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02
최이명은 이창석과 제임스 딘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한성 일행에게 처절하게 당했다는(?) 동질감과 함께 친한 사람이 따로 없었기에 대화하다 같이 다니게 된 것이다.
“여기도 검은 땅 못지않구나.”
최이명이 하늘을 뒤덮는 장대한 마력의 파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이창석이 최이명을 흘깃 바라봤다.
“검은 땅의 아이는 원래 국가 기밀 아니냐?”
“뭐, 어때. 어차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최이명은 그런 사실을 별 머뭇거림 없이 말했다.
원래 검은 땅의 아이는 악의 신격에 종속된 이들인 대다가 인간답지 살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의 트라우마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이명은 딱히 그런 게 없어 보였다.
“그것보다 너희는 저 광경을 보면서도 놀라는 기색이 하나도 없냐?”
제임스 딘은 마탑에만 있었다. 천재라고 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이명은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라고 중얼거리고 있고 이창석은 ‘훗, 여긴 언제나 똑같구나.’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러다 이창석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
“······난 그것보다 저놈들이 더 신기해.”
셋은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하늘이 마법진과 이상한 괴수들로 뒤덮였을 때, 가장 먼저 튀어 나가는 게 한성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마침 잘 됐다. 누가 더 많이 죽이나 보자, 내가 더 잘할걸? 그러면서 전장으로 달려나갔다.
그 와중에 이한성은 생방송을 튼다.
제임스 딘은 자연스럽게 스마트 워치로 튜브를 틀어 이한성의 생방송에 접속했다.
“너도 구독했구나.”
“안 할 수가 있나.”
이창석과 제임스 딘의 대화에 최이명은 슬쩍 스마트 워치를 틀어 ‘구독’을 눌렀다.
“근데 얘는 특성이 뭐길래 이렇게 관종일까.”
“······거의 영화를 찍는데? 이 나레이션 뭐야.”
콰아아앙!
화산 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마력의 파장이 도시 전체를 쓸고 지나가고 ‘이안’이 내려친 검이 하늘을 쪼갰다.
“엄청나긴 하구나.”
“나는 자주 봤지, 이안님은 정말 넘사벽이었어. 2년 전에는 지하에서 올라온 1km짜리 자이언트 웜을 한 번에 베었다니까. 그것도 세로로.”
화르륵.
화룡족의 브레스에 뱀룡족은 독침을 뿜으며 반격했다. 분명 그 두 종족의 전투였지만, 여파가 이 도시로 다가오고 있으니 이안을 필두로 영웅과 용병들이 방어 전선을 형성해야 했다.
“우리도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가만히 있던 최이명이 중얼거렸다. 뭐가 그렇게 싸우고 싶은 건지 발이 들썩거린다.
그의 눈엔 저 멀리 이안보다도 그 뒤에서 괴수를 하나씩 잡고 쓰러뜨리는 진훈과 친구들이 돋보였다. 아직 후보생에 불과한 이들.
상위 100명의 후보생 모두 이 도시 안에 있는데, 저들은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지배종과 격을 갖춘 인간의 전쟁.
그들이 부딪힌 충격만으로도 산이 갈라지고 대기가 터지는 격렬한 전투다. 특히 이안은 그 격이 신의 좌에 오른 인간이다.
더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인간.
그가 있기에 전선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당연히 후보생 따위, 아무리 최소한의 격을 갖췄더라도 저 전장에선 살아남기 힘들다. 잘못하다가 [전설] 이상의 격을 갖춘 화룡족이나 뱀룡족을 마주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이명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죽을 거다.
누군가 돕지 않은 이상은, 이안이 직접 다가와 막아주는 게 아니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저곳에 나간 진훈과 친구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최이명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검은 땅에서 생존을 위해 도망치고 숨고 피하던 본능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죽을 확률이 99%다.
단순 계산으로 전력 차가 그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창석도, 제임스 딘도 나가지 않았다.
– 세상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 수억의 응원이 당신에게 도달합니다.
– 전장의 모든 영웅에게 힘이 전달됩니다.
최이명, 이창석, 제임스 딘까지.
그 문구는 전장의 모든 인간에게 전달되었다.
– 이 전장에 [랜슬럿]과 [가웨인]의 신화가 재현됩니다.
– 그들은 그들의 왕, [킹 아서]를 위해 싸웠습니다.
– 동시에,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화악!
모든 이들에게서 빛이 뿜어졌다.
– 무패의 신화, [원탁의 기사] 신화가 시작됩니다.
– [원탁의 기사]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기]입니다.
– 한없이 삐뚤어진 관계를 지닌 두 기사는 등을 지고 싸웠습니다. 서로를 미워했기에 나란히 서지 않았으며 승리해야 했기에 서로의 뒤를 지켰습니다.
