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65
제65화
입장권을 찢어 이벤트 던전에 입장했다.
스마트폰에서 뿜어지던 흰빛이 사라지자 사방이 까만 장소가 나타났다.
한순간에 다락방에서 이벤트 던전으로 이동된 거다.
뒤를 돌아보니, 새싹이가 서 있었다.
푸른 빛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어린나무가 된 새싹이가.
팔을 뻗어서 나무줄기에 손을 올렸다.
[세계수 어린나무가 관리인의 손길에서 따스함을 느낍니다.]나도 마찬가지다.
새싹이의 나무줄기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그럴 리 없는데, 박동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확실히 어린나무 티가 나기는 하네.”
전대 세계수의 나뭇가지는 이름만 나뭇가지였다.
누가 봐도 통나무로 볼 무지막지한 크기를 자랑했으니까.
나뭇가지라면서 그 둘레가 현재 새싹이의 줄기보다 배는 두꺼웠으니 말 다 했다.
분명 전대 세계수는 어림짐작할 수도 없는 크기의 거대한 나무일 것이다.
[곧 이벤트를 시작합니다.]저번처럼 또 거대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그 메시지창에는 이벤트 관련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세계수 주변에 자라나는 잡초를 뽑아라!’ 이벤트.] [관리인은 이곳에서 ‘따스한 손길’ 스킬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오로지 관리인의 감각에 의지하여 맨손으로만 잡초를 제거해야 합니다.] [이번 이벤트는 더는 자라나지 않게 될 때까지 잡초를 뽑아야 끝이 납니다.] [또한, 뿌리까지 전부 뽑아낸 경우에만 성공적으로 잡초를 뽑은 것으로 인정됩니다.] [뿌리까지 뽑지 못한 경우에는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나게 되니 꼭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10초 후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뭐? 뭘 뽑아?
황당해서 메시지창을 빤히 쳐다봤다.
내용은 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계수 주변에 자라나는 잡초를 뽑아라!’라는 문구가 그대로 유지됐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으라고 할 줄 알았는데….
웬 생각 하지도 못한 이벤트가 진행되려고 한다.
“아니, 잡초를 뽑으라고 해도….”
주변을 돌아보며 중얼거린다.
재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검은 바닥이 보였다.
이런 바닥에서 잡초가 자라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시지창은 떠올랐다.
[이벤트를 바로 시작합니다.] [관리인은 열심히 잡초를 뽑아 주세요!]“…….”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 잡초가 자라났다.
아무것도 없는 검은 바닥에서, 내 손바닥만 한 잡초가.
하긴, 저번 이벤트에서 출현했던 몬스터들도 결국 가상의 존재들이었다.
우후죽순 자라고 있는 저 잡초들도 실존하지 않는 잡초들이리라.
거기에 존재하는 것 같은 촉감이 실감 나게 느껴질 테지만.
“후우! 어쨌거나 뽑으라니 뽑아야겠지?”
두 팔을 걷었다.
지금 시간을 허투루 쓰면 쓸수록 아쉬운 건 나였다.
이렇게 당황하는 와중에도 잡초가 빠르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으니까.
쪼그려 앉아서 검지를 잡초에 갖다 대보았다.
“쩝.”
머리를 긁적이며 입맛을 다신다.
혹시 했는데 역시다.
앞서 경고했던 대로 따스한 손길이 사용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손수 새싹이 주변의 잡초를 뽑았다.
그런데,
[뿌리가 완벽히 뽑히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납니다.]뽑을 때마다,
[저런, 줄기만 끊어졌군요!]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납니다.]메시지창에 떠오르는 문구가 내 신경을 박박 긁었다.
[안타깝게도 뿌리가 조금 남았습니다.]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납니다.]완전히 다 뽑지 못한 잡초를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어렸을 적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여덟 살쯤이었나?
방주 보육원에서 체험 학습으로 ‘텃밭 가꾸기’란 걸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 잡초를 뽑아 본 적이 있거나 따로 잡초 뽑는 법을 배웠던 건 아니었다.
어린애들 학습이란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잡초를 뽑는 단순 반복 노동의 힘든 일은 굳이 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때 나는 나무에 자란 과일을 따고, 모종삽으로 흙을 파내 얼굴만 한 고구마를 캐기만 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잡초 뽑는 것 좀 제대로 배워 둘걸.
[뿌리가 완벽히 뽑히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납니다.]“아니, 이게 무슨 이벤트야! 사람 빡치게 만드는 거지!”
버럭 소리를 질러 본다.
