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23
23화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이은호라고 합니다!”
수겸도, 최영지도, 자리에 앉아서 햄버거를 먹고 있던 손님도 모두 놀라서 이은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은호씨 왔어요? 자자. 식사하시는 손님도 계시니까 우리는 저기 창고 안으로 자리를 옮길까요?”
수겸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치도 않은 다리로 재빨리 이은호를 창고로 데리고 들어갔다.
“잘 왔어요. 오늘은 교육 때문에 일찍 오라고 했고, 평소에는 시간 맞춰서만 오면 돼요. 해봐야 10분 정도만 일찍?”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서로 고마운거죠. 저도 이렇게 출근해줘서 고마워요. 그러면 여기서 계약서만 쓰고 인수인계는 아까 카운터에 있던 영지씨한테 받으면 돼요.”
수겸이 미리 출력해둔 계약서를 꺼내 항목별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이해 안되거나, 궁금한 점 있어요? 멈칫 거리다가 후회하지 말고, 물어봐요. 나쁜 질문은 없는 법이니까.”
“아닙니다! 전부 이해했습니다.”
다행히 이은호는 군 입대 전에도 지금처럼 열정이 넘쳤는지 기본적인 것들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맞아요. 그렇게 하시면 돼요. 거의 다 아시는데요?”
“잘 가르쳐 주셔서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은호가 최영지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최영지가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저희끼리는 편하게 해요. 앞으로 매일 볼 사이인데 얼른 친해져야죠.”
최영지는 제법 사교성있게 접근했다.
“맞아. 둘이 친해져야 서로 편하지. 나도 좋고. 엄청 뻔하고, 흔한 말이지만 우리 진짜 가족 같이 좋은 사이가 되어보자.”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고작 하나 늘었을 뿐인데 수겸이 느끼기엔 사업장이 2배는 커진 것 같았다.
‘진짜 착한 애들이야.’
수겸은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수겸과 최영지가 편의점을 나서며 당부의 말을 했다.
“먼가 막히면 전화해요. 몇 시든 상관 없으니까.”
“은호씨. 너무 긴장하지 마요. 아까 보니까 잘 하실 것 같아요.”
“네. 믿어주세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진짜 가요.”
둘은 편의점을 나와 함께 길을 걸었다.
“사장님. 저희 같이 퇴근하는 건 지금이 처음 아닌가요? 느낌이 색다르네요. 혼자 퇴근하면 심심했는데.”
“그러게. 우리는 항상 교대니까. 민환이가 봐주면 나는 아예 안나왔으니 처음이 맞네.”
“아! 민환 오빠는 잘 지내시죠? 요새 도통 얼굴을 못 봤네요.”
왠지 모르게 최영지가 부끄러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잘 지내지. 민환이 지금 아마 정신 없을거야. 시험이 얼마 안남았거든.”
“맞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셨죠? 뭐라도 사드려야 할텐데. 혹시 두 분 조만간 만날 계획이 있으세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 만날 것 같은데?”
“잘됐다. 그러면 만나러 가기 전에 저 일하는 시간에 한번 와주실 수 있으세요? 부탁 좀 드리려구요.”
수겸은 본인이 사랑의 메신저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알겠어. 그럴게.”
그렇지만 나오는 건 정 반대의 말.
“감사해요! 사장님. 저는 이쪽으로.”
최영지가 손으로 수겸이 지하철 타는 방향과 반대 방향을 가르키며 말했다.
“응. 그래. 오늘도 고생했어. 들어가~”
수겸이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
지하철을 기다리며 수겸은 가방 안에서 직사각형 모양 선물 상자를 꺼냈다.
손 하나 정도의 크기의 상자를 여니까 민트향처럼 상쾌한 향기가 물씬 풍겼다.
안에 든 것은 한방의 단약처럼 생긴 것이 종이로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이거 포장하느라 손에 쥐나고 난리도 아니었지.’
수겸은 어제 각성제를 만들 때를 떠올렸다.
배터리 충전기를 거하게 하나 해먹은 뒤 결과물을 만져보니 이전과는 질감부터가 달라졌다.
굳이 표현하자만 방금 막 포장지를 뜯어낸 지점토 정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조금 떼서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양 손을 이용해 비비자 이내 둥그런 공 모양이 되었다.
수겸의 머리 속에 있는 지식에 의하면 각성제는 보관을 하려면 치료제처럼 병에다 담는 것이 아니었다.
