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24
24화
『방금 들어온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조금 전 서울 서대문구 한 공사현장에서 고소작업차에 올라 유리창 부착 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 2명이 4층 높이에서 추락했다는 소식입니다. 자세한 소식은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겸은 볶음밥을 먹으며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속보를 흘려 들었다.
“아이고. 무사하셔야 할텐데.”
수겸은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가족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무사하길 바랐다.
***
같은 시각 윤상준은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정신차리세요! 제발!”
윤상준의 바람이 들리지 않는지 119 구급차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수겸이 뉴스에서 내용을 전해 들은 공사현장에서 추락한 노동자 중 한 사람이었다.
다른 한 명은 윤상준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
남은 한 명이라도 꼭 살리고 싶었다.
사실 의식 불명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전신에 다발성 골절이 있는 건 엑스레이를 찍지 않아도 뻔했고, 내부 장기 역시 멀쩡하지 않을 것이다.
그 높이에서 오직 헬멧 하나만 쓴 채로 떨어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상태였다.
“헉. 헉. 제발∙∙∙∙∙∙.”
윤상준의 호흡이 끝에 다다르고, 체력 역시 바닥이었다.
“선배님∙∙∙.”
함께 응급처치를 하고 있던 박희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희원은 이미 틀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 새끼야! 너 마저 포기하면 어쩌자는거야! 네가 그러고도 구급차를 탈 자격이 있는 것 같아?”
윤상준이 발끈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진짜로 박희원에게 화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본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화가 난 것을 알기에 박희원은 다른 말 없이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윤상준은 그러다 구급차 구석에 둔 자기 가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출동을 나갈 때마다 항상 챙겨 나오던 가방이었다.
‘수겸씨. 이럴 때 쓰는 것이 맞겠죠? 이 환자. 제 실력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윤상준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만큼 환자가 당한 사고가 심각했을 뿐이었다.
수겸에게 치료제를 받은 이후에 생명이 위중한 경우가 지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에 사람들은 지금 눈 앞의 환자처럼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길 위에서 돌아가시게 해선 안돼.’
윤상준은 직접 체험도 했지만, 아직은 수겸의 치료제 효과를 완전히 믿지는 못했다.
가방에서 치료제가 담긴 유리병을 집었다.
“희원아. 형이 부탁이 있어.”
1분 1초가 소중한 급박한 상황에 갑자기 윤상준이 목소리 톤까지 바꿔가며 박희원에게 말했다.
좀처럼 현장에서는 형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윤상준이기에 박희원은 의아함을 느꼈다.
“네?”
“딱 1분만 눈을 감아 줄 수 있겠니? 그리고. 뭘 듣던 못 들은 척. 혹여나 뭘 보더라도 못 본 척. 그저 가만히만 있어줘.”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형.”
박희원은 예상도 못한 부탁에 선배라는 호칭도 잊었다.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제발.”
“알겠어요. 이 분을 살릴 수만 있다면 할게요. 눈 감을게요.”
“고맙다.”
박희원에게 부탁을 하면서도 윤상준은 두려웠다.
‘지금 내 판단으로 이 분의 마지막 1분을 날리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윤상준은 결심을 굳혔다.
입술을 꽉 깨문 채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후우. 간다.”
현재 환자의 상태는 몸 전체에서 다치지 않은 부위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웠다.
‘상황이 심각한 곳부터 하자.’
완전히 박살이 난 어깨와 팔꿈치부터 시작했다.
또르륵.
유리병의 치료는 살갗에 닿자마자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마도 곧바로 흡수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 다음은 환자의 상체를 살짝 돌려 허리 부위 차례였다.
허리 다음 목.
윤상준이 유리병을 들어 남은 양을 확인했다.
하반신은 시작도 못했는데 벌써 절반이나 소진했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내부 장기에다가 써야 해.’
다리를 향했던 시선을 돌려 환자의 입을 쳐다봤다.
고개를 살짝 든 후, 유리병에 든 치료제 전부를 쏟아 넣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일뿐.
그러기를 1분쯤 지났을까.
