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43
피터는 차원의 틈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 충격이 컸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백악관을 뚫었다. 어렵지 않게 하나씩 하나씩.
다른 영웅도 자신에게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그런 힘을 발휘한 것일까.
피터는 많은 생각을 했다.
크툴루와의 계약으로 신격을 얻으며 생긴 깊은 오성(悟性)으로 주변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사고하며 판단을 내린다.
‘내가 이 힘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부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와 같은 영웅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없을 리 없다.
아무리 그가 대단하다고 해도 그가 이 힘의 유일한 소유자라고 말할 순 없다. 아니, 그럴 수도 있을까?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드높은 신격······.’
분명 드높은 신격의 힘인 레벨 9가 아닌 이상에는 온전한 신격인 레벨 8에는 당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 이 세계엔 아직 온전한 레벨 9의 신격은 없다.
그래서 자만했다.
이한성이라는 영웅은 레벨 8의 온전한 신격이면서도 피터를 압도했다.
그 전투는 전혀 대등한 전투가 아니었다.
그는 피터를 죽이지 않고 쫓아내려 한 것이다.
‘그런데······, 왜?’
왜 죽이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얼굴에 보인 것은 ‘적의’나 ‘살기’가 아니었다. 처음엔 궁금함이 떠올라 있었고 아쉬움, 연민 등이 뒤이어 따라왔다. 그리고 마지막엔 ‘뿌듯함’이었다.
‘도저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피터는 많은 생각을 했다.
가장 중요했으며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을 실패했다. 이한성 영웅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생각은 떨치고 다음 일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이한성 영웅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 * *
세이건과 패연은 혼돈의 끝에 자리 잡았다. 그것은 어느새 돌아온 무황과 대기하고 있던 그의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기묘한 동거였다.
“······그래서 이한성 영웅이 문을 활짝 열고 거신을 싹 넣어 버렸다는 거지?”
무황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무희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아하하하하하. 하하하. 역시 웃긴 놈이야.”
무황은 오랫동안 그를 봐왔다.
처음 본 것은 아카데미에서 입학할 때였다. 자신의 아들인 진훈의 기록을 깨고 1위를 했다. 이후, 진훈과 한별.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엮이기 시작했고 말이다.
모두 지켜봤었다.
특이했고 의심스럽기도 했다.
과거가 전혀 없었으며 그가 지닌 힘도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 과거의 일부가 생겨 있었다.
“특이한 놈이야.”
루시퍼의 말도 심상치가 않다.
아무리 무황이 되어 드높은 신격에 닿았다고는 하지만 천외천에 올라가지 않은 이상 운명(運命)과 세계의 멸망 따위의 계시를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더욱 심상치 않았다.
그가 봤다는 멸망은 사실일까.
무황은 문득 세이건과 패연을 바라봤다.
그들은 휘하 용마족과 마룡족을 모두 이끌고 혼돈의 끝을 향해 방어선을 형성했다. 혹 신격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바로 전투할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치이이익.
“아, 맛있다. 이런 건 또 언제 배워왔어?”
세이건은 숯을 이용해 불판에 소고기를 굽고 있었다. 패연은 그게 신기하다는 듯 물으며 한 점 입에 넣어 씹었다.
“맛있지? 최근에 릴리의 친구가 생겼는데, 덕분에 인간 사회에 나가서 이것저것 배워오나 봐. 이것도 그중에 하나야.”
“크으, 내 용생 수천 년 만에 이런 맛은 처음이야.”
“여기서 얼마나 대기하고 있어야 할까?”
세이건은 고기 한 점을 먹고 옆에 있던 캔 맥주 하나를 들이키며 말했다.
“천외천의 전쟁이 끝나서 신격이 튀어나오거나, 이한성이 온전한 파편 하나를 가져올 때까지?”
“전쟁이 끝난다고 바로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거신과 신들의 전쟁은 오래 지속된다. 그 말은 어떤 진영이 이기든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리 신격이라도 온전하지 않은 전력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오진 않을 것이다.
둘은 그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무황은 그 모습을 보다가 옆으로 다가와 털썩 앉았다.
“한 점 얻어먹어도 되겠소?”
