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평범하디평범한 B급 헌터.”
“…….”
“잘난 여동생과 친구를 두긴 했지만요.”
“…….”
내 말에 일대 그룹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하나 같이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라고 따지고 싶은 듯이 날 쳐다봤다.
부러 어깨를 크게 으쓱여 보였다.
다른 말을 해 줄 생각이 없음을 나타낸 거다.
“…혹시.”
그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우채연이었다.
나를 포함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눈이 우채연에게로 향했다.
“……?”
“오빠는 세계수를 피워 낸 건가요?”
우채연이 “오빠”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물었다.
시선도 내가 아니라 유재이에게 향해 있었다.
질문은 나한테 했으면서 왜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 걸까.
유재이는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쪽 눈을 치켜떴다.
너희 둘 뭐 하냐….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은 우연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는 동생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내게 말했다.
“당장 사야 하는 물건이 나왔다고, 어서 빨리 1500억을 준비하라고 해서 뭔 소린가 했는데….”
심윤진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이 닿자 그녀는 웃으면서 V를 들어 보였다.
“오늘 만나기로 하길 정말 잘한 것 같군요.”
“그럼 구매하는 겁니까?”
“당연히 해야죠.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데.”
“잘됐네요. 그럼 대금은 어떻게 치를 겁니까?”
아무리 우연후라고 해도 현금으로 1500억을 한 번에 지급할 수는 없을 거다.
내 질문을 들은 우연후가 동생과 함께 후후 웃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제가 이곳으로 도운 씨를 부른 이유가 뭐겠습니까?”
“예? 그야….”
우연후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발로 땅을 두 번 두드렸다.
“이겁니다. 1500억.”
“…딸꾹!”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딸꾹질이 나왔다.
이 양반 클래스 보소?
“…괜찮겠습니까?”
우연후에게 질문을 던졌다.
심윤진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 빌딩을 사용하려고 했었다.
일대 길드와 관련된 업체들을 한데 모으는 장소로 쓰기 위해서.
그런 곳을 대금으로 지급하겠다?
솔방울을 구매하기 위해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네? 뭐가 말입니까?”
“이 빌딩이요. 써먹을 생각 아니었습니까?”
“아….”
우연후가 눈을 살짝 크게 뜬다.
그러다 바로 빙긋 웃는다.
표정을 보아하니 무리하는 건 아닌 듯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래요?”
“네. 어차피 이곳 말고 다른 곳과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심윤진이 빌딩에 관해 얘기할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우연후가 이곳과 다른 곳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써먹기로 한 곳은 여기 코인시던스 후 빌딩이 아니라 다른 건물인 모양이다.
우연후가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제 문제는 하나군요.”
“문제요?”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세계수의 솔방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새 일대 길드의 A급 헌터 3명이 프타 소속 감정사 2명에게 솔방울에 관한 정보들을 듣고 있다.
김지연과 심윤진은 품질 보증서에 쓰인 것을 봐서 이미 관련 정보를 알고 있을 텐데도 오주한과 함께 설명을 들었다.
“…….”
“…….”
나머지 두 사람은 서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유재이는 내 옆에 우채연은 우연후 옆에 서서.
너희 진짜 아까부터 뭘 하는 건데….
“저 솔방울을 정확히 1/3만큼 떼어 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아.”
우연후의 말이 옳다.
이번 계약은 애초에 솔방울 전체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솔방울의 1/3은 내가 갖고 2/3는 그가 갖기로 하고 체결된 계약이다.
그러므로 세계수의 솔방울을 정확히 잘라내는 작업이 필수 불가결로 진행돼야 했다.
귀수산 등껍질처럼 단단한 표피를 가진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 될 터였다.
또 하나.
정확하게 크기를 재고 잘라 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했다.
그 장비는 일대 그룹 산하의 프타 대장간이라면 갖고 있을 것이다.
“프타 대장간으로 가져가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우연후가 물었다.
그 질문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의 시선도 내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유재이를 향했다.
우연후의 대장장이가 프타 직원들이라면, 나의 대장장이는 유재이다.
그리고 그녀는 분명 재이네 대장간에서 작업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상관없어요.”
“응?”