환자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이다가 잠시 후 어깨를 들썩였다.
쿨럭. 쿨럭.
의식이 없던 환자가 기침을 하더니 이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박희원이 윤상준을 불렀다.
“형! 이, 이게.”
윤상준은 손을 들어 박희원의 말을 막았다.
“잠시만 가만히.”
“크흡. 으, 으. 으아악!”
윤상준이 처음 치료제를 썼을 때는 거의 즉각적으로 통증이 몰려왔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의식이 없을 때는 못 느끼다가, 회복을 하면서 통증 역시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형!”
“희원아! 내가 다 설명할 테니까 지금은 내 말 들어! 아주 잠시만. 잠깐이면 돼!”
박희원을 다시 한번 제지하고 윤상준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환자를 끌어안았다.
“환자분. 잠깐이면 통증이 사그라들겁니다. 그 때까지만. 혹시 몸부림치다가 다칠 수 있어서 제가 안겠습니다.”
“크음∙∙∙∙∙∙.”
고통이 절정에 달했는지 환자의 입술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입술을 꽉 깨물면서 통증을 견디다가 그런 것 같았다.
다시 1분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차츰 몸부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윤상준은 그 때까지도 온 몸으로 환자를 껴안고 버티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끝나갑니다. 잘 참으셨어요.”
박희원 역시 끝나간다는 걸 눈치챘는지 환자의 혈압부터 체크하기 시작했다.
“형. 혈압도 125에 80이에요. 형! 이 분 살았어요!”
“후우∙∙∙∙∙∙.”
그제서야 윤상준은 구급차 벽에 기댔다.
긴장감에 온 몸이 기진맥진이었다.
‘수겸씨. 수겸씨 덕분에 한 명이 목숨을 건졌어요.’
윤상준은 환자의 손을 꼭 쥔 채 병원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
『저는 오늘 오전 추락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저기 보이시는 유리창을 설치하던 과정에서 추락한 사고인데요, 한 명은 현장에서 사망하였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당했습니다. 환자가 이송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환자는 중상임에도 의식도 비교적 뚜렷한 상태라 합니다. 노동부는∙∙∙∙∙∙.』
수겸은 TV를 끄고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다행이다. 한 분이라도 무사하셔서.”
수겸은 살아남은 한 사람이 본인 덕분에 살아난 것도 모른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로부터 꼬박 하루 뒤.
우웅- 우웅-
수겸의 휴대폰에서 진동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상준씨가 어쩐 일이에요?”
『수겸씨! 됐어요! 됐다구요!』
다짜고자 됐다는 말에 무슨 말인지 도통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뭐가 됐단 말이에요? 알아듣게 설명 해보세요.”
『수겸씨가 준 치료제가 사람을 살렸어요.』
“네? 진짜요? 그게 그렇게 효과가 좋다니.”
건네준 장본인도, 받은 사람도 효과를 좀처럼 믿지를 못한 치료제는 사람을 살릴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아니, 좋았다를 뛰어넘어 그 자체가 기적과도 같았다.
『얼마 전에 공사장에서 떨어진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에요. 아마 뉴스에서도 여러 번 나와서 보셨을 수도 있어요.』
“아! 그 분이구나! 다행이에요! 진짜 기분 좋네요 이건.”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윤상준은 뒷 말을 흘렸다. 아마도 말하기 껄끄러운 무언가인 듯 했다.
“드릴게요. 치료제. 아직 더 있어서 드릴 수 있어요.”
수겸은 듣지 않아도 윤상준이 왜 전화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뭐라도 드리면서 부탁하는게 맞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사람 살리는 일인데 뭘 받습니까? 절대 신경쓰시지 마세요. 괜찮아요.”
『이런 건 널리 알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근데 써보니 왜 수겸씨가 비밀로 해달라는 지 알겠더군요. 제가 편의점으로 갈까요?』
“편의점 말고 카페에서 만나시죠. 음∙∙∙∙∙∙ 오늘은 제가 일정이 있으니, 내일 어떠세요? 근무 일정이요.”