이곳은 오래전 잊힌 전장이 재현(再現)되었다.
한성은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그 이야기는 전파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다.
최이명과 이창석. 그리고 제임스 딘도 그 힘을 느꼈다. 그들은 그제야 알았다. 이곳에서 신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음에도 셋은 전장으로 튀어 나갔다.
본래의 격에 이 전장의 [신화]급 업적이 덧씌워졌다. 그들은 이 전장에서만큼은 온전한 [역사] 이상에 닿은 것이다.
최이명은 정면에 아군을 공격하는 화룡족에게 달려들었다. 작은 드래곤처럼 생겨선 뿔과 날개가 화염으로 이루어진 개체였다.
지상을 삼분하는 지배종답게, 작은 개체였지만 그 기세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최이명은 머뭇거림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콰과과과!
그의 주먹은 화룡족의 머리 때렸고 뒤로 밀려난 화룡족에게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달려들어 목을 잡아 뒤틀었다.
콰드득.
목이 부러지며 생명을 다한 화룡족에게서 뿜어지던 화염은 그대로 꺼졌다. 그것에게 공격받을 뻔했던 영웅은 고개를 살짝 돌려 최이명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때, 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 조심하라고.”
이창석이 최이명을 공격하려는 뱀룡족 하나의 목을 베며 앞으로 나왔다.
그의 눈빛은 흥분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격렬한 전장에서 신화 업적의 가호를 받아 지배종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콰과과과과과!
그들 앞으로 화염의 비가 떨어졌다. 어디서 많이 봤던 마법인가 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제임스 딘이 만든 마력 무기 [화염 개틀링 건] 수십 대가 허공에서 불을 뿜고 있었다.
“와하하하하! 다 죽어라!”
거의 미쳐 있었다.
원래 전투가 시작되면 가장 흥분하는 건 항상 최이명이었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이창석이나 제임스 딘이나 다 마찬가지였다.
하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이다.
싸우면서 강해지는 이 세상에서 저런 성정이 아니고는 저 정도로 성장할 수 없었을 거다.
화륵.
무엇이든 태워버릴 듯한 불꽃이 하늘을 뒤덮었다. 전장은 난장판이었다. 뱀룡족은 화룡족, 엘프, 빙조. 그리고 인간까지 모조리 공격하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뱀룡족이 튀어나온 지저세계의 입구에서 또 다른 지저 생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자 머리를 한 종족, 검은 그림자뿐인 종족, 온통 강철인 인간형 종족까지.
꾸역꾸역 올라오는 지저 종족들은 무언가를 찾듯이.
아니, 그저 큰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처럼 마구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콰득.
최이명은 또 하나의 화룡족의 목을 부러뜨렸다. 하나, 둘, 열, 백.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적을 때려잡으며 전진하자 그제야 진훈과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약한 이들은 죽는다.
강한 이들이 살아남아 전진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더 강해진다. 이 전장에서 시작된 신화의 가호를 받고 있지만, 지배종을 죽인 것은 죽인 것. 살아남은 이들은 그에 관한 업적이 생성된다.
그때였다.
최이명은 앞에서 보이는 몇몇의 영웅. 진훈을 포함한 후보생들에게서 이상한 빛기둥이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번쩍.
그것은 최이명에게도 비췄다.
– 신화 [원탁의 기사]가 당신을 지목합니다.
– 80번째 원탁의 자리를 당신에게 배정합니다.
– [디고어]의 힘이 깃듭니다.
– 모든 능력치가 300%로 상승합니다.
– 모든 존재력이 200%로 상승합니다.
– 당신의 격이 [전설]에 오릅니다.
– 세상의 관심이 당신에게 깃든 상태입니다.
– 모든 능력치가 200% 상승합니다.
알 수 없는 문구들이 올라왔다.
최이명은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고 이상한 ‘관심’이라는 것으로 능력치가 또 한 번 상승했다.
고오오.
최이명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거대한 격의 힘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손이 잘게 떨리며 척추 끝에서부터 묘한 쾌감이 올라온다.
그는 앞에서 달려오는 뱀룡족 하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느렸다.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던 뱀룡족이다. 저들은 지배종이었기에 최소 [역사]에서 [전설]에 이른 격을 지녔고 몇 개체는 [신격]에 오른 지배종도 있었다.
저 앞의 뱀룡족은 [전설]의 격에 앉은 개체.
최이명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콰직.
단단한 뱀룡족의 가슴에 최이명의 손이 부드럽게 박혔다. 최이명은 손을 뽑아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묵직한 마력석이 들려 있었다.
그때,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홱 돌리자 이하얀이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곳엔 인간 형상을 한 고고한 격의 화룡족, 빙조, 엘프 등이 한성을 포위한 상태였고.
화룡족의 화(火)가 한성을 불태우고 있었다.
한성의 친구들은 패닉에 빠졌다.
