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대련(1)
연화 길드의 대련장.
구슬땀을 흘리는 서클 나인 일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재현의 지휘 아래, 곧 이어질 야외 합숙 이벤트를 대비하고 있다. 각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강점을 부각하기 위한 일종의 단련 과정을 거치는 중.
참고로 훈련의 강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론, 재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어차피 선생님도 있는데 뭐. 힐로 적당히 치료해주면 되지.
죽기 직전까지 굴려주마.’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훈련하는 동료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정! 너는 서포트 능력은 출중한데 단일 화력이 너무 부족해. 좀 더 마력을 응축해서 쏘는 법을 익혀.”
“엉. 알았어.”
“이나는 좀 더 유연하게 사고하는 게 좋아. 직감뿐만 아니라, 적이 변칙적으로 움직일 때를 대비해서 미리 캐스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좀 더 전투할 때 수월해지거든.”
“……응!”
“호연아.”
“어.”
일행을 지도해주던 재현이 불시에 안호연을 호명했다. 안호연은 눈을 반짝이며 재현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자신에게도 그가 직접 지도를 할 생각인 걸까?
‘학년, 아니 전교 1위에 가까운 재현이의 가르침……! 놓칠 수 없지!’
허나, 이어지는 재현의 말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너는 옷 입고 준비해라. 한 판 붙자.”
“……응?”
안호연은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인지 진지하게 의심하며 되물었다.
“혹시 뭐라고…….”
“나랑 검술로 붙자고.”
* * *
검술로 맞붙는다.
이는 자칫, 안호연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느껴질 수 있는 말이었다.
현재 안호연의 검은 신입생들뿐만 아니라 전교에서 따져도 단연 수위급. 2, 3학년 최상위권 생도들과 비견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재능을 타고난, 무투계의 별이라 불리는 생도.
한데, 재현은 마법계임에도 그런 괴물을 상대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검으로.
‘검을 제대로 다뤄 본 적은 있을까?’
안호연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과거 김유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민재현 걔? 원래 무투계였는데 밀레스 입학 직전에 마법계로 바꾼 거야. 금방 적응 못 하고 때려치울 줄 알았는데…… 어느 기점을 지나니까 나보다 세지더라.아, 다시 생각해도 짜증 나네.]
‘재현이는 본래 무투계였다.’
안호연은 자신의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재현은 지금까지 자신의 무투계적 재능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있었던 건가?
배틀메이지. 최근 그를 수식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수식어.
‘사실 처음부터 궁금하긴 했어.’
안호연은 처음 재현을 만났을 때부터 의문을 가졌었다.
어떻게 마법계인 재현이 그토록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무투계에서 왜 마법계로 자신의 지망을 옮긴 거지? 그 정도의 재능이라면 무투계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그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좋아.”
때문에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호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검을 쥐었다.
오래간만에 재현과의 싸움이었다.
비록, 재현이 자신의 실력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검술만을 사용한 대련이지만.
“괜찮겠어?”
안호연이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이었다. 심장이 반복해서 두근거리는 게 느껴지며 온몸에 피가 끓는 듯했다.
김유정이 신이 나 대련장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이나 역시 재현과 안호연의 대련을 지켜보기 위해 잠시 훈련을 멈추고 앞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역시, 불구경보다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지!”
김유정의 말에 서이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유정아, 불이 나면 구경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에이. 뭐, 그건 상관없잖아! 지금은 두 사람이 싸우는 거 구경할 기회니까.”
두 사람이 속닥대는 와중. 안호연이 몸의 마력을 개방하며 말했다.
“아무리 재현이 네가 강해도. 검으로 너한테 져줄 생각은 없어.”
당돌한 말이었으나, 틀린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재현의 무투계 재능은 그저 그렇다. 아니, 되레 안호연의 찬란한 재능에 비하면 흔들리는 촛불에 불과하다.
허나, 재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대련장에 비치된 기본 목검을 꺼내 한 손에 쥐었다. 다행히도 그립감은 나쁘지 않았다.
