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06
306화 네 번째 시련(1)
재현이 시련을 치르기 위해 요르문간드와 조우한 그때.
콰직!
오딘은 옥좌에 앉아, 드물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로부터 선연한 분노가 가지처럼 뻗어 나온다. 굵게 도드라진 혈관과 함께 신격이 파직하는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른다.
오딘이 이토록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흘리드스캴프.
세상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다는 옥좌의 시선을 벗어난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키… 그놈이 감히 아스가르드의 감옥에서 탈출했단 말인가.”
로키.
바로 트릭스터가 자신의 감옥에서 도망쳤다.
이는 어떻게 생각해도 심각한 사안이다.
반 에시르 연합의 수장 로키.
그가 가진 힘은 감히 자신, 혹은 토르와 맞먹거나 그 이상이었다. 비록 지금은 오랜 구속으로 그 힘이 격하돼 있을 테지만, 빠르게 힘을 되찾는다면….
‘두 번째 라그나로크의 판도가 뒤바뀔 위험이 있다.’
그저 좌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는 의미였다.
사실, 과거 오딘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하긴 했었다.
때문에 처음 로키를 구속할 감옥을 만들 때도, 다른 건축물에 비해 몇 배는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던가.
혹여나 세계의 모든 굴레와 제약이 사라진다 해도, 결코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신화급 마수 역시 물경 1만에 다다르는 수준을 배치했고.
오딘은 처음 생각했다.
그 정도라면 약화된 로키를 저지하고, 어쩌면 처치하는 것까지 가능할 거라고.
그렇게 막연히 판단한 것이다.
허나….
“내가 안일했다. 그놈은 더 교활하고 강한 놈이었어.”
1만 년 동안 감이 무뎌진 것일까.
자신은 로키를 과소평가하고 말았다.
이번 로키의 탈출이 바로 이를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고민에 잠겨 있던 그때.
앞에서 잠자코 말을 듣고 있던 토르가 끼어들며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 그리 걱정하실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놈이라 해도 아직 힘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을 터인데… 게다가.
어차피 한 번 저희에게 패배한 놈이지 않습니까?”
“패배? 패배라 했나.”
오딘은 코웃음 쳤다.
그만큼 토르의 말이 어이가 없었다는 방증이었다.
오딘이 자신의 격을 끌어올려 그 기세를 확장하며 말했다.
무려 5단계에 도달한 신화급 존재의 신격이 뻗어져 나오며, 지면과 궁전을 울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라그나로크에서 반 에시르 세력은 우리에 비해 훨씬 약세였다. 허나, 언제나 조금씩 전투에서 밀린 것은 우리였지. 어째서 그랬다고 생각하느냐?”
토르가 미간을 좁혔다.
이번만큼은 그도 듣고만 있지 않겠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로키 하나의 존재가 그게 가능하게끔 했다는 겁니까? 말씀에 비약이 지나치십니다.”
“적어도 아둔하고 힘만 강한 네놈보다는 그놈이 훨씬 쓸 만한 놈이었다. 적이긴 했으나, 그의 책략은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했지.”
오딘은 토르의 표정과 기분 따윈 생각도 않고 이었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이둔의 황금 사과와 에인헤랴르. 그리고 프레이야가 이끄는 발키리 군대 덕분이지, 네놈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그것 또한 강함이지요. 다른 이들을 부리는 것을 강함이 아니라 하면 대체 무엇이 강함이겠습니까?”
“입만 산 놈이구나. 너와 네놈의 아내가 그의 계략에 놀아난 게 몇 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토르, 너는 점점 생각이 없어지는구나. 과연 내 아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워.”
오딘의 비아냥거리는 말이 내려앉자, 토르가 시종일관 건들거리던 태도를 멈췄다.
그의 시선이 아버지를 향한다.
그것은 아스가르드의 최고 권력자에게로 향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불경한 시선이었다.
허나 오딘은 자신의 완고한 태도를 고수하며, 계속해 아들을 힐난했다.
“더러운 거인 놈 하나 해치웠다고 기고만장해진 거라면, 당장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지 않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버지께서 과하게 염려하시는 것 같아 걱정돼 한 말일 뿐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잊어주십시오.”
토르가 고개를 숙이며 하는 말에, 오딘이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대적자의 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두 파악됐나? 후긴?”
그 순간, 둘러쳐진 커튼의 뒤편에서 일렁이던 검은 그림자 하나가 앞에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등장한 존재.
까마귀, 후긴이었다.
