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수겸은 부서진 의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몸은 가만히 있지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그의 눈동자.
수겸이 읽고 있는 건 수리에 대한 것이었다.
파손이 된 물건을 고치는 건 초보 연금술사에게는 나름 복잡한 일이었다.
본체와 부서진 부품을 합성하고, 원래의 모양대로 형태 변환을 시키다.
그 와중에 손실 난 부분이 있다면 그걸 계산해서 부피를 줄이는 식의 미세한 조정이 있어야 한다.
편의점 진상 때문에 부서진 의자로 예를 들자면
본체와 부서진 다리를 합치는 것까진 했지만, 잘게 부서진 조각까지 모두 주울 수는 없는 상황.
그러니 그만큼 총 질량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대로 그저 다리를 붙이는 작업을 한다면 단순하게는 없어진 양만큼 다리가 짧게 붙어버린다.
그러니 한쪽 다리를 아주 조금씩 얇게 만들어 네 개의 다리 길이를 맞추는 작업을 해야 한다.
명확하게 구조를 파악하고, 눈썰미까지도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것이 오늘 수겸이 기나긴 밤을 보내면 해야 할 일이었다.
이런 일을 예견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필요할까봐 집과 편의점 양쪽에 커다란 전지를 비치해두었다.
편의점 문을 잠근 후 창고 한쪽 구석을 치운 뒤 전지를 펼쳤다.
이내 완성되는 마법진.
그 위에 의자를 올려두고 수겸은 마나를 불어넣었다.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치고 의자를 보니, 이건 앉아보지 않아도 이미 짝이 맞지 않았다.
다시 몇 번의 반복 끝에 겨우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다리 길이의 의자가 되었다.
“완성인 것 같은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느껴지는 말을 하며 수겸이 의자에 앉았다.
들썩 들썩
“에라이. 마지막 한번에 끝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는 집중력, 없는 집중력을 모두 끌어 쓰며 마나를 불어 넣었다.
수겸이 의자에 앉아보고는 소리쳤다.
“오예. 수리비도 아끼고 기술도 늘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구만.”
수겸은 연금술 실력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느꼈다.
***
진상과 함께한 기나긴 밤이 지나고 수겸은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금고를 꺼내 금덩이를 죄다 꺼내 바닥에 나열했다.
지난 밤 의자 수리를 하며 이제 금덩이를 보기도 좋고, 튀지도 않는 금괴 형태로 형상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전부 세어보니 137돈이었다.
“보통 큰 금괴가 10돈짜리라고 했으니까 10돈짜리 금괴 13개랑 작은 금괴 7개를 만들어야겠다.”
당장 팔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팔기 쉽게 미리 만들어 둘 생각이었다.
잠시 후 수겸의 책상 위에는 지금껏 TV에서만 보던 각 잡힌 금괴 17개가 놓여 있었다.
금괴를 금고에 넣어두고 수겸이 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왠일이냐?』
퉁명스러운 말투로 민환이 전화를 받았다.
“너 무슨 일 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시험이잖냐. 공부 제대로 하는 것 맞냐고 지금까지 털렸다.』
“너는 그 나이에도 혼나고∙∙∙잘한다. 기운 내. 내가 술 한번 살게.”
『오! 진짜? 천하의 짠돌이 강수겸이 술을 산다고 하다니. 이 역사적인 순간을 녹음했어야 했는데. 다시 한번 말해주면 안되냐? 지금이라도 녹음해야겠다.』
수겸이 위로의 말을 건네자 이내 민환은 기운을 차리는 듯 했다.
“먼 개소리야. 그 전에.”
『야야. 그 뒤에 무슨 말 할지 뻔한데. 나 오늘 저녁에 바빠. 안돼.』
“친구 좋은 게 뭐야. 나 내일 할머니 뵈러 가는 날이야. 오늘 밤만 좀 해주라.”
탈룰라가 시급했다.
『너희 가게 가야해서 바쁘다고. 안 그래도 돈 떨어져서 아르바이트 하고 싶었단 말이야.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누가 보면 오해하겠다.』
“고맙다. 다녀와서 밥 한끼 하자.”
수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
수겸이 할머니가 지내고 계신 요양원에 도착해 벨을 눌렀다.
