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37
236화 타락한 정령의 주인(2)
그릉!
파피가 재현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 뛰쳐나와 동료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신도 함께 싸우겠다는 의미였다.
재현은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맡겨 두라는 듯 앙증맞은 앞발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치며 콧김을 뿜었다.
“저건…… 드래곤?”
정찬은 미간을 좁힌 채 앞에 선 파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좀처럼 매칭이 안 되는 그림이었다. 그가 멍한 표정을 짓는데, 재현이 웃으며 턱짓했다.
“내 펫이야. 걱정할 거 없어.”
“……예?”
정찬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뇌까렸다.
드래곤이 인간의 펫이 된다고?
강아지처럼 귀여운 생김새를 갖고 있으나, 파피는 틀림없는 용이었다.
비록 발바닥이 핑크 젤리로 되어 있지만, 비늘도 갖고 있고 날개도 달려 있었다.
일반적으로 레이더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꼽히는 드래곤.
그런 녀석을 민재현은 길들였다는 말인가?
‘미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여전한 불신의 눈으로 재현을 보고 있었다.
그가 전투에 나선다면 또 모를까. 그들의 동료들만이 전투를 치른다고?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하지만 재현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그때, 서클 나인의 멤버들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동시에 피어올랐던 연기가 걷히며 마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스스스…….
시야를 가리고 있던 것들이 모두 걷히고 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뿌리였다.
재현이 미간을 좁혔다.
“재생형 마수다. 모두 조심해. 수가 한둘이 아니야.”
그의 말에 동료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경계를 바싹 세웠다.
재생형 마수.
이는 말 그대로 재생 능력이 매우 뛰어난 몬스터를 일컫는 말이다.
주로 주변 대기의 마력을 흡수해 자신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이들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마수가 트롤. 그리고 지금 이들의 앞에 있는 움직이는 나무 엔트다.
“엔트는 한 번도 상대해 본 적 없는데…… 확실히 수도 많아.”
김유정이 혀를 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의 수는 어림잡아도 스물은 넘어 보인다. 하긴, 보스 몬스터가 친히 마중까지 나온 시점인데 그게 큰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일단 진형 D로 가자.”
안호연의 말에 동료들이 일사불란하게 위치를 바꿔 섰다.
D 진형은 과거 재현이 고안해 이들에게 전수해준 것으로, 마법 공격에 특화된 포진이었다.
‘호연이가 전방에 서고. 그 뒤에 스킬의 딜레이가 없는 이나와 김유정이 공격해 들어가는 진형이지. 파괴력이 있고 빈틈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고.’
직접 이 진형을 만든 만큼, 재현은 이 진형이 얼마나 큰 파괴력을 지닌 지 잘 알고 있었다.
D 진형은 잘만 활용한다면 A급 이상의 던전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배치. 실제로 이는 재현이 회귀 전 전장을 구르며 학습한 끝에 개선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진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 진형은 레이더 개개인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포지션이니까.’
최소 마지노선은 B급 레이더 중위. 지금 재현의 동료들이 이를 완벽히 수행한다는 것은 결국, 그들의 성취가 B를 넘어서고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하긴, 이둔의 황금 사과까지 먹은 동료들이다.
원래부터 재능은 압도적이었던 만큼, 그 정도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말이야.’
재현은 여전히 돌에 걸터앉은 채 이들의 전투를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었다.
츠츳!
가장 먼저 전투에 나선 것은 역시 안호연이었다.
재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호연이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제 검을 세운 뒤, 다가오는 엔트 무리를 향해 달렸다.
재현의 눈가가 가늘어지며 입가에서 저도 모르게 당혹성이 터져 나온다.
“……탱커 포지션이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처음 재현이 고안해 전해 준 D 진형과는 전혀 다른 노선이었다.
안호연의 선택은 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재현조차 당황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동료들을 보호하며 시간을 끄는 게 일반적인 탱커의 역할이다.
비록 안호연이 검에 능통하고, 강한 스킬을 여럿 보유하고 있더라도. 결국에는 마법의 파괴력을 따라올 수 없었다.
하지만 일행들은 안호연의 행동에도 당황하지 않은 채, 씩 미소 지을 뿐이었다.
재현은 저도 모르게 확신했다.
그들에게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그리고 생각과 함께, 재현이 전혀 예상치 못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군을 보호해야 하는 안호연이 적들 사이로 침투했고, 김유정이 전위에. 서이나가 가장 뒤편에 섰다.
스위칭. 서로의 위치를 바꾸며 적을 상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명백히 이상했다.
스위칭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레이더의 클래스가 같을 때. 쉽게 말해, 무투계끼리. 혹은 마법계끼리 하는 게 정상이다.
기본적으로 파티란 저마다의 역할이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재현의 동료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동료들을 지켜야 하는 안호연이 최전방에, 김유정과 서이나가 각각 방어에 용이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대체 이게 무슨 전술이지?
재현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재현의 당황한 모습을 보며 안호연이 씩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이 기괴한 작전을 생각해냈던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 * *
재현이 갑작스레 모습을 감춘 뒤.