* * *
한성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존에서의 에피소드는 신화인 [원탁의 기사]를 끌어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시기에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배종과 신격들의 전쟁이다.
당연히 앞으로 최소 5년 후였고, 못해도 10년은 지나야 안정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이미 퀘스트는 성립되었고 뒤로 뺄 순 없었다.
그리고 해냈다.
이 전장에 [원탁의 기사] 재현을 시작했다.
랜슬럿과 가웨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한성의 [역행 마법]과 수억의 시청자. 그리고 한성의 특성인 [나는 관종이다.]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한성은 하늘 위로 올라갔다.
전장이 한눈에 보이며.
적들도 한성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전세는 뒤집혔고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종족이 이곳에서 신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수 분이 지나고 가장 먼저 날아온 것은 ‘붉은 귀 엘프’의 족장 ‘갈라윈’이었다.
“오셨군요.”
“자네가 말한 게 이것이었나······!”
“이래야만 합니다.”
“아니야. 이 신화가 시작되면 이제 전쟁은 걷잡을 수 없게······.”
화륵.
허공에 불꽃이 타오르고 누군가 등장했다.
엘프 족장 갈라윈은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다정하게 하시나.”
화룡족의 족장. 로드 ‘에프엘’이었다. 그녀는 다른 화룡족과 다르게 인간의 모습이었는데, 검은 비늘과 붉은 화염으로 아름답게 세공된 몸을 하고 있었다.
그그극.
이번엔 얼음이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절대 온도의 지배자]라는 조금은 이상한 이명을 지닌 ‘빙조’들의 어머니 ‘이아인’이었다.
그녀 또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마치, 얼음 왕국의 여왕을 보는 듯한 모습. 손톱, 머리칼, 드레스까지 단단하게 언 푸른 수정이었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냉기 풍기는데, 그것 또한 하나의 분위기로 느껴졌다.
“이렇게 모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세 종족 중에서 둘이 여자고 하나는 할아버지다. 뭐 다들 나이는 비슷하겠지만 말이다.
“다 모였군요.”
한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엘프 족장 갈라윈은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참고 있는 표정이었다. 에프엘은 당장이라도 한성을 죽이고 싶어 손바닥 안에서 화염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빙조의 여왕 이아인만이 한성을 향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개 무섭네.’
이런 기분은 또 오랜만이다.
잊고 있었다. 이 게임은 이런 세상이라는 것을. 게임 초반이었을 때야 한성보다 약한 놈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니 언제나 긴장해야 했다.
하지만 격을 얻으면서 조금 강해졌다고 초심을 잃고 있었던 거다.
이 앞의 존재들은 하나같이 신격에 오른 자들이다. 이 현세에서 신의 좌에 오른 엄청난 존재들. 문제는 이런 신격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
그런데 한성은 이들 중 하나가 진심으로 공격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아주 약한 존재인 거다.
“네놈이 이 신화를 시작했겠다?”
화륵.
에프엘의 몸에서 불꽃이 솟아났다. 그 열기는 태양처럼 뜨거웠다. 단순히 온도가 높다는 게 아니다. 다른 ‘신격’에도 손상을 줄 수 있는 격을 지닌 화염.
한성은 그것에 저항할 힘이 없다.
한성은 엘프 족장 갈라윈을 바라봤다. 화룡족을 말려줄 이는 갈라윈 뿐이었기 때문이다. 한성은 전쟁을 빠르게 종결하고 싶다면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지금이고.
하지만 의외로 빙조의 여왕인 이아인의 입이 먼저 열렸다.
“신화를 시작한 이유를 듣고 싶군요.”
“들을 필요가 있을까? 이 무지한 인간 놈의 생각을?”
에프엘이 그냥 죽이자고 한다.
“그래도 한 번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네만.”
갈라윈이 이제야 입을 연다.
한성이 세계수로 직접 찾아와 이야기했다. 갈라윈은 물론이고 그곳에 있었던 장로 한 명만이라도 이 인간을 죽이고 싶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다.
그런 사실을 알고 찾아왔다.
그리고 갈라윈은 그에게서 진실을 봤다.
“나이를 먹으면 쓸데없는 생각만 는다더니.”
에프엘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래도 두 ‘왕’의 말 덕분인지 화염을 집어넣었다.
한성은 슬쩍 입을 열었다.
“저는 [성배 전쟁]을 일으킬 겁니다.”
그 한마디였다. 에프엘은 차가운 눈빛으로 화염을 뿜었다. 한성은 눈 깜빡할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화염에 휩싸였다.
“살려둘 가치가 없군.”
갈라윈과 이아인이 그 말에는 동의하는 것인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표정만 짙게 굳어있을 뿐이었다.
에프엘의 화염에 그의 몸은 기화(氣化)되었다.
한성은 죽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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