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oved to the SSS-class production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02.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2)
[안전 구역이 해제되었습니다.] [세계탑의 축복으로 5분간 마수들의 움직임이 둔화합니다.] [5분 뒤, 몬스터웨이브가 시작됩니다!]“아, 진짜 돌겠네.”
“조성현 생도, 그럴 시간 없다고 했을 텐데요?”
죄 없는 벽을 걷어차던 조성현이 서영운의 말에 검을 뽑아 들었다.
세 번의 웨이브가 지나갔다.
남은 안전 구역은 두 개. 짧은 시간 만에 일행들은 너덜너덜해졌다.
점점 짧아지는 안전 구역 유지 시간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제 이 지하실도 안전하지 않다.
화살로 문을 부수자, 좁은 계단을 틀어막고 있는 마수 떼가 보였다. 맨 앞에 선 서영운이 도발 스킬로 시선을 끄는 동안 차태양과 조성현이 길을 뚫었다.
일행을 피해 화살을 쏘기 애매했기에 나는 활대를 휘둘러 언데드를 견제했다.
1층으로 올라왔을 뿐인데 몬스터웨이브까지 3분 남았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남은 안전 구역은 어딥니까?”
“2층과 3층에 각각 한 곳씩 있지만 정확한 위치까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흩어지죠.”
“우선 2층부터요. 3층은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놈의 저택은 왜 이렇게 넓은지.
세 팀으로 나뉘어 ㄷ자형으로 3개의 건물이 이어진 저택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차태양의 도깨비마저 손을 보태겠다며 바닥을 굴러다니며 안전 구역을 찾았다.
“여긴 아니고……. 제기랄, 여기도 아니야.”
방문을 여는 손끝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제발 좀 나와라! 끈질기게 들러붙는 마수들을 처리하느라 도무지 속도가 나질 않았다.
“여깁니다. 찾았어요!”
저택 동편을 뒤지던 조성현이 소리쳤다.
중앙부에서 나와 함께 안전 구역을 탐색하던 차태양이 냉큼 나를 자신의 어깨 위에 얹고 뛰었다. 아무래도 아까 서영운이 나를 들고 옮긴 것이 인상 깊었나 보다.
중앙부의 언데드 무리가 동편으로 이동하는 우리를 따라왔지만 둔화된 덕분에 차태양은 별 무리 없이 그들을 따돌렸다.
조성현이 문이 활짝 열린 방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이걸로 5분간은 안심이다.’
방에 들어가려던 찰나, 도깨비가 격하게 딸랑이며 굴러왔다.
“김 서방아, 큰일이야! 저기 가운데 길이 막혀서 덩치 큰 김 서방이 못 오고 있어!”
“서영운 헌터가요?”
[1분 30초 뒤, 몬스터웨이브가 시작됩니다!]우리가 따돌린 언데드 떼가 복도를 막고 있구나. 서쪽 건물에서 넘어올 서영운 생각을 못 했다. 머릿속에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순간 사고가 멈췄다.
상황 파악을 한 차태양이 가만히 서 있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빨리 가요!”
“예, 이동합시다. 조성현 생도도 오세요! 어서요!”
둔화되긴 했으나 그 외의 수치들은 그대로이다. 방어계 헌터인 서영운 혼자 시간 내에 길을 뚫고 오기엔 어려울 것이다.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중앙 건물로 뛰었다.
***
마수 무리 한가운데 갇힌 서영운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A급 탱커도 물량 공세에는 당해 낼 바가 없는지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다.
“왜 오셨습니까. 전 알아서 할 테니 안전 구역으로 돌아가십시오!”
“가오 챙길 여유가 있습니까?”
“김 서방! 내가 다른 김 서방들 불러왔어.”
뒤쪽에서 덤벼드는 언데드를 방패로 쳐내면서도 서영운이 도깨비를 노려봤다.
“하아앗!”
