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22
한성은 잊고 있었다.
그의 마법은 드래곤을 뛰어넘었고 신격을 사냥하는 마법이었다. 현재는 전 회차의 실력을 그대로 뽐낼 순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 든 지식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이번엔 [마력 지배]라는 SSS등급의 특성이 있었으며 ‘격’의 기원으로 보이는 ‘끈’이라는 힘에도 손을 뻗고 있지 않은가.
“아빠 좀 도와줄래?”
프로스트 리치를 잡으면서 얻었던 완드와 라이프 베슬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세이건은 마룡족의 성역에 있을 거다.
그녀는 마룡족과 용마족의 전쟁을 예견했다. 악(惡)의 신격이 마룡족을 자극하고 용마족을 먼저 건들면서 명분을 만들어낸 거다.
세이건은 전쟁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게 원래 스토리다.
그래서 전 회차에 한성이 이미 죽은 세이건의 ‘의식의 잔상’과 대화를 했으며, 그녀에게 큰 도움을 받았었다.
‘이번엔 그걸 바꿔보자.’
한성은 프로스트 리치의 라이프 베슬과 완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또한, 지금까지 신격에 도달한 놈들을 죽이면서 모았던 재료도 꺼냈다.
하나하나가 천만금보다 값어치 있는 전설에서 신화에 다다른 재료들이다.
“마력 폭주 현상이 일어날 거야.”
“아빠가 직접 만드는데 폭주까지 일어나요?”
하얀이가 용혈이며 언령을 사용하는 드래고니안이지만, 마법에 있어선 한성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것은 마법 물품을 제작하는 것에도 적용된다.
“아직 내 수준이 그리 높지 않으니까.”
“네에에? 아빠, 저 놀려요?”
“······그런 거 아닌데.”
한성은 진심이었다.
지금 아무리 성장이 빠르다고 해도 전 회차 전성기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때는 지금처럼 검과 이능 등을 사용하지도 않고 마법만으로 종장에 다다랐었으니까.
한성은 재료를 하나씩 가공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스트 리치의 완드에 전부 욱여넣어야 한다. 라이프 베슬, 악마의 심장, 크리베라의 파편, 요정신의 날개, 히드라의 일곱 번째 머리, 팬서의 흉갑 등등.
‘사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운이 좋았다.
요정신의 날개와 팬서의 흉갑을 합하면 마왕을 저격할 아이템이 나오고, 히드라의 일곱 번째 머리와 크리베라의 파편은 용혈에 대한 저항력을 준다.
거기에 프로스트 리치와 악마의 심장을 조합해 융합한다면 ‘격’을 한층 높여주는 효과가 있을 거다.
별을 모으고 비천한 신격을 벗어나기 위해 죽였던 신격에게서 얻은 부산물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화악.
하얀빛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한성이 마법진을 그렸다.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 하나와 허공에 생성되는 수십 개의 마법진. 한성의 마법적 지식과 마법 지배가 맞물려 거대한 설계도를 실시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서로 달라붙고 융합되었다. 한성은 또 수십 개의 마법진을 띄워 합치고, 또 한 번 수십 개의 마법진을 띄워 합쳤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마력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쉿, 안정을 찾아라.”
하얀이의 언령 마법이 발동되었다.
언령의 강한 의지와 드래곤 하트의 바다와 같은 마력이 한성과 마력의 폭풍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그것조차 거부하려는 폭풍은 끊임없이 휘몰아쳤다.
한성은 계속 마법진을 생성해 집어넣었고.
하얀이는 그 마력을 안정시켰다.
콰르르르.
겨우 마법 물품을 하나 만드는 것일 뿐이다.
그것도 한 명의 인간이.
그런데 현세(現世)의 ‘격’이 반응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모여들고 토네이도가 형성된다. 수천, 수만 번 이상 충돌하는 전극이 번개를 토해낸다.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손안에서 일어나는 신화의 탄생. 신화의 탄생에 반응하는 마력. 그 탄생을 거부하는 현세의 규칙.
그 모든 것을 한성이 감당할 수 없었기에 하얀이의 도움을 빌렸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온전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성은 전 회차의 한성과 다르다.
순수한 ‘격’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모든 힘의 최소 단위이자 업적과 격을 형성하는 ‘끈’이라는 힘은 한성의 의지 하에 작은 완드 안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 업적 [희귀 등급 물품 제작자]가 제작을 돕습니다.
– 특수 능력 [전설의 비약 제작자(A/S)]가 발동합니다.
여기서도 한성의 쌓아온 업적과 이능이 발휘된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 업적 [마기를 태우는 천벌(天伐)]이 반응합니다.
– 업적 [악(惡)과 선(善)의 협공]이 용혈과 마(魔)의 융합에 반응합니다.
원래는 여기까지다.
