”
“어, 진짜?”
“응. 이동수는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걸 압박할 줄 알았는데, 도희는 그냥 넘어갔고.”
“왜 그런 건데?”
“나도 그게 궁금해.”
태천이에게 대꾸하며 도희를 바라봤다.
두 오빠의 시선을 받게 된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압박하면, 이동수가 사실대로 털어놓았을까요?”
“음….”
선뜻 “그랬을 거다”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길드 ‘바이오’의 마스터가 아닌가.
압박해봐야 통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불법적인 요소가 가미된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짓을 태천이가 용납할 리 없었다.
안지민도 당연히 말렸을 테고.
“협회에는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싫어요. 두 번 일하기 귀찮아요.”
“얼레…?”
“알리든 알리지 않든 어차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일 다 끝난 다음에 설명하기로 해요.”
“일리스 씨의 부탁은 어떡하고?”
태천이가 일리스의 부탁을 상기시켰다.
일 벌이기 전에 미리 언질을 달라던 부탁을 말이다.
그리고 그때 도희는 대답했었다.
성녀처럼 자애롭게.
“…네. 힘써볼게요.”
-라고.
그러나 지금 그리 말했던 자애로운 성녀는 없었다.
“힘써봤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어…?”
“그러면 다들 납득할 것 같은데요.”
“…….”
백도운의 동생 백도희만 있을 뿐.
후후. 흐뭇하구만.
내가 참 잘 키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