익숙하고도 묵직한 느낌. 지금까지 다른 마수를 사냥할 때 종종 검을 사용했지만, 지금처럼 검에 진지해진 것은 오랜만이었다.
재현이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은 못 이기지, 나도.”
재현의 의외의 말에 안호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재현이, 싸우기도 전에 패배를 미리 선언한다고?
하나, 이어지는 말은 안호연의 투쟁심에 불을 붙이기 충분했다.
“하지만 한 달만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질걸?”
재현이 웃으며 검을 겨눴다.
동시에.
채앵!
순식간에 도약한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히며 불꽃이 인다.
목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파괴력에, 구경하고 있던 서이나와 김유정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살벌하네.”
김유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 두 사람. 아무래도 손속의 자비를 두지 않을 모양이었다.
“못해도 하나는 죽어나겠네.”
허나, 김유정으로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여기서 딱 감자 칩만 있다면 최곤데 말이야.’
생각하던 그때.
―액티브 스킬 《무의 극의》를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청화백검(靑火白劍)》을 발동합니다.
안호연의 검이 재현을 찢어발길 듯 자신의 새하얀 이를 드러낸다.
《청화백검(靑火白劍)》.
안호연이 최근 익힌 스킬 중 하나로 무려 A급 스킬이었다.
푸른 불꽃과 하얀 검이라는 뜻을 지닌 이 검은, 안호연의 상성과도 정확히 부합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청화백검은 악인을 벨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검이다. 살인자나 배신자 등. 타인에게 상처를 준 이에게 강한 효과를 드러내는 스킬.’
이건 좋지 않겠는데.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재빨리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검을 피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인벤토리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한 아티팩트를 착용한 채였다.
《글레이프니르의 모조품》.
장착 시 자신의 스탯을 강제로 다운그레이드시키는 아이템.
현재는 개량을 마쳐 재현이 1/3에서 2/3까지 자유자재로 스탯의 폭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유성은에게서 받은 수련 전용 도구.
재현은 안호연과의 싸움에서 저도 모르게 자신의 전력을 드러내지 않도록 이와 같은 아이템을 장착했다.
물론 다른 아티팩트 역시 모두 해제해 두었다.
이 정도라면 현재 안호연의 스탯과도 거의 비슷한 수준.
여기서부터는 순수 검술과 스킬의 격돌이었다.
‘나도 이편이 수련에 훨씬 도움이 되니까 말이야.’
그때.
스걱!
안호연의 청화백검이 재현의 몸통을 향해 휘어져 들어왔다.
재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강하다!’
검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기민하게 파고 들어와 사각을 찔러오며, 재현의 약한 곳을 집요하게 노려온다.
아티팩트의 힘으로 약해진 재현의 옷깃이 매끄럽게 베어졌다.
재현은 생각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안호연은 성장했어.’
안호연은 이미 생도 수준은 오래전에 뛰어넘었고, 아마 조금만 지나면 회귀 전 자신이 이루었던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멘탈이 약했던 당시에는 달성할 수 없었던 S급의 고지에도 충분히 다다를 수 있겠지.
물론, 그렇다 해도 재현보다는 한참 늦은 시점이 되겠지만.
‘역시 검 하나는 타고났어.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재현이 웃었다.
그는 몸을 굴러 안호연의 공격을 회피한 뒤 가볍게 숨을 골랐다.
‘아무래도 글레이프니르의 페널티가 확실한 모양이네. 안호연의 검…… 감각으로 피했을 뿐 제대로 보고 움직이지 못했다.’
아마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의 검에 살갗을 베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스레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이었다.
한편, 안호연 역시 입술을 짓씹으며 재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강하네. 재현이 넌.”
안호연의 몸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청화(靑火). 이는 과거 신검 합일을 사용했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약한 기운이었으나, 예전과 비교해 훨씬 정제돼 있었다.
그때의 주체할 수 없이 일렁였던 불안한 촛불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흐름 그 자체가 된 듯한.
재현이 저도 모르게 검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날 이길 생각으로 검을 부딪치고 있다.’
재현이 입꼬리가 사정없이 치솟는다.
그때.
