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17
216화 니드호그(3)
챙그랑!
목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거친 폭발음에 재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어 그의 손으로부터 뻗어 나온 마력의 실이, 필드의 경계면을 조각내 여러 개의 구획을 나눈다.
적의 마법에 개입해 이를 무로 되돌리는 스킬. 이는 재현의 주특기 중 하나였다.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유리처럼 깨어진 마법의 파편이 흩어지며 재현의 머릿결이 날린다.
잔잔히 내려앉은 흑발에 고요가 깔렸다.
“하아…….”
재현은 차분히 호흡을 고르며 자신의 상황을 반추했다.
‘이걸로 절대 연산은 더 쓸 수 없다. 마력은 한정적이야.’
니드호그의 브레스는 처음 상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강해져 있었다. 덕분에 재현은 자신의 계획을 일부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가장 먼저 니드호그가 쏘아냈던 브레스는 어디까지나 신격해방 2단계의 위력.
하지만 조금 전 자신에게 날아든 것은, 무려 3단계에 해당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재현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위력의 마법에 손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필연적으로, 남은 두 번의 공격에서 재현은 자신의 기지를 발휘해야 했다.
물리적인 방어력만으로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부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찾고 전투에 임하지 않으면 곤란했다.
[첫 번째는 정석적인 방법으로 막아냈군. 하지만 그 스킬에 너무 의존하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니드호그는 신이 난 듯 말하며 거대한 발톱을 움켜쥐었다. 그는 지금의 전투가 즐거워 견디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재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무슨 뜻이지?”
지금 네가 그러한 것처럼.]
‘……역시 눈치챘나.’
니드호그는 이미 재현이 절대 연산을 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뒤였다.
그가 이었다.
[명심해라. 절대 연산은 약한 상대에게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신화적 존재와의 싸움에서는 그리 큰 효율을 발휘하지 못한다.설령 오딘이라 할지라도, 한 존재가 운용할 수 있는 마력은 한정적이니까.]
니드호그는 다시 한번 브레스를 준비했다. 틈을 주지 않는 두 번째 공격.
이는 다시 한층 더 강해진 위력이었다.
그가 웃었다.
[그럼, 두 번째다.]니드호그의 입에서 처음과 같은 브레스가 터져 나왔다.
허나, 기습을 당했던 조금 전과는 명백히 다른 상황이었다.
다음 공격이 이어지기 전. 재현에게는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있었다.
또한, 그는 이미 어떻게 다음 공격을 막아낼지 생각을 마친 뒤였다.
화르르르!
불순물이 뒤섞인 독극물 브레스가 재현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온다.
재현은 즉시 마력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한계에 가까운 마력을 운용해 적의 브레스를 막아낼 준비를 했다.
[멍청하긴! 네가 막기에는 너무 거대한 마력이다!]“그건 해 봐야 아는 일이지.”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지이잉!
그때였다.
갑작스레 거대한 마력의 태동과 함께, 흐베르겔미르 인근의 지면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콰콰콰콰!
샘의 수면이 일그러지며, 깊은 곳으로부터 막대한 수압의 물기둥이 솟구쳤다. 이는 서로 부딪히며 거친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아티팩트 《바다의 정수》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어느새 생성된 소용돌이는 점차 몸집을 키우며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물의 입자는 재현의 눈앞에서 응축되었다. 그것은 마치 재현을 지키려는 것처럼, 원을 그리며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런……!]니드호그가 탄식을 내뱉었다.
이어 소용돌이와 드래곤의 브레스가 맞부딪혔고.
콰앙!
거대한 폭음이 쏟아졌다.
솨아아아아!
폭발음이 걷힐 때쯤엔, 천장으로 솟구친 물기둥이 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증기에 의해 시야가 약간 가려진다.
니드호그가 경악한 표정으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대적자. 처음부터 호수의 물을 이용할 생각이었던 건가? 수속성 공격이 독속성 브레스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서?’
짧은 찰나에 필드의 정보를 읽고, 이를 마법으로 구현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허나, 눈앞의 대적자는 이를 훌륭히 해냈다.
무려 신격해방 3단계인 자신의 브레스에 지레 겁먹지 않고 침착하게.
니드호그는 점점 더 그에게 흥미를 느끼며 마지막 브레스를 준비했다.
그의 두 눈동자에 호승심이 깨어나며, 눈앞의 대적자를 향해 맹렬히 타오른다.
