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39
경매는 무난하게 진행되었고.
한성은 별에게 도착했다.
그러자 한구본의 시선이 느껴졌다.
등줄기가 찌르르 울린다. 그는 [격]을 방출하지 않고 잡아둔 상태였지만 그 존재감은 태산(太山)과 같았고 그의 시선은 거대한 악마를 보는 듯 했다.
한성은 견디기 힘든 압박감이었다.
옆에 있는 별의 형인 ‘곤’. 만약 그를 따로 봤다면 어마어마한 격의 차이를 느꼈겠지만, 한구본 옆에 있으니 어린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안녕하십니까. 이한성이라고 합니다.”
“정연의 가주, 한구본이라고 하네. 자네가 별의 친구 한성이구나.”
웃으며 말하는데, 소름이 돋는 이유는 뭘까.
“네, 맞습니다.”
간단한 인사다. 예를 지키고 말 것도 없이, 먼저 말을 걸어왔고 한성은 대답했다. 하지만 한구본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한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시스템 문구가 올라온다.
– ‘한구본’의 [심연의 눈동자(S/SS)]가 발동됩니다.
– ‘이한성’의 [정보 열람(D/EX)]이 저항합니다.
– [심연의 눈동자(S/SS)]의 등급이 낮아 [정보 열람(D/EX)]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그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한성의 정보 열람은 EX등급이다. 아무리 SS등급의 잠재력을 가진 ‘심연의 눈동자’라도 규격 외의 [정보 열람]을 압도할 순 없다.
그의 시선은 ‘재미’에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그가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 세 번째 경매 물품입니다!
– 월드 리그 프로팀 [울프독]에서 20년 동안 대단한 피지컬로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은 ‘세이렌’ 선수입니다.
– 아직 20년은 더 활동할 수 있으며······.
한성도 잘 아는 구울이다.
주무기는 검과 방패. 기가 막힌 육체 밸런스를 지녔으며 ‘육체 능력치 증폭’과 ‘정신 방어’에 관련된 이능이 있는 구울이다.
평균 능력치가 90대 초반이며, 총 잠재력은 900대 초반.
웬만한 A등급 몬스터를 단번에 베어 버릴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 구울은 던전 탐사. 혹은 A등급 이상의 몬스터 토벌에 사용된다.
가끔은 돈 많은 팬이 구매하기도 한다.
그때, 한구본의 입이 열렸다.
“아이야.”
한성은 시선을 마주쳤다.
이 패턴.
거래다.
문제는 말도 안 되는 거래라는 것.
“저 구울, 네 눈엔 어떻게 보이느냐.”
“······좋네요.”
한성은 입을 함부로 열지 않았다.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가지고 싶으냐.”
가지고 싶다.
문제는 한구본이 준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받지 않으면 죽인다고 협박할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게 협박으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마 이 자리에서 그냥 죽일 거다.
그는 그 정도의 힘과 권력이 있었다.
“아주 탐나네요.”
한성의 말에 한구본이 웃었고, 별의 얼굴은 굳었다.
“나와 거래하지 않겠느냐.”
“거래라······.”
“아버지······!”
한 별이 끼어들었다.
한성은 놀랐다. 이런 일에 끼어들 캐릭터는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대상이 훈이면 몰라도 말이다.
하지만 한성은 별이 끼어들기 원하지 않는다.
“별, 아버지와 이야기 중이야. 마음대로 끼어들지 마.”
“······!”
“······?”
한성의 말이 갑작스러웠는지, 둘은 다른 느낌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하, 하하하하. 아하하하.”
한구본이 뭐가 그리 웃긴지, 목을 뒤로 젖히며 웃어댔다.
“그래, 거래할 마음은 있느냐?”
“거래, 좋습니다. 그럼 제 물건을 보여드려야 하나요?”
한구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원하는 건 ‘이한성’ 그 자체일 거다.
하지만 한성의 말에 흥미를 느낀 것인지, 아니면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을 빌미 삼아 목을 조여 올 것인지, 한구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순간, 구울 [세이렌]은 1조2천억 원을 넘기고 있었다.
“이 물건 다음에 제 물건이 나올 겁니다.”
“오호.”
한구본은 처음으로 적나라한 호기심을 내비쳤다. 이 경매에 출품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최소한 수천억은 되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아직 후보생에 불과하다. 배경이 되는 가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의 행적을 전부 알고 있으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한구본은 바로 2조 원으로 입찰하며, 경쟁자를 한 번에 몰아내 버렸다.
“자, 내 물건은 준비되었다.”
“제 물건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만약 마음에 안 든다면······.”
한구본이 말을 꺼내기 직전이다.