“네. 309호실 김옥례님 보호자입니다.”
“네.”
무미건조한 대답을 하고 툭 하고 인터폰이 끊겼다.
철컥.
이 곳을 찾을 때마다 수겸은 할머니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했다.
일평생 수겸만을 위해 사셨던 할머니다.
‘편의점을 열었을 때도 그렇게 좋아셨는데∙∙∙∙∙∙.’
제대로 된 돈벌이 수단이 생겼으니 지금까지 받은 은혜를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
편의점 개업 1년 후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을 즈음, 수겸의 할머니는 조금씩 이상증세를 보이셨다.
“수, 수겸아. 흑흑. 우리집을 못찾겠다.”
“수겸아, 아가. 어서 학교 가야지.”
“총각은 누구오? 누군데 우리 집에 들어왔소?”
처음엔 건망증인 줄 알았던 증상들이 알고 보니 치매 때문이었고, 점점 할머니를 집에 혼자 두는 것이 더 위험할 지경이 되었다.
‘편의점을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요양원 밖에 답이 없었지’
처음엔 최고의 시설, 최고의 의료진이 있는 곳으로 모시려 했지만 그마저도 또 돈이 문제였다.
“보호자분. 보호자분께서 아무리 그러셔도 더 이상 비용을 낮추기가 힘들어요. 마음은 알겠지만, 죄송합니다.”
“요새 정부 지원금도 있다던데 그런 걸로 해도 안되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수겸은 고개 숙여 부탁했다.
“그러셔도∙∙∙∙∙∙”
고개를 몇 번이라도 조아려서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고 그럴 수 있었다.
무릎도 꿇고,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각오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돈이었다.
한참을 돌아 다니다 찾은 곳이 지금 수겸이 들어선 이 곳, 이었다.
‘당신께선 여기서 꽃 핀 목련을 참 마음에 든다고 하셨지만.’
그래서 수겸은 현금을 마련할 수 방법만 있다면 당장에 할머니를 더 좋은 시설로 모시려 마음 먹었다.
어느새 할머니가 계신 병실 앞.
“할머니! 저 왔어요.”
수겸은 일부러 목소리 톤을 더 높여 인사했다.
수겸의 할머니, 김옥례는 침대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겸은 할머니 옆으로 의자를 끌고 가 앉았다.
“할머니, 요새 내가 자주 안 와서 섭섭했어? 나 좀 봐.”
할머니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수겸의 볼을 매만지며 말했다.
“누구 아들이지 참 곱게 생겼다.”
“그치? 내가 누구 손주인데. 오늘 밥은 잘 드셨어?”
그 날 밤 수겸은 할머니와 저녁을 먹고, 휠체어에 모시고 산책도 하고, 같이 드라마도 봤다.
보호자 침대에 누워 할머니를 올려 봤다.
“할머니. 내가 꼭 돈 많이 벌어서 더 좋은 곳으로 모실게요.”
“수겸아.”
할머니의 말투와 목소리가 바꼈다.
“할머니!”
“그래. 내 새끼. 나는 괜찮아. 그리 맘 쓰지 않아도 돼. 다 괜찮아.”
“아니야. 할머니는 아무 걱정 말고 계세요. 제가 다 챙길게요. 그리고 자주 못 와서 죄송해요.”
수겸은 할머니가 정신을 차리셨을 때 한 마디라도 더 하려는 듯 말을 서둘렀다.
“아가. 네 마음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나 아닐 때나 항상 알고 있단다. 그러니 아가. 너만 행복하면 된단다. 알겠지?”
“나는 항상 행복하지.”
“그래∙∙∙∙∙∙.”
그리고 다시 병실 안은 침묵이 흘렀다.
다음 날 수겸은 병실 문을 닫고 원무과를 찾았다.
“김옥례님 이번 달 비용 정산하려 합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실게요.”
원무과 직원은 고개도 쳐다 보지 않고, 모니터만 응시하며 말했다.
존칭이지 지시인지 모를 말을 했지만 말이다.
“보호자분. 이번 달 요금 103만 7,320원입니다. 결제는 카드로 할까요?”
“네. 여기요.”