대답 없는 아우성일 뿐이었다.
새싹이는 푸른빛을 흩뿌리며 서 있고, 메시지창에는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난다는 문구만 반복됐다.
“쓰읍, 후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더는 약 올리는 것 같은 문구에 낚이지 않기 위해서다.
변명을 조금 하자면, 잡초를 뽑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을 주고 확 당기니 이파리니 줄기 따위가 중간에 끊어졌고, 힘을 풀고 당기니 손만 자꾸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면서 살갗이 긁혀 손가락이 쓰라리기까지 했다.
살갗이 긁힌 걸 보면 따스한 손길만 사용이 제한된 게 아니라 나무껍질을 포함한 다른 스킬도 사용이 제한된 것 같다.
“아무튼, 매번 쉽게 가는 꼴이 없어, 응?”
구시렁거리며 잡초를 뽑았다.
바로 그때였다.
[잡초를 완벽하게 뽑았습니다!] [앞으로 이렇게만 하십시오!]처음으로 잡초를 완벽하게 뽑는 쾌거(?)를 이뤘다.
내 손에 완벽하게 뽑힌 잡초가 들려 있다.
그 잡초를 보고 있으니 왠지 ‘분하다’라고 중얼거리는 것만 같다.
고개를 붕붕 저었다.
방금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다른 잡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뽑을 생각으로 가득하면서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하게 손을 놀렸다.
그러자 잡초들이 쉽게 뽑혀 나왔다.
“오, 감 잡았어!”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몇 시간을 쪼그린 채로 빨빨 돌아다녔을까?
새싹이 주변엔 딱 하나의 잡초만이 남게 됐다.
“후우, 후우….”
호흡을 가다듬는다.
당연히 지친 것이 아니다.
스태미나가 무한한 몸이다.
잡초 뽑는 일로 지칠 리 없었다.
내가 호흡을 가다듬는 건 차분해지기 위해서다.
이 잡초가 마지막 잡초여야 하기에.
잘못 뽑은 탓에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납니다’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손을 뻗어 잡초를 어루만진다.
잘하자.
너도, 나도.
“……!”
살살 어루만지던 잡초를 무심하게 잡아당겼다.
줄기가 당겨지더니,
뿅!
잡초가 뽑혀 나왔다.
손바닥에 축 늘어진 잡초를 내려다본다.
내가 보기엔 뿌리까지 완벽하게 뽑힌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풀뿌리 새끼들은 뿌리가 조금 남는 경우가 있었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옆에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노려본다.
[축하합니다!] [모든 잡초를 뽑았습니다!]“으아아아!”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손에 든 잡초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드디어 끝났다, 이 빌어먹을 잡초 새끼들아!”
바닥에 내팽개쳐진 잡초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 꼴로도 만족하지 못해 마구 짓밟았다.
곧 잡초는 모습을 감췄다.
잡초가 전부 사라지자 마음이 가볍고 편안하다.
다시 검은 바닥만이 새싹이 주변에 있었다.
[이벤트 클리어!] [세계수 관리인 백도운 님이 전대 세계수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결정하기 위한 최종 평가가 진행됩니다.]“뭐? 안 돼!”
큰일 났다.
뽑는 데 실패한 잡초가 한 무더기다.
감을 익혔다고 생각한 와중에도 완벽하게 뽑지 못한 게 대다수였다.
괜히 주변에 자란 잡초를 전부 뽑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린 게 아니다.
분명히 평가는 좋게 받지 못할 터였다.
[최종 평가 C등급.]“…젠장.”
욕이 나왔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인정할 만큼 실수가 잦았으니까.
C등급이라는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리라.
[보상 – 전대 세계수의 나뭇잎 2장(버전 선택 가능).]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ES / NO)]“나뭇잎 2장이라니….”
평가를 받아들이는 것과 아쉬워하는 건 별개의 얘기다.
처음부터 잘했으면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 테니까.
버전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활엽수 침엽수 한 장씩 받았다.
수정 공방에 맡겨 힐링 포션과 마나 포션을 만들기 위해서다.
[관리인이 이벤트 보상을 전부 획득한 게 확인되었습니다.] [이벤트 던전에서 나가시겠습니까? (YES / NO)]당연히 YES를 클릭했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어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더 있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아마 저번처럼 다음 이벤트를 기대해 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으리라.
“…….”
내 예상이 맞았다.
떠오른 메시지창에는 다음 이벤트를 기대해 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다만,
[앞으로 진행될 ‘잡초 뽑기 Lv.2’ 이벤트도 기대해 주십시오!] [- PG Corporation.]…그건 악몽이었다.