한동안 서클 나인의 멤버들은 합동 훈련을 거듭하며 실력을 키워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현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의 곁에 설 만큼 강해져서 그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인지는 잘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동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때문에 둘러 모인 동료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수업에서 들은 레이더의 마음가짐과 이를 실천하는 방식.
이는 고리타분했으며 생존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들은 야외 합숙이라는 거대한 이벤트. 그리고, 미지의 생명체인 헤임달과의 조우로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들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전투 시 사용할 새로운 진형을 고안하기로 했다.
개개인의 역량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새로운 전술을 만든 것이다.
이는 마치 축구의 한 전술과 같았다.
예전, 현대 축구가 발전하기 이전. 과거에는 수비와 공격의 위치가 명확했다.
당시에는 각 포지션 간의 개인주의가 좀 더 확고히 자리를 잡던 시대였고, 이는 곧 선수의 당황으로 이어졌다.
수비는 공격 상황에서 손을 놓고 구경을 하고, 공격은 수비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어느 팀의 한 축구 감독은 새로운 전술을 고안하기로 했다.
토탈 사커.
전원이 공격하고, 전원이 수비한다.
포지션으로 그 위치가 구분되어 있지만, 이들은 결국 하나의 목적.
즉 골과 승리를 위해 움직였다.
이는 축구의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켰고, 팀에 영광을 주었다.
서클 나인 역시 이러한 방식의 전투를 채택했다.
명확히 포지션을 구분하며 싸움에 임하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노출한다는 의미.
이는 여차할 때 서로 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 없어.”
안호연이 그렇게 말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과 동료들 역시 더욱 강해지고 있다.
비록 재현만큼 강해지려면, 아직도 한참은
* * *
“저건…… 대체…….”
재현이 탄식을 내뱉으며 동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데, 별안간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네가 없는 동안 쟤들도 놀고 있었던 건 아니거든.”
권소율이 어느새 재현의 곁에 다가오며 말했다.
그녀는 이재상과 마찬가지로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단도를 이용해 적이 이재상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거리를 재고 견제하는 것에 집중할 뿐.
이는 효과적인 판단이었다.
포션을 지닌 자는 즉 보급을 담당하는 자.
그가 무너진다면, 오래 전투를 지속할수록 불리해질 수 있었다.
―액티브 스킬 《청화백검》을 발동합니다.
화륵!
안호연의 검 끝으로부터 청화가 타오른다. 이는 전보다 훨씬 더 커진 상태다.
아무래도 재현이 없는 그간 동료들이 더 성장했다는 것은, 지나가는 말로 한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권소율은 괜히 자신이 뿌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훙!
안호연이 다리에 힘을 실어 적의 배후로 기민하게 이동한다.
그의 눈빛이 흉흉하게 빛났다.
‘엔트는 회복력이 트롤만큼이나 강한 녀석이다. 상대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거야. 일단은 수를 줄이는 게 먼저야.’
안호연이 검에 힘을 실었다.
서걱!
보스의 앞을 지키고 있던 엔트 한 마리가 파편을 튀기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재현은 충격에 빠진 몰골로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선배 말대로 많이 세지긴 했네요. 엔트가 한 방이라니.”
엔트는 A급 마수다. 아직 생도인 이들이 상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수준.
최소 B급 중에서도 최상위가 아니고서야, 일검(一劍)으로 처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파괴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들의 회복력을 뛰어넘는 수준의 공격을 넣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체감한 것은 안호연뿐만이 아니었다.
알프헤임의 검을 발동한 채, 전방에 선 서이나 역시 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김유정의 경우는 조금 전, 재현과 함께 정령을 사냥하며 이미 충분히 놀라서 더 놀라운 것도 없었지만.
서이나가 자신이 구현해낸 알프헤임의 검을 바라보며 힘을 실었다.
서걱!
마수 한 마리의 목이 베어져 바닥에 떨어진다.
무려 A급의 마수가 종잇장처럼 쉽게 베어져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은 아니었다. 전에 권소율이 재현이 나눠준 사과 덕분에 마력이 올랐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찬 역시 같은 생각을 하며 재현과 그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새끼들…….”
재현만 괴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찬은 어째서 그가 조금 전,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여유로웠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저들은 최소 B급 중에서도 상위에 올라 있는 실력자들이다.
이미 그 무위로만 봤을 때는 성인 레이더를 웃도는 수준인 것이다.
‘나는 A급이지만, 무력만으로 그 자리에 오른 건 아니야…… 인정하기 싫어도 저들의 실력이 나보다 뛰어난 건 분명하다.’
그는 이를 악문 채, 그들의 전투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유정이 《오버 플로우》를 발동해 동료들의 스킬의 위력을 증가시켰고, 안호연이 배후를 파고 들어가 검으로 전장을 휘젓는다.
이어 서이나가 알프헤임의 검으로 적을 연이어 도륙한다.
삽시간에 엔트의 절반 가까이가 정리되어 바닥에 파편을 흩뿌렸다.
“하지만…… 끝은 아니야. A급 마수의 저력은 이게 다가 아니니까.”
재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앞의 보스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자신의 부하들이 쓸려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듯 보였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겠지.
지성을 지닌 마수인 만큼, 보스 몬스터는 영리했다.
재현은 그를 보며 눈가를 좁혔다.
곧이어.
그아아아아……!!
보스 몬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