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74
273화 공공의 적(2)
기말고사의 실기가 치러지는 장소인 이곳 아공간.
여긴 무수히 많은 던전과 아티팩트가 숨겨져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더, 이들의 본질이 무엇인가?
마수를 사냥하고,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물론 있지만, 보물을 쟁취하는 것!
그게 레이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근본이었다.
때문에 학원 측에서는 생도들이 아이템을 찾을 수 있도록, 아공간에 갖은 장치를 해 두었다.
재현은 과거 중간고사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쓸 만한 아티팩트의 수색을 위해 나서려는 것이다.
“내가 갈게.”
안호연이 선언했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일원은 일단 남기로 했다. 이재상의 포션이 있기에, 따로 힐러는 데리고 가지 않기로 했다.
생도끼리 싸울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24시간.
그게 모두 지나면 다른 세력들이 다시 이곳을 급습하려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마 다음 공격은… 살아남은 두 세력의 협공이겠지.
조금 전, 정현과 강주협이 검을 나누던 모습.
거기서 재현은 한 가지를 확신했다.
‘정현과 강주협. 둘은 손을 잡았다. 들키지 않으려고 싸우는 척을 한 것뿐이지.’
조금 전의 전투에서 정현은 진심으로 강주협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마 진심으로 싸웠더라면, 둘 중 한 세력의 탈락 메시지가 들려왔을 것이다.
높은 확률로 강주협이 패배했을 가능성이 크겠지.
어쨌든 자신은 정예를 데리고 나온 것이지만, 정현의 경우는 달랐다.
삼림 전체가, 그의 필드 아니었던가.
정현의 창병대는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그 실력이 상당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수준이었다.
한데, 그 상황에서 어떤 세력도 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결국, 재현과 성은 서클.
즉, 흑 세력을 치기 위해 그들이 담합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너희 둘로 괜찮을까? 그게 위험할 수도 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선배는 당연히 나랑 같이 가야지.”
권소율의 물음에 재현이 태연자약하게 그렇게 답한다.
권소율은 당황했다. 올려다본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굉장히 뻔뻔스러운 시선이었지만, 워낙에 자연스러웠기에 아무도 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그녀가 한숨으로 답을 했다.
“알았어. 어쨌든 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 간이 던전 공략에는 우리 세 명이 가는 거로 하자.
대신, 나 포인트 좀 더 챙겨주고. 알았냐?”
“나머지는 이곳 초소를 지켜줘.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심하고.”
“…응.”
“맡겨줘.”
“걱정 안 해도 잘할 거거든!”
재현의 걱정에 일행은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한지안은 빠른 판단을 내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서클 나인. 처음에 봤을 때보다 이들은 더 단단해져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이들이 팀을 이룬 것은 고작해야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이들은 함께 서클에 들고, 갖은 사건의 해결을 도맡으며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이다.
성은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속도라면 이기는 게 불가능하겠지.
게다가 지금은 전성기에서 약간 그 위치가 내려와 있기도 하니까.
…빚도 좀 있고.
“지안 선배. 할 이야기가 있는데 잠깐 이쪽으로.”
“아, 응.”
그런 생각을 하는데. 별안간, 재현이 그녀를 불러 자신의 곁에 오게끔 했다.
재현은 다른 사람이 듣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팀에 스파이가 있습니다.”
“…뭐, 뭐엇!?”
“제가 돌아오는 동안 찾아서 정리해 주세요. 확실하게.”
재현은 그렇게 말한 뒤, 손을 휘휘 저었다.
던전의 공략을 위해서는 지금 출발하는 편이 옳았다. 그는 포인트를 약간 투자해 공략대가 먹을 음식과 갖은 물품을 챙겼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내는 거라면 조금 더 신경 썼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자신의 동료들은 약하지 않고, 자신은 더더욱 그렇다. 그마저도 뒤에 다른 놈들이 따라붙을 것까지 계획하고 구매한 것이니.
뭐, 큰 문제는 없겠지.
“후우.”
재현은 가볍게 숨을 골랐다.
심연의 갑옷 대신 걸친 베리어 조끼와 가시화된 HP 잔량. 그것만이 자신이 학원의 이벤트를 치르고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허나, 그는 어째서일까.
재현은 진짜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 자신의 불완전한 미래의 편린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그나로크.
도래할 종말은 얼마나 처연할까.
아홉 세계의 존망이 걸린 마지막에서. 자신은 과연 예정된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게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재현은 그래도 나아가야 했다.
옳은지, 아닌지조차 분별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그래도 나아가야 했다.
적어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잃는 것보다는 그게 나으니까.
재현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별안간 앞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출발하자. 애들이 위험하지 않으려면 일찍 돌아와야지.”
권소율이 그렇게 말하며 가벼운 장비를 챙겼다. 단도를 주렁주렁 품에 많이도 숨겼다 싶었다. 윗도리부터 허벅지 아래까지.
재현이 피식 웃었다.
“도적으로 전직하셨네요? 그거 잘못된 루트 같은데.”
“…한 대 맞을래?”