돌연 안호연의 발이 움직이며, 그의 입에서 살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재현이 너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지? 원래 실력의 반…… 아니 1/3 수준인가? ……하지만.”
그렇게 말하던 안호연의 신형이, 갑작스레 재현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뭣……!’
재현이 당황한 채 주변을 훑으며 마나 감지를 발동했다.
거의 동시에.
서걱!
빛을 머금은 안호연의 목검이 재현의 어깨를 갈랐다. 채 보이지 않는 일격.
“흡!”
안에 입고 있던 갑주가 푸른빛과 함께 서서히 갈라지더니, 이내 균열이 생긴다.
쩌적……!
어깨 위로 핏방울이 맺힌다. 재현의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막대한 마력이 터져 나오며, 재현과 안호연의 시선이 잠시 부딪혔다.
“그 정도로는 내 검을 못 꺾어. 적어도.”
안호연이 웃으며 이었다.
“실력의 반은 드러내야 할 거야.”
“……확실히.”
재현이 짙은 미소를 머금은 채, 검을 치켜들어 안호연을 향해 겨눈다.
재밌다.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현은 순순히 인정하며 제 몸의 마력을 정확히 절반 개방했다.
그의 눈꼬리가 반달처럼 휘어진다.
“강해졌네. 안호연.”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다시 맞부딪힌다.
막대한 마력의 기파가 두 사람을 감싸며 세찬 마나의 회오리를 만들었다.
* * *
‘……저게 대체 뭐야? 쟤들이 진짜 생도. 그것도 신입생이라고?’
김유정은 두 사람의 전투를 보며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중이었다.
안호연, 그리고 재현의 성장은 자신이 상상했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최근 이나도 뭔가 잘 먹었는지 갑자기 실력이 엄청 늘었지…… 근심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대체 얘들은 뭐길래 이렇게 빠르게 휙휙 성장하는 거야?!’
이해 불가한 일이었다.
자신도 천재 소리를 들으며 마법계에 입문한 생도였다. 비록 저들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것은 사실이나, 밀레스 아카데미 역대로 범위를 좁혀도 김유정의 재능은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되레 타이밍만 좋았다면 수석자리도 차지할만한 성적.
하지만 서클 나인의 동료들은 과거의 천재들조차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과거 밀레스를 졸업한 A급 상위 마법사, 검사를 넘어 S급에 도달할 재능.
김유정은 저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두 사람의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저 위치에서, 저들과 함께 계속 싸우고 싶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뒤처지고 말겠지.
‘그렇게 되는 건 싫어!’
서이나 역시 보조 계열 스킬에만 익숙한 자신과 달리 훌륭한 딜링기를 가지고 있다. 알프헤임의 검. 무려 고유 스킬이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동료들에게 묻어가는 그저 그런 레이더가 되지 않을까.
김유정은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허나, 그녀는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담아두는 편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녀는 의지를 되새기며 다짐했다.
‘어떻게든 따라잡아…… 는 힘들 거 같고,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까진 성장해야겠어.’
그녀는 두 사람의 전투를 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현, 서이나, 안호연, 그리고 자신.
여기에 이재상과 권소율, 아직 밀레스에 입학한 후배는 아니지만 서아현까지.
김유정은 이들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는데 별안간.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아크 메탈로 된 연무장 바닥이 움푹 파였다.
마력을 주입하면 원래 모습으로 복귀된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파괴된 바닥.
김유정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무슨……!”
후우우웅!
장엄한 마나의 폭풍이 연무장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이윽고 드러난 전모.
그곳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믿기 힘든 결과가 펼쳐져 있었다.
“하…… 역시. 호연이 널 검술로 이기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
대자로 팔다리를 벌린 채 바닥에 드러누워 중얼거리는 재현.
김유정과 서이나, 안호연 모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재현이가…… 졌다고?’
뇌리에 새겨진 충격적인 전경에 이들은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허나, 승자가 된 안호연은 되레 화가 난 듯 차가운 얼굴로 재현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히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 허나, 직감적으로 그는 깨달았다.
이번 전투는,
나의 패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