“아직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신격 해방 3단계에 가까운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름 아닌, 그 시그룬 님을 처치한 것이니까요. 적어도 2단계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더 빠르게 성장하겠지요.”
오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이겠다. 거울의 파괴로 잃은 내 신격도 복구해야 하니… 적어도 한 달 안에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끔 준비하도록 해라.”
“명 받들겠습니다.”
“모두 물러가라.”
오딘의 축객령에 토르와 후긴.
두 존재가 맞춘 듯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든 것은 위대하신 오딘의 뜻대로.”
* * *
“그래서, 요르문간드. 네 번째 시련의 테마는 대체 뭐죠?”
재현의 물음에, 그제야 평정을 되찾은 요르문간드가 혀를 날름거리며 씩 웃었다.
개그로 인한 창피함이 겨우 가신 모양이었다.
재현의 배짱은 실로 대단했다.
그 요르문간드조차 헛웃음을 짓게 할 정도로.
허나 요르문간드가 생각한 것과 달리, 재현의 두 눈은 진지하기만 했다.
정말 요르문간드가 시련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줄 거라 생각한다는 듯 순진무구한 표정이었다.
물론, 헬라는 재현이 순진함과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뻔뻔스럽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헬라는 재현의 태도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사실, 재현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반응이 되레 당연한 처사였다.
그로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손에 쥐고 시련을 치르는 게 좋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왕도가 없고, 급하게 마음을 먹지 않아야 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까지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까지 치렀던 세 개의 시련… 그건 언제나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시험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겠지. 조금이라도 쉬운 길을 찾는 게 좋아.
이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시련이 아무리 재현을 성장시킨다지만…
제대로 신격을 다룰 수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시련이라고?
예비돼 있는 게 무엇이든 죽기 딱 좋을 것이다.
‘뭐 아쉽게도 내용은 못 듣게 된 것 같지만, 요르문간드의 성격은 대충 파악….’
재현이 그렇게 네 번째 시련의 주관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그때였다.
갑작스레 쌔액 하며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와 함께, 요르문간드의 목소리가 그의 상념에 불쑥 끼어들었다.
[좋다. 알려주지. 네 번째 시련의 테마를.]“…예?”
재현이 두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안 알려줄 것처럼 굴더니, 꽤 이야기가 통할 모양이었다. 그는 재현이 되레 마음에 들었다는 듯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싫나?]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미드가르드의 뱀… 유도리 있는 모습이 멋지시네요. 그렇지 않아도, 신화를 읽을 때 당신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그런가. 거짓말이라도 고맙군.]훈훈한 분위기 속. 헬라는 어째서인지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아마 텔레파시를 통해 헬이나 다른 세력의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는 거겠지.
재현은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은 자신의 앞에 시련이 놓여 있으므로.
지금은 우선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재현의 마음을 알았는지 요르문간드 역시 서서히 입을 열었다.
드디어 네 번째 시련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금제?
재현이 고개를 갸웃하던 때, 요르문간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너는 지금부터 나. 요르문간드의 금제를 받게 될 것이며, 이를 통과하면 신격 해방 3단계의 경지에 온전히 오르게 될 것이다.이제 그 누구도 너에게 반쪽짜리 신이라 부르지 못하게 될 것이며, 헬의 정기 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겠지.]
재현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파격적인 보상이었다.
그의 생각과 함께 허공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요르문간드의 시련》을 수주합니다.
―퀘스트 내용을 표시합니다.
[메인 퀘스트]요르문간드의 시련
미드가르드의 뱀 요르문간드가 대적자에게 시련을 내립니다.
부여되는 금제를 견뎌내고 길을 열어 바깥으로 탈출하십시오.
성공 조건
금제의 극복(1개 이상).
실패 조건
1. 대적자의 사망
2. 금제 극복 실패
난이도: ???
보상: 요르문간드의 풍랑(EX), 신격 단계 해방
*몇 개의 금제를 극복했느냐에 따라 보상이 조정됩니다.
*준비된 금제는 모두 세 개입니다.
* * *
아스가르드에 위치한 뇌신 토르의 방 내부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는 세 남자가 서 있었다.
토르와 그 앞에 나란히 선 두 명의 젊은 남자.
그들은 토르의 아들들인 마그니와 모디였다.
“마그니, 모디. 알겠느냐. 이번에 너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는지.”
“…하지만 아버지. 그 시그룬까지 처치한 대적자가 아닙니까? 아무리 저희가 함께 싸운다고 해도 그를 처치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오딘께서도 저희에게 직접 임무를 하달하시지 않았고… 지금 저희가 나서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마그니는 약간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모디가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마그니, 고작해야 인간 따위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냐? 우리는 뇌신 토르의 아들이자, 아스가르드의 위대한 신 중 하나다.”