칼을 휘두르는 조성현의 어깨를 밟고 뛰어오른 차태양이 언데드 무리 사이에 착지한 뒤, 거침없이 서영운 쪽으로 다가갔다.
기분 탓일까. 어쩐지 식물형 마수를 상대할 때보다 차태양의 불꽃이 형형히 빛나는 것 같았다.
[30초 뒤, 몬스터웨이브가 시작됩니다!]서영운과 차태양이 합류하자 더욱더 빠른 속도로 마수들이 썰려 나갔다. 나 역시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아 일행을 엄호했다.
조성현과 두 사람이 간신히 합류했을 무렵, 공기가 바뀌었다.
“앞으로 조금이었는데……!”
마수들을 감싼 마력의 흐름이 거칠어졌다.
[몬스터웨이브가 시작됩니다!]내 쪽으로 달려오는 세 사람의 뒤로 언데드 무리가 벌 떼처럼 몰려들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야.
“잠깐만. 저거…….”
순간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라면 어떻게든 될 것도 같다.
마력을 아끼려 비활성화해 두었던 ‘명사수의 눈’을 발동했다. 내겐 보이지 않지만, 홍채 또한 옅은 금색으로 물들었으리라.
목표는 천장에 매달린 채 흔들리고 있는 낡은 샹들리에.
샹들리에의 이음새 중 가장 허술한 부분이 빨갛게 빛났다.
명중률을 올려 주는 보우 어시스턴트까지 사용할 여유는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고정쇠의 크기가 그리 작지 않았다. 이 정도면 시스템 도움 없이 해 볼만하다.
“그동안 쏜 화살이 몇 개인데!”
곧바로 시위를 당겨 고정쇠를 겨냥했다.
[특성 진화로 인해 ‘명사수의 눈(C)’을 대신하여 ‘탐색자의 눈(A)’이 발동됩니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대상의 본질을 파악합니다.]시스템 창을 무시하고 바로 속성 부여를 시전했다.
“3번 슬롯 ‘복제’를 적용.”
[스킬 ‘속성 부여(C)’가 활성화됩니다.– 3번 슬롯 : 복제 (잔여횟수 2)] [당신의 아이템에 특별한 힘이 깃듭니다!]
내게만 보이는 카드 한 장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마력으로 만든 세 발의 화살이 샹들리에의 고정쇠를 때렸다.
샹들리에가 거세게 흔들렸지만 노렸던 대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한 번, 더!”
잇달아 ‘복제’ 속성이 걸린 화살을 발사했다.
한 발, 두 발, 그리고 마지막 화살을 맞은 고정쇠가 부서졌다.
쾅!
거대한 샹들리에가 언데드 무리 위로 떨어졌다.
“나이스 어시스트!”
“김 서방, 멋있어!”
굉음과 함께 유리로 된 수정들이 바닥에 부딪혀 와르르 깨졌다. 당황하여 잠시 머뭇거리던 일행들이 서둘러 나를 들고 동쪽 저택으로 뛰었다.
마수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우리는 간신히 안전구역에 진입했다.
“제정신입니까?”
“기운 빼지 말고 조금이라도 쉬어두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돌아가 있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무리하지 않았다면 서영운 헌터께서 크게 다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저를 걱정할 게 아니라 C급 헌터면 C급답게 빨리 도망갔어야죠. 왜 거기서 나서고 그럽니까?”
이마에 손을 짚은 서영운이 눈을 감았다. 조성현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날 보는 표정이 미묘했다.
좋게 마무리되지 않았는가. 그럼 된 거지. 뭘 그렇게 따지고 드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서영운이 입을 열었다.
“아무튼 도움은 고맙습니다.”
“와! 아저씨,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
악의 없는 말에 서영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절 어떻게 생각하신 겁니까? 라고 투덜거리는 서영운에게 차태양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윤가호 헌터, 마지막 안전 구역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아, 네.”
