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눈 속에서 피는 꽃(4)
“새롭게 신설되는 등급은 모두 두 개입니다. 첫 번째는 S+급. 말 그대로 S급 위의 등급이며, 이는 각국의 S급 레이더들 다섯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도달할 수 있게끔 규정되었습니다.
민재현 레이더의 동료인 안호연, 김유정, 서이나 레이더가 이에 해당합니다. 모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유정을 비롯한 세 사람은 앞에 나서 훈장을 수여 받았다.
크리스털로 된 사각의 감사패였는데, 꽤 고급스러운 디자인이었다.
다만, 나인의 멤버들은 감사 인사를 짧게 전했을 뿐. 리처드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현은 어쩐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으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후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기회는 있을 테니까.
신설된 S+급에 도달하지 못한 다른 멤버들은 대우가 약간 달랐다.
그들은 구 최고 등급인 S급까지 격상되었으며, 그에 따라 자연히 세계 레이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사실, 이재상과 권소율의 경우는 처음부터 S+급에 도달할 정도가 아니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힘보다는 다른 쪽에 특화된 재능들이었으니.
되레 지금이 적당하다면 적당한 거겠지.
필요 이상의 관심을 끌게 된다면 이후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언제나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일만 벌이는 게 좋다는 것은, 구태여 설명할 이유가 없는 부분이었다.
…물론 대적자의 동료를 건드릴 만큼 배짱이 대단한 사람이 존재할까 물어본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하지만 세계 레이더 관리 본부의 발표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단상 앞에서 발표를 이어가던 리처드가 계속해 이었다.
“두 번째 새로운 등급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만 허락된 등급입니다.
바로 EX급! 규격 외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레이더를 알고 있습니다.
지난 레드 게이트 사건 당시 이를 훌륭히 해결했으며, 이번 발키리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민재현 레이더! 오직, 그에게만 이 칭호를 주어 협회는 그의 용기를 칭송하려 합니다.”
와아아아아!
박수갈채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재현은 알았다. 그게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결국, 자신을 옥죄기 위해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족쇄를 채우려 드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입술이 저도 모르게 약간 비틀리는 게 느껴졌다.
재현이 아니면 막을 수 없었다?
맞는 말이다.
발키리는 강했고, 자신은 그들에게 승리하기 위해 벽을 깼으니까.
한계를 넘어서고, 그 위의 경치를 보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리처드의 말에는 하나의 거대한 모순이 존재했다.
꼭 재현이 모든 사람을 구해야 하나?
영웅이 되어야 하나?
그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사연이 있는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맹목적인 선인이었더라면, 재현은 시그룬 역시 마지막의 마지막에 구하려 했을 것이다.
그녀는 결국 타의로 움직였고, 조종당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오딘과 프레이야.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 역시 피해자이니까.
하지만 재현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시그룬을 죽였다.
지금 재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있는가?
내 것이 아니라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지키지 않는다.
그것은 극히 이기적이었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따라서 재현은 저들이 원하는 대로 모두의 안위를 보장할 생각 따윈 없었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없고, 또 제 가족과 동료가 죽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악인도 살리면서까지 앞으로는 가지 않는다.
‘자신을 지키는 건 자신이 되어야 한다.’
재현은 또한 알았다.
지금은 발버둥 쳐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약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들은 자신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
또한, 이러한 의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 방법뿐이었다.
‘이그드라실. 그곳의 탑을 공략하고 제어장치를 부순다.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레이더들의 성장 한계를 깨는 거야.’
미미르는 과거 말했었다.
이그드라실의 나선 탑, 최상층. 그곳에는 제어탑이 있을 거라고.
그것이 에시르 시스템의 근원이며, 이 시스템은 모든 각성자들로 하여금 더욱 성장할 수 없게 제어를 거는 장치라고.
또한, 그는 이 시스템에 길들여진 이들이 훗날 에인헤랴르가 되어 오딘의 군대가 되고 말 거라고 말했었지.
미미르는 그것을 부수라고 말했다.