‘작게 자른 스크롤로 포장을 해야 효력이 유지된다고 했어.’
다행히 지금 만든 각성제를 모두 포장할만큼 스크롤은 넉넉한 상태.
수겸은 스크롤을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환을 만들고,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아이고, 죽겠다! 당분간 시약은 그만 만들던지 해야지.”
투덜거리면서도 손은 쉬지 않았다.
그러기를 다시 2시간.
총 5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것은 각성제 25알이었다.
“끝! 이제 안해. 다신 안해!”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 부리듯 수겸은 안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듣는 이가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
수겸과 민환이 포장마차에서 비운 소주 병만 벌써 세 병째였다.
공무원 시험 D-30
민환은 휴대폰 화면에 쓰여 있는 시험까지 남은 일자를 보고도 못 본 척 하고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캬! 공부하다가 마시는 술이 진짜 제일 맛있다니까. 이 맛을 네가 알랑가 몰라?”
“취했냐? 너희 어머니께 전화해?”
“이 새끼가?!”
민환이 주먹으로 수겸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어쭈? 사람을 치네. 폭행죄로 잡혀가면, 공무원이 될 수 있겠니? 없겠니?”
수겸이 벌주의 의미를 담아 민환의 빈 잔에다 소주를 따랐다.
“합의금 조로 이거 쭈욱 들이키세요.”
“에라이. 네 협박이 무서워서 먹는 게 아니야. 그냥 술이 고팠을 뿐이지.”
탁.
민환이 시원하게 마시고는 거칠게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는 와중에 수겸이 줄곧 들고 다니던 종이가방에서 상자 2개를 꺼냈다.
하나는 천원샵에서 입구 근처에서 대충 골라 잡은 것이 뻔해 보였고, 다른 하나는 포장지까지도 신경 쓴 티가 났다.
“이건 네가 가져온거냐?”
수겸이 첫번째 상자를 손가락으로 틱 밀며 물엇따.
“어. 내꺼. 네가 어떻게 생각할 지 뻔히 보이는데, 이거 진짜 정성 많이 들어간거다.”
“먼데?”
“한번 열어 봐. 아마 깜짝 놀랄걸. 내 생각엔 네가 진짜로 시험에 붙는다면 아마도 이 약 덕분이지 않을까 한다.”
포장된 것도 없어서 그냥 뚜껑만 들어올리면 될 일이었다.
민환이 뚜껑을 열자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상쾌한 향기 퍼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와. 이거 뭐야? 술이 다 깨네. 민트?”
“영양제라 생각하고 공부할 때 먹어. 나도 하나 먹어봤는데, 집중도 잘 되고 좋더라.”
수겸의 말대로 수겸은 민환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면서 각성제 환약을 하나 먹어봤다.
지난번 치료제처럼 제작 과정상의 실수 때문에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환약은 입에 넣자마자 마치 처음부터 이건 고체가 아니라 액체였다는 듯 사르르 녹았다.
꿀꺽.
저항감 없이 삼킨 순간 번쩍!
수겸은 머리 속에서 벼락이 치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익혀온 연금술에 대한 지식이 순식간에 눈 앞을 지나갔다.
그야말로 즉문 즉답의 수준.
어떤 내용이든 수겸이 아는 선에서는 답이 도출되고,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는 게 이런 거구나. 와.”
감탄을 금치 못할 효과였다. 다만, 단점은 유지시간이었다.
수겸이 고취감을 느낀 것은 불과 10분 남짓.
환약의 효과가 끝나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을 때, 역체감이 느껴지자 더욱 효과가 크게 느껴졌다.
‘너무 짧아서 아쉬워. 하나만 더 먹을까? 그 사이에 고민거리 하나라도 해결하면 더 이득이지 않을까?’
수겸은 본인도 모르게 환약으로 손을 뻗다가 민환을 떠올리고 멈칫했다.
“아쉽지만 우리 못난 새끼 줘야지.”
다시 포장마차.
“이거 딱 24개야. 다시 달래도 없어서 못 주니까 아껴서 먹어.”
“그렇게 좋냐? 지금 먹어볼까?”
“에라이. 공부할 때 먹어! 시험칠 때 먹게 몇 개는 미리 빼두고. 알겠지?”
“챙겨줘서 고맙다. 역시 친구가 최고네. 하하하.”
