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탑 공략 계획(1)
“우리도 그놈들 이용 좀 해보자는 거지.”
“이용한다고?”
김유정이 가장 먼저 반응해왔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쪽에서 먼저 우리한테 희망이라는 둥, 기적이라는 둥 멋대로 이상한 소릴 지껄여 댔으니까. 그쪽에서도 우리 쪽에 지원은 확실히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이미 그쪽에 여기 있는 모든 아이템의 양도 권한도 받았어. 마음에 드는 거라면 뭐든 원하는 거 골라서 써도 돼.”
재현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등급 신설 및 기자회견이 있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재현은 리처드.
세계 레이더 연합 수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요구의 결과가, 바로 이곳 백화점의 VVIP층 출입권과 아이템의 양도였다.
재현은 당시, 리처드의 썩은 표정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자신들을 방패막이 삼아 본인들의 안위를 지킬 저열한 생각에 어울려 줄 이유는 없다. 같잖은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그가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재현이 별말 없이 그들이 수여한 상을 받은 이유.
그것은 지금과 같은 때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몰라도 다른 애들의 장비는 아직 등급이 낮은 게 많으니까.’
적어도 동료들의 주력 무기와 방어구 정도는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이그드라실의 공략 난이도는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일 테니. 지금은 이용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이용하는 게 좋았다.
재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때.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진짜? 혹시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지?”
권소율이 입가에 미소를 걸면서도 걱정스러운지 물어왔다.
하긴, 이런 고가의 아이템을 덥석 준다고 받았다가 뒤탈이 생기면 어쩌나.
뭐 그런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재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마음대로 원하는 게 있으면 다 골라요. 까짓거. 그리고 우리가 이제 제일 센데 누가 시비를 걸어요?”
“하긴.”
안호연도 수긍했다. 어쩐지 일행들이 그의 성격을 조금 닮아가는 듯하다. 아무래도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듯했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레이더의 생존과 직결된 장비 아이템이니, 보다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기는 했다.
“일단은 방어구부터 보자.”
재현은 방어구가 진열된 곳부터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진열장 내부에는 근접 무투계 레이더를 위한 갑옷과 마법계 레이더들이 사용하는 로브가 수없이 걸려 있었다.
모두 A+급을 아득히 넘는 최고급품들.
“호연이 너는 이걸로 하는 게 좋겠다. 판금 갑옷인데, 도발 효과 강화에 쓸 만한 스킬이 꽤 많이 붙어 있으니까.”
“재상이 형은 이쪽이 낫겠네요. 방어력 특화, 거기다 포션 사용 효과 증가라니. 이거 거의 형을 위한 아이템인데요?”
“소율 선배는 이쪽으로 하시죠. 투척 무기 명중률 상승에, 예리도 업. 데미지 증가, 마력 회복 속도 증가까지 있으니까.”
재현은 안호연과 이재상, 권소율에게 각각 쓸 만한 것들을 추천해준 뒤, 다음으로 서이나에게 장비를 추천해주었다.
신성 속성의 로브였는데. 목과 팔목 등에 금속이 약간 섞여 있어, 취약 부위를 보호하는 데 나쁘지 않을 듯했다.
“이나, 너는 이번처럼 전투 중에 집중포화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원거리 공격이 강할수록 근접해오는 단검이나 활을 쓰는 적을 조심해야 하니까. 금속이 조금 섞여 있는 쪽을 고르는 게 나을 거야.”
“…응. 고마워.”
서이나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했다. 이를 게슴츠레 보고 있던 김유정이 재현의 옆구리를 쿡 찌른 뒤, 자신도 당당히 갑옷과 로브를 골라줄 것을 요구했다.
“야. 나는?”
“너는 마법계 장비 알아서 잘 보잖… 알았으니까. 때리지 마.”
재현은 발을 꾹 밟아오는 김유정의 말에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김유정을 위한 장비 역시 미리 봐 두었다.
“너는 이쪽 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지원 스킬 레벨 2 업이 달린 건데. 마법 전투 보정도 있어서 꽤 쓸 만할 거야. 최근에 유적에서 발굴된 거라더라.”
“앗싸! S급 템…!! 오랜만에 고맙다!”
“오랜만에는 좀 빼지?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다음에는 없어.”
“흡! 나 입 막았어!”
김유정이 능청스럽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재현은 어이가 없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 뒤, 다른 물건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A+급 중에서는 그리 쓸 만한 것이 없었다.
애초에 신화급 장비만 보던 재현의 눈에 그 정도 등급 아이템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S급은 되어야 그의 성에 찰까 싶은 수준.
새삼 재현은 과거와 지금의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D급의 무투계. 그것도 고기 방패 취급을 받던 때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재현은 상념을 털어내고 다시 아이템을 고르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쓸 만한 S급 갑옷을 지니게 되어,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다른 아이템을 골라주기 전에, 재현은 자신이 사용할 아이템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귀걸이와 팔찌, 목걸이.
이제는 중급 발키리 세트와 작별인사 할 차례였기 때문이다.
‘강화를 했다지만, 효과가 대단하지는 않으니까. 거기다 이제 마력은 충분해서 마력 회복 스킬은 사용할 일이 없고.’
물론 이 역시 팔지는 않고 인벤토리에 보관하기로 했다.
혹여나 필요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차피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굳이 쓰던 물건을 팔 이유는 없었다.
“그럼… 우선 나는 이쪽 액세서리로 할까.”
이어 재현이 고른 것은 S급 아티팩트였다.
전에 쓰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 개가 세트로, 특수 효과를 지닌 아이템이었는데 그 효과가 매력적이었다.
