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10
처음 이 세계에 접속했을 때.
아니, [세상의 끝]이라는 게임을 시작했을 때.
한성은 많은 게임을 섭렵한 후였다.
각종 판타지, 무협, 현대, 외계를 배경으로 삼는 게임들. 현실보다 최소 5배에서 10배까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은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한성에게 많은 경험을 주었다.
[세상의 끝]에서 50년이 넘는 삶을 살았다.
정확히는 52년.
아마 한성이 현실이 아닌 게임 속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합한다면 거의 100년에 육박할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그런 게 가능할까?
사실 그리 어렵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겪어오던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이라는 말에 ‘버릇이 없다’라는 것보다 ‘너무 어른스러워’ 라거나 ‘정신이 좀 이상해’ 라는 말들이 붙는다.
옳게 단단해지거나 삐뚤어져 단단해지거나.
사실 이상한 세상이었다.
오히려 [세상의 끝]의 세계관이 더욱 정상적이게 보일 정도로.
그리고 엄마는. 아니, 누나는.
······어디까지 생각했지?
······여기는······.
아, 내 과거.
한성은 흩어지는 기억을 붙잡았다.
‘과거의 잔상’은 원래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떻게든 따라가야지.
지난 시절, 한성이 해왔던 게임이 빠르고 흐릿하게 스쳐 지나간다.
가장 처음 접한 게임.
2배 가속이며 만화 그림체였던 초기 가상현실 게임의 MMORPG [군주].
한성은 그곳에서 랭커였다.
어쩌면 이때부터였는지 모른다. 자기가 게임에 재능이 있고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두 손에 잔뜩 쥐고 있었기에 ‘현실’에서 벗어나 이곳으로 도피했는지.
두 번째는 아마 무협 게임 [천마]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4배 가속에 꽤 고급스러웠던 그래픽. 간혹 감각과 시야가 분리되거나 그래픽이 깨지는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혁명이었다.
한성은 그것에 또 빠졌다.
기술이 더 좋아져서 그런 것인지, 그때부터 플레이어의 재능이 게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공간 지각 능력, 시간 인지 능력, 감각과 동체시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센스까지.
이때부터 튜브에 자잘한 공략 영상을 올렸다.
사실 인기는 없었다.
아무리 게임을 잘한다고 해도 ‘재미’를 채우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오르는 구독자와 조회수, 댓글의 소통까지. 한성에게는 유일한 현실과의 연결점이 되기 시작했다.
간혹 부모님과 누나가 찾아오긴 했지만, 그 외에는 폐인이었다. 친구도 몇 있었지만······ 그들에겐 한성이 친구였는지 모르겠다.
그런 삶이었다.
세 번째 버전의 가상현실 게임이 나올 때부터는, 대전 격투, 슈팅 게임, FPS, 퍼증 등등 수많은 게임이 함께했다.
튜브에 여러 게임을 올리기 위해 RPG를 쉬었다.
그리고 점점 구독자가 오르며 소통의 즐거움에 빠졌다. 공허하고 외로웠던 마음을 게임 안에서 채웠던 한성이 처음으로 외부의 실제 사람을 통해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다음 버전의 가상현실 게임이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끝]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싱글 게임이었다.
말이 싱글 게임이지, [온리 원]이라는 대축제를 할 때는 거의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
근데 왜 과거가 이렇게 길지?
보통 여기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한성은 또 샛길로 빠졌다.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데······.
그래.
재미있었다.
너무나 재미있었다.
하나의 세상이다 보니, 똑같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형화된 공략 플레이가 있긴 했지만, 워낙 서브 스토리가 많아서 질릴 틈이 없었다.
한성은 확신했다
이 게임이라면 전에 하던 RPG 게임의 즐거움과 튜브의 성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겠구나.
그렇게 시작했다.
완벽하게 현실과 다를 게 없는 세상이었다. 사람은 실제 같고 감각 또한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는 하나같이 독특했다. 아니, 보통의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해야 하나. 차이는 있었다. 현실의 사람은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캐릭터는 최소한 정해진 성향은 있었으니까.
점점 빠져들었다.
마력을 움직여 마법을 구현하는 것에 재능이 있었다.
공략에 센스가 있었고 전투는 타고났다.
밖에선 인간관계가 엉망이었지만, 게임 속에선 인기 스타였다.
재앙이라는 위기가 오고 죽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살아나서 공략하면 그만이었다.
한성은 그 세상 안에서 살아 있음을 느꼈다.
동시에.
튜브도 엄청나게 성장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히키코모리와 같은 성격이 고쳐지며 누나와 쇼핑을 가기도 했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도 불편하지 않은 성격이 된 게.
[세상의 끝]은 한성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그 와중에 ‘관종’이 된 것도 없지 않아 있긴 했다.
뭐지?
왜 이런 과거나 나오는 거지?