이번에도 사회자의 말에 한구본은 입을 닫았다.
이 정도 ‘타이밍’이면 이것도 운의 영향이라고 봐야 할 거다.
– 다음 경매 물품입니다!
– 요즘 유명한 이한성이라는 후보생이 직접 만든 물건입니다.
– S등급 감정사가 직접 감정을 완료하였습니다!
웅성웅성.
경매장은 그 말에 시끄러워졌고, 한성에게 시선이 몰렸다. 그중에는 언더월드의 왕인 심우주의 시선도 있었다.
한성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는 ‘제작자’를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아, 짜릿해.’
이런 게 바로 중독 현상이다.
관종은 관심을 바라고, 관심은 더욱 큰 관종을 만든다.
– 그 물건은 바로!
– [마기(魔氣) 정화의 비약(전설)]입니다!
– 그 효과로는, 마기 침식률 55%의 영웅이라도 완벽하게 정화하여······.
웅성웅성.
이번엔 속닥거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옆에 있던 한구본, 한 곤, 한 별까지. 그 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반대편의 언더월드의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그럴 만하다.
검은 땅이 지옥보다 더 지옥 같다고 하는 이유는 끔찍한 [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악의 신격과 계약하지 않은 영웅이라도 천천히 마기에 침식되기 시작한다.
그건 아무리 거대한 [격]을 지니고 있어도 피할 수 없다.
언더월드의 왕의 왼쪽 반신(半身)은 검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매년 그 범위는 커진다. 아무리 [전설]급 격으로 억누르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남은 수명이 3년 정도 되지.’
그렇기에 언더월드의 왕은 검은 땅에서 나온 것이고, 지금은 이런 지하세계의 왕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어떠십니까?”
“······.”
그는 아직도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전투에 있어서, 그리고 마법에 있어서 세계 최고로 추앙받고 있는 한구본이다. 그런데도 이런 류의 [비약]은 본 적도, 가능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아무리 그라도 지금의 충격은 쉬이 떨쳐낼 수 없었다.
이 비약은 전 회차에서도 아주 후반에 나왔다.
한성에 의해 드래곤의 마법이라는 [역행 마법]이 ‘드래곤을 사냥하는 마법’으로 개량되고 난 이후. 그것도 한성이 운영하는 싱크탱크에서 나온 비약이다.
거의 한성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비약.
‘운이 좋았어.’
정말 그랬다.
테러에서 얻은 [드래곤 진정제]와 [드래곤 흥분제]가 있었고. 끝없는 마력의 공급원인 하얀이와 헤일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타 재료는 이종칠과 길이현을 통해 얻었다.
당연히 대가는 지불 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재료를 제외한 재룟값만 1,200억 원이 들었고 길이현에게 돈까지 빌려야 했다.
– 그리고 제작자에 의하면, 이 비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할 시엔 [마기 저항]이라는 특성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 물론, 감정사도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고. 제작자에 의한 정보입니다.
‘믿거나 말거나’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의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만 있던 언더월드의 왕이 경매에 참여했고,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시작가 1조 원. 그리고 지금은 벌써 2조2천억 원이 넘어갔다.
“이 정도면 제 물건이 너무 아까운 것 같은데요?”
한성이 씨익 웃으며 한구본을 향해 물었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 3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 더 있으십니까?
– 3조5천억 원 나왔습니다!
“아쉽네요. 거래하면 좋겠지만, 제 가치가 월등해져 버려서. 월드 리그급 구울은 그냥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강하게 나갔다.
심장이 벌벌 떨리긴 했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한구본은 한성을 절대로 죽이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정연]은 검은 땅에 진출해 있음은 물론이고 한구본 본인도 한쪽 발이 마기에 침식되어 있다.
마기의 침식은 불치병이다.
아무리 격을 쌓아도 꾸준히 수명을 갉아먹는 악마.
“······또 만들 수도 있는 것인가.”
혼잣말인 듯, 한성에게 묻는다.
“재료만 있다면 못 만들 것도 없습니다. 아, 물론 저 물건 정도는 힘들 겁니다. 재료도 절대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일단 입찰해야겠군.”
한구본의 손짓에 한 곤이 입찰에 나섰다.
벌써 4조 원이 넘어갔다.
가격 상승은 조금씩 더뎌졌다.
아무리 대단한 물건이라도 사람 하나의 목숨일 뿐이다. 게다가 이걸 구매해 연구한다고 해도 복제가 가능할까? 아주 적은 확률에 수조 원씩 투자하는 기업은 없다.
게다가 언더월드의 왕과 정연의 가주가 눈에 불을 켜고 입찰하는 상황에 말이다.