“좋지.”
세이건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세이건과 패연.
그리고 무황과 그의 일행.
두 세력은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패연은 악마 세력과 맞서는 쪽이었지만, 인간의 편도 아니었기에 꽤 많은 인간을 죽이기도 했다.
게다가 무황의 일행 중 ‘마룡’이라는 이명을 사용하는 돌연변이 마룡족이 하나 있다. 패연은 마룡족의 배신자이기도 하면서 인간의 편에서 마룡족을 적대시하는 포식자와 함께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무황의 일행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다르다.
패연 깊숙한 곳에서 그의 감정을 자극했던 베리알의 마력이 사라지자 많은 게 달라졌다. 배신자를 보며 분노했던 감정이 모두 사라지고 ‘마룡’의 선택과 그의 행보가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맛있구만.”
무황은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었다.
그러자 옆에서 세이건이 맥주 한 캔을 따 줬다.
“크으, 혼돈에서 이 맛을 볼 수 있을 줄이야.”
이곳은 혼돈이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음식과 물은 구경도 할 수 없는 극지. 게다가 혼돈의 힘은 유기물은 물론이고 무기물까지 가만히 두지 않는다.
세이건 정도 되니까 이 정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거다.
셋은 말없이 조용히 고기와 맥주를 들이켰다.
분명 할 말이 많은 듯한데, 누구도 먼저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다 패연이 고기 몇 점을 접시에 옮기고 맥주 하나를 챙겨 일어났다.
“난 얘기 좀 하고 올게.”
그 모습에 세이건과 무황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멀리서 패연을 말똥한 눈으로 쳐다보던 ‘마룡’이 슬쩍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패연은 그의 옆까지 가 털썩 앉아 고기를 앞에 두곤 말했다.
“한 잔 하자.”
패연과 ‘마룡’이라는 이명을 지닌 ‘연후’는 그렇게 수백 년 만에 대화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세이건은 미소를 지으며 무황에게 말을 걸었다. 둘이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것보다 이곳을 계속 지킬 생각인가?”
“그래야 하겠지.”
쩝쩝.
“맛있게도 먹네.”
“참 묘하지 않소?”
무황이 맥주를 한 입 마시고 젓가락을 내려놨다.
“루시퍼가 나에게 그랬소. 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혼돈의 끝을 열어야 한다고. 어차피 천외천의 신격들이 혼돈을 통해 이 세상에 내려오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세상의 멸망이라.”
“그의 눈엔 진심이 보였지.”
무황은 복잡한 눈을 하고 있었다. 세이건도 그렇다. 베리알이 알고 있는 건 무엇이며, 한성은 그를 데리고 알지 못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후엔 제대로 얘기해 본 적이 없으니,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난······ 내 신념에 따라 루시퍼를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지. 루시퍼는 날 죽이지 않았고.”
무황은 세이건에게 고백하듯 말했다.
하지만 답을 찾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긴, 이 상황에 답이 무슨 상황이겠나.
이미 혼돈의 끝은 열렸다.
그러면서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되었다.
거신이 천외천으로 올라가면서 천외천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어떤 진영이 이길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괜찮을지 모른다.
거신이 아무리 오래전 신격을 잃었고 아주 오래된 패배의 신화를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태초의 신격에 가까운 그들이 쉽게 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우웅.
우우우우웅.
“뭐야.”
세이건이 벌떡 일어났다.
활짝 열린 혼돈의 끝에서 무언가 거대한 신격이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쿠우웅.
그 신격은 점점 커졌다.
명백히 드높은 신격이었으며, 상상 이상의 힘을 지닌 존재였다.
“벌써 끝났다고?”
“그럴 리가 없다.”
둘은 부정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모두 전투 자세로 돌입했다. 세이건과 패연. 패연 곁에 있던 마룡과 그의 동료들. 무황까지 말이다.
혼돈의 끝에 폭풍과 같은 신격이 몰아쳤다.
하지만 그들의 신격도 혼돈의 끝에서 기어 나오는 드높은 신격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그 힘에 무황을 비롯한 모두는 경악했다.