보통은······ 보통은 과거의 일부를 선택해 접속해서 그곳에서 과거를 만들고 온다. 그게 ‘과거의 잔상’이며, 스스로의 과거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좋다.
그때가 좋았다. 게임은 게임으로 하고, 현실에선 부모님과 누나와 함께. 그리고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하고 심지어 여자친구까지 있었다······ 그게 좋았다.
현실이었으니까.
거기가 진짜니까.
그으응.
그으으응.
이건 또 뭐야.
왜 세상이 울리는 거지?
본능이 말했다.
위험하다.
뭔가 또 재앙이 닥쳤구나.
······그런데?
어차피 이곳은 게임일 뿐인데.
저 친구들? 다 캐릭터일 뿐인데.
굳이 갈 필요 있나.
그냥 여기서 즐거운 삶을 살면 되는 건데······.
아. 아.
아.
친구.
진훈, 한별, 성시연, 이하얀.
그들이 죽는다?
없어지고 다시는 볼 수 없다.
그래, 여기는 게임이 아니야.
나한테는······ 여기가 현실이야.
한성은 다시 정신을 잡았다.
‘과거의 잔상’을 완성한다.
그래, 과거라면 전 회차에 있었던 과거가 제일이다. 마법으로 모든 재앙을 물리치고 신격 살해자, 신격을 먹는 자, 신격 사냥꾼 등의 업적을 지녔던 ‘신’ 그 자체였으니까.
한성은 과거를 짚고 한발씩 오르기 시작했다.
– 외부의 충격이 가해졌습니다!
– [과거의 잔상]을 잠시 중단합니다.
* * *
진훈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수업하던 후보생과 한도석 모두 마찬가지였다. 끔찍할 정도로 불길하고 더러운 기운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한도석이 밖으로 나섰고 후보생들이 따라나섰다.
그곳에 보인 광경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지독한 심연(深淵)이었다.
쿠으으.
거대한 신격이었다.
이곳에 모두가 신격과 계약했고 격을 얻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의 격으로는 하늘 위에 등장한 압도적인 ‘신격’에 대항할 수 없었다.
그것은 존재 자체만으로 모든 ‘격’을 지닌 존재를 짓눌렀다.
“크으윽.”
후보생 중 절반 이상이 바닥에 쓰러졌다.
몇몇은 정신을 잃었고 몇몇은 피를 토했다.
그나마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은 한도석과 [초월 신화]의 지분을 가지고 [원탁의 기사]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지닌 후보생뿐이었다.
쩍 벌어진 검은 하늘에서 보랏빛 촉수가 출렁거렸고 무엇인지 모를 고름 덩어리들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고름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기괴한 괴물로 변했다.
“저건 뭐야?”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 고름이 변한 괴물은 건물과 자동차 등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건물이 두부처럼 썰려 나가고 자동차가 껌처럼 씹힌다.
근처에 도망가는 인간들은 고름 촉수가 뻗어 휘감아 버렸다.
끄아아아!
비명은 잠시였다. 고름은 육체를 손쉽게 녹여 버렸다. 아니, 그것이 닿는 즉시 사라졌다고 해야 옳았다.
“미친.”
욕 한 번 안 하는 진훈이 그렇게 말했다.
동시에 주먹을 쥐었고 찬란한 황금빛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올라왔다.
“위험해.”
한도석의 말에 진훈과 한별이 번뜩 고개를 들었다. 한도석은 신격 바로 직전에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천마의 힘을 잇는 그의 힘은 찰나지만 신격 또한 벨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보고만 있을 순 없겠지.”
한도석은 검을 꺼내 들었다.
다른 후보생도 마찬가지였다.
왜 하필 이곳에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까이 있으니까. 지금 저곳에 죄 없는 시민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이곳에 있는 이들뿐이기에 가야 한다. 조금만 버티면 군과 각 길드에서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다.
저 거대한 검은 구멍.
반대쪽엔 이미 영웅들이 몰려있는 게 보였다.
이 아카데미는 강사와 후보생이 지켜야 한다.
크르르릉.
괴수의 소리라기보단 가래가 끓는 소리 같았다.
검고 누런 고름으로 형성된 괴수.
화르륵!
몇몇이 마법을 날렸다. 이곳 50명의 후보생은 모두 격을 얻었다. [초월 신화]의 지분을 얻었으며 [원탁의 기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대부분 S등급이라는 거다.
하지만.
화륵.
마법과 이능들은 고름 괴수의 피부에 닿는 순간 사라졌다. 폭파도 아니고 빗겨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라졌다.
“······도대체?”
“다들 조심해! 물리적으로 직접 닿으면 안 돼!”
뒤에서 날아온 이정현 마도사의 외침이었다.
이정현은 한도석의 곁에 서서 지원군을 준비 중이라고 알렸으며 괴수의 물리적 충돌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마력뿐만이 아니에요. 이능도 사라졌어요. 그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저들이 삼키는 건물과 사람들도 똑같은 현상으로 사라진 겁니다.”