[장비 아이템]이름: 브록-에이트리의 미스릴 귀걸이(미완)
등급: S
브록-에이트리 형제가 만든 귀걸이다. 미스릴을 사용해 강도가 매우 높다.
제대로 된 힘을 끌어내지 못한 상태로, 미완성작이다.
올 스탯: +50
*형제를 만나 제련한다면 귀걸이의 온전한 힘을 끌어낼 수 있다.
다른 두 개의 아이템. 팔찌와 목걸이 역시 같은 설명이었다.
S급 아이템이며, 전 스탯을 보정해준다는 점에서 재현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
하지만 이 아이템의 진가는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티팩트에는 아래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더 쓰여 있었다.
*3/3세트 장착 시: 액티브 스킬 《생사결》을 획득한다.
[액티브 스킬]이름: 생사결
등급: S
1대1 전투에서 상대와 목숨을 건 대결을 한다. 사용 시,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사망한다.
사용자의 신체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다.
*일대일 전투에서 사용자의 근력과 마력, 신격이 1.5배 상승한다.
*다대일 전투에서는 스킬의 효과가 발동하지 않는다.
재현에게 적합한 스킬이었다.
생사결.
이는 둘 중 한 사람이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말하자면 양날의 검이었다.
하지만 재현은 앞으로 목숨을 건 전투를 거칠 일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지금 이런 수준의 상위 스킬을 얻을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스탯 보정 역시 큰 폭이고. 여기서 굳이 다른 걸 고를 이유는 없지.’
재현은 아티팩트를 모두 장착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행은 재잘거리며 아이템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다른 부위에 장착할 아이템은 각자 알아서 잘 고르고 있어, 따로 재현이 골라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대충 이들이 쓸 만한 것들을 차곡차곡 골랐을 즈음.
재현이 불시에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메인으로 가자. 무기도 보러 가야 할 거 아냐?”
“무기…!”
“드디어…!”
마수와 싸우는 레이더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순간 중 하나.
그것은 바로 새로운 장비, 그중에서도 무기를 구입할 때였다.
“눈빛부터 잔뜩 설렌 얼굴들인데?”
재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당연하지! 무려 S급 무기를 손에 넣을 기회인 거잖아…!!”
권소율이 가장 먼저 답했다.
다른 동료들 역시 그에 동의한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재현이 피식 웃으며 동료들을 좀 더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이제껏 이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등급의 무구들이 진열장 내부에서 찬란한 빛을 뿜고 있었다.
* * *
“리처드, 아무리 그래도… 그곳의 모든 아이템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게 하시다니요. 적자가 몇천 억으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미국에 위치한 세계 레이더 연합 본부.
수장인 리처드의 앞에 정장을 입은 남자, 버논이 나서며 말했다. 그는 리처드의 비서로 이번 VVIP층의 열람 허락이 협회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 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리처드는 자리에 앉은 채 가만히 손을 모았다.
“물론 맞는 말이다. 버논.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우리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세계 레이더 연합의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나?
몇 조 정도는 각국에서 어떻게든 분산해서 메우면 될 일이야. 어차피 거기 있는 아티팩트들을 그 녀석들이 다 가져갈 것도 아닐 텐데.”
“그렇다고는 해도…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 많지 않습니까? 특히 무기 쪽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 것들도…….”
버논의 말을 리처드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받았다.
“그럴 줄 알고, 내가 이미 손을 다 써 뒀지. 무기 쪽에만 살짝 장치를 해 뒀으니 걱정 말게.”
그 말에 잠시 미간을 찡그린 버논이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장치라면… 아! 크리스 씨가 활약한 거군요!”
“그래 맞다.”
리처드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자신이 그들을 이용하려 했고,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로 했다고는 해도. 아까운 미국의 최고 아티팩트까지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를 불러 의뢰를 요청했다.
크리스. 그는 쉽게 말하자면, 최고의 사기꾼이었다.
그가 가진 고유 스킬은 아이템의 등급을 고의로 숨길 수 있는 《위장》.
리처드는 그를 불러 재현과 일행이 주요 아티팩트의 값어치를 알아보지 못하게끔 조작을 했다.
세간에 밝혀지지 않은 최대 등급 아이템. S+급의 아이템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비밀로 남겨둬야 하는 일.
때문에 그것들을 모두 A급 아이템 정도로 위장해둔 것이다.
‘미리 아이템을 빼돌리는 건, 출입 정보가 남으니 불가능하니까. 이 방법이 최선이었지.’
리처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혜안에 감탄했다.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아직 애송이야. 고작해야 열일곱에 불과한 놈들이 아이템의 값어치를 알아볼 수 있을 리 없지.”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최선의 판단을 내렸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고로 거짓말을 위해서는 진실을 교묘히 섞어야 한다.
그래서 방어구에는 스킬을 쓰지 않았고, 오직 무기에만 스킬을 발동해 두었다.
재현과 그 동료들이 S급 방어구와 무기에 정신이 팔려 다른 등급의 무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걱정할 건 전혀 없어. 그러니 우리는 그들이 미국에 등장하는 최상위 게이트를 막아 주게끔 협력 요청을 보낼 계획이나 세우자고.”
“예! 알겠습니다.”
버논은 새삼 자신이 따르는 수장의 수완에 감탄하며 말했다.
하나, 그 시간.
재현은 무기가 전시된 진열장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나를 상대로 이런 장난질을 해 놨다는 거지? 머리를 좀 쓴 것 같긴 하지만.’
―액티브 스킬 《통찰안》을 발동합니다.
―아티팩트의 숨겨진 등급이 드러납니다!
‘나한텐 소용이 없지.’