얼씨구? 상관이 없다고?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와서 유재이를 쳐다봤다.
그녀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프타 대장간에서 작업하는 거로.”
“유재이?”
“…왜?”
“정말 프타 대장간에서 작업하겠다고? 정말로?”
“…….”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봤다.
내가 아는 유재이라면 자신의 대장간에서 작업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정말 유재이가 맞나?
그런 생각을 하고 쳐다봤다.
그녀가 팔을 뻗어선 내 턱을 살짝 밀었다.
손길에 의해 고개가 가볍게 돌아가자 팔을 거둔다.
그러면서 손을 까딱였다.
가까이 다가오란 뜻이었다.
“왜? 뭔데?”
“당신 프타 대장간이 어떤 곳인지 모르지?”
얼굴을 갖다 대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어떤 곳인지 모르냐고?
당연히 모른다.
내가 아는 거라곤 일대 그룹 산하의 대장간이라는 것이 전부다.
덧붙이자면 홍보 모델로 일대 길드원들이 쓰이고 있다는 것 정도?
접점도 우연후가 선물로 줬던 팔목 보호대를 갖고 있다는 점뿐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었다.
유재이는 숨을 후 내쉰 후 설명했다.
“프타 대장간은 현재 한국 최고의 대장간이라고 불리는 곳이야. 나처럼 100대에 뽑히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에서 한국 최고의 대장간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그 정도야? 런칭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일대 길드가 창립된 이후 만들어졌다.
시간으로 따지면 5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그런데 유재이는 프타 대장간이 한국 최고의 대장간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처음 설립할 때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장장이를 고용했거든. 당연히 대장간의 인프라도 최고급들로만 구성돼 있고.”
“허….”
대장간이 유명해지기 위한 필수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실력이 뛰어난 대장장이의 존재.
그 대장장이의 실력을 전부 끌어낼 수 있는 품질 좋은 설비.
일대 그룹은 그 두 가지의 필수 요소를 자본과 영업으로 해결한 셈이었다.
실력 좋은 대장장이를 고용하고 설비들을 구매하는 식으로.
그렇게 하면 신생 대장간이 한 나라 최고의 대장간으로 순식간에 변모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일대 그룹의 자본력과 영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감탄하는 내게 유재이는 한마디 덧붙였다.
“이번 기회에 구경 한번 해 볼래.”
“어쩐지… 그럴 생각이었군.”
유재이가 우연후의 제안에 동의한 이유를 알겠다.
대장장이로서 최고의 인프라로 구성된 대장간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것이리라.
물론, “구경 한번 해 볼래”라는 말은 센 척이었다.
그녀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장장이였던 만큼 순순히 “견학하고 싶다”라고 말하기엔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한 거다.
조용히 속닥거리는 걸 지켜보는 우연후에게 말했다.
“얘기 끝났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연후 씨.”
“잘됐네요. 그럼 계약을 마무리해 볼까요?”
그리 말하면서 우연후는 손가락을 튕겼다.
곧바로 솔방울을 살펴보던 감정사 한 명이 걸어왔다.
***
코인시던스 후 빌딩은 현재 시세로 정확히 1530억이었다.
솔방울을 1500억에 팔기로 했었으니 내가 30억을 지급하면 됐다.
나는 바로 30억을 지급했고, 빌딩의 소유권을 받았다.
이 빌딩은 이제 내 것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솔방울 다 잘라 내면 연락할게.”
그 말을 남기고 유재이는 프타 소속 사람들과 프타 대장간으로 떠났다.
일대 길드 세 사람이 솔방울을 옮길 겸 그녀를 경호할 겸 함께 따라갔다.
“저희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늘 내로 돌아야 하는 게이트가 있어서요.”
“아, 오빠 혼자 들어가. 나는 도운 오빠랑-”
“안 돼.”
“어째서!”
“오빠랑 약속한 거 벌써 잊었어?”
“으으….”
그런 대화를 나눈 후 우 씨 남매도 곧바로 떠났다.
우채연이 남고 싶은 눈치였지만, ‘약속’ 얘기를 꺼내자 잠자코 제 오빠를 따라 떠나갔다.
대체 뭔 약속을 했길래 찍소리도 못하고 따라간 걸까.
