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김유정(2)
―사용자가 고유 스킬을 각성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소울 링크》를 습득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이름: 소울 링크
등급: 고유 스킬
파티를 맺고 있는 팀원들과의 끈끈한 유대로 팀원이 입은 데미지를 분산한다.
*이때, 데미지를 나눠 받을 각 비율과 누가 데미지를 감당할지는 시전자가 결정한다.
*한계를 넘는 데미지가 축적될 경우, 대상은 사망한다.
며칠 전, 처음 고유 스킬을 각성했다는 시스템 음을 들었을 때.
나는 그야말로, 뛸 듯 기뻤다.
레이더로서 정체된 것은 아닐까 매일 같이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 드디어 한계를 넘어서게 되었다는 확신을 얻었으니까.
이나와 소율 선배는 이미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
이제야 그들과 동일 선상에 서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안도감이 느껴지던 순간, 내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걸로 민재현한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겠지.’
“흡!”
나는 이 순간에도 재현을 떠올리는 자신이 괜스레 싫어져 입을 꾹 다물었다.
새삼 내 마음에 민재현이 얼마나 깊숙이 자리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좋아한다.
단지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정의하기 조금 어려웠다.
친구인 게 기쁘다.
하지만 그저 친구로 남고 싶지는 않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한다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자라며 욕이나 먹겠지.
사실 얼마 전, 카밀라의 수업을 듣고.
나는 잡념을 떨치고 점점 앞으로 가는 법을 배웠다.
가만히 있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카밀라는 말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조금 욕심을 부려서라도 손에 쥐는 습관을 들여야 해.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이기도 하거든.] [그 애를 좋아하는 거잖아? 그럼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봐.]카밀라는 단지 마법만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었다.
사람, 개인이 레이더로서 나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을 그녀에게 배울 수 있었다.
트라우마의 던전. 레드 게이트와 카밀라의 가르침.
이는 나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꾸어주었다.
물론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울 링크.
이는 파티원이 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다른 팀원과 분산시키는 스킬이다.
언뜻 본 민재현의 시선이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어째서인가 약간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나를 놀리던 그가 아니었던가.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비겁하게 도망치는 건 예의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는 더 늦기 전에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낙하한 그가 바닥을 뒹굴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를 지나치며 앞으로 서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운을 뗐다.
“민재현.”
“대체 왜… 온 거야. 대체 왜…!”
“네가 그때 물었었지. 회귀 전의 내가 너를 구한 걸 후회 했을 거라고.”
민재현의 감정이 격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들려온 나의 목소리.
그것은 금방이라도 그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한 일렁임을 만들고 있었다.
후. 나는 날숨을 뱉어내며 조금은 후련해진 얼굴로 이었다.
“나는 후회 안 했을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유정아!”
“…안 돼!”
“그만둬!”
“이럴 수는….”
희미하게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들 역시 직감한 거겠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지.
사실 처음 고유 스킬을 각성한 직후 동료들에게 이 스킬을 숨긴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언제든 동료들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그때 이 스킬은 단 한 번, 내 동료를 구할 때 쓸 수 있을 테니까.’
때문에 아무에게도 내 고유 스킬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내 동료들은 나와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레이더는 언제나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해야만 하는 직업이었다.
죽음과 한없이 가까워 있다.
그게 레이더의 가장 어둡고 저열한 면이다.
재현은 처음 이야기했었다.
[나는 네가 후회했을 거라 생각해.]그 말을 듣고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두려웠고, 숨고 싶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지금 이 순간마저도 몸이 먼저 움직여 버린 것은.
내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탓일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민재현을 좋아하고 있는 걸까.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고, 마법의 발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없다.
곧이어 금세라도 멎을 듯한 내 얼굴에 어설픈 미소가 새어 나왔다.
생애 스스로 지은 그 어떤 표정보다도 가식적인 연기.
그건 분명 모두에게 고통스러워 보일 것이다.
나는 입을 작게 열어 사력을 다해 속삭였다.
“후회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두 번이나 같은 선택을 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고, 막대한 적의 마력과 검격의 파괴력이 몸에 깃들기 시작했다.
몸이 서서히 붕괴하고, 무너져간다.
민재현은 자신의 친구가 또다시 죽어가는 모습을 관조하고 있다. 아플 것이다. 아주 많이. 결과적으로 그는 또 나를 구하지 못한 셈이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네가 죽는 것보다는 이게 나으니까.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어.
알잖아. 이게 최선이라는 걸.
심장이 미칠 듯 두근거리고, 아릿해져 온다.
대체 무얼까.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런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린 걸까.
―소울 링크로 데미지를 분산합니다!
―파티원 중에 해당 공격의 데미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데미지를 누구와 나누겠습니까? 그 비율도 함께 지정해주십시오.
알고 있다.
저 발키리라는 녀석의 공격. 그것은 아무리 우리 파티원들이 모두 나눠 받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은 죽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격의 데미지는 모두 내가 받을 거야.’
―사용자에게 모든 데미지를 부여합니다.
―대상의 체력과 방어력을 아득히 상회하는 공격입니다. 사용자의 심장이 정지합니다.
