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이게 대체…?”
화면 속 엘프들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SD 캐릭터로 그려져서 빨빨 돌아다녔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아기자기해서 굉장히 귀엽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들의 머리에선 물방울이 떨어져 나왔다.
물방울은 아무래도 엘프들이 흘리는 땀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으응?”
엘프들은 줄을 서서는 한 명씩 차례대로 새싹이 앞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두 손을 뻗어 땅을 톡톡 두드렸다.
화면을 통해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심고 흙을 다시 덮는다.
그 작업을 한 명씩 차례대로 순서를 지켜가며 진행했다.
“아.”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화면 속 엘프들이 흙을 두드리고 나서 마법을 썼기 때문이다.
알테라-쇼넴.
레디투스 숲의 엘프들이 세계수를 가꿀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대신 배운 스킬이었다.
즉, 엘프들은 새싹이에게 열심히 거름을 주고 있었다.
아마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는 쓰레기일 터였다.
그러더니 새싹이의 나뭇가지에 이파리 한 장이 자라났다.
새로 자란 이파리에서는 다른 이파리들처럼 은은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
새로 자라난 이파리.
그걸 본 나는 바로 캐릭터 창을 열고 마나를 확인했다.
[MP – 210만260]205만이었던 최대 마나가 210만으로 늘어나 있었다.
화면을 두드리고 있지도 않았는데 마나가 늘어난 거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이 분명했다.
엘프들은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서 세계수를 성장시킬 생각이었으니까.
그 성장은 그대로 내 성장으로 돌아올 터였다.
내 최대 마나는 이제 엘프들 덕분에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늘어나게 되었다.
모든 헌터가 바라 마지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번엔 족발을 사서 갖다줘 볼까?”
엄지로 화면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마음속에서 고마움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이 육식주의 엘프들을 위해서 어떤 음식을 사 줘야 할까.
어떤 고기를 갖다줘야 잘 줬다고 소문이 날까.
치킨을 잘 먹은 걸 보면 비슷한 종류인 닭강정을 사 줘도 좋아할 것 같다.
나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재이네 대장간으로 향했다.
***
대장간에 들러 사람들을 태운 후 신논현역으로 향했다.
우연후가 말한 빌딩에 도착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거리 자체는 그리 멀지 않아서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강남역 근처에 다다르자마자 차들이 막혀 버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재이가 중얼거렸다.
“코인시던스 후…. 아, 저거다. 헤, 빌딩 좋은데? 19, 20, 21…층인가?”
차들이 더디게 움직여서 그녀는 빌딩을 훑어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 중얼거림을 들은 뒷좌석의 심윤진이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요! 지상층 21층, 지하층 7층. 지하층은 전부 주차장으로 돼 있고요.”
“잘 아네요?”
“연후 오빠가 직접 지은 빌딩이라서 설명 들은 적이 있거든요.”
“어찌나 즐거워하며 떠들어 대던지….”
“직접이요?”
주차장으로 들어가며 심윤진이 말한 걸 되뇌었다.
직접 지은 빌딩.
그 말은 이 빌딩에 관해 크게 신경을 썼다는 뜻이었다.
건축업자도 아니고 말 그대로 직접 지었을 리는 없었다.
“네. 본사를 포함해 일대 길드와 관련된 업체들을 한데 모을 생각으로 지은 건물 중 하나예요.”
“건물 중 하나…입니까?”
“아하하. 연후 오빠는 이곳과 다른 곳 중에서 어디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
다른 곳 중에서….
그러니까, 우연후에겐 이 빌딩 같은 곳이 또 있다는 소리였다.
누가 대기업 회장 아들이랄까 봐 돈 쓰는 클래스가 남다르다.
“도운 씨를 여기로 부른 걸 보면 이곳으로 하기로 했나 봐요.”
“그런가 보네요.”
우연후는 어디에 무엇을 입점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모양이다.
내게 이곳으로 와 달라고 부탁한 것도 다른 데 신경을 쏟을 여력이 없어서였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텅텅 빈 주차장 아무 곳에나 차를 주차했다.
주차장에는 우연후 일행의 것으로 보이는 차 세 대만 주차돼 있었다.
내가 주차한 차까지 총 네 대다.
차 네 대의 생김새는 전부 비슷했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운전하고 있는 차는 우채연에게 선물로 받은 차였으니까.
“엘리베이터는 이쪽이에요.”
차에서 내리자 심윤진이 우리를 안내했다.
발로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면서 머리로는 딴생각을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우연후는 길드 본사를 비롯해 길드에 관련된 업체들을 한데 모을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건물을 갖고 있으면 생각하는 게 비슷해지는 모양이다.
나도 1500억을 받아 건물을 사게 되면 그처럼 나와 관련된 사람들을 한데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원래 목적은 유재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장소를 구하는 것이었지만, 1500억을 갖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할 수 있는 게 매우 많아진다.
띵.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더니 문이 열렸다.
“오?”
익숙하다면 익숙한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오주한.
엘리베이터에는 우연후의 오른팔이자 일대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인 그가 타 있었다.
도착했다는 연락도 안 했는데 마중 나온 걸 보면 김지연이나 심윤진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 같다.
그는 김지연과 심윤진에게 눈인사를 짧게 던진 후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도운 씨.”
“그러게요. 우리 아마 시험의 탑 앞에서 보고 처음 보는 거죠?”
“네, 맞습니다.”
짧게 악수를 한 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맨 뒤에 있던 김지연까지 엘리베이터 오르자 오주한은 21층 버튼과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서 유재이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주한입니다.”
“…….”
유재이는 고개만 까딱이는 식으로 인사에 답했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엘리베이터 위쪽을 쳐다봤다.