선물의 질을 떠나서 누군가가 자기를 챙겨줬다는 사실이 민환은 기뻤다.
“그러면 이건?”
민환이 남은 선물을 가르켰다.
예쁜 포장지에다가 위에는 리본까지 달린 선물.
“크흠. 이건 내가 버리고 싶었는데 차마 그러진 못하겠더라. 영지가 너 갖다주래. 시험 잘 치라고.”
“하하하. 야, 오늘 술은 내가 산다. 그렇지. 이 맛에 내가 산다. 진짜로.”
수겸은 방금 전보다 훨씬 행복해보이는 민환의 낯짝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가져와.”
“멀? 이거는 영지가 준건데 왜 네가 가질려고 하냐? 술 취했어?”
“그거 말고. 그건 너 하고 내가 준거 가져와.”
“미친. 줬다가 뺏는 놈이 안 준 놈보다 더 나쁘다고 했어! 꺼져.”
“그럼 웃지마. 진심으로 웃지마.”
“싫은데. 웃을건데?”
오늘 밤 승자는 민환이었다.
***
다음 날 민환은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공시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기상시간이었다.
“아이고, 머리야. 우리 영지 선물에 기뻐서 너무 무리했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니 식탁에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쪽지였다.
“불효자는 웁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말을 그러면서 민환은 배를 벅벅 긁고는 국그릇에 국을 잔뜩 담아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한국사 차례였나?”
민환은 휴대폰으로 한국사 강의를 보면서 국을 들이켰다.
식사 후 다음 일정은 방에서 자습이었다.
분명 아까 밥을 먹으면서 들은 강의 내용인데도 문제만 보면 기억나질 않았다.
“쓰읍. 다시 강의를 듣고 풀어볼까?”
공부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가슴이 답답해진 민환은 기지개를 켰다.
그러면서 눈에 띈 것은 어젯밤 수겸이 선물로 준 종이가방.
포장마차에서 맡았던 상쾌한 향기가 떠올랐다.
“공부할 때 하나 먹고 하라고 했지. 어제 그 향기를 맡으면 집중이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민환은 상자 뚜껑을 열고 킁킁대며 향기를 음미했다.
“그래, 이거지. 얼마나 효과 좋은지 한번 보자.”
민환은 모르겠지만, 수겸이 먹었을 때와 똑같이 입에 넣자마자 환약은 사르르 녹아서 없어졌다.
꿀꺽.
민환의 머리 속에도 수겸이 느낀 것과 똑같은 번개가 내리쳤다.
우르릉! 콰아앙 쾅!
민환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충격에 순간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전까지 풀고 있던 문제.
몇 년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도저히 매칭이 되지 않아서 풀지 못한 근현대사 문제였다.
“이건 3번, 다음은 2번, 4번, 1번, 2번∙∙∙∙∙∙.”
한국사 시험 1회분을 다 푸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평소 민환의 실력대로라면 10분이면 5문제도 겨우 풀까 말까였다.
“이, 이게 뭐지. 강의 내용 전체를 머리 속에 집어 넣은 기분이었어. 미친.”
곧바로 채점을 시작했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빗줄기만 줄기차게 내리던 민환의 문제집에 비로소 비가 그쳤다.
정답의 연속이었다.
민환은 수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겸아. 네가 준 약 뭐야? 미친. 한국사 한 세트를 10분 컷 했어. 정답 채점하는 데에 10분이 걸렸는데. 이게 말이 돼?”
『크크. 어때? 이제 이 형님한테 감사한 마음이 드냐?』
전화 너머에서도 뿌듯해 하는 수겸의 감정이 느껴졌다.
“형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 제가 상상만 해왔던 것을 형님 덕분에 해볼려고 합니다.”
『뭔데? 불안하게 왜 이래?』
“오늘 문제집 하나 찢어 버릴랍니다. 말리지 마십쇼.”
『야! 그거 24개밖에 없는거야. 아껴 먹어.』
“됐고, 일단 오늘 소원풀이 한번 할라니까 그런 줄 알아. 나 끊는다.”
수겸이 소리치는 걸 들었지만 민환에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 아들이 이제 효도 한번 하겠습니다. 북엇국이 아깝지 않은 아들이 될게요!”
민환은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한국사 문제집을 폈다.
물론 한 손에는 수겸이 준 선물 상자가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