천외천을 직접 가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예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거신이 천외천으로 들어갈 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거대하고 또 거대하다.
육체와 영혼이 벌벌 떨릴 정도였다.
“도대체.”
세이건의 말이었다.
이미 끝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온전한 신격을 벗어나 ‘드높은’ 정도에 도달했으니까. 용혈이니까, 무황이니까 가능했던 경지였다.
천외천에 들어가지 않고 이 세계에서 드높은 신격에 들기 위해선 단순히 노력과 재능만으론 안 된다. 운이 따라줘야 했고 시대도 타고나야 한다.
그렇게에서 이룩한 경지다.
그런데 저 끝에서 나오는 무언가는 그런 경지마저 뛰어넘었다.
“위대한 신격······.”
루시퍼가 지닌 진정한 힘과 같은 경지다.
루시퍼는 타락하여 이 세계로 떨어지면서 드높은 신격으로 강등되었다. 그런데도 이 모두가 힘을 합해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건 완전한 위대한 신격인 거다.
쿠우우우웅.
혼돈의 끝.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완전한 순혈. 과도한 신격 때문에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
천외천으로 ‘쫓겨난’ 위대한 존재.
그런 존재가 이곳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무황과 세이건의 일행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듯 씨익 웃으며 투지를 활활 불태웠다.
* * *
이한성은 [혼돈의 파편]을 얻고 바로 혼돈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혼돈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나타나더니, 하얀이와 릴 리를 만났다.
“아, 아빠!”
“무슨 일이야.”
한성의 시선은 혼돈이 있는 방향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감각. 분명 많이 느껴봤었다.
전 회차에서, 그것도 종장에 가까이 가야 느낄 수 있는 이 묵직한 존재감.
손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하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한성에게 물었다.
“이거, 이거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건데. 왜, 여기 있는 거죠?”
“나도 모르지.”
알 수 없었다.
이 게임의 모든 정보를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 한성이다. 그런데 한성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타이밍에 왜 이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알 방법은 혼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하얀아. 릴리야.”
한성은 둘을 불렀다.
그런데 하얀이는 한성이 다시 입을 열기 전에 말했다.
“나, 갈래요. 아빠랑 같이 가야겠어요.”
하긴, 피해서 좋을 건 없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 되고 업적이 될 테니까.
또, 한성은 스스로의 운을 믿었다.
“그래, 같이 가자.”
한성은 그렇게 하얀이와 릴리를 데리고 혼돈으로 들어갔다. 릴리는 겁먹어서 같이 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만, 어쩌다 보니 같이 가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혼돈의 끝을 향해 날았다.
* * *
세이건은 격을 잔뜩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것은 앞에 선 대상이 순혈의 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상위 포식자의 기세.
그것으로 세이건과 패연은 허리가 반쯤 꺾였다.
무황과 그의 일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종(種)의 상위 포식자는 아니었지만, 드래곤이라는 것 자체가 모든 생명체의 최상위 포식자이며 신(神)이자 중재(仲裁)의 역할을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 나는 너희와 싸울 생각이 없다.
묵직한 신의 음성.
모두의 귓가에 또렷하게 들렸다.
그러면서 거대한 격에 몸이 덜덜 떨렸다.
– 나는 루시퍼의 사자(使者)이자 친우(親友). 도움이 필요하다.
세이건은 물론이고 무황조차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존재감만으로 모두를 굴복시킨 순혈의 드래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게다가 루시퍼의 친우란다.
루시퍼도 혼돈의 파편을 얻고 천외천에 들어가면서 예전의 ‘격’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움이라.
“무슨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까.”
때마침, 뒤로 이한성이 도착했다.
그 목소리에 드래곤이 이한성을 바라봤다.
– 그 ‘변수’가 바로 너구나.
드래곤은 한성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하지만 한성은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케이플람 가드니스?”
설마 했다.
순혈의 드래곤은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특유의 마력색을 확실히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한성의 경지로는 알 수가 없었던 거다.
예전에 하얀이의 알을 구했을 때도 이름은 봤지만, 그가 누군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수많은 신격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한성이 아는 드래곤이다.
그리고 하얀이와 같은 마력의 파장을 지니고 있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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