엘리베이터 층수가 빠르게 변했다.
5층, 6층, 7층….
그 때문에 다음 말을 이어 나갈 준비를 하던 오주한은 입을 다물었다.
유재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엘리베이터 속의 다른 사람들을 쳐다본다.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눈짓으로 ‘원래 그런 사람이니 네가 이해해라’라는 메시지를 전한 거다.
“…….”
다행히 코인시던스 후 빌딩의 엘리베이터는 고속 엘리베이터였다.
띵!
금방 21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린다.
우리는 뻘쭘함을 느끼던 오주한을 필두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거대한 유리창 앞에 우연후 일행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옆에는 우채연과 처음 보는 사내 2명이 함께 서 있었다.
사내 2명은 일대 그룹 소속의 감정사인 듯했다.
아마 솔방울을 제대로 감정하기 위해 데려온 사람들일 것이다.
홍수정이 작성해 준 품질 보증서가 있긴 했지만, 그의 사람에게 맡겨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일 터였다.
그들에게 걸어가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 왔다.
“안녕하세요, 도운 씨.”
“병원 바깥에서 보니 더 좋네요, 오빠.”
“…….”
뭘까, 우채연과 유재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이 묘한 기류는.
우연후도 그 기류를 느낀 듯하다.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윤진 씨에게 설명 들었어요.”
“네? 설명이요?”
“이곳이 일대 길드 관련 업체들이 들어선다면서요. 요새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 아아. 그렇게 설명을 들었군요.”
“……?”
뭐지?
대화가 조금 엇나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걸?
이상함을 느끼고 있는데, 우연후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솔방울을 꺼내 보여 달라는 뜻이다.
꺼내기 전에 우연후를 포함해서 그들이 해 줘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그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입니까?”
“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전부 비밀 유지 계약서를 작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비밀 유지 계약서…?”
지금 거래하려는 건 평범한 솔방울이 아니었다.
무려 전대 세계수의 솔방울이다.
그 때문에 유재이조차 나와 처음 거래할 때 비밀 유지 계약서를 작성해 줬었다.
홍수정은 유재이 말마따나 다른 곳에 떠들어 댈 사람이 아니어서 따로 작성하진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다른 곳에 발설했다간 세계수 관련 아이템들을 건드릴 수조차 없게 될 거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솔방울 품질 보증서와 포션 품질 보증서에 ‘세계수’라는 단어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게 바로 그 증거다.
“흐음….”
우연후가 숨소리를 조금 크게 냈다.
그와 그의 동료들도 다른 데 가서 내 얘길 떠들 사람들이 아니라고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봐 온 게 있으니까.
우연후는 나를 구하기 위해 스켈레톤 로드의 성까지 쉬지 않고 바로 달려왔고, 유재이를 살리고자 자기 목숨을 걸기도 했었다.
나에겐 그들이 나에 관한 정보를 함부로 떠들어 대는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감정사 두 명은 그렇지 않았다.
솔방울에 대해 동료들에게 털어놓는 이미지가 아주 잘 그려졌다.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알겠습니다.”
그런 내 시선을 눈치챈 걸까?
우연후가 감정사들을 한 번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제안에 동의했다.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다들 동의하지?”
그리 물으면서 동료들을 바라본다.
우채연을 비롯해 다른 이들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동의하자 뒤에 서 있던 감정사가 서류 가방을 열고 빳빳한 종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두 장씩 배포했다.
종이 상단엔 ‘비밀 유지 계약서’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라더니….
과연 준비해 뒀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이름을 써넣은 계약서 두 장은 각각 나와 우연후가 나눠 가졌다.
계약서를 모두 확인한 나는 바로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솔방울.”
나와 우연후 사이로 2m가 넘는 솔방울이 나타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솔방울로 모였다.
두 감정사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나를 쳐다봤다.
감정할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나 주었다.
그들은 일대 그룹 산하의 대장간인 프타 소속 감정사들이다.
정장에 명찰이 달려 있는데 PTAH라는 단어와 함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각각 이름이 도강원, 종우석이었다.
“……!”
감정하던 감정사 한 명이 눈을 크게 떴다.
나와 솔방울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그러는 와중에 나머지 감정사도 “허억!”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전대 세계수의 솔방울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둘 중 먼저 놀랐었던 도강원이 입을 열었다.
“이, 이거! 세계수입니다…!”
“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이거, 이 솔방울! 세계수의 솔방울입니다!”
“……!!”
세계수.
그 단어는 마치 스킬이라도 되는 양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꿨다.
유재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그런 귀한 물건이 왜 나한테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호기심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껴졌다.
유일하게 유재이만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여 댔다.
왜 자기가 잘난 듯이…?
“크기 때문에 평범한 솔방울은 아닐 거로 생각하긴 했는데….”
“세계수라니. 그러니까, 그 세계수란 말이야?”
“스켈레톤한테 흙을 뿌려 댈 때부터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도운 씨는 대체 정체가 뭐예요?”
우연후를 시작으로 일대 길드원들이 한마디씩 떠들었다.
마지막으로 심윤진이 한 마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 던져지자 일대 길드원들은 조용히 나를 쳐다봤다.
내 정체가 뭐냐고?
그야… 세계수 관리인이지.
스마트폰에 세계수를 자라나게 한.
“B급 헌터죠.”
물론 사실대로 말해 주지 않았다.
아무리 비밀 유지 계약서를 작성했다지만, 내 정체까지 다 말해 줄 생각은 없었다.
말해 줄 수 있는 건 솔방울이 세계수의 솔방울이라는 것.
딱 그 정도였다.
“평범하디평범한 B급 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