오딘이 인간을 수족처럼 부리지 못하도록. 더욱 군세를 확장하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다운 방식으로 강해질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을 내가 지켜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싸울 수 있는 힘을 주면 돼.’
전 세계의 각성자들을 움직여야 한다.
자신의 보호를 받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나아가게끔 해야 한다.
그게 레이더의 본질이라는 것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었다.
재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다음 목표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 시련이다.’
또한, 재현 역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했다.
이그드라실.
그곳의 제어탑을 파괴하기 위해 미미르가 제안했던 최소 요구 신격은, 해방 3단계.
이미 한 번은 도달한 경지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현이 지닌 힘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재현은 헬의 신전에서 나올 때 들었던 헬의 마지막 이야기를 상기했다.
* * *
“그래서. 네 번째 시련인가, 뭔가 하는 거. 출발은 오늘이라고?”
서클 부실의 고급 소파에 앉아 있던 김유정이 불시에 그렇게 입을 열었다.
척 보기에도 비싼 짙은 머스터드 색의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 있었는데, 어딘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재현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유정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걱정이 돼서 그래. 혼자 정말 괜찮겠어? 아무리 그래도 얼마 전까지 환자였었는데 이렇게 급하게….”
“어차피 시련은 대적자 하나만을 위해 준비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함께 가더라도 도움을 줄 수 없을 거예요.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게 편히 보내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헬라는 걱정을 덜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허나, 여전히 동료들의 걱정은 이어졌다.
다시 재현이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그들로서는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겁니다. 당분간은 에시르 신들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하니까요. ‘평형의 거울’. 그것을 깬 대가로 에시르 역시 신격을 대부분 잃었습니다.
아마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겠죠.”
평형의 거울. 헬라는 나인의 멤버들에게 그것에 관해 설명해 주었었다.
이는 아홉 세계를 지탱하는 아티팩트 중 하나로, 세상 모든 굴레와 제약을 유지하는 물건이었다.
다만, 이것을 깨뜨리기 위해선 사용자가 자신의 신격을 다량 주입해야 한다.
오딘은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고도 재현을 막기 위해 결정을 내렸고…
눈이 내렸다.
기나긴 겨울. 핌불베르트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헬라, 하지만… 네 번째 시련이라는 거. 그걸 치르다 재현이가 다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안호연의 말이었다. 이제 헬라와 이들은 스스럼없이 대화할 정도가 되었다.
재현이 입원했던 당시만 해도, 그녀와 동료들 사이에는 꽤 서먹함이 있었으나,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사실 고양이의 형태든, 인간의 형태든 헬라는 꽤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멤버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되레 귀찮게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면 많달까.
‘훗.’
헬라는 속으로 작게 웃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냉연한 어투로 이었다.
“다치겠죠. 하지만 죽지는 않을 겁니다. 재현 군이 지금까지 쌓아온 힘을 믿는다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또 죽기 직전까지 굴린다는 소리구만.”
재현이 작게 욕지거리를 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미 결정은 내렸다. 이제 자신에게 물러설 곳은 없었다.
라그나로크의 시작.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명확한지 잘 아는 재현이었다.
‘종말. 시작된 건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막아야만 하는 것.
재현은 그것을 되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이제 남은 시련은 모두 두 개.
그것들을 모두 클리어한다면, 재현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신격 해방 4단계. 로키와 오딘, 토르의 바로 아래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머지않았다. 아스가르드… 오딘에게 도달하기까지.’
재현이 새삼스러운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시련을 떠나는 길.
따라 나온 멤버들이 부실 바깥에 죽 늘어섰다. 자신을 따라 배웅해주러 나온 것이었다.
“갔다 올게.”
재현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걸음을 뗐다.
다음 시련이 치러지는 곳은 미드가르드의 바다였다.
* * *
한편, 재현과 동료들이 눈물 없는 이별을 하고 있을 때.
니플헤임의 아공간 속 테라스에서는 청춘의 여신, 이둔의 당혹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흐엑!? 그만 좀 먹어요!! 지금 대체 몇 그릇째 먹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예요?!”