아직 한성의 ‘신격’으로는 전설 이상의 업적까지 욱여넣을 순 없다.
하지만.
– 제작자의 강렬한 의지가 ‘전설’을 부릅니다!
– 업적 [신격 사냥꾼]이 고개를 치켜듭니다.
– 업적 [악으로 치닫는 악을 정화한 자]가 부름에 시선을 돌립니다.
– 업적 [성역의 파괴자]가 강렬한 의지에 기지개를 켭니다.
더는 힘들었다.
신화 등급의 재료로 만드는 ‘신화’는 전설 등급의 업적이 한계였다.
한성은 욕심내지 않고 제작을 마무리했다.
‘성공할 수 있을까?’
업적이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재료를 듬뿍 넣었다.
원하는 게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필요한 업적을 모아 집어넣으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까.
– [용혈] 관련된 업적이 부족합니다!
– 관련 업적이······.
– 강렬한 행운이 반응합니다!
– 부족한 관련 업적이 ‘재료’로 대체됩니다!
– [용혈 사냥꾼]이 완성되었습니다!
– 등급 책정이 시작됩니다.
.
.
.
– 등급 : [신화]
– 여섯 개의 신화급 재료와 세 가지의 전설급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거기에 ‘마법의 극의’에 달하는 신화 등급 마법사와 용혈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완드.
전설 등급의 업적이 깃들어 비로소 완성된 신화 그 자체.
– 업적을 이뤘습니다!
– [인간의 몸으로 신화를 담은 자.]
– 등급 : [신화]
“됐다.”
녹초가 되었지만, 완성했다.
전 회차에서도 극히 후반에 가서야 만들었던 업적 무기. 전투 중에 격에 약간의 영향을 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게 업적이다.
그런데 그런 업적 몇 개를 하나로 집약해 실체화한 거다.
완드가 본체가 되고 업적이 영혼으로 들어간 것.
한성이 완드를 집어 들었다.
– [용혈 사냥꾼]이 저항을 시도합니다.
손에 쥔 완드에서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뿜어져 한성을 잡아먹으려 했다. 하지만 한성은 그 저항을 [마력 지배]와 레벨 8의 신격으로 찍어 눌렀다.
“가만히 있어.”
– [용혈 사냥꾼]이 놀라 뒷걸음질 칩니다.
– [용혈 사냥꾼]이 ‘깨갱’ 합니다.
“어디 감히 주인을 물려 들어?”
한성은 ‘끈’에 도달한 감각으로 완드 깊숙한 곳에 머무른 ‘신화’에게 경고했다. 언제든 이 강렬한 힘이 너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경고를.
“오오오!”
그 모습을 보던 하얀이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아빠아아아!”
“왜.”
“나도 만들고 싶어어어어!”
“넌 업적이 부족해서 안 될걸?”
“나 많아! 많거든!? 대박. 나 이걸로 게이트 다 채울래. 그럼 진짜 대박이겠다. 쩐다. 오진다.”
“······너 그런 말투 어디서 배웠니.”
“튜브 댓글에서. 그것보다 나 알려줘! 어떻게 한 거야아아!”
한성은 그렇게 소리치는 하얀이를 바라봤다.
얘를 데려갈 순 없다.
마룡족에서 홀로 살아남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하얀이까지 책임질 순 없다.
“릴리랑 잘 놀고 있으면, 내가 알려줄게. 어때?”
단순한 하얀이는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아빠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는 모양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만.
한성은 하얀이를 두고 [혼돈의 경계선]으로 향했다.
– 띠링.
인터넷이 끊기는 소리였다. 혼돈 안쪽은 아마 인터넷이 될 거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계선에선 인터넷이 안 된다.
친구들끼리 만들어 놓은 [비상 연락망]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친구들을 옆에 끼고 살 수도 없다.
홀로 위험하면 다른 친구들이 도와줄 거다.
한성은 멈추지 않았다.
* * *
세르게이는 마력으로 상처를 지혈하면서 검을 들었다.
포션을 먹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틈이 보이지 않았다. 시선을 떼는 순간. 그리고 검 끝이 흔들리는 순간 아까처럼 기습이 들어올 게 뻔했다.
세르게이가 할 수 있는 건 스마트 워치에 버튼 하나를 눌러서 [비상 연락망]에 신호를 보내는 것.
“누구십니까.”
“······.”
예상대로 대답은 없었다.
그저 아무런 빛이 없는 텅 빈 눈동자로 세르게이의 틈을 찾고 있을 뿐이었다.
격이 없다.
아니, 느낄 수가 없는 것인가?
세르게이는 전설을 걷는 중이다. 레벨 8이었던 한성과 검성인 아버지를 볼 때도 한없이 높은 ‘격’은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레벨 9 이상의 드높은 신격?
그럴 리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기습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격을 아무런 저항도 없이 깨버렸다.
‘도대체 뭐지?’