뭐, 생각해 봐야 알 수 없는 일이어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모든 사람이 떠나고 혼자가 된 나는 빌딩 옥상으로 올라왔다.
옥상에 올라오니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이 보였다.
“내가 21층짜리 빌딩의 소유주가 되다니….”
그리 중얼거리면서 난간 위에 걸터앉는다.
차들이 내달리고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손톱만 한 크기의 차들과 다른 건물들의 옥상이 보였다.
새삼 21층 빌딩이 굉장히 높은 건물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건물주가 됐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감개무량하다.
두 팔을 활짝 펼쳤다.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더욱 크게 느끼고 싶어서다.
부르르.
“…….”
활짝 펼쳤던 팔에서 감동 대신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스마트폰에 전화가 온 거다.
대체 누가 감격스러움을 느끼는 시간을 방해하나 싶어 화면을 쳐다봤다.
“태천이…?”
화면에는 내 유일한 친구의 이름이 떠올랐다.
6월 7일 월요일 7시 13분.
백운천 간부 회의를 하고 있을 시간이다.
간부 회의 시간에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건 그 자체로 어떤 일이 벌어졌음을 의미했다.
일례로 백도운이 제멋대로 길드를 탈퇴하는 일이 있었다.
“여보세요?”
– 도운아, 너 어디냐?
태천은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질문을 해 왔다.
목소리에서는 다급함이 느껴졌다.
확실히 뭔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신논현.”
– 신논현? 거긴 또 왜 가 있어?
“거래할 게 있었어. 왜?”
– 너 뭔 짓 했냐?
“뭔 짓 했냐니?”
아무래도 나 때문인 모양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서 전화한 건데, 그 어떤 일이 벌어진 이유가 나인 것 같다.
흠. 그렇다면….
– 잘 생각해 봐. 너 분명 뭔 짓 저질렀어.
“그래, 뭔 짓 저지르긴 했지. 요즘 저지른 짓이 원체 많아서 그렇지.”
– 뭐, 인마?
“그중에 뭔 짓을 말하는 건지, 그걸 모르겠는데?”
– 후우우….
태천이 깊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한숨을 위해서 나는 내가 저지른 짓들을 빠르게 생각했다.
크라우드나 포션 관련해서 벌어진 일 때문은 아닐 거다.
이미 대화를 나눠 설명했었으니까.
천칭 길드…도 아닐 것 같다.
지금까지 서지혁은 나에게만 접근해 왔었다.
이제 와 내가 아니라 태천에게 찾아갈 리 없었다.
그랬다간 동맹이고 뭐고 태천에게 박살이 났겠지.
오늘 엘프를 만나고 오기도 했지만, 그건 태천이가 알 길이 없는 일이다.
“…진짜 모르겠는데?”
– 잘 들어. 한진환이 널 찾아왔어. 우리 길드에 직접.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들려왔다.
한진환이라니…?
“뇌제 한진환을 말하는 거야?”
– 그래. 그 인간.
“그 양반이 나를 왜 찾아와?”
– 내가 알아? 네가 알아야지.
“음.”
일리 있는 말이다.
나를 찾아왔으니 그 이유는 내가 알아야 했다.
한진환은 최희석을 통해 한 번 만난 게 전부였다.
그것도 가면을 써서 정체를 숨긴 모습이었다.
혹시 내가 정체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눈치 챈 건가…?
아니.
눈치챘다 쳐도 굳이 직접 찾아올 이유는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날 보고 싶다면 최희석을 통해 만남을 주선하면 그만이다.
백운천을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생각해 봐도 거길 찾아간 이유를 모르겠는데?”
– 일단, 지금 바로 백운천으로 와.
“지금 바로?”
– 어. 이 아저씨 너 올 때까지 있겠단다.
“나 올 때까지?
– 그래.
“흐음…. 바로 출발해도 30분쯤 걸릴 거 같은데?”
– 30분? 알았어. 바로 내 사무실로 올라와. 직원한테 말해 둘게.
그리 말하고는 태천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 화면엔 새싹이가 떠올랐다.
엘프들도 함께다.
그들은 여전히 땀방울을 흘리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이게 다 뭔 일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