“정말 탐나는 아이구나.”
한구본이 한성을 바라봤다.
그 눈빛이 너무 뜨거워 데일 정도다.
‘이, 이건 좀 과한데.’
한 별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잔인한 사이코패스다. 그의 삶은 그랬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죽음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경계 되면 죽인다.
그러다 보니 살인에 무감각해지고 눈에 거슬리면 죽이는 지경까지 왔다. 가주가 그러다 보니, 정연의 핏줄은 대부분 그런 사상을 지니고 있다.
“나에게로 와라.”
한구본은 참지 못하고 적나라하게 말했다.
그 말에 한 곤과 한 별은 경악 어린 눈빛을 했다. 자신의 핏줄인 세 형제에게도 그런 말은 안 한다. 그저 하나의 도구처럼 이용할 뿐이다.
특히, 한 곤은 그 말에 무엇이 그렇게 화가 난 것인지 얼굴이 벌게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앞.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성은 신중했다.
이게 고비다.
“뭐가 그렇게 급하십니까.”
“······?”
한성은 조금 뜸을 들였다.
상황을 극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엘 포른 때문에 그러십니까?”
“······!”
[정연]과 검은 땅에서 계속 부딪히는 [황혼의 늑대]. 그곳의 길드장이자 ‘한구본’과는 악연(惡緣)인 인물.
이번 아카데미 테러, 한구본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엘 포른의 꼬리를 잡기 위해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선을 이쪽으로 분산시킨 후에 한구본은 검은 땅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흔적. 그게 전부였다.
엘 포른은 결코 쉽게 꼬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한성은 쐐기를 박았다.
“제가 엘 포른이 어디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성의 말에 한구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제 제가 거래를 제안해도 되겠습니까?”
“······.”
한구본은 시선을 밖으로 던졌다.
이제 됐다.
앞으로는 한성이 갑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엘 포른은 한구본의 역린(逆鱗). 그가 유일하게 ‘사랑’이라는 걸 알게 해 준 여인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으니까. 잘못하면 정말 앞뒤 없이 죽을 수 있다.
“무엇을 원하느냐.”
“······한 별을 놔주십시오.”
한구본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한 별의 얼굴에서는 당황스러움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가문이라는 이름 아래, 그를 강제하려 하지 마십시오.”
별은 살인 기계였다. 아버지에 의해 그렇게 자라왔고, 그게 당연한 듯 살아왔다. 마법 재능이 없으면 가족의 일원일 수 없었고,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서 식사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죽여야 인정받고, 철저하게 망가뜨려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별의 삶은 그랬다.
그런 삶에서 만난 ‘훈’은 왠지 모르게 따듯했다.
누군가를 한없이 믿을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먼저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가족만이 나눌 수 있는 그런 믿음과 사랑을. 별은 훈에게서 느꼈다. 훈은 그런 사람이다. 모든 사람에게 믿음을 주고 마음을 열게 하는 사람.
별은 원하고 있던 거다.
그런 평범한 정(情)과 애(愛)를.
“강제라······ 별은 아직 어리다.”
한구본의 말이었다.
한 별은 그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구본을 바라봤다.
당연하다.
그는 저런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리 자식이라도, 무언가 ‘뜨듯한’ 말조차 못 하는 사람이니까.
“내 핏줄이야. 가문에 들지 못하면 사방의 적은······.”
“당신의 핏줄입니다.”
한성은 별에게 시선을 줬다가 한구본에게 옮겼다.
“별은, 그 누구보다도 강합니다.”
한구본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신이 자식을 강하게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보호 없이 이 대전쟁의 시대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말이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누군가를 잃고 자신조차 잃어버리는 그런 미쳐버린 삶을 살지 않도록 돕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거다.
“별은······ 소중한 사람을 절대로 잃지 않을 겁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니까요.”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 누구보다 아버지인 한구본이 더 잘 알 테니까.
“별아.”
“네, 아버지.”
“너도 그것을 원하느냐.”
“······.”
별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원하느냐.”
“······네, 원합니다.”
“알겠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한 마디는 별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다. 물론, 별은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한성도 단 한 번을 보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한성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성은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경매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고, 한성이 선 곳은 모든 경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
주변의 시선이 한성에게 쏟아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래야 더 멋있지 않은가.
이게 바로 참된 관종이다.
한성의 손가락이 경매 물품을 가리켰을 때였다.
콰아앙!
뒤쪽 벽이 무너지며 검은 연기와 함께 신원 모를 인원이 쏘아져 들어왔다.
“바로 저기 있습니다.”
한성의 말에 한구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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