그 순간, 재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남은 건 한 번인가?”
* * *
‘마지막 브레스에는 더 강한 위력을 실어, 어떻게든 대적자에게 좌절을 느끼게 해 주겠다! 압도적인 힘 앞의 무기력을 말이야!’
니드호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재현을 보았다. 조금 전 대적자의 충격적인 대응에 자신도 열이 오른 탓이다.
참고로, 그가 지금처럼 재현을 견제하려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든 패배와 좌절이 필요한 법이니까.’
니드호그는 대적자에게 새로운 시련을 주고 싶었다.
그가 생각할 때 재현은 지금껏 실크로드를 밟아왔다. 정해진 퀘스트만을 클리어하며 지금까지 강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이는 대단한 오해였다.
니드호그로서는 재현이 얼마나 피튀기는 삶을 살아왔는지 모르기에, 쉬이 내린 속단이었다.
그는 의외로 고지식한 부분이 있었고, 이는 때로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은 다른 것은 믿지 않게 했다.
때문에. 사소한 오해를 한 니드호그는 대적자를 시험하기로 했다.
이둔이 대적자에게 준 퀘스트의 조건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인정.
본래 약속대로라면 신격해방 2단계에서 더는 힘을 개방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이둔을 비롯한 다른 반 에시르 신좌와 그렇게 이야기가 돼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적자를 직접 만난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와의 전투로 타올랐고, 대적자의 가치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패배를 경험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대적자의 그릇을 알 수 있겠지.’
그것이 바로 니드호그의 결론이었다.
한편, 재현은 여전히 침착했다.
마지막 브레스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충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인간과 드래곤의 격차이는 하늘과 땅.
재현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 정면으로 승부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또한,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라도 막아낸다. 그뿐이야.’
[마지막 공격이다. 떨리나?]“약간.”
재현은 그렇게 말한 뒤, 심호흡을 했다. 다행히 양심은 있는지 마지막 공격까지 기습은 아니었다.
다만, 니드호그는 전보다도 더 강해진 브레스를 준비할 뿐이었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점점 브레스가 강해지고 있잖아.
처음 내기할 때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괜찮다. 내가 피곤할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군.]니드호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시시껄렁한 농담을 했다. 그는 재현의 미간이 사납게 구겨지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의 개그가 하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니드호그는 적당히 말한 뒤, 곧 브레스를 쏘아낼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재현이 사용하던 바다의 정수가 갑작스레 빛을 잃었다.
이어 호수의 물이 금제가 걸린 것처럼 제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니드호그가 마력을 억제해서 흩어버린 것이었다.
니드호그는 웃으며 이었다.
[두 번이나 같은 수법에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물은 사용할 수 없어.어떤가, 지금이라도 포기할 테냐?]
“아니. 처음부터 두 번이나 같은 수법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화르르르!
바로 그때. 드래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마침내 최후의 브레스가 타오르며 재현을 향해 날아든 것이다.
허나 어쩐 일일까.
재현은 피할 생각조차 않고 쏘아지는 브레스를 가만히 주시할 뿐이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맹렬히 사고를 이어가고 있었다.
‘니드호그의 브레스는 강하다. 신격해방 3단계의 공격.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막을 수 없어.’
하지만 막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지?’
니드호그가 보여주는 마법은 이미 자신이 지금까지 봤던 모든 것을 뛰어넘고 있었다.
재현은 호흡을 가라앉히며, 서서히 뿜어지는 보랏빛 불길을 바라보았다.
―주의! 사용자의 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등급의 마법입니다.
―당장 전투에서 이탈하십시오!
니드호그의 마법. 이는 시스템마저 경고해올 정도로 압도적인 무위를 자랑했다.
격을 상당 부분 잃었던 파프니르 때와는 사뭇 다른 파괴력.
허나.
‘찾아야 한다. 브레스를 막아낼 방법을. 니드호그도 이겨낼 수 없는 시련을 내게 주지는 않았을 거야.
언제나 답은 있다.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크릉!
“재현 군!”
파피와 헬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재현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때. 재현의 사고가 한계까지 가속하며, 주위 사물이 모두 멎은 듯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열린 아가리에서 불길이 치솟고, 주변의 마력을 모조리 태워버리며 자신에게로 서서히 날아든다.
느리게, 그리고 선명하게.
그럼에도 재현은 멈추지 않고 생각을 이어갔다.