이걸로 수겸이 한 달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제로가 되었다.
‘통장 잔고가 얼마나 남았으려나.’
수겸의 생각이 깊어졌다.
다시 돈을 벌어야 할 때였다.
***
수겸의 집에 있는 금은 대량 4천만원어치였다.
“이걸 어떻게 다 처리한담.”
인터넷으로 내용을 찾아본 결과 이걸 한번에 판다면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진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금을 팔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망설이면서 시간을 끌 순 없었다.
지난 번 1차 금 처분을 하면서 수겸이 방문한 금은방은 족히 20군데가 넘었다.
그 중 한군데를 찾아가 일종의 상담을 받으려고 했다.
내 일처럼 걱정해준 할아버지는 제외
너무 무뚝뚝해도 안된다.
고민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실 답은 정해진 듯 했지만 수겸은 제일 처음 컨택했던 순금 나라로 결정했다.
휴대폰에서 를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순금나라입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금을 좀 팔려고 하는데요.”
『네. 저∙∙∙그런데 손님 전에도 한번 오셨죠? 목소리가 익숙하네요.』
“맞아요. 아마 보시면 기억 나실 거에요. 혹시 손님 없을 시간대가 있나요?”
수겸의 말이 의외였는지 금은방 사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답을 했다.
『음∙∙∙ 그러면 바로 오실 수 있으세요? 셔터 내리면 되죠.』
수겸이 시계를 보니 아직 오전 11시.
편의점 출근 시간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좋습니다. 바로 가죠.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간단한 통화를 마치고 수겸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 들이켰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긴장이 된 듯 했다.
***
벌써 세번째 방문이라 가는 길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금은방에 도착하니 평소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영업 종료.
수겸의 요청대로였다.
문을 똑똑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변함없이 스포츠 머리를 하고 무뚝뚝한 표정의 사장님이었다.
“들어오세요.”
수겸이 안으로 들어오자 이번엔 카운터가 아닌 동그란 티테이블에 자리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일단 물건 좀 봅시다. 먼데 가게 문까지 닫게 하는지 어찌나 궁금하던지.”
수겸은 품에 안고 있던 가방 안에서 금괴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왠지 실망하는 표정의 순금 나라 사장이었다.
“이거에요? 이거 한 10돈 하려나.”
금을 들어보고는 사장이 말했다.
“무게는 한번 재 보세요. 24K 제품입니다.”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사장이 저울과 시약을 들고 왔다.
“훗. 맞네요. 순금. 이거면 보자. 300만원 좀 넘네요.”
수겸이 미리 찾아온 오늘의 순금 시세를 휴대폰 화면에 띄워 보여주었다.
“팔 때 기준으로 318만원이죠.”
“네네. 이걸로 가게 문까지 닫게 하고. 손님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본데. 요새는 금괴 정도는 흔해요. 누가 뺏어갈까봐 겁이라도 나셨나봅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수겸은 일부러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하긴 영화를 많이 본 건 나지. 손님 전화를 보고 별에 별 상상을 다 했어요. 근데 그런 물건이 나오는게 더 이상하지. 것도 이런 작은 금은방에서.”
“조금 실망하신 것 같아요.”
“손님 잘못은 아닌 건 알지만 좀 실망스럽긴 하네요. 어마무시한 걸 떠올렸다가.”
“그러면 이정도는 어때요. 조금 놀라실 지 모르겠네요.”
턱.
수겸은 가방을 통째로 테이블 위에 올리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예? 그게 무슨 말이∙∙∙∙∙∙.응?”
순금 나라 사장이 가방 안을 살폈다.
수겸의 착각이겠지만 가방 틈이 살짝 벌어지면서 순간 안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듯 했다.
“이게 다 몇 개야. 손님∙∙∙?”
사장이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라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수겸을 쳐다봤다.
“전부 해서 10돈짜리 12개, 1돈짜리 7개입니다. 방금 보신 것은 제외하구요.”
“헐∙∙∙ 이건 좀∙∙∙∙∙∙”
수겸은 철없는 이야기지만 승리감을 느끼며 거래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때요? 이번엔 놀라셨습니까. 이거 감당할 수 있습니까?”
사장은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