그 말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었다.
마법을 절삭하는 이창석도, 마법이 통하지 않는 최이명도. 모두 마력에 관련된 이능이었으며 저렇게 사라지는 현상은 어떻게도 흉내 낼 수 없다.
게다가 물체랑 생명체까지도?
“저런 걸 어떻게······.”
좀처럼 놀라지 않는 한별 또한 당황했다.
한도석은 검을 들었다.
수십 미터의 강기가 뿜어졌고, 그 강기는 압축되고 압축되며 ‘강기공’이 되어 허공을 갈랐다. 아무런 대기의 동요조차 없는 공격이었지만, 그 안에 잠재된 힘은 어마어마했다.
뒤에 있던 진훈이 침을 꿀꺽 삼키며 손에 땀이 흐를 정도로.
하지만.
“······통하지 않아.”
이런 미친 것들을 어떻게 잡아야 한단 말인가.
그때, 누군가 공격했다.
“게이트, 오브, 바빌론!”
이하얀이었다.
허공에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큰 힘을 지닌 무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력무기, 실제로 만든 무기, 비싼 유물 등이 섞여 있었다.
콰과과과과!
하지만 그것들도 닿는 족족 사라졌다.
“본체. 본체를 공격해야 해!”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분석 관련 특성을 지닌 후보생으로 보였다.
그 말에 한도석이 검을 높게 들어 그었다. 하늘을 가르는 천마의 [파천신화공]이 펼쳐졌다.
우우웅.
기다란 공명음과 함께.
하늘이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한 줄기의 선(線)은 하늘의 중앙에서 천천히 아래로 향했고 검은 구멍에 닿았다.
파지직.
효과가 있었다.
검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지만, 구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촉수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고름 괴수 수십 마리가 이곳으로 향했다. 한도석을 죽이기 위함인지, 다른 후보생의 공격에 시선 한 번 돌리지 않았다.
“크으윽.”
한도석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격이다.
크르르릉.
앞에서 후보생과 이정현 마도사가 고름 괴수를 막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격을 태울 정도의 마법이나 이능 등이 아니면 뒤로 밀리지도 않는다.
아니, 뒤로 밀리기라도 해서 다행이었다.
이정현이 격이 담긴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을 펼쳤고 제임스 딘이 온 격을 다해 마법 개틀링 건을 쏟아부었다. 한별은 이미 어둑시니의 형상을 뒤집어쓰고 [왕명]을 사용했다.
그나마 그게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죽일 순 없었다.
진훈과 최이명도 나섰다.
직접 박투(搏鬪)를 해야 하는 진훈과 최이명은 전신에 최대한 많은 마력과 격을 담았다.
푸확!
진훈에게선 황금빛 마력이.
최이명에게선 검은 마력이 퍼져 나왔다.
훅.
둘은 길게 뛰었고 주먹을 휘둘렀다.
파삭.
첫 번째 마력의 막이 사라졌고.
파삭.
두 번째, 세 번째. 둘이 생성한 마력의 막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하지만 주먹에 닿기 직전, 괴수를 멀리 튕겨 나갔다. 아주 작은 점에 찰나의 시간 동안 강한 물리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한 마리 이상의 괴수를 상대할 수 없었다.
진훈과 최이명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공격해 오는 괴수는 한별의 왕명이 튕겨냈다.
콰아아앙!
한별은 벌써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결국 이능. 정신력을 사용해야 했고 저들에게는 평소의 수백 배에 달하는 정신력을 소모했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괴수가 나온 거지?
콰아아앙.
그때, 그들이 있던 건물이 무너졌다.
“아.”
성시연은 그때 깨달았다.
그들 옆에 이한성이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강의실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걸 왜 이제야 알았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옆에 앉아 있던 한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시연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아······ 아아.”
무너진 건물로 달렸다.
그 앞에 괴수가 있었지만, 짙은 마기를 뿜어 튕겨내 버렸다. 신격 직전에 있는 성시연이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건물 잔해가 폭발하며 누군가 튀어나왔다.
콰아앙!
이한성이었다.
그런데 그는 성시연을 보는 게 아니라, 그녀의 뒤를 보고 있었다. 그곳엔 성시연의 뒷덜미를 잡아채려는 괴수의 촉수가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제약’들.”
푸욱.
한성은 그 괴수에게 검을 쑤셔 박았다.
다른 사람은 그 광경을 보더니 경악했다.
“그러면 안 돼······?”
그의 손과 발이 괴수에게 닿아있었지만,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성의 검에 찔린 괴수가 한 줌의 먼지로 사라질 뿐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한성의 몸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패도적인 마력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몇몇은 알았다. 그게 [호신강기]라는 최상위의 마력 응용 기술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특히, 그것을 본 한도석은 턱이 빠지기 직전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기술이었으니까.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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