그렇게, 아주 찰나의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갔다.
브레스는 이제 재현의 몸통에 닿기까지 약 2m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니드호그가 혀를 찼다.
‘대적자…… 저놈이 실성한 건가? 아무리 내가 힘을 조절했다고는 해도, 무려 신격해방 3단계의 위력이다.
저걸 맞으면 최소 사흘은 일어나지 못할 터인데…….’
처음부터 피하라고 작정하고 쏘아낸 브레스가 아닌가.
자신이 기대하던 재현의 반응은, 무력함을 깨닫고 도망치는 것. 니드호그는 그것이 대적자를 성장시킬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재현은 결코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마치 아름답다는 듯 타오르는 불꽃을 관조하고 있을 뿐.
사위가 환한 불꽃으로 눈을 멀게 하는 그 사이에서.
침묵하던 재현이 마침내 미소 지었다.
‘이제 알았어. 마법이란 연속된 언어 체계. 그 흐름 속에서 힘을 발휘한다.
또한 그렇다는 것은, 언어 자체의 연쇄를 끊어내면 마법은 무력화된다는 뜻이지.’
생각하던 재현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손에 쥔 니드호그의 송곳니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다시 시간이 가속되었다.
막혀 있던 귀가 트였고, 주변의 노이즈가 귓바퀴를 맴돈다.
이어 순식간에 재현의 지척까지 날아든 브레스가 성난 마력을 흩뿌리며 그를 집어삼키려 든다.
이를 지켜보던 헬라의 눈에 염려가 깃들었다.
“재현 군! 당장 움직여요! 지금이라도 피하면 어떻게든…….”
헬라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충격적인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감았다고?”
재현은 공격을 피하는커녕 눈을 감았다. 그는 전신의 감각을 집중했다.
‘마력의 움직임이 선명히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움직임이.’
해일처럼 자신을 덮쳐오는 마력.
재현이 이를 느끼며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은 찬연한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한 빛을 뿜는 눈동자 너머.
재현에게는 보였다.
니드호그의 브레스가 마치 엉킨 실타래처럼, 무수히 많은 마력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또한 그는 보았다.
셀 수 없는 선 사이로 어렴풋이 드러나는 미세한 틈을.
재현이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마법을 구성하는 룬문자 하나하나는 실이었고, 이로 인해 발동되는 마법은 실타래였다.
문자가 얼기설기 얽혀 하나의 유형화된 형태를 이뤄내는 것. 그게 마법.’
사고가 미치는 것과 동시에, 재현은 과거 한 기억을 떠올렸다.
때는 모의 던전 당시.
그는 처음으로 오딘의 까마귀와 조우했고, 이를 상대하며 ‘마력의 실’을 보았다.
코볼트 로드와 연결돼 있던, 녀석에게 계속해 마력을 주입하던 실.
재현은 이를 베어내며 코볼트 로드의 재생을 멈췄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검을 들었다.
‘내가 착각하고 있었어. 마법은 베어낼 수 없다고. 그렇게만 생각했었지.
하지만 아니었어. 마법은 연속된 흐름. 즉 실타래다. 매듭을 베어낸다면, 마법은 무위로 돌아가게 되지.’
광소를 지으며, 손의 마체테 나이프를 그러쥐었다.
‘그렇다면, 검으로도 충분히.’
촤아아아앗!
“벨 수 있다.”
단검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검로를 남기며, 니드호그의 송곳니가 왼쪽 하단에서 오른쪽 상단으로 그어졌다.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처음으로 터져 나온 것은 헬라의 경악성이었다.
“무슨!”
재현은 단검을 손에 쥔 채, 니드호그의 브레스를 정확히 양단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니드호그의 브레스를…… 베어냈다고……?”
재현을 집어삼킬 듯 쏘아진 브레스가 두 개의 줄기로 나뉘어 그의 뒤편으로 날아가 벽에 꽂힌다.
콰아앙!
굉음이 터져 나왔고, 재현은 약간 떨리는 손으로 쥔 단검을 보며 미소지었다.
어느새 니드호그가 충격에 빠진 몰골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설마…… ‘마력의 결’이 보이는 것이냐?]그의 말에 재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마력의 결? 그게 뭔데?”
[이런 미친 새끼를 보았나…….]드래곤의 욕지거리가 흐베르겔미르의 텅 빈 공동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들려온 음성 메시지에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의 새로운 효과가 파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