저기, 그쪽 따위의 호칭으로 나를 부르던 조성현이 처음으로 나를 윤가호 헌터라고 제대로 칭했다. 애써 놀란 기색을 숨기며 3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3층의 안전 구역은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3층 곳곳에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다더군요. 공략 당시 그것 때문에 활빈이 꽤 애먹었답니다.”
설명을 들은 조성현이 앓는 소리를 냈다. 기동성 좋은 헌터들로만 이루어진 활빈이 그렇게 말했다면 정말로 까다로운 함정일 것이다.
다음에도 길어 봤자 5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을 텐데 무사히 안전 구역을 찾을 수 있을까? 증원은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거지?
불편한 침묵 사이로 차태양이 작게 속삭였다.
“그것만 쓸 수 있었어도 저런 것들은 한입 거리인데.”
“절대, 절대 안 돼! 마녀 김 서방이 한 말 다 잊어버렸어?”
“마력 수치가 더 오를 때까지는 금지! 나도 기억해.”
누군가를 흉내 내어 말한 차태양이 뜨거운 물에 담근 시금치처럼 축 늘어졌다.
범상치 않은 대화에 조성현이 차태양의 어깨를 짤짤 흔들었다.
“너 무슨 수라도 있는 거야?”
“못 한다니까!”
“버르장머리 없는 김 서방 같으니라고! 태양이 괴롭히지 마!”
“차태양 헌터, 방법이 있는 겁니까? 설명이라도 해 주세요.”
조성현의 채근에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었던 차태양이 내 설득에 말문을 열었다.
“저승에 속한 것들을 돌려보내는 광역 스킬이 있어요.”
“야, 너 그런 스킬 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말하는 건데!”
“무식하게 소리 지르지 마! 태양이가 일부러 안 쓰는 줄 알아? 쓰면 안 되는 거라고!”
“소리 말대로 지금은 못 써요. 마력 수치가 부족해서 잠겨 있는데, 억지로 사용했다간 며칠간 정신을 못 차릴 거래요. 제 재능과는 거리가 먼 스킬이라 그렇다고 했어요.”
이 상황에 딱 맞는 스킬이다.
능력치가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한다니. 특성 부가 스킬이라도 되는 건가?
전투 스타일로 미루어 보건대 차태양의 능력치는 근력과 민첩에 편중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 말하는 스킬은 마력계인가보지.
간혹 이런 부가 스킬이 있단 얘긴 들었는데 하필 차태양이 그런 케이스일 줄이야. 이런 경우 보통은 장비로 부족한 능력치를 채우거나, 수련을 통해 차차 능력치를 성장시킨다.
“마력 수치가 얼마나 부족하죠?”
“12요.”
차태양이 말한 수치를 듣자 더욱 아쉬웠다. 좋은 마력계 장비 하나만 있어도 메울 수 있는 정도인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나는 미련을 버렸다. 차태양이 기절하면 곤란했다. 당장에 그를 옮기기 위해 한 사람의 손이 묶이는데다가 조성현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그거라면!”
문득 이번에 얻은 스킬이 떠올랐다. 인챈트.
‘그 스킬로 차태양의 마력 수치를 증강할 순 없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괜히 시도했다 차태양의 장비가 파괴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주요 전력을 깎아 먹을 순 없는 노릇. 무모한 짓을 할 때가 아니다.
[안전 구역이 해제되었습니다.] [세계탑의 축복으로 5분간 마수들의 움직임이 둔화합니다.] [5분 뒤, 몬스터웨이브가 시작됩니다!]“이야기할 시간이 없군요.”
방을 감싸고 있던 따뜻한 빛이 잦아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방금과 똑같이 5분이 주어졌다. 이 이상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떨어뜨린 샹들리에 때문에 3층으로 가는 계단이 막혀 창문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
방을 나서자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윤가호 헌터?”
복도에 깔린 타일 곳곳이 붉은색으로 빛났다.
바닥뿐만이 아니었다. 창가에 놓인 화병, 복도 끝에 걸린 태피스트리, 몇몇 방의 문고리까지.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