***
흰빛이 사그라든다.
내 몸은 다시 다락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차곡차곡 쌓은 잡동사니에 등을 기댄 채로.
[앞으로 진행될 ‘잡초 뽑기 Lv.2’ 이벤트도 기대해 주십시오!]마지막으로 봤던 메시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두 손이 저절로 마른세수를 했다.
“그냥 배우고 만다, 내가.”
그것은 다짐이었다.
잡초를 잘 뽑는 법을 배우겠다는 다짐.
아니, 다짐으로 끝내지 말자.
지금 당장 가서 잡초 뽑는 법을 배우자.
언제 또 잡초 뽑기 이벤트가 진행될지 모를 일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락방을 나섰다.
“앗!”
강우혁의 주먹이 내 허벅지를 톡 쳤다.
문을 두드리려던 타이밍에 내가 문을 연 거다.
아줌마도 함께 와 있었다.
“아저씨 어디 나가요?”
“그래, 나간다.”
“저녁밥도 안 먹고요? 어디 가는데요?”
어디를 가느냐고?
그야….
응? 그러고 보니 정말 어디로 가야 하지?
잡초 뽑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을 리도 없었다.
목을 긁적이다가 아줌마를 쳐다봤다.
아줌마가 한쪽 눈썹을 올린 채로 날 보고 있었다.
자주 봐 왔던 표정이었다.
너 또 병신 같은 생각하고 있는 거니?
“너 또… 무슨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거니?”
차마 아이 앞에서 비속어를 쓸 순 없었나 보다.
애초에 수녀니까 그런 말은 좀 삼가야 할 거 같긴 하지만.
“아줌마, 혹시 잡초 뽑는 거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알아?”
“뭐?”
내 질문에 아줌마는 눈을 찌푸리며 되묻는다.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거니? 웬 잡초?”
“그거 못 뽑아서 좋은 보상을 못 얻었거든. 다음번엔 실패하지 않을 거야.”
“대체 무슨 소리를….”
아줌마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말했다.
“잡초 잘 뽑고 싶으면 보육원 뒤에 있는 텃밭이라도 정리해 보든가.”
“응? 그거 아직도 해?”
“반찬 자급자족할 겸 겸사겸사. 아무튼, 잡초 잘 뽑고 싶으면 텃밭 정리라도 해 봐.”
썩 괜찮은 생각인걸?
이런 단순 노동은 연습만이 살길이지.
좋아, 결정했다.
“바로 잡초 뽑으러-”
“그전에.”
아줌마가 보육원 텃밭으로 가려는 내 손목을 붙잡는다.
아줌마의 손 말고 작은 두 손도 내 허벅지를 붙들었다.
고개를 내리니, 강우혁이 바지를 꼭 붙잡고는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 하냐?”
“같이 저녁 먹어요! 다들 아저씨 기다리고 있어요!”
“아, 괜찮아. 알아서들 먹어. 난 안 먹어도 돼.”
어서 잡초 뽑으러 가야 하거든.
하지만 두 사람은 날 붙든 손을 거두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뿌리치기 위해 다리를 뒤로 당기려는데,
“아아, 같이 먹어요! 아저씨!”
강우혁이 다리를 콩콩 뛰며 말했다.
그러고는 “네? 네?” 하며 해맑게 웃어 보인다.
…정들게 웃기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야.”
“네?”
“같이 밥 먹을 테니까 형 해 봐, 형.”
“네에?”
강우혁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검지로 입술을 문지르며 말한다.
“아저씨한테 어떻게 형이라고 불러요? 그건 엄청 예의 없는 행동이에요!”
그 말을 하는 얼굴과 목소리가 사뭇 진지하다.
당황스러워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아줌마를 보는데, 그녀는 입술을 꽉 물고 있다.
웃음을 참기 위해서다.
“난 예의 바른 아이구요. 그렇죠, 수녀님?”
“푸흐흡!”
그 말에 아줌마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리 재밌냐고 묻고 싶어 쳐다봤다.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웃는 낯으로 어깨만 슬쩍 올렸다.
“나 아저씨 아니란 말이야….”
26살밖에 안 됐는데 아저씨 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
그런 내 허망한 목소리가 닿은 걸까?
새싹이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어린나무가 관리인을 안쓰러워합니다.] [위로해 주기 위해 아침이슬을 전송합니다.]고맙다, 새싹아.
근데 왜 하필 이슬인 거니.
초록색 병 생각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