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네 번째 시련(2)
“금제라….”
재현은 떠오른 퀘스트 창을 보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금제(禁制).
지금과 같은 타이밍에서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당연하게도 하나밖에 없었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힘의 일부를 봉인하는 것.
쉽게 말해, 이번 시련은 재현이 지금까지 자주 사용해왔던 무언가에 제약을 걸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그게 스킬이든, 스탯이든…
그렇지 않으면, 다른 특별한 무언가든.
‘모두 내 힘을 통제한다는 점은 같다. 아무래도 쉬운 시련이 될 것 같진 않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심호흡을 했다.
헬라는 과거, 시련이 거듭할수록 대적자의 힘을 한계까지 시험하게끔 설계돼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은 실제로 사실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몇 배는 더 어려웠다. 적어도 재현이 느끼기에는 그래왔다.
이제 남은 시련은 모두 두 개.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것만 남아있을 거로 추측하는 게 옳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피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겠지.
하나, 지금 재현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섣부른 판단은 독이라지만, 결국 시련은 치러야 하는 것.
그가 망설이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말했다.
“지금 당장 시련을 치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헬라. 파피를 좀 돌봐주세요. 여기 샌드위치 둘 테니까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먹이고요.”
“네, 네엣?! 샌드위치라면… 그 보랏빛의 독극물…?”
“제 친구가 열심히 만든 건데 독극물이라뇨. 말씀이 지나치시네.”
“…죄송합니다.”
헬라는 바로 사과했다.
참고로 헬라는 시련의 안내자이기에 재현을 도울 수 없었다.
뭐, 과거 시련에서도 그랬기에 재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때.
요르문간드가 재현을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어째서인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번 시련에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길 바라겠다.시험을 너무 시험시험 보지는 말고 말이야.]
“크흡!”
다시 헬라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현이 그 말을 듣고 다시 귀를 의심할 즈음.
새하얀 빛무리가 재현을 집어삼켰고, 이내 몸이 어딘가로 전이 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잠시 후.
재현은 새하얀 방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시련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머릿속이 삽시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저건… 비눗방울인가?”
그의 말대로였다.
그의 머리 위에는 비눗방울로 보이는 수많은 투명한 구체들이 둥실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요르문간드의 첫 번째 금제 《무게의 금제》가 적용됩니다.
―공중에 뜬 구체를 모두 터뜨리고 포털을 열어 다음 금제로 진입할지, 시련을 종료할지 결정하십시오.
* * *
그 시각. 재현이 시련의 초입에 접어든 그때.
요르문간드가 잠시 감았던 눈을 뜨며 간교해 보이는 혀를 달싹거렸다.
[헬라, 너도 느꼈겠지. 이 강대한 마력의 움직임….]그의 물음에 헬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르르릉….
파피 또한 어째서인지 신경이 곤두선 채 사납게 울어댔다.
헬라와 요르문간드는 녀석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현재 갑작스레 미드가르드에 감지되기 시작한 마력….
이는 아마 에시르 측에서 재현을 처치하기 위해 보낸 신의 것일 테니까.
재현을 주인으로 받아들인 파프니르 입장에서는 지금 느껴지는 살기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압도적 강자는 아닐 거다. 평형의 거울을 깬 에시르 신들이 아직 그 정도 신력을 회복했을 리 없으니까.]요르문간드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제아무리 라그나로크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에시르 신들이 멋대로 미드가르드와 세계들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서로의 세계에 간섭하기 위해서는 신력이 필요하다.
지금 에시르는 미드가르드에 수많은 신의 강신(降神)을 끌어낼 만한 신력이 없었다.
그것의 회복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겠지만, 시간의 소요는 필연적인 일이었다.
6개월. 짧은 시간 동안 회복한 신력으로 재현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고작해야, 강하지 않은.
상대적으로 하위 신을 보내는 것 외에는 없겠지.
[허나, 약하다 해도 온전한 신격 존재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다.시그룬을 상대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대적자가 그것의 반 정도는 격을 끌어내지 않고서는 곤란하겠지.]
요르문간드의 세로로 찢어진 호박색 동공이 빛을 뿜었다.
헬라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덧붙였다.
“당신의 말대로예요. 조금 전, 헬의 신전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비프로스트를 통과해 미드가르드로 넘어온 것은 모두 두 신입니다.
모디와 마그니. 아무래도 그들이 대적자를 노려오는 듯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군. 돕고 싶지만 여기서 벗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만히 두었다가는 미드가르드 전역이 불바다가 될 게 뻔하니.여차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다른 신들이 나서서….]
요르문간드의 말. 헬라는 이를 끊으며 등을 돌렸다.
“제가 가서 그들을 돕겠습니다. 당신은 그저 재현 군이 무사히 시련을 치를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녀의 말에, 요르문간드는 진심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헬라가 꽤 강해졌다고는 해도, 두 신을 묶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나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아무리 봐도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닌 얼굴이었다.
요르문간드가 미간을 약간 구겼다.
[아무리 너라 해도 두 신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알고 있습니다.”
[한데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지?]“저 혼자서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대적자의 동료들… 그들 역시 이제는 꽤 강해졌으니, 그들에게 의지해볼 생각입니다.
거기다… 재현 군이 시련을 마치는 데 오래 걸릴 거란 생각도 들지 않으니까요.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헬라는 그 말을 남기고, 요르문간드의 영역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파프니르 2세 역시 함께 데리고 사라졌기에, 요르문간드는 졸지에 아공간에 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새파란 바다가 펼쳐진 자신의 영역. 그곳에 우뚝 솟아 있던 그가 조금 전 헬라의 이야기를 되뇌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 신기한 일이군. 대적자의 무엇이 이토록 많은 이들의 신뢰를 끌어내는 것인지. 또 그가 가진 재능의 한계는 대체 어디까지인지 말이야.]하나, 의문을 오래 머릿속에 담아둘 생각은 없었다.