이둔은 앞의 걸신이 들린 것처럼 음식을 먹고 있는 남자를 보며 기겁했다.
물론 그녀의 반응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
그가 제집을 찾아온 것도 모자라, 미친 속도로 음식을 흡입 중이었던 것이다!
그는 마치 걸신이 들린 것처럼, 음식을 그릇째로 삼키고 있다.
꼭 1만 년은 쫄쫄 굶은 사람을 보는 기분이랄까?
“하….”
이둔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의 테라스에서 음식을 먹는 남자의 얼굴.
이는 당연하게도 익숙했다.
로키.
반 에시르 연합의 수장이, 자신의 정원에 찾아와 살림살이를 거덜 내는 중이었다.
이미 옆에는 수북이 쌓인 그릇이 그의 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원래부터 북유럽 신화 속 로키는 대식가로 유명한 신이었다.
그야말로, 푸드 파이터.
많은 음식을 빠르게 먹는 것은 그의 특기 중 하나였다.
로키는 음식이 리필되는 동안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말했다.
“아~ 우리 사이에 왜 그래? 간만에 탈옥도 하고 기분도 최고인데! 여기 곡물주 더 없어? 와인도 괜찮은데.”
“제발요!”
이둔의 호소했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참고로.
지금 이둔의 정원에 로키가 있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사실 처음 풀려났을 때 바로 대적자를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그건 너무 위험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
오딘에게 자신의 위치를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
그렇지 않아도, 그가 자신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고 있을 텐데.
아무리 로키라도 오딘에게 나 여기 있으니까 잡아가 보든가, 하고 거드름을 피울 수는 없었다. 어쨌든 자신의 어깨에 걸린 사람들이 많으니.
조금 성미에는 맞지 않더라도 조심성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힘을 마저 회복할 때까지는 여기 숨어 있는 편이 나아.
대적자한테도, 그리고 나에게도 말이지.’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독이다.
그리고 그건 에시르 역시 마찬가지.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지만,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힘의 평형은 아슬아슬하게 아직 아스가르드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뭐, 어쨌든 그건 그거고.
“하… 아무래도 고기가 좀 모자란 거 같단 말이야. 이둔, 너는 대체 어떻게 이런 풀떼기만 먹고 사는 거야? 도대체가 단백질이 없잖아.”
“…당신이 지나치게 먹는다고는 생각 안 하는 거예요?”
“잘 먹는 남자가 인기 많댔어. 나는 원래 잘생겨서 인기가 많긴 하지만 말이야.”
“하.”
이둔이 다시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그 순간, 갑작스레 이둔의 정원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존재가 이들을 찾아왔다.
육중한 덩치와 송곳니를 지닌 드래곤. 니드호그였다.
[이, 이둔! 그게 사실인가?! 로키가 탈옥에 성공했다는… 게…?]니드호그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널브러진 접시를 보며 기겁했다.
[……1만년 동안 어떻게 된 게 위장이 하나도 줄지 않았나 보구나. 미친놈 같으니.]“아… 아무리 먹어도 좀 모자란데. 니드호그, 혹시 너 먹을 것 좀 있냐? 나 입맛이 좀 바뀌어서 마물 고기 이런 것도 잘 먹어.”
[미친놈.]니드호그는 일부러 두 번 힘주어 말했다. 허나, 눈앞의 트릭스터는 그저 껄껄 웃으며 음식을 계속 입에 밀어 넣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양.
이둔이 화가 나서 나가려던 때.
돌연, 그녀의 어깨가 돌연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니드호그? 너 혹시 내 화단 밟았니?”
그 순간 니드호그의 등줄기가 싸늘해졌다. 그러고 보니 급하게 달려오느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둘 다 원상복구 하기 전까지는 못 돌아가.”
잠시 후, 이둔이 들고 온 것은 모종삽과 괭이였다.
챙그랑!
그녀가 내팽개친 농작 도구들이 거친 쇳소리를 냈다.
니드호그가 멍한 얼굴로 코를 긁으며 말했다.
[그… 혹시 더 큰 건 없나?]그의 손에는 어느새 이둔이 내던진 모종삽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