콰콰콰콰콰!
그때, 막대한 검의 일격이 온몸의 근섬유를 완벽히 찢어 버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 민재현은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우리를 지키려 했던 거구나.
그래서 그의 등이 그렇게나 외로워 보였던 거구나.
나는 마지막 그 생각을 했고, 이내 정신이 끊어졌다.
* *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반복해서 미칠 듯 펌프질을 하는 심장의 감각을 느끼며.
재현은 생각했다.
자신은 회귀 후에 많은 것을 바꾸며 이곳까지 왔다고.
나스트론드의 지옥에서도 과거의 나약한 자신과 마주하며, 더는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매 순간 자신을 채찍질하고, 모든 것을 홀로 하려 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꼭 내 곁에 있는 사람이어야 했나?
그게 하필 내 가장 소중한 친구여야 했나?
“…시그룬.”
재현이 덤덤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있는 시그룬을 보았다.
그는 다시금 인벤토리에서 꺼낸 태초의 각성석을 쥐며 말했다.
“이제는 네가 오딘의 명을 받았든. 프레이야의 명을 받았든 그런 건 상관없다.”
재현은 온 주먹에 힘을 실은 채 그녀의 눈을 보았다.
충격적일 정도로 단번에 몰아넣는 마력. 이는 로키조차 충격에 빠뜨릴 정도였다.
“무슨!”
―비정상적인 접근입니다! 아직 사용자는 마지막 태초의 각성석을 다룰 수 없습니다!
―비정상적인 접근입니다! 아직 사용자는 마지막 태초의 각성석을 다룰 수 없습니다!
―비정상적인 접근입니다! 아직 사용자는 마지막 태초의 각성석을 다룰 수 없습니다!
“너는 여기서 죽어.”
콰직!
그 순간 재현이 쥐고 있던 태초의 각성석이 완전히 깨어졌다.
그것은 순수한 완력과 마력. 두 개의 조화였다.
헬라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 안돼요! 그런 식으로 강제로 마력을 폭주시켰다간 당신이…!”
“여기서 제게 더 많은 것을 잃으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바닥에는 원형만이 겨우 남아 있는 김유정의 시신이 놓여 있을 뿐이다. 아니, 그것은 버려졌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재현의 말에 헬라는 아무것도 더 이을 수 없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김유정. 그녀는 과거 회귀 전에도 재현을 한 차례 구해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그런 압박감이 재현을 강제로 각성석을 부수고 망가지게끔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재현은 다시금 익숙한 거해를 보았다.
전과 같이 새파란.
하지만 그 아래 깊숙한 곳에는 세 개의 붉은 보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의 용도는 명확했다.
* * *
보글보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물에 가라앉은 채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어둡다.
여전히 발밑에는 아무것도 밟히지 않고 사위는 완연한 어둠이 깔려 있다.
그나마 심부를 밝히는 것은 세 개의 익숙한 붉은 보석. 태초의 각성석뿐이었다.
나는 사고를 거듭했다.
조금 전, 김유정이 죽었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탓에, 그녀가 희생양이 되었다.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내가 더 강했더라면.
하지만 그게 지금에 와서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지?
이미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정말 신격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만능이라고.
죽음조차 딛고 이겨낼 수 있다 착각한 건가?
실은 나는 그리 대단한 것 없는 사람일진대.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한 걸까?
‘이제 끝이야. 이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없어.’
단 한 번도 지금까지 노르니르 시스템에 반하는 행동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럴 만한 힘도 능력도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그 벽을 깨고 시스템을 통제했다.
강제로 각성석을 흡수해 폭주를 끌어낸 것이다.
이것의 부작용은 명확할 것이다.
나는 이 싸움이 끝나면 죽게 되겠지. 안다. 아는데, 두렵지 않았다.
왜지? 어째서일까.
내 머릿속에 선연한 분노가 가득 차며 이성이 끊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때, 갑자기 어딘가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허나,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는 잃지 않고 싶나?] [무기력한 절망에 공포를 느끼고 싶지 않나?]들려오는 정신이 아득해져 오는 목소리에도, 나는 계속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태초의 각성석이 부서지며 그 바다에 파편을 흩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와류. 그 틈으로 조금씩 붉은 기가 확장되며 새파랗던 바다가 어느새 붉어졌다.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은 태초의 마력이었다.
이어 들려온 목소리.
―사용자의 신격이 폭주합니다!
―강제로 신격 해방 3단계에 돌입합니다!
―필드 마법 《붉은 달의 고원》을 습득했습니다.
―필드 마법 《붉은 달의 고원》을 발동합니다!
메시지가 들려오는 순간, 시야가 완연히 붉게 물들었다.
나는 직감했다. 불완전하지만, 신격 해방 3단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필드 마법을 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순간, 양 눈이 역안으로 뒤바뀌었다. 눈 부근으로부터 가지처럼 뻗어 나온 혈관이 문신처럼 도드라지며, 뒤편으로부터 붉어진 사슬 수십 개가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무언가에 매인 듯한 거대한 검.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고원이 눈에 들어왔다.
시그룬의 눈이 가늘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저… 저 검은? 태초의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