“모니. 네가 너무 부주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아들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당연하게도 토르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긴 했다.
조금 전, 토르가 두 신을 불러서 한 말.
그게 두 신을 당황스럽게 하기 충분했던 탓이다.
[너희에게 아비로서 명을 내리겠다. 미드가르드로 향해 대적자를 처치하고 돌아오거라.]그것은 거의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마그니는 애석하게도 아버지처럼 전투광이 아니었다.
워낙에 강한 힘을 타고났기에 싸우는 게 익숙하긴 했지만, 전투를 즐기지는 않는 것이다.
모디의 경우는 아버지의 호전적인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나, 근본적인 힘과 재능이 부족했다.
‘둘 중 하나만 나의 힘과 성격을 모두 물려받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토르가 그런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닐 정도였다.
마그니와 모디에게 묠니르와 메긴기요르드를 가진 토르의 산은 드높았다.
어떻게 해도 넘을 수 없는 존재.
그게 바로 아스가르드 내에서 갖는 아버지의 위상이었다.
때문에 두 아들은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을 포기하고 매일같이 에기르와 함께 술을 마시거나, 여색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왔다.
다른 신들은 당연하게도 그들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토르는 내심 그게 언짢았고, 때마침 그 역시 오딘에게 무시당한 지금. 한 가지 묘책을 내, 자신과 아들 모디, 마그니의 아스가르드 내 입지를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자체는 간단했다.
바로 모디와 마그니로 하여금 대적자를 처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아스가르드 내 위치는 이제 아버지의 바로 아래까지 가게 될 것이다.
예언의 대적자라는 이름이 가지는 파급력.
이는 예언을 중시하는 아스가르드에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데, 이런 문제를 토르가. 그것도 그의 못난 아들이라 불렸던 모디와 마그니가 처치하는 데 성공한다면?
승리만 거둔다면 어찌 되든 토르에게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고작해야 조금 강한 힘을 손에 넣은 인간인 대적자의 처치로 얻는 보상.
그것은 실로 달콤했다.
‘아무리 대적자가 강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부풀려진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 3할의 신격을 가진 헤임달과 시그룬을 처치했다고는 하나, 그녀가 실수했거나 방심한 탓일 테지.
어떻게 생각해도 그 까마귀 놈의 평가는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야.’
토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결정에는 번복이 없을 것이다. 너희는 대적자를 쓰러뜨리기 위해 미드가르드로 향해야 할 것이야. 다만.”
토르가 자신의 두 아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도 너희의 아비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너희에게 대적자를 처치하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걸 가지고 가거라.”
“이, 이것은…?!”
모디가 먼저 놀란 기색을 보였다.
아버지, 토르가 건넨 물건이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메긴기요르드.
그것은 토르의 벨트로 착용자의 근력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시켜주는 물건이었다.
아버지는 무려 그런 물건을 자신에게 건네주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빌려주는 것이다. 모디 이것은 네가 가지고 가도록 해라. 너는 호승심이 강한 나와 같은 성미를 타고났으나, 선천적으로 힘이 약한 녀석이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리고 마그니.”
“예.”
“너에게는 굴팍시(Gullfaxi)를 빌려주겠다.”
“그, 그것이 정말입니까?”
마그니는 거기서만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굴팍시.
그것은 과거 흐룽그니르를 처치한 당시, 토르가 전리품으로 얻었던 그의 말이었다.
오딘의 슬레이프니르보다 뛰어나다 전해지는.
그야말로, 천하(天下)의 명마.
내심 흐룽그니르와의 전투가 끝난 이후 아버지께 달라 말하고 싶었던 전리품이었는데, 토르가 그것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이와 같은 두 아티팩트는 두 아들의 호승심을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대적자.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그가 얼마나 강하던, 겨우 인간이 아닌가?
인간은 신은커녕, 다크 엘프만도 못한 약해빠진 쓰레기였다. 그를 처치하고 얻는 보상은 그야말로 달콤한 것뿐이었고.
“가겠습니다. 모디, 네놈도 가겠느냐?”
“물론이다.”
모디와 마그니.
두 신이 토르에게 인사를 건넨 뒤, 비프로스트로 향했다.
그것은 헤임달이 지키고 있는 무지개다리였고, 미드가르드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였다.
두 신. 모디와 마그니는 생각했다.
곧 자신들이 미드가드르에 당도하는 것과 함께, 세계는 불바다가 될 것이다.
두 신은 이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