『저도 내일 좋아요. 그러면 홍연대 근처 카페에서 만나시죠.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네. 내일 11시쯤. 저 지갑은 두고 갑니다?”
『그럼요! 그럼 내일 뵐게요!』
전화를 끊고 수겸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하하하. 진짜 기분 좋네.”
그러면서 온 몸에 쫙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내가 살면서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 같아. 와∙∙∙.”
수겸은 스스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 치매에도 효과가 있을까? 내일 상준씨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윤상준은 수겸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니 수겸이 의견을 물어볼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풍부한 의학지식까지.
이보다 더 좋은 상담자는 없었다.
아모쪼록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맥주 한 잔이라도 할까 했지만, 우선은 약속한 일정 먼저 소화해야 했다.
오늘은 수겸이 앞으로 연금술을 할 때 사용할 작업실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자꾸 누가 집에 오니, 이러다 곧 누구에게든 걸릴 것 같단 말이지.’
그게 수겸이 작업실을 구하는 첫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집안 꼴이 개판이 되는 것도 한 몫 했지만.’
오늘 보기로 한 작업실은 집보다는 편의점이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반지하에 방은 3개.
수겸은 재료를 계속 사다 날라야 하는데, 고층이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밖에 없는 상황.
거기다 재료가 너무 개성이 넘치니 남의 이목을 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반지하였다.
반지하를 선택하니 그만큼 더 넓을 곳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방 세 개는 금 연성실, 시약 제조실, 창고. 이렇게 구성하기로 했다.
“어때요? 제가 전화로 말한 것과 똑같은 조건이죠?”
부동산 여사장이 말했다.
“그러네요. 그래서 여기가 얼마라 하셨죠?”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70만원이에요.”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할게요.”
이제는 아주 물 흐르듯 협상을 시도하는 수겸이었다.
“어머, 사장님. 요새는 보증금 천만원 낮추고 월세 10만원 올리는 건 비율이 안 맞아요. 여기 집주인분이 무조건 2천만원 받아야겠다고 하실 수도 있어요.”
“여기, 여기, 그리고 저기. 곳곳에 곰팡이 천지던데요?”
집주인 편인 듯한 부동산 사장의 항변에 수겸이 말했다.
“에이.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러세요. 여기가 고층 아파트도 아니고, 반지하인데 그 정도 곰팡이는 어쩔 수 없죠. 아무리 관리 잘해도 어느정도 생긴다고 보셔야 해.”
“그게 아니고. 딱 봐도 방치된 지 오래된 집인데 여기 집주인분은 그냥 빈 집으로 두는 편이 좋다고 하시던가요? 아니면 제가 말씀 드린 대로 받으시고 계약하는 걸 좋아하실까요?”
“아, 아니에요. 여기도 보여달라고 난리가 난 집이야.”
당황했는지 부동산 사장이 무리수를 던졌다.
“훗. 반지하 집이 난리가 났다고요? 장마 때 물난리가 났다고 하면 믿을 법 한데요?”
“에고. 젊은 사장님이 말빨이 보통이 아니네. 있어봐요. 전화 한번 해보게.”
잠시 후 전화를 끊고 부동산 사장이 나타나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좋습니다. 바로 계약하시죠.”
“이런 건 또 맘에 드네. 계약은 언제로 잡을까요?”
“오늘이요. 지금 바로.”
“좋아요. 그러면 잠시만.”
“잠시만요. 보증금은 이체 말고 현금으로 드려도 되냐고 물어봐 주세요.”
수겸은 방 밖으로 나가 전화를 하려던 부동산 사장을 붙잡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에 멘 가방 밑 바닥을 툭툭 쳐 현금이 잘 들어있는 지 확인했다.
“된대. 지금 오신다는데. 그럼 가실까?”
“네. 가시죠. 바로 진행되니까 좋네요.”
앞으로 수 없이 많은 금을 만들고, 듣도 보도 못한 시약을 만들 수겸의 작업실이 만들어진 날이었다.
계단을 올라와 밖으로 나가자
기분 좋은 바람에 수겸의 머리가 헝클어졌다.
따사로운 햇빛까지.
무엇 하나 수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