대적자가 어떻게 나아가는지는 지금부터 찬찬히 지켜보면 될 일이다.
준비된 금제는 모두 세 개.
허나, 조금 전 자신은 그에게 말했다. 금제의 시련은 하나만 통과해도 클리어한 것으로 된다고. 더 나아갈 것인지는 오직 대적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요르문간드는 혀를 날름거리며 재현의 뺀질거리는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의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인 이는 지금껏 하나뿐이었다.
로키.
요르문간드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로키, 그와 재현이 닮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 * *
“저 비눗방울을 모두 터뜨려라… 라. 처음부터 생각지도 못한 내용의 시련인데.”
재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찬찬히 허공에 떠오른 방울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가지고 놀았던 비눗방울 기계가 떠올랐다.
그때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기만 해도 비눗방울이 터졌더랬지.
머리가 조금 자란 뒤에는, 마술사들이 비눗방울 마술을 하는 것도 보았다.
특수한 용액이 섞여 있어 잘 터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재현은 사고를 찬찬히 가다듬었다.
이번 시련의 테마는 금제.
또한, 조금 전에 들려온 시스템 음은 자신에게 무게의 금제가 걸렸다고 말했다.
대체 왜 비눗방울을 터뜨리는 시련에서 무게와 관련한 금제가 걸린 걸까.
재현은 생각을 금세 털어냈다.
뭐가 됐든 일단 시험해보면 될 일이었다.
“그럼.”
재현이 힘을 주어 가볍게 비눗방울에 주먹을 휘둘렀다. 순수한 근력으로 방울을 터뜨리는 것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내 근력 스탯은 이미 500을 넘긴 수준이다. 만약 이 방울이 특별한 게 아니라면 금세 터져버리고 말겠지.’
그러니 일단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허나.
포옹.
방울은 잠시 재현이 내지른 주먹 모양으로 구겨졌을 뿐,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질적인 감각이 재현의 손아귀에 머무른다.
‘역시 일반적인 비눗방울은 아닌 것 같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한 뒤, 이번에는 마력을 끌어냈다.
―액티브 스킬 《마나 웨폰》을 발동합니다.
이어 재현이 마력을 주먹에 담아, 그대로 내질렀다.
포옹.
하나, 이번에도 비눗방울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긴 했지만, 역시 뭔가 다른 정석적인 방법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재현은 잠시 비눗방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액티브 스킬 《마력 감지》를 발동합니다.
마력을 감지하는 스킬.
예민해진 육감과 함께 스킬을 발현한다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 몰랐다.
다행히도 재현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지정 대상의 감정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역시.”
마력 감지로 확인한 비눗방울은 아주 특별한 물질로 구성돼 있었다. 바로 순도 백 퍼센트의 마력. 그것이 얼기설기 얽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방울은 그 탄성도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이는 처음부터 충격을 잘 흡수하고 방출하도록 연산식이 구성돼 있다는 의미였다.
모르긴 해도, 재현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할 요량으로 준비한 것이겠지.
재현은 손으로 구체를 잠시 건드려 보았다.
이어, 마력을 가볍게 개방한다.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스킬의 발동이 취소됩니다.
―해당 스킬은 시련 스테이지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역시 편법은 안 통하나.”
하지만 재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래 봐야 결국 방울은 방울이다. 최대한 강한 힘을 실어 때린다면 결국에는 터질 수밖에 없을 테지.
재현은 마력을 서서히 개방하기 시작했다.
처음과 달리, 몇 배는 농축된 마력. 태초의 마력이 재현의 몸에 맥동하기 시작하며 인근이 붉게 물든다.
아직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에 자주 꺼내지 않는 힘이지만, 신격의 금제가 걸린 지금은 재현의 유일한 믿을 패였다.
그렇게.
재현이 마력을 끌어올려 비눗방울을 향해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던 때였다.
전혀 생각지 못한 시스템 음이 들려오며 재현의 몸이 싸늘히 굳었다.
―사용자의 마력에 신격이 섞여 있습니다.
―첫 번째 금제가 발동합니다!
갑작스레 재현은 자신의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뭐지?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다고?’
사고가 채 이어지기도 전에 재현의 무릎이 굽혀지며 땅에 닿는다.
돌연 느껴진 알 수 없는 무형의 힘이 그의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대체….”
재현은 작은 탄식을 뱉어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땅을 짚고 일어나려 재현이 마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첫 번째 금제의 힘이 강해지며 그의 몸이 무거워진다.
‘어째서지?’
깊은 곳으로부터 의문이 떠오른다.
왜 마력을 끌어냈는데 갑자기 몸이 무거워진 걸까.
그 순간, 재현의 귓가에 조금 전 들었던 시스템 음이 맴돌았다.
[사용자의 마력에 신격이 섞여 있습니다.] [첫 번째 금제가 발동합니다!]‘그래. 그런 거였나.’
재현은 재빨리 끌어내던 마력과 신격을 갈무리했다.
방사(紡絲)되던 마력의 가느다란 실이 재현의 몸으로 되돌아오며, 서서히 그를 짓누르던 무게의 금제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재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요르문간드… 처음부터 재미있는 걸 만들어 놨잖아.”
그는 이제 막 첫 번째 금제의 비밀을 파헤친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