[익명11: 아 소율 언니…;; 선 넘네. 아무리 그래도 도적은 좀.] [익명13: 이렇게 한 명이 또 타락 루트를 밟는구나….] [익명98: 돚거 혐오를 멈춰주세요….]채팅창 역시 이들의 대화에 반응하며 분주히 올라오고 있었다.
안호연 역시 심호흡을 한 뒤, 이들의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의 간이 던전 공략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스파이가 있다.
한지안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스파이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를 알아차린 재현 쪽이 몇 배는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지안 언니도 알고 계셨죠? 이 안에 스파이 있는 거.”
김유정까지 그렇게 말해오는 게 아닌가?
한지안은 저도 모르게 우물거리며 답했다.
“아… 응.”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죠.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저희 시선을 우회할 수 있었던 것도 모자라, 적 세력을 쫓을 때 기다렸다는 듯 백 세력이 끼어들었잖아요.
사실 처음부터 적과 백 세력은 자신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걸 거예요. 일부러 페이크를 펼쳤던 거죠!”
“그, 그렇지!”
한지안은 드디어 재현이 스파이가 내부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의 진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재현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넘어간 덕분에, 그녀로서는 적잖이 곤란하던 참.
머리가 좋은 김유정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한 채 발만 굴렀을지도 몰랐다.
“…음, 하지만 스파이를 어떻게 찾아내지?”
그녀가 팔짱을 끼고 중얼거리는데, 이재상이 다가오며 말했다.
“이게 있다면 가능할 거야.”
이재상. 그가 꺼낸 것은 투명한 액체가 담긴 포션이었다.
일명 진실의 포션. 그것은 사용자에게 거짓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자백제였다.
한지안이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이것만 있다면, 의심 가는 사람들에게 싹 다 먹여서….
“비인도적이니까 방송 송출은 끄고 배신자를 찾아야 할 것 같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제는 있어.”
이재상이 그렇게 말하자, 한지안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게 뭔데?”
“포션의 수가 한정돼 있다는 거야. 이건 들어가는 재료가 아무래도 값비싼 편이거든.”
“포션은 총 세 개. 그러니까 우리가 용의자를 세 명으로 추려야 한다는 의미지.”
이재상은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험난한 일이 있을 것 같다.
한지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차분히 과거를 상기해 보았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수상한 행동을 했던 녀석이 대체 누가 있더라?
* * *
“허억… 허억…! 나 돌아왔어…!”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해안가. 그곳에는 한 남자가 상처를 입은 채,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대체 누구길래 이 시간에 겁도 없이…!”
강주협이 즉시 검을 들고 뛰쳐나갔다. 그때, 그의 눈이 가늘어지며 한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남자. 그는 익숙한 사람이었다.
“섭아!”
그는 원섭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소년으로 강주협의 실질적인 오른팔이었다.
아란 서클 소속의. 하지만… 조금 전에 그에게 당했었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거지?
“어떻게 돌아온 거야!”
“그쪽에서 어떻게든 탈출해서 도망쳐왔지… 혹시 마실 거 있냐?”
“일단 들어와.”
두 사람은 그 몇 시간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그는 독 타일이 발동할 때 재현의 공격에 당했지만, 가까스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신체 능력이 제한되다 보니, 그 재현의 공격이라도 한 차례 맞는다고 해서 바로 아웃되지는 않은 모양.
강주협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젠장… 민재현 그 자식 때문에 내가 유와 손을 잡게 될 줄이야.”
강주협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원섭이 그를 달랬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어차피 백 세력은 민재현의 흑 세력을 처리한 다음으로 넘겨도 늦지 않아.”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다.
어쨌든 재현의 세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여기서는 연합을 구축하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할 테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현과 자신이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현의 능력이 뛰어나도 홀로 자신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강주협은 내일이 끝나고 3일 차가 오는 날 바로 정현과 재현을 합공해 그를 먼저 배제할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백을 친다!
“일단은 쉬어 둬. 내일은 던전을 공략해야 한다. 아티팩트를 하나라도 더 긁어모아야 하니까.”
이곳에서 사제 아티팩트는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얻은 것만.
그것도 대여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지.
“아, 그렇지 않아도 던전을 하나 발견했어. 꽤 쓸 만한 아이템이 있는 곳일 거야. 느껴지는 마력이 상당했거든.”
“그게 사실이냐? 거기가 어디야?”
강주협이 흥분하며 물었다. 이곳에는 재현처럼 권소율이 없다.
탐색 스킬을 가진 그녀가 있다면 모를까, 하루 만에 이곳 아공간에 어떤 던전과 아이템이 배치돼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원섭은 조금 전 자신이 보았던 것을 모두 말해주었다.
절벽 뒤에 아무도 오지 않을 만한 곳에 던전이 있으며, 이는 마법 결계를 해제할 수 있는 마법사가 다수 있는 편이 유리하다고.
더 고민할 것도 없이 강주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벽… 거기서 재현과 마주친다고 해도 문제는 없다.
내일은 서로를 아웃시킬 수 없는 평화로운 날이 아닌가?
또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게 쓸 만한 아티팩트라면 반드시 얻어야 한다.
그게 그의 생각이었다.
* * *
한편, 재현은 조금 전 자신이 곱게 살려 보내주었던 한 생도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지금쯤 잘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