훅.
아이가 상체를 숙였다.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세르게이의 검은 아이의 손을 막았다. 아이는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하고 ‘이능’으로 보이는 무형의 힘으로 손을 감싸고 있었다.
콰아아아.
충격음이 아니다.
세르게이의 기세였으며 격이 쏟아지는 소리다. 아이에게는 여전히 그런 격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태풍의 눈’에 있는 것처럼 평온하다.
격 따위는 영향이 없다는 듯 말이다.
“넌 도대체 뭐냐.”
세르게이는 또 물었다.
역시 대답은 없었다.
훅.
아이가 다시 달려든다.
이렇게 강한데 격이 없다.
마치, 지배종이나 초월종이 격이 없다면 이럴까. 태어나면서부터 격 외의 힘을 지녀야만 ‘업적’과 ‘격’이 없이 이런 강함을 지닐 수 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둘은 드넓은 빙산 위에서 격돌했다.
기습에는 당했다. ‘격’의 방어가 예상하지 못하게 어이없이 뚫려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세르게이의 검술 실력은 뛰어났고 실전 경험은 더욱 뛰어났다.
그런데.
‘성장하고 있어······?’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진훈이 그랬다.
싸우면서 강해졌다. 주먹을 나누면서 경험을 쌓았으며 마법에 맞으면서 적응하는 괴물이었다.
이 앞의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경험이 전혀 없어 보여.’
마치 강력한 드래곤이 태어나자마자 누군가와 싸운다면 이럴까. 경험이 미숙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미친 육체 능력과 언령의 마법으로 그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으니까.
“······후.”
잠시의 소강상태.
세르게이는 힘이 빠진다. 지혈했음에도 질질 새는 피 때문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마력을 급격히 소모하며 장기가 눌려 뇌까지 피가 전달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였다.
하지만 앞에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다.
체력이나 마력. 이능의 정신력 등 모든 게 처음 봤을 때와 다를 게 없다.
‘굉장히 인위적이야······.’
위화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쿠우우우.
아이의 눈에서 시작된 무형의 기운은 주변을 잠식했다.
그것은 투기(鬪氣)였다.
마력도 아니고 이능도 아닌 순수한 투기.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아이가 보여줬던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오직 이 투기 하나만 말이다.
세르게이는 검을 들어 겨눴다.
알 수 있었다.
이제 제대로 시작이구나.
그때였다.
아이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세르게이는 돌아보지 않았다.
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삭풍(朔風)을 느꼈지만, 그 기세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르게이의 검이 아이의 한쪽 손을 뱀처럼 휘감으며 어깨에 도달했을 때, 세르게이의 옆으로 파란 마력을 줄기줄기 뿜어내는 창끝이 지나갔다.
그 창은 수십 개의 환영으로 아이의 손을 벗어나 허벅지에 꽂혔다.
푸욱!
세르게이는 검을 쥐어 움직이며 말했다.
“······여긴 어쩐 일이래.”
“그냥 가는 길이었다.”
서리가 낀 금발 사이로 하얗고 오뚝한 코가 보였다.
아주 익숙한 이목구비.
그것은 나디아였다.
세르게이는 마지막 힘을 동원해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냈고 나디아는 [마력 지체]를 이용한 근접 전투를 시작했다. 아이의 손은 나디아의 육체를 지나쳤고 둘의 공격은 아이의 살과 근육을 찢었다.
푸욱.
마지막으로 세르게이가 아이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후우······, 겨우 살았네.”
세르게이는 주저앉으며 포션을 꺼냈다.
심각한 부상인데 치료도 하지 못하고 격렬한 전투를 지속했더니 장기 대부분이 상해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고맙······.”
털썩.
세르게이는 포션을 붓다가 정신을 잃었다.
“죽지는 않겠네······.”
나디아는 그런 세르게이의 복부에 포션을 마저 붓고 스크롤 몇 개를 찢었다. 회복과 보호 마법이 담긴 최고급 스크롤이었다.
그래도 몇 주는 요양해야 할 거다.
나디아는 이상한 아이의 시체를 확장 가방에 담고 세르게이를 업었다.
“······!?”
나디아는 그 순간 먼 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는 기척을 느꼈다. 살기와 방금 그 아이에게 느꼈던 이상한 기운이 뒤섞인 시선이었다.
나디아는 본능적으로 스마트 워치를 두드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은 이한성이었다.
이후, 아버지에게 연락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세르게이를 내려놓고 창을 들어야 했다.
동시에 아까와 같은 이상한 아이가 날아와 공격했다.
이번엔 한 명이 아니었다.
콰아아앙!
나디아는 저만치 날아가 처박혔다.
그때, 스마트 워치가 울렸다.
한성이 아닌, 헤일렌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 [신인류 공략 방법]
나디아는 빙산 